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71화 (1,770/1,826)

§ 나는 될놈이다 1771화

“왜 그러지?”

“어떻게 암살단 내에서 그 자리를…?”

사실 마법사 랭커들이 먼저 물어봐야 하는 건 다른 부분들이었다.

저 처음 보는 마법진은 대체 어떤 마법진이냐, 약점은 찾았느냐, 경비는 어떻게 되느냐, 다른 굶주린 혼돈 마법사 NPC들은 누가 있느냐 등등.

하지만 마법사 랭커들은 눈앞의 마법진은 무시하고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진짜 암살단 내에서 자리 어떻게 땄냐!?

“암살단 내에서 자리를 어떻게 얻었냐니… 퀘스트 해서 땄지.”

태현은 마법사 랭커들을 ‘무슨 초보자 같은 질문을 하고 있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랭커들은 자기들이 생각해도 좀 한심하게 느껴졌는지 민망해했다.

하지만 도미닉은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궁금했는지 다시 물었다.

“어떤 퀘스트를 어떻게? 분명 여기 온 지 얼마 안 됐을 텐데… 잠깐. 설마 오스턴 왕국에서 봤던 네 모습이 가짜였나? 과연 그런 거라면 설명이 되는….”

“진짜였는데.”

“…그러면 다시 안 되는군. 어떻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그래. 여기까지 왔으니 간단히 설명해 주지.”

태현은 바닥에 암살단 조직도와 브투스의 이름을 써가며 있었던 일들을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판온에서 나름 이름 날리는 마법사 랭커들은 옹기종기 웅크리고 앉아서 태현의 설명을 집중하고 들었다.

“…그렇게 되서 브투스가 죽고 내가 자리를 이어받은 덕분에 지금 암살자 플레이어들한테 닥치는 대로 퀘스트를 날릴 수 있는 거다.”

“음….”

“으흠….”

마법사 랭커들은 이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겉으로만 이해한 표정이었지 속으로는 혼란이 가득했다.

‘저게 무슨 개소리냐…?’

‘저런 식으로 자리를 훔칠 수가 있다고? 암살자들이라 그런가? 내가 마법사라서 이해를 못 하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저게 이상한 것 같은데.’

마법사 랭커들은 여기서 더 캐물으면 퀘스트 기초도 모르는 멍청이처럼 보일까 봐 더 묻지 못했다.

도미닉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으흠. 알 것 같군. 이해했다.”

“!?”

다른 랭커들은 당황했다.

진짜?

저 설명 가지고 알겠다고?

“다행이군. 그러면 바로 설명으로 들어가자. 지금 저기 마법진이 보이지?”

“!”

마법사 랭커들은 그제야 마법진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판온에서 본 마법진 중 손꼽힐 정도로 거대하고 파괴적인 마법진이었다.

랭커들이 놀라는 모습에 태현과 이다비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왜 지금 놀라지? 설마 지금 본 건가?”

“방금까지 눈치 못 챈 건 아니시죠…?”

“그… 그럴 리가.”

“그냥 리액션 해준 거다. 네가 민망하지 않도록.”

마법사 랭커들의 변명을 들으면서 태현은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 마법진의 방향을 바꿔서 굶주린 혼돈 진영에 터뜨리는 게 1차 목표다. 안 되면 파괴라도 하는 게 2차 목표고.”

“그런데 김태현.”

크로포드가 손을 들고 물었다.

“뭐지?”

“저런 마법진을 파괴하면 주변이 초토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그리고 그 주변에는 태현과 마법사 랭커들도 포함될 게 분명했다.

크로포드는 궁금했다.

김태현은 어떤 대책을 세워놓은 걸까?

“그래. 그게 위험하지. 그래서 가능하면 1차 목표로 끝내야 해.”

“…….”

“…….”

마법사 랭커들은 경악했다.

야 이 무식한 새…!

일반적으로 직업마다 플레이어들의 특성이 있었다.

마법사 랭커들은 기본적으로 깔끔한 플레이를 좋아했다.

안 그래도 방어력 낮고 HP도 낮은데 위험하게 목숨 던져가면서 하는 플레이를 했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지금 태현의 말은 어처구니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뭐 어쩌겠어. 굶주린 혼돈이 나보다 센데. 다른 방법 있는 사람?”

“…….”

그건 또 그랬다.

상대가 강한 이상 퀘스트가 위험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마법사 랭커들은 더 좋은 방법이 없다는 말에 부정할 수 없었다.

“좋다. 김태현. 쑤닝… 아니, 굶주린 혼돈을 죽이기 위해서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있었으니까.”

“맞아. 김태현. 길드 동맹… 아니, 굶주린 혼돈을 상대하려면 위험할 수 있다는 건 각오하고 왔다.”

당황스러운 것과 별개로 마법사 랭커들은 빠르게 적응했다.

애초에 상황은 다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앨콧은 복잡한 표정으로 속으로 생각했다.

‘이 자식들 길드 동맹하고 쑤닝을 얼마나 싫어했으면 입에 붙은 거야?’

* * *

[마법 스킬이 낮습니다!]

[동료 마법사가 해석에 참가합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마법진 해석이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됐다!’

혼자서는 진행 안 되던 마법진 해석이, 다른 마법사 랭커들이 모이자 조금씩 진행되기 시작했다.

[11번 마법진의 해석이 진행됩니다.]

[마법 스킬이 낮아서 해석 속도가 느려집니다.]

[……]

[……]

“김태현. 일단 저 마법진을 건드리려면 해석부터 해야 해. 물론 해석도 만만치 않아. 우리 모두가 모여야 간신히 열리는 수준이거든.”

“다 같이 모인 상태에서 한 파트씩 완성시켜 나가는 식이 되겠지.”

마법사 랭커들의 말에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까 말했잖아? 왜 다시 말하는 거지?”

“…그러니까 제발 서두르지 말고 좀 안전하게 하면 안 되나?!”

도미닉이 필사적으로 속삭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 뒤에서 굶주린 혼돈의 파수병들이 눈을 부라리면서 오가고 있었던 것이다.

은신 스킬을 쓴 상태에서, 보이지 않는 각도의 바위 뒤로 숨어 있긴 했지만 마법사 랭커들은 온몸에 식은땀이 났다.

보통 이렇게까지 근접해서 퀘스트를 하는 경우가 없는 것이다.

단단한 탱커들 사이에서 보호받아가면서 퀘스트를 하지…!

“괜찮아. 안 들킨다.”

‘들키면 어쩔 건데…!’

마법사 랭커들은 태현이 너무 겁을 안 내서 오히려 더 무서웠다.

파수병들이 가까이 오고 있는데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오늘 날씨 좋군 굶주린 혼돈 만세’ 같은 소리를 해대고 있는 것이다.

[11번 마법진의 해석이 진행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

[집중이 끊겨서 해석이 끊깁니다!]

태현은 마법사 랭커들을 보며 말했다.

“저런. 또 실수했나? 생각보다 실수가 잦군.”

“다들 어려운가 봐요.”

“하긴 마법진이 어려울 수 있겠지. 이해한다.”

태현은 ‘나는 관대하다’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다비도 같이 미소를 지어줬다.

그 미소에 마법사 랭커들은 감동….

…받는 대신 울컥했다.

‘마법진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감시가 옆에서 지나가서라고…!’

‘이 상황에서 집중하는 놈이 이상한 놈이지!’

태현처럼 ‘왜 집중을 못하지?’ 하는 사람이 이상한 놈이었다.

다른 마법사 랭커들은 전부 다 지금 파수꾼들이 올 때마다 덜컥덜컥 심장이 내려앉고 있는데!

* * *

[2번 마법진의 해석이 진행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

마법사 랭커들이 아무리 겁을 먹어도 태현은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안 들킨다.

그러니 해라!

…놀랍게도 마법사 랭커들은 그런 긴장감 속에서 적응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다.

“다들 이제 잘하는군.”

“익숙해졌나 봐요.”

‘저런 미친….’

‘둘이 아주 잘 어울리는 이유가 있었어.’

마법사 랭커들은 그들 속도 모르고 떠드는 태현과 이다비의 모습을 욕했다.

파수꾼들이 지나가고 대마법사가 지나가고 기사단장도 지나가고 하는 긴장감 속에서 마법사 랭커들이 어떻게 적응했는지도 모르면서!

“그래도 이제 1번 마법진만 해석하면 될 것 같군.”

“역시. 다들 잘할 줄 알았….”

마법사 랭커들은 태현의 말을 못 들은 척 무시했다.

저기에 동의했다가는 진짜 더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작업을 시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쿵-

“?”

멀리서 굉음이 들렸다.

마치 거인 같은 종족이나 다른 괴수 몬스터가 걸어서 다가올 때 날 법한 묵직한 소리였다.

“파수꾼들이 데리고 다니는 괴수인가?”

마법사 랭커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협곡 아래쪽에서 나타난 건 케인, 아니, 스미스였다.

거인을 뛰어넘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돌연변이 키메라 종족으로 변한 스미스!

원래의 깔끔하고 잘생긴 모습은 사라졌지만 박력 하나는 상상을 초월했다.

“…….”

“…김, 김태현. 괜찮은 거 맞지?? 괜찮은 거 맞지???”

마법사 랭커들은 자신도 모르게 태현에게 물었다.

아무리 태현이 무신경하느니 욕해도 이런 상황에서 믿을 만한 사람은 태현밖에 없었던 것이다.

랭커들은 태현이 ‘괜찮다 다 예상한 거다’라고 말해주길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음. 망했군.”

“그러게요.”

“…?!”

마법사 랭커들은 다른 의미로 경악했다.

태현이 망했다고 말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둘의 대화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더 놀랐다.

망했다면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않은가.

“농, 농담이지? 망했다면 왜 그렇게 침착한데?!”

“여기서 호들갑 떨면 더 수상하잖아. 이다비. 잘 부탁할게.”

“네. 알겠어요.”

태현과 이다비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행동에 나섰다.

태현은 앞으로 나가서 스미스를.

이다비는 다른 마법사 랭커들을 데리고 남은 마법진 해석을.

‘이건 진짜 무서운데.’

마법사 랭커들이야 태현과 이다비를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들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둘이라고 긴장이 안 될 리 없었다.

지금 태현과 이다비는 머릿속으로 온갖 상황 수십 개를 돌려보고 있었다.

‘스미스가 알고 온 건가? 아니. 표정 보니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암살단 관련해서 너무 난리를 쳤나? 확인하러 온 건가?’

태현은 빠르게 생각하며 스미스 앞에 섰다. 스미스는 예전과 달리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쪽이 스미스입니까?”

“…예!”

“반갑습니다. 저도 스미스입니다.”

“언제나 스미스 님의 명성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마법사 랭커들은 멀리서 들리는 태현의 목소리에 조마조마했다.

스미스 앞에서 저렇게 대놓고 아부를 하는 태현이 진짜 대단하게 느껴졌다.

김태현은 긴장이라는 게 없나?

잡히면 그냥 죽는 게 아닐 텐데….

“이번에 암살단으로 인해 너무 혼란이 커져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곧 총공격이 시작될 텐데 너무 소란을 많이 만드는 거 아닙니까?”

스미스의 말투는 친절했지만 목소리에는 경고의 뜻이 담겨 있었다. 태현이라고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사실….”

“?”

“포르볼리오 님 때문입니다.”

“?!”

“저라고 이런 상황에서 어그로를 끌고 싶었겠습니까??”

태현의 반응에 스미스는 살짝 당황했다.

새로운 암살자 랭커라고 해서 난폭하고 오만한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생각과 많이 달랐던 것이다.

“그런데 대마법사 포르볼리오 님께서 굶주린 혼돈을 위해서 약한 자들을 죽이고 제물로 바치라고 하셔서….”

“으음.”

스미스는 그 말에 멈칫했다.

굶주린 혼돈 쪽 네임드들은 스미스에게도 상당히 골치 아픈 이들이었다.

오만하고, 자존심 강한 데다가, 레벨까지 높아서 스미스의 말을 안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언젠가 처리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여기서도 이렇게 발목을 잡다니.

“…알겠습니다. 제가 막아줄 테니, 일단 암살단 퀘스트는 중지하십시오. 소란이 너무 커졌습니다.”

-그렇게 심한가?

-잠깐만요… 와. 좀 심하네요.

이다비는 협곡 아래 상황을 확인해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불이 커질 줄이야.

-너무 격렬하게 싸우는데요?

-저런. 하여간 굶주린 혼돈 놈들 하고는.

태현이 고개를 숙이자 스미스는 일단 돌아갔다. 마법사 랭커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태현이 쪼르르 달려가서 포르볼리오한테 방금 있었던 일을 이르기 전까지는.

“포르볼리오 님! 포르볼리오 님!”

‘야…!’

너 진짜 겁이 없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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