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763화
‘아 대장장이 못해 먹겠네 진짜.’
파사삭!
[자율골렘의 왼쪽 다리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왼쪽 다리가 부서집니다.]
자율골렘의 다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마치 태현의 멘탈이 부서지는 소리 같았다.
태현은 새삼 자신이 판온 1 때 어떻게 대장장이를 해왔나 싶었다.
만들고 강화하면 부서지고 만들고 강화하면 부서지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했었지?
‘에이….’
투덜거림과 함께 태현은 다시 망치를 들었다.
[카르바노그가 그러면서 계속 망치 휘두르는 화신도 보통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카르바노그는 황당했다.
저렇게 말하면서 계속 하다니.
그러니까 대장장이를 계속 하는 거지…!
“김태현 선수.”
“돕게 해주십시오!”
“???”
태현은 갑자기 찾아온 대장장이 랭커들의 모습에 당황했다.
‘뭔 생각이지?’
지금 이 자율골렘의 왼쪽 다리 제작은 대장장이 랭커들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퀘스트였다.
성공을 해야 스킬 경험치나 다른 보상들이 들어오지, 실패만 수백 번 하는데 보상이 들어올 리 없었다.
가끔가다가 아주 조금씩 기계공학 스킬이 오르긴 하지만 대장장이 랭커들이 그것 때문에 퀘스트를 할 리는 없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이게 고대 제국의 유물이긴 한데 별다른 이득은 안 된다. 하면 손해일걸.”
태현은 대장장이 랭커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고대 제국의 유물이라는 이름에 홀려서 같이 하려고 온 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다.
길드 동맹 간부들도 아니고 어차피 오랫동안 원정 같이 할 사이인 만큼 미리 알려주는 게 맞았다.
그런데….
“당연히 알고 있소.”
“알고서 하는 겁니다!”
“???”
태현은 대장장이 랭커들이 단체로 미쳤나 생각했다.
‘왜 저러지?’
“아니… 그냥 지금 원정대 싸우느라 바쁠 텐데 요새 가서 제작 도와주고 수리 해주는 게 더 쏠쏠하지 않나?”
지금 전투 직업 랭커들 장비만 만져줘도 상당히 남는 장사일 텐데?
“같이 하겠습니다.”
“그러면 에랑스 왕국 기사들 장비 도와주는 건?”
망명 온 에랑스 왕국의 기사단들은 막강한 장비를 갖고 있었다.
그들의 장비를 만질 기회를 얻는다면….
“아닙니다. 같이 하겠습니다.”
[카르바노그가 감동합니다.]
‘감동은 무슨….’
태현은 떨떠름했지만 굳이 쫓아내진 않앗다.
원정대에 참가한 랭커들은 엄밀히 따지자면 태현의 부하가 아니었다.
태현을 보고 자율적으로 참가한 사람들인 만큼 어느 정도 배려를 해줘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 제작은 손해가 맞는데 말이지.’
태현도 지금 퀘스트 깨려고 하는 거지 아니었다면 다른 것부터 먼저 했을 것이다.
* * *
[자율골렘의 왼쪽 다리가 완벽하게 만들어집니다!]
[왼쪽 다리가 드디어 완성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기계공학 스킬이…]
[……]
[……]
“해… 해냈다!”
대장장이 랭커들은 자신도 모르게 서로 얼싸안았다.
여기 와서 서로 니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했던 이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변화였다.
-…김, 김태현 선수가 마음에 안 들어서 부순 게 아니었습니까?
-내가 왜 그런 미친 짓을 하지?
-장인의 고집…?
-헛소리하지 말고 망치질이나 하도록.
자율골렘 제작은 대장장이 랭커들이 생각한 것과 좀 많이 달랐다.
그리고 난이도가 매우 매우 높았다.
태현이 알아서 부순 줄 알고 감탄하던 대장장이 랭커들은 무슨 조금만 건드려도 파사삭 부서지는 자율골렘의 모습에 눈물이 나왔다.
뭐 이런 새끼가…!
셀 수도 없는 많은 시도.
그 끝에 이렇게 왼쪽 다리가 완성되자 괜히 눈물이 나왔다.
“해머맨. 당신 역할이 컸습니다. 당신이 아까 <고대 대장장이의 혼>으로 도와주지 않았다면….”
“흥. 무슨 말을. 너야말로 아까 <차가운 영혼의 표식>으로 날 도와주지 않았나.”
“제너럴갓태현. 고맙다. 네 덕분이다.”
“그래. 알면 됐… 컥. 그, 그래. 나도 고맙다.”
태현은 훈훈해지는 분위기를 깨려는 제너럴갓태현의 등짝을 안 보이는 각도에서 때렸다.
대장장이 랭커들이 모처럼 분위기 좋게 단합하는데!
‘흠. 이런 효과가 있었을 줄이야.’
태현은 대장장이 랭커들이 서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며 놀라워했다.
사실 태현도 대장장이 랭커들이 서로 일치단결하는 걸 기대하지 않았다.
각지에서 온 경쟁자들이 어떻게 서로 힘을 합치겠는가.
그냥 각자 알아서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서로 일치단결하는 것도 불가능이 아닌 것 같았다.
신기하다!
‘자율골렘 제작에 이런 효과가….’
태현은 다른 고대 제국 유물도 이 대장장이 랭커들과 같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르바노그가 상대방이 그걸 원할지 안 원할지 어떻게 아냐고 의아해합니다.]
‘당연히 좋아하겠지. 카르바노그. 여기 표정들을 보라고.’
태현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말했다.
아까 보상 없어도 하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 일처리가 끝난 후 보여주는 훈훈한 모습까지.
대장장이 랭커들도 분명 이 작업을 좋아하고 있었다.
“자. 그러면….”
대장장이 랭커 중 한 사람이 일어났다.
제작도 성공했겠다, 다들 훈훈하게 화해도 했겠다, 대장간으로 돌아가서 자기 할 일을 할 생각이었다.
“잘 일어났군. 슬슬 오른쪽 다리를 만들자고.”
“오른쪽 다리를… 응?”
돌아가려던 대장장이 랭커는 멈칫했다.
끝난 게 아니었어?
“오른쪽 다리도 지금 만드는… 건가?”
“물론이지. 오늘 자율골렘을 완성시킬 생각인데.”
“…….”
“…….”
대장장이 랭커들은 살짝 당황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제작 퀘스트가 엄청나게 길었던 것이다.
어….
어라?
태현은 악의 하나 없이 순수하게 물었다.
“다들 아까 같이 참가하고 싶다고 했었지?”
“그… 랬지.”
“제가… 그랬었나요? 그랬던 것 같기도 한데요….”
“그래. 다들 고맙다. 너희들을 보니 내가 잊고 있었던 게 있었다.”
태현의 말에 대장장이 랭커들은 살짝 희망을 가졌다.
휴식?
퀘스트 속도 조절?
“원정대에 온 이상 다 같은 한 팀이라는 걸. 나는 각자 자기 할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같이 힘을 합치는 것도 중요한 것 같군. 그렇지. 이다비?”
“네. 물론이죠.”
입구에 있던 이다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장이 랭커들은 경악이 서린 눈빛으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제발 좀 말려줘!
“자. 시작하자.”
“…….”
“…….”
대장장이 랭커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과연 오늘 안에 완성시킬 수 있을까?
* * *
[고대 제국의 자율골렘이 완성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고대 제국의 실전되었던 기술이 복구됩니다. 이는 하나의 신호이니, 대륙의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위업에 감동합니다!]
[소문이 퍼져나갑니다!]
[왕국 전체에 추가 효과가…]
[자율골렘이 위치한 곳에…]
[……]
[……]
태현과 다른 대장장이 랭커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로 고대 제국의 자율골렘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파츠 하나가 다른 최상위급 아이템 제작보다 어려운 수준이었는데 이걸 부위별로 만들어서 합쳤으니 그 고생은 더 말할 게 없었다.
“…네 덕분이야. 해머맨.”
“제너럴갓태현. 네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이야….”
가장 삐딱하던 대장장이 랭커마저도 서로 칭찬하게 만들 정도의 대장정.
태현은 그 훈훈한 모습을 보며 말했다.
“하나 더 만들자.”
“…….”
“…….”
대장장이 랭커 중 한 명은 무심코 망치를 든 손을 쳐다보았다.
‘이걸로 김태현을 치면 이길 수 있을까?’
만약 전투력이 그렇게까지 차이나지 않았다면 정말 한 번 휘둘렀을지도 몰랐다.
“자율골렘 한 대로는 부족해. 몇 대는 더 만들어놔야 한다.”
“그렇긴… 한데.”
“이게… 꼭… 음… 지금….”
“굶주린 혼돈이 공격을 시작한 지금 만들지 않으면 언제 만들겠다는 거지?”
‘아오.’
‘말 더럽게 잘하네.’
대장장이 랭커들은 반박할 수 없는 말만 하는 태현이 원망스러웠다.
악독하다 정말!
그때였다.
[지팡이 정화가 완료됩니다.]
[고대 제국 황실의 보물들이 당신을 부릅니다!]
파아아아앗!
대신전 쪽에서 어마어마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대장장이 랭커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다들 서둘러서 외쳤다.
“김태현! 저건 가봐야 해!”
“맞아요! 지금 가보셔야 합니다!”
“빨리! 당장 가보세요!”
대장장이 랭커들이 저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어차피 가볼 생각이었다.
태현은 대신전으로 향했다.
[고대 제국 황실의 보물들이 당신 앞에 모입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 퀘스트를 진행 중입니다.]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가장 높습니다!]
[고대 제국 황실의 남은 유적들이 당신을 진정한 주인으로 선택합니다.]
[변화가 시작됩니다.]
쿠르르르릉-
“???”
갑자기 사방에서 뭔가 솟아오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태현은 당황했다.
황급히 밖으로 나가보니 다른 사람들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쳐다보고 있었다.
새로 만든 아레네 시 곳곳에서 본 적 없었던 고대 제국의 유적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기둥들과 지붕들이 갑자기 빈 공터에 생겨나는 모습들에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고대 제국의 화살 제작소가 과거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때 전란으로 인해 파괴되었던 <고대 제국의 화살 제작소>였지만, 진정한 고대 제국의 후계자가 나타난 것으로 인해 그 모습을 다시 드러냅니다.]
[유적이 복구됩니다.]
[유적을 완전히 수리하십시오! 추가 보너스를…]
생겨난 건물들은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오스턴 왕국에서만 일어난 일도 아니었다.
[고대 제국의 왕실 휴가 별장이 과거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때 전란으로 인해…]
[……]
[유적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의 세력이 아닙니다!]
대륙의 다른 곳에서도 모두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태현 쪽 원정대 세력이 아닌 곳에서는 건물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것!
오랜 세월 동안 잊혀져 있던 고대 제국의 건물들은 진정한 고대 제국의 후계자가 아니라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고대 제국의 남은 유적들이 부활을 개시합니다.]
[고대 제국의 유적들을 수리하고 회복시키십시오.]
[고대 제국의 NPC들을 확보하십시오.]
[고대 제국의 예전 영토를 확보하십시오.]
[……]
[……]
[고대 제국이 완전히 부활할 때, 후계자의 머리 위에 황제만이 쓸 수 있는 진정한 왕관이 나타날 것입니다!]
‘각오했던 바다.’
태현은 퀘스트창을 보고 놀라지 않았다.
당연히 고대 제국의 후계자 퀘스트를 진행했을 때부터, 퀘스트 후반에는 영토 회복이 들어갈 거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고대 제국의 다른 후계자들이 당신을 경계합니다.]
[고대 제국의 다른 후계자들이 당신에게서 후계자의 지위를 뺏으려고 할 것입니다!]
[주의하십시오!]
[한 번 사망할 경우, 지금 가지고 있는 고대 제국 후계자의 지위가 이전됩니다!]
[……]
[……]
“…….”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태현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졌다.
지금 고대 제국 후계자 퀘스트 깨고 있는 놈들이 많지는 않을 테지만….
‘스미스는 무조건 나부터 죽이려고 하겠군.’
스미스가 태현을 잡고 굶주린 혼돈 원정대가 대륙에 퍼진 고대 제국 유적 접근 권한을 확보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어차피 죽어줄 생각이 없긴 했지만, 앞으로는 더 목숨 관리를 해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김태현 선수?”
“그 설명은 자율골렘을 하나 더 만들면서 해주도록 하지. 자. 다들 가자고.”
“…….”
대장장이 랭커들은 태현이 정신이 팔렸을 때 도망치지 못한 걸 후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