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69화 (1,768/1,826)

§ 나는 될놈이다 1769화

태현은 보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다.

‘굶주린 혼돈 쪽으로 궤도 바꿔서 쏠 방법 없나?’

물론 어지간한 마법 스킬로는 힘들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참 좋을 텐데….

-목숨을 걸고 이 대마법진을 지켜야 한다.

“예.”

‘음. 안 될 경우에는 바로 파괴해야겠군.’

태현은 빠르게 견적을 내렸다.

상대방 진영에 쏘는 것도 좋았지만 언제나 대박을 노릴 수는 없는 법.

안 되겠다 싶으면 마법진에 훼방 놓고 도망쳐야 했다.

‘어쩐지 계속 들이박는다 싶더니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나….’

계곡 안쪽 분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법진을 보자, 판온의 어지간한 것들을 다 경험한 태현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주변의 지형을 바꿔버릴 정도의 거대한 마력.

부서진 돌덩어리들이 마법진 위로 떨어지자 바로 가루로 변해버렸다.

마법진 위에 형성되고 있는 순수한 마력의 구체가 쏘아지는 곳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상상도 하기 싫었다.

“이다비. 부술 방법이 있을까?”

“폭탄을 사용해서 주변을 부수고 마법진을 흐트러뜨리면?”

“불안정해져서 이 주변이 폭발해 버릴… 아. 그러면 오히려 좋은 거죠. 그보다는 그럴 경우 수습할 수도 있잖아요. 파괴할 거면 좀 더 확실하게 해야죠.”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해. 마법진 자체를 확실히 파괴하거나… 아. 역시 굶주린 혼돈 놈들한테 쏘는 게 제일인데.”

태현과 이다비가 흉흉한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브투스 쪽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컥!

[굶주린 혼돈의 암살자, 브투스가 저주에 걸립니다!]

[브투스의 이동 속도가 크게 내려갑니다!]

[순간이동 스킬을 쓸 수 없습니다!]

[….]

“!?!?”

-감히…!

브투스는 자신이 저주에 걸렸다는 사실에 매우 놀란 것 같았다.

그러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 대마법사 포르볼리오가 나타납니다!]

기사단장 젝스칼과 함께 현재 굶주린 혼돈의 네임드 NPC 중 가장 유명한 NPC.

대마법사 포르볼리오가 나타난 것이다.

-조심해라! 저놈은…!

-사악하고 위험한 놈이야!

고대 제국의 기계공학자들이 속삭이지 않아도 퀘스트 창이 벌써 나오고 있었다.

<굶주린 혼돈의 마법사 포르볼리오-고대 제국 계승 퀘스트>

고대 제국의 마탑 출신으로 수많은 동료들을 학살하고 사라진 광기의 마법사 포르볼리오는 오랜 시간 동안 고대 제국의 공적이었습니다.

사라진 포르볼리오의 행적은 아무도 알 수 없었으나, 먼 훗날 굶주린 혼돈과 계약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남은 고대 제국 인물들의 증오를 불러왔습니다.

고대 제국 황실의 이름으로 마법사 포르볼리오를 쓰러뜨린다면, 당신이 가진 후계자로서의 권위는 더더욱 올라갈 겁니다.

보상: ?, ???

[포르볼리오를 처치할 경우 고대 제국의 유적이 더욱더….]

[잠들어 있는 고대 제국 NPC들이 참가할 확률이….]

‘레벨이 대체 몇이야 저건? 천은 넘기는 거 같은데….’

최상위권이 아닌 랭커들도 레벨 400을 넘기고 태현 같은 사람도 레벨 300을 넘기는 만큼 전체적으로 플레이어들의 레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긴 했지만, 역시 레벨 1,000이 주는 압박감은 상당했다.

보통은 드래곤이나 악마 공작 정도쯤 되어야 만날 수 있는 레벨인 것이다.

그런데 포르볼리오는 그것보다 더 높아 보였다. 이다비가 긴장한 표정으로 귓속말을 보냈다.

-저 목걸이. 고대 제국 황자의 목걸이… 레벨 제한 1,200으로 알고 있는데요.

‘미치겠군.’

언제나 퀘스트가 깔끔하게만 풀리지는 않았다.

이렇게 꼭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오는 것이다.

태현은 간단하게 계산했다.

저 대마법사 포르볼리오는 암살자 브투스를 처리하러 온 거고, 태현과 이다비는 아마 브투스 밑에서 일하는 암살자로 보일 테고…?

‘재수 없으면 같이 죽겠는데.’

포르볼리오는 태현이 머리를 굴리는 사이 바로 다음 공격을 퍼부었다.

[대마법사 포르볼리오가 혼돈의 속박을 시전합니다.]

[대마법사 포르볼리오가 혼돈의 관을 불러옵니다.]

[대마법사 포르볼리오가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언령을 시전합니다.]

[브투스의 심장을 정지시킵니다.]

숨 쉴 틈도 주지 않는 연속마법.

굶주린 혼돈의 암살자, 브투스의 전신에 혼돈의 촉수가 생기더니 그 위에 거대한 관이 날아와 완전히 가두려고 들었다.

브투스도 레벨 1,000에 가까운 네임드 NPC인 만큼 절대 그냥 당해주지 않았다.

단검으로 촉수와 관을 부수더니 바로 탈출을 시도했다.

-크윽! 감히!

그러나 아까 맞은 저주와 포르볼리오가 새로 시전한 언령 마법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브투스는 스킬을 실패하더니 태현을 불렀다.

-날 도와라!

“…죽어라, 브투스!”

-?!?!

브투스는 경악한 표정으로 태현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태현은 당당하게 외쳤다.

“대마법사 포르볼리오 님께서 네놈을 죽이려고 하시는 데에는 당연히 이유가 있을 터! 그러면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자로서 감사합니다 하고 죽을 것이지!”

‘와. 같은 편이지만 상대는 진짜 열받겠다.’

이다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태현을 도왔다.

“맞는 말입니다! 암살자로서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요청하면 안 되는 법! 도움을 요청하는 순간 브투스 님은 이미 끝난 거죠!”

“죽어라! 브투스! 너는 더 이상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암살자로서 자격이 없다!”

-제법 기특한 암살자들이구나!

포르볼리오는 기분이 좋아졌는지 높고 찢어지는 목소리로 태현과 이다비를 칭찬했다.

-암살자 놈들이 요즘 패악질을 한다고 들어서 처리하러 왔더니. 이런 놈도 있을 줄이야!

“죄송합니다. 포르볼리오 님. 먼저 막았어야 했는데…! 저 브투스란 놈이 자꾸 자기 욕심에 다른 자들을 암살하고 대업을 방해했습니다!” -알고 있다. 이런… 건방진 놈.

포르볼리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브투스를 내려다보았다.

분노한 브투스는 양손에 단검을 하나씩 뽑아 들고 으르렁거렸다.

-감히 마법사 주제에 날 심판하겠다?

-눈을 깔지 못할까!? 감히 하찮은 시궁창 쥐새끼 주제에 위대한 마법의 주인인 날? 나는 마법의 지배자이자 고대 제국을 이어받을 지고한 존재다!

“?”

태현은 의아해했다.

‘고대 제국 후계자 하겠다는 놈들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NPC들도 고대 제국 후계자 하겠다고 나서는 이 상황이 조금 어이가 없었다.

진짜 후계자는 여기 있는데….

[카르바노그가 들키면 목이 몇 번은 날아갈 거라고 주의하자고 말합니다.]

‘알고 있으니 굳이 지적할 건 없다.’

누구보다도 태현이 더 경계하고 있었다.

여기서 재수없게 한 번 죽으면 고대 제국 유적 권한을 그냥 뺏기는 것이다.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죽여주마!

브투스가 쥔 단검에서 굶주린 혼돈의 오러가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그리고 브투스가 사라졌다.

…태현을 향해.

‘아니, 이 새끼!’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자기를 때린 포르볼리오를 공격하지 않고 자기를 배신한 태현부터 공격하려고 덤벼들다니.

누가 암살자 아니랄까 봐 속이 아주 좁은 놈이었다.

-네놈의 심장을 꺼내주마!

“꼭 이래야 하겠나?!”

[검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브투스의 일격을 튕겨내는 데에 성공합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자의 마검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야야야야야!

기계공학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아키서스 반격의 검> 스킬로 공격을 튕겨냈는데도 무기 내구도에 피해가 들어올 정도로 상대의 공격력은 살벌했다.

검술 스킬이 오르는 건 좋았지만, 태현은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처럼 긴장했다.

상대방이 지금 굶주린 혼돈의 힘을 불러와서 스킬을 쓰는 걸 보니 재수없을 경우 행운 스탯을 뚫고 들어와 상처를 입힐 수도 있었다.

그리고 브투스의 공격력을 봤을 때….

‘잘못 맞으면 최하 사망이다!’

카카칵!

태현은 상대의 공격 하나를 간신히 튕겨 보낸 다음 다른 공격은 아키서스 폭발의 검을 시전해 피했다.

-연막, 연막, 연막, 연막….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언령 마법이….]

[….]

-잔수작을!

브투스는 태현이 사용하는 잔수작에 더욱더 분노를 터뜨렸다.

흰 구름이 완전히 시야를 가리고 그사이 태현은 다시 한번 힘을 사용해 거리를 벌렸다.

‘젠장. 보는 눈이 있어서 아키서스 스킬 쓰기도 애매하군.’

보는 눈 없고 확실히 죽일 놈이라면 아키서스 검술을 마음껏 시전해서 폭딜을 넣어도 됐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조심해야 했다.

뒷감당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태현은 포르볼리오를 쳐다보았다.

‘뭐 하냐? 안 도와주고?’

-언령 마법을 쓰다니. 재주가 좋은데?! 어디서 그런 재주를 배웠지?

[대마법사 포르볼리오가 당신을 아주 조금 좋게 평가합니다!]

[….]

-죽어라!

-흥!

브투스가 연막을 뚫고 뛰쳐나오자 포르볼리오는 다시 마법을 시전했다.

[대마법사 포르볼리오가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언령을 시전합니다.]

[브투스의 오른팔을 잘라냅니다!]

강력한 마법의 힘과 함께 브투스의 한쪽 팔이 날아갔다.

브투스가 살벌한 목소리로 포르볼리오를 저주했다.

-네놈…!

그렇게 저주하면서 남은 팔로 태현을 공격하려는 집념.

‘포르볼리오를 좀 때리면 안 되나?’

태현은 다시 간신히 피해냈다.

다행히 브투스도 이제 상당히 다쳤는지 공격이 느려지고 궤도를 읽을 수 있게 변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이… 배신자 놈이…!

태현은 역으로 공격에 나섰다. 검이 휘둘러지고 브투스가 오히려 두들겨 맞았다.

-잘한다, 잘해!

[대마법사 포르볼리오가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언령을 시전합니다.]

[당신의 검이 더욱 더 빨라집니다!]

[당신의 검이 상대의 급소를 정확히 꿰뚫습니다!]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암살자, 브투스가 쓰러집니다!]

[브투스를 쓰러뜨린 것으로 인해 부단장의 직위를 강탈합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굶주린 혼돈의 암살단 부단장입니다!]

[소속되어 있는 암살자 플레이어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권한이….]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

‘최근 들어서 가장 날로 먹는군!’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브투스를 완전히 쓰러뜨렸다.

-배신자 놈! 두고 보자. 모든 암살자들의 원한이 네게….

-시끄러워! 암살자 놈아. 빨리 죽으란 말이야!

포르볼리오는 언령으로 브투스의 입을 막아버렸다. 쓰러진 브투스는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가루가 돼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

포르볼리오는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은 긴장했다.

아무리 봐도 상대도 그렇게 건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었는데, 만약 여기서 상대가 변덕을 부린다면….

-오만한 마음으로 건방을 떨던 브투스는 죽었다! 자. 이제 네가 다른 암살자들을 이끌어라!

“…감사합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대마법진을 지키십….]

[….]

-마법진을 네 목숨을 걸고 지켜! 그렇지 않으면 널 저기에 던져버릴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물론입니다.”

-난 브투스 같은 놈과 다르다. 네가 잘한다면, 당연히 포상을 내려줄 거야! 잘 명심하고 있으라고!

포르볼리오는 그렇게 말하더니 둥둥 떠서 사라지려고 했다.

태현은 빨리 가라고 속으로 기도했다.

‘빨리 가라. 파괴 시작하게.’

-잠깐. 언령 마법을 아까 썼었지? 가르침을 하나 주고 가야겠군.

“…….” “…….”

원래라면 스킬 하나 더 배울 수 있는 상황에 감사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괜히 상대와 친해져 봤자 발각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이 자식은 너무 친한 척을 해서 문제군.’

어떻게 보낼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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