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765화
그건 이야기가 달랐다.
김태현을 부른다는 이야기에 폴라볼은 기겁해서 외쳤다.
“막아! 지원 못 오게 해!”
김태현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아레네 시 인근에는 원정대 랭커들이 수도 없이 많았다.
지원 와서 포위라도 되는 순간…!
“굶주린 혼돈 놈들이 쳐들어왔다!”
“어디! 어디!”
물론 막는다고 막아지진 않았다.
근처를 지나가던 원정대 랭커들이 소란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해치우고 빠져나가!”
암살자 랭커들은 이를 갈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 주변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모두 해치우고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당신의 단검에 깃듭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공격력이 폭발적으로…]
[……]
“감히 덤빈 걸 후회하게 해주마!”
여기 온 굶주린 혼돈 소속 랭커들은 스스로의 실력에 매우 자부심이 강했다.
안 그래도 강했는데 굶주린 혼돈의 퀘스트 이후로 추가 스킬까지 받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단검이 적의 급소를…]
[내구도가 크게 하락합니다!]
[추가 효과가…!]
[……]
[……]
암살자들의 폭발적인 기세에 달려들던 원정대 플레이어들이 움찔했다.
“보통 놈들이 아니야!”
“조심해! 일단 방어부터!”
[하늘도시가 침입자를 공격합니다.]
[<하늘도시의 봉인>에 걸립니다!]
[모든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
“?!”
굶주린 혼돈 랭커들은 당황했다.
공격이 끝난 게 아니었나!?
그러나 하늘도시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하늘도시가 당신을 조준합니다!]
[고대 제국의 대포가 발사됩니다!]
쉬익- 쾅!!
굉음과 함께 하늘 위에서 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굶주린 혼돈 랭커들은 하늘 위에서 쏘아져 내려오는 폭격에 대경실색했다.
“흩어져! 흩어져!”
-가속 도약, 날개의 질주, 암살자의 움직임!
파파파파팟-
누가 암살자나 도적 아니랄까 봐 랭커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하늘도시의 조준이 한 수 위였다.
[하늘도시가 당신을 조준합니다!]
[고대 제국의 대포가 발사됩니다!]
다시 한번 굉음과 함께 랭커들 위로 폭발이 일어났다.
[HP가 0이 되어…]
[……]
“이… 이게 무슨…!”
굶주린 혼돈 랭커들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하늘을 쳐다보았다.
싸움이 벌어질 걸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싸움은 절대 아니었다.
랭커끼리 맞붙고 무기를 휘두르는 그런 싸움을 생각했었지….
닿지도 않는 하늘에서 이렇게 일방적으로 날아오는 공격은…!
* * *
“괜찮은데?”
“아주 조준이 훌륭하십니다! 한 번 더 발사해 보시죠!”
“뭐 그럴 것까지야… 너희들이 한 번 발사해 봐라.”
“예!”
태현의 허락을 받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장난감을 선물 받은 어린아이처럼 흥겨워하며 달려갔다.
지금 태현은 하늘도시로 변신한 아레네 시의 전투구역에 위치해 있었다.
[하늘도시에 설치된 고대 제국의 대포를 사용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높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대단하군.’
하늘도시는 그냥 떠다니는 도시로 끝이 아니었다.
고대 제국의 유산이 부활한 것처럼, 고대 제국에 있던 각종 기술들이 도시에 적용되어서 도시를 보호하고 있었다.
각종 방어막부터 시작해서 추가 보너스 효과는 물론이고 이런 고대 제국의 대포 같은 방어 시설까지.
지금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신이 나서 고대 제국의 대포를 잡고 아래로 쏴대고 있었다.
“죽어라! 죽어! 벌레 같은 놈들!”
“굶주린 혼돈의 침입자들은 모두 죽어버려라!!”
“…?”
대장장이 랭커들은 뭔가에 홀린 것 같은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을 당황스럽게 쳐다보았다.
너무 과몰입하는 거 아닌가?
“김태현 선수. 그… 말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하늘도시 방금 띄웠는데 저 정도야 할 수 있지. 너희들도 한 번 해보라고.”
“그래도 되겠습니까? 저희는 제작 직업인데….”
“제작 직업이 오히려 좋지.”
대장장이 랭커들은 어색해하며 고대 제국의 대포 앞에 앉았다.
사실 남한테 폭탄 던지고 터지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이상한 거지, 대부분의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은 이런 전투 상황을 낯설어했다.
[하늘도시에 설치된 고대 제국의 대포를 사용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높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
꽝!
고대 제국의 대포가 마력을 충전하더니 그대로 장전된 포탄을 발사했다.
그러자 까마득한 아래에 있던 굶주린 혼돈 랭커가 그대로 맞고 날아갔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을 쓰러뜨렸습니다!]
[명성이 크게…]
[칭호, 용감한 대장장이를…]
[매우 강력한 상대를 쓰러뜨린 것으로 인해 추가 보너스를…]
[……]
“!”
대장장이 랭커들은 손끝에 올라오는 맛에 짜릿함을 느꼈다.
이… 이거….
‘재밌다!’
“대충 다 잡힌 것 같군. 내려와도 좋다.”
태현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재수없게 잘못 걸린 굶주린 혼돈 랭커들이 완전히 박살이 나고 있었다.
이쯤이면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아도….
“아닙니다! 조금만 더 공격을 해보겠습니다!”
“아군을 도와야죠!”
“…그, 그래? 알겠다.”
태현은 살짝 당황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하늘도시로 개조하기 위해서 여기 모인 제작 직업들이 한 고생을 생각해 보면 저 정도는 당연히 할 만한 자격이 있었다.
* * *
[하늘도시 개조를 시작합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입니다. 보너스를 받습니다.]
[고대 제국 유적지들에 대한 사용 권한이 있습니다. 보너스를 받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아직 부족합니다. 페널티를…]
[……]
[……]
[……]
자율골렘에 이은 하늘도시 개조.
태현은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기 전에 갖고 있는 밑천을 모두 터는 한이 있더라도 확실하게 제작 퀘스트를 끝내 놓을 생각이었다.
문제는 온갖 보너스를 받아도 하늘도시 개조는 만만치 않은 퀘스트라는 것.
[현재 하늘성을 갖고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기계성을…]
[……]
[부유장치 제작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안정화장치 제작 퀘스트가…]
[거주구역 시설 제작 퀘스트가…]
[전투구역 시설 제작 퀘스트가…]
[……]
[……]
자율골렘이 완벽 이상의 완벽을 추구하는 퀘스트라면 하늘도시는 온갖 자잘한 제작 퀘스트 수백 개를 진행해야 하는 퀘스트였다.
그나마 하늘성이나 기계성부터 시작해서 고대 제국의 후계자까지 각종 제작법을 알고 있는 덕분에 막히는 게 없어서 망정이지, 제작법을 구해오라고 퀘스트가 떴다면 몇 배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안정화장치 제작을 부탁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그러면 하는 김에 부유장치도?”
“그 정도까진….”
“거주구역 시설도 추가로….”
“…….”
물론 그런다고 플레이어들의 일이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대장장이 랭커들은 정말 미친놈처럼 제작에 나서야 했다.
‘자율골렘 퀘스트보다 더 빡센 퀘스트가 바로 나올 줄이야…!’
‘야 이거 진짜 안 되겠다!’
파워 워리어 소속 제작 직업들이 달려왔는데도 퀘스트에 파묻힐 것 같았다.
[안정화장치가 완성된 상태입니다!]
[추가로 다음 장치 제작을 하지 않으면 안정화장치가…]
[……]
[……]
이대로는 무리다!
시간 제한 퀘스트들까지 우르르 나오기 시작하자 대장장이 랭커들은 아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불렀다.
-내가 지금 아레네 시에서 김태현 선수하고 같이 퀘스트를 하고 있는데… 혹시 관심 있나?
-네?! 물론입니다! 해머맨 님께서 불러주셨는데 당연히 가야죠! 그런데 무슨 퀘스트입니까?
-아레네 시에 필요한 것들을 제작하는 퀘스트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이야.
-물… 물론입니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대장장이 랭커들의 명성에 혹한 다른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은 일단 무조건 달려왔다.
다른 건 몰라도 이번 기회는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 제너럴갓태현 님… 말하신 것과 다르지 않나요? 아주 꿀빨 수 있는 대박 퀘스트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이게 대박 퀘스트가 아니면 뭐냐? 저기 봐라. 다른 대장장이 랭커들도 다 같이 즐겁게 하고 있잖냐?”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이 따지자, 랭커들은 뻔뻔하게 우겼다.
우린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퀘스트가 조금 많이 힘들고 고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정말 대박 퀘스트다!
“…….”
“…야. 우리도 다른 사람 부르자.”
“그래야겠다.”
불려온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이 다른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을 부르고, 또 그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이 다른 사람들을 부르는 악의의 연쇄!
하지만 덕분에 인원이 확실히 충당되는 건 사실이었다.
[장치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아레네 시 서쪽 성벽 개조가 끝났습니다!]
[……]
[……]
[……]
[오스턴 왕국의 아레네 시가 하늘도시로 개조가 완료됩니다.]
[아레네 시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이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도시를 재건한 것도 모자라서, 다시 하늘도시로 개조까지 마쳐서 공중에 띄울 줄이야!
* * *
“쑤닝 님하고는 차원이 다른데….”
“이 자식이 왜 비교를 해? 우리 길드 동맹도 얼마든지 이런 거 할 수 있었어!”
떠오른 아레네 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주었다.
원정대 플레이어들에게는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에게는 적들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긴장감을.
…그리고 길드 동맹 간부들한테는 찜찜함을.
-아, 아레네 시 원래가 좋았는데.
-솔직히 지금 새로 급하게 지어진 거 감안하느라 다들 좋게 평가해 주는 게 있지. 그렇게까지는 좋지 않았어.
아레네 시는 원래 길드 동맹의 자존심 아니었던가.
그런 도시가 부서지고 재건된 다음 하늘도시로 재탄생했는데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아레네 시가 이동합니다!]
하늘도시가 국경 쪽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렇게 도시 자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된 이상, 굳이 뒤에서 가만히 있을 필요가 없었다.
요새 지대에 최대한 붙어서 전투를 지원하겠다!
태현은 하늘도시의 감시탑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진짜 더럽게 많네.’
요새에 몰려드는 숫자만 해도 저 정도인데 뒤에는 얼마나 많을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오죽하면 원정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야 요즘 국경지대 가면 진짜 레벨업하기 쉽다 다른 던전 들어갈 필요도 없어’ 같은 농담이 돌까.
자율골렘을 투입하고 고대 제국의 유적지까지 동원이 되었는데 계속 몰려드는 전투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저게 기사단장 젝스칼인가?”
“네. 아직 나서진 않았지만 곧 나선다는 소문이 많더라구요.”
이다비도 같이 망원경을 들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평원을 새까맣게 채운 굶주린 혼돈의 군단 뒤쪽에, 딱 봐도 고렙 NPC인 것처럼 보이는 기사단장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굶주린 혼돈의 기사단을 이끌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한 번 돌격하면 얼마나 파괴적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아키서스의 일곱 번째 공격-아키서스 검법 퀘스트>
화신의 길을 걷기 위해 아키서스 검법을 수련하는 당신 앞에, 진정한 검술의 길을 알려줄 적수가 나타났다.
굶주린 혼돈의 기사단장 젝스칼과 일대일로 겨뤄서 승리하라!
그리 한다면 아키서스의 일곱 번째 공격이 가진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보상: ?
“…….”
태현은 퀘스트창에 오랜만에 당황했다.
‘드디어 미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