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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68화 (1,767/1,826)

§ 나는 될놈이다 1768화

“스미스. 지금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거냐? 이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폴라볼이 태현을 말리려고 하자, 태현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폴라볼을 타박했다.

“생각보다 겁이 많군.”

“뭐… 뭐?”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떻게 암살자 퀘스트를 하려고? 적이 누구든 바로 죽일 수 있어야 암살자 퀘스트를 할 수 있는 거다.”

“이… 이런….”

폴라볼은 태현의 건방진 태도에 분노했다.

원래 암살자나 도적 쪽 플레이어들이 대부분 싸가지가 없고 은혜를 모르긴 했지만 자신이 직접 이렇게 당할 줄이야.

“네놈을 좋게 보고 조언을 했는데….”

“그건 고맙게 생각하지. 하지만 이제 네 도움은 필요 없다.”

“…어디 한번 두고 보자. 네놈이 언제까지 그렇게 잘난 척을 할 수 있나!”

폴라볼은 씩씩대며 나갔다.

이다비는 감탄하며 말했다.

“과연… 다른 암살자 랭커들을 도발해서 사이를 분열시키시려는 거군요.”

“응?”

태현은 이다비의 말에 의아해했다.

‘그냥 이제 정말로 쓸모없어서 쫓아낸 건데….’

[카르바노그가 조용히 멋진 척하라고 말합니다.]

* * *

[굶주린 혼돈의 백인대장 빌임스가 쓰러집니다!]

[굶주린 혼돈의 천인대장 굿에릭이 쓰러집니다!]

[굶주린 혼돈의 마탑 수석 마법사 곤살린이 쓰러집니다!]

[굶주린 혼돈의….]

[….]

[….]

[브투스가 당신을 인정합니다.]

[암살단 내에서 평가가 상당히 오릅니다!]

‘예전부터 했던 생각이지만 난 의외로 암살자가 적성에 맞는 것 같단 말이지.’

대장장이도, 아키서스의 화신도 해봤지만 가끔 태현은 자신의 적성이 암살자에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때가 있었다.

방어가 아닌 회피에 의존하는 전투 스타일.

정타를 치고받으며 쌓아나가는 묵직한 딜링이 아닌 순간적으로 스킬 여러 개를 연계시켜서 폭발적으로 뽑아내는 딜링.

그리고 적이 어디에 있든 간에 온갖 수단을 써서 잠입하는 능력까지.

이다비도 감탄했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잠깐. 퀘스트 두 개를 동시에 깨고 오셨어요?”

“같이 있길래 그냥 같이 죽이고 왔는데.”

‘진짜 굶주린 혼돈의 암살자로 전직하시는 거 아니야?’

이다비가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실제로 지금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라서 게시판에서 떠들고 있었다.

-지금 굶주린 혼돈 암살자 쪽에서 무슨 일 일어나고 있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하고 별개로 이 새끼들 미친 거 아니냐? 왜 아군을 죽여! 정신나간 놈들!

-아, 원래 굶주린 혼돈은 강자존인 거 모르십니까.

-뭘 강자존이야 미친놈들아! 지금 앞에 김태현 원정대나 밟아! 왜 자꾸 아군 등짝을 찌르는데!

-나이스.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 기회는 아주 좋은 기회야. 이제까지 암살자 직업이 너무 무시당했었지.

-암살자 놈들이 단체로 미쳤나??

-우리가 앞에서 몸으로 때우는 동안 뒤에서 꿀 빠는 놈들이 뭐라고?

-이번에 암살자 새끼들이 폭탄 던지는 바람에 죽을 뻔했다. 암살자 놈들 진짜 조심해라. 암살자 직업 가진 놈들 보이면 바로 베어버릴 테니까.

-해볼 테면 해봐. 서로 등찌르기 하면 누가 유리하겠냐?

원래 서로 안 좋아하던 놈들끼리 모인 만큼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기회만 생기면 자기들끼리도 싸웠다.

이번에 암살자 플레이어들이 날뛴 사건으로 인해 탱커 역할을 하고 있던 전사 직업 쪽 플레이어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었다.

자기네들 NPC를 죽여대며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드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암살자들 모여라. 전사 놈들이 우리 공격하기 전에 먼저 친다.

-도적 계열 직업들 다 모여. 전사 놈들이 먼저 친다더라.

-전사 계열 직업들 집합해! 이 암살자 새끼들 먼저 밟아버린다!

-기사들도 다….

‘어라?’

게시판 반응을 보고 있던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보다 반응이 좀….

심했던 것이다.

“왜 그래?”

“어… 자기들끼리 지금 싸우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아. 내가 아까 폭탄 던져서 휘말린 놈들이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다들 성질이 급하군.”

“글 하나 올려볼까요?”

-나 암살자 플레이어인데 솔직히 다른 탱커들 같잖다. 할 줄 아는 게 방패 들고 서 있는 것밖에 없어서 앞에서 맞고만 있잖아.

└너 뭐하는 새끼야??

└너 폴라볼이지??

└저 새끼 구오청 아니야?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태현과 이다비는 서로 쳐다보았다.

“…더 쓰죠!”

“더 쓰자!”

태현과 이다비는 신이 나서 미친듯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각자 탱커 역할, 암살자 역할을 맡고 바꾸기도 하고….

‘잘 타는군!’

* * *

“전사 놈들이 공격한다!!”

“이럴 줄 알았지! 대기하고 있었다! 쳐버려!”

[연막탄이 터집니다!]

[지곤의 삼색 독이 터집니다!]

[중독됩니다!]

“쿨럭, 커헉… 이 자식들. 역시 시꺼먼 속셈을…!”

-혈류 가속. 짐승의 폐. 맹독 저항!

[혈류 가속으로 저항이….]

[….]

[….]

중갑을 입고 들이닥친 전사들은 도적들에게 기습을 당하고 분노했다.

“대형 짜고 밀어버려! 이 자식들이 봐줬더니!”

“흩어져서 쓰러질 때까지 찔러!”

전사 플레이어들은 대형을 갖추고 돌격을, 암살자나 도적 플레이어들은 흩어져서 한 명 죽을 때까지 집요하게 공격을.

막사 곳곳에서 이런 싸움이 터지기 시작했다.

다른 굶주린 혼돈 NPC들은 말리기는커녕 부추겼다.

-진정한 승자만이 굶주린 혼돈을 섬길 수 있다!

-모험가들이여, 싸워서 승리하라! 이기지 못하면 섬길 자격 또한 없도다!

이런 난장판이 계속되자 폴라볼은 슬슬 진지하게 걱정이 되었다.

암살자 랭커들을 모아서 원정대에 있는 교단 고위 NPC들이나 망명한 왕국 NPC들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 서로를 찌르고 싸우면 퀘스트를 진행할 수가 없지 않은가.

“내가 말해봐야겠다.”

“나도 간다. 같이 가자.”

폴라볼은 다른 암살자 랭커들과 각오를 하고 브투스의 막사에 찾아갔다.

그러고는 놀랐다.

“…?!”

브투스의 옆 부관 자리에 태현이 앉아 있었던 것이다.

‘아니, 저 자식이…!?’

다른 암살자 랭커들도 경악했다.

물론 스미스 저놈이 뛰어나단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까지 암살자 랭커들이 쌓아 올린 공적치 포인트를 이렇게 순식간에 뛰어넘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대체 저 새끼는 뭐하는 새끼지?

‘스미스란 이름을 가진 놈들은 다 저런가??’

‘퀘스트를 빠르게 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무엇이지?

“드릴 말씀이 있어서… 큭!”

폴라볼은 브투스한테 표창 한 대를 맞고 시작했다.

HP 쭉 깎인 다음에 폴라볼은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지금 암살자들 전력이 나뉘어져서….”

브투스는 듣다 말고 태현에게 의견을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지?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황당한데, 태현은 랭커들의 말을 무시했다.

“헛소리입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자들은 지금 세력에서 누가 가장 강한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태현의 말에 암살자 랭커들은 경악했다.

아무리 피에 미치고 PVP 좋아하는 암살자 랭커들도 지금 같은 혼돈과 파괴의 상황에서 ‘더 죽이죠!’란 말을 하진 않았다.

“야 이 미친놈아…!”

“정신나갔냐!?”

“구해줘서 좋게 봐줬더니!!”

누가 보면 굶주린 혼돈을 망치러 온 놈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암살자 랭커들은 저 스미스란 놈이 자기 혼자 올라가려고 뻔히 보이는 상황을 무시하는 것에 할 말을 잃었다.

-그렇다는군. 너희들은 나약한 놈들이다. 반대하는 놈이 나오면 직접 처리해서 끝장낼 생각을 해야지 나한테 와서 이렇게 징징대다니.

[브투스가 당신에게 실망합니다.]

[암살단 내에서 평가가 내려갑니다.]

[….]

암살자 랭커들의 눈은 거의 반쯤 뒤집혔다.

그들은 브투스가 아니라 태현을 노려보았다.

“스미스 너 이 새끼…!”

“저 새끼부터 죽여버린다.”

“암살자라면 힘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오냐. 힘을 보여주마!”

아무리 암살자라 하더라도 선이 있었다.

랭커들은 저 건방진 신입한테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 * *

[<굶주린 혼돈의 서른세 번째 창고>에 진입합니다!]

태현이 창고 안에 들어오자, 양옆에서 암살자 랭커들이 튀어나왔다.

“뭐지?”

“그건 지금부터 네 몸으로 알아봐라.”

암살자 랭커들은 잔뜩 열 받은 얼굴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이봐. 스미스. 넌 선을 넘어도 제대로 넘은 거야. 알고 있어?”

“까불어도 적당히 까불었어야지. 퀘스트만 조용히 깨도 모자랄 판에 뭐?”

“너 때문에 지금 다른 암살자들이 얼마나 피해를 보고 있는지 알아?”

랭커들은 창고 곳곳에서 튀어나오며 바로 포위망을 구성했다.

태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검을 뽑아 들었다.

그 모습에 암살자 랭커들은 더 어이가 없었다.

지금 혼자서 붙어보겠다는 건가?

“이 자식 진짜 겁이 없어도 너무 없네.”

“스미스란 이름에 무슨 저주가 있나? 왜 다 저래?”

“지금 네가 우리를 다 이길 수 있다 이거냐?”

태현은 잠깐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이는데.”

“…저 새끼가 진짜!! 죽여버려!!!”

격돌.

단검과 단검이 교차하고 온갖 암살자들의 스킬이 사방을 오고 갔다.

거의 수백 개에 가까운 스킬들이 1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빠르게 시전되었다.

탱커들간의 싸움과는 전혀 다른, 짧은 시간에 승부를 보는 암살자들의 싸움!

그리고 싸움이 끝났을 때 혼자 서 있는 건 태현뿐이었다.

“무… 말도 안 되는….”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

[….]

굶주린 혼돈의 네임드들을 썰기 위해 지금 각종 스탯과 스킬들을 최고치로 끌어올리고 있는 태현에게, 암살자 랭커들은 그냥 종잇장에 가까웠다.

폭딜이야 맞으면 매서웠지만 태현에게 그런 회피 수단은 한두 개가 아닌 것!

차라리 탱커였으면 상대하느라 오래 걸렸을 것이다.

창고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랭커들을 싹 쓸어버린 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창고 밖으로 나갔다.

창고 밖으로 나온 태현을 본 다른 암살자 플레이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괴물…!”

“대체 어떻게?!”

* * *

[브투스가 당신에게 높게 인정합니다.]

[암살단 내에서 평가가 올라갑니다!]

[….]

-다른 놈들을 전부 죽여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훌륭하군.

아군을 죽이면 죽일수록 평가가 올라가는 놀라운 집단.

태현 같은 사람에게는 승진하기 너무 쉬운 곳이었다.

이다비가 옆에서 속삭였다.

“이 정도로 고속승진할 줄은 몰랐는데요.”

“그러게 말이야. 진작 다른 놈들을 쓸어버릴 거 그랬지?”

다른 굶주린 혼돈 랭커들을 치워버리자 이제까지 올렸던 공적치 포인트보다 더욱 포인트가 올랐다.

브투스는 태현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놈이 그런 모습을 보여준 이상, 네놈에게 쓸 만한 임무를 맡길 수밖에 없겠군. 따라와라.

“…!”

태현은 반색했다.

안 그래도 슬슬 공적치 포인트를 사용해서 다른 진영을 확인하려고 했는데, 브투스가 먼저 이렇게 챙겨줄 줄이야.

‘파괴하기 좋은 곳. 무조건 파괴하기 좋은 곳.’

예를 들어 굶주린 혼돈 진영 전원이 사용하는 식수라던가….

[카르바노그가 정말 좋겠다고 말합니다.]

브투스는 태현을 데리고 발걸음을 옮겼다. 진영 안쪽으로 깊게 들어가더니 계곡 사이로 들어가 전혀 짐작도 하기 힘든 길을 빙빙 꺾었다.

[굶주린 혼돈의 대마법진을 발견합니다!]

[강력한 마력이 모이고 있습니다! 대마법진 근처에서 제대로 균형을 잡을 수 없습니다.]

[….]

[….]

“이게 뭡니까?”

-국경의 벌레들을 치우기 위한 굶주린 혼돈의 위대한 대마법진이지. 이 대마법진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너 또한 이 영광스러운 일에 자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한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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