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61화 (1,760/1,826)

§ 나는 될놈이다 1761화

“같은 게임단이잖아!”

“그랬습니까?”

-그랬어?

-베이징 파이터즈였나? 몰랐네.

-쟤 걔 아님? 저번에 굶주린 혼돈으로 갈아타서 에랑스 국왕 죽인 놈.

-감히 명예로운 대 베이징 파이터즈 소속 선수로서 굶주린 혼돈에 가입해???

-근데 이제 그런 말 하기에는 좀… 굶주린 혼돈에 가입한 놈들이 많지.

-하긴….

-어쨌든 용서할 수 없다!

-펭귄팬더도 차우차우도 용서해 줬는데 쟤도 용서해 주자.

보고 있던 베이징 파이터즈 팬들이 웅성거렸다.

사실 웅성거리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저 구오청이 누구임?’ 같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일단 팬들은 구오청을 받아주라고 외쳤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팽귄팬더나 차우차우도 굶주린 혼돈을 버리고 회개했듯이 저 구오청도 그럴 수 있을 테니까!

-받아줘라! 받아줘!

-맞아!

‘아니….’

선상 요새 위에 올라와 있던 차우차우는 팬들의 예상 못한 반응에 당황했다.

‘난 저놈하고 친하지도 않은데.’

같은 게임단 선수라고 다 친하진 않았다. 특히 베이징 파이터즈처럼 규모 크고 인원 순환이 빨리 되는 게임단은 더더욱 그랬다.

게다가 구오청이 팀 KL의 케인처럼 헌신하는 플레이어도 아니지 않은가.

야심 많고 언제라도 뒤통수를 칠 수 있는 놈인데!

“야! 차우차우! 내가 안 보이냐!”

구오청은 옆에 있는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의 등짝을 단검으로 푹푹 찌르며 외쳤다.

차우차우는 그 모습에 더 질렸다.

살벌한 자식 같으니!

“차우차우. 받아주자.”

“야. 저놈 눈깔이 안 보여? 언제 우릴 찌를지 모르는 놈이야!”

“차우차우. 생각해 봐라. 여기 김태현이 있었으면 뭐라고 했을까?”

‘수상한 놈은 그냥 죽이라고 하셨을 것 같은데….’

재칼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태현이 그렇게 무른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저런 놈이라도 받아주라고 했을 거다.”

“크윽….”

“구오청! 올라와라!”

두 선수는 구오청을 선상 요새 위로 올라오게 해줬다. 구오청은 올라오면서 말했다.

“진작 도와줄 것이지 왜 이렇게 시간을 끄는 거야!”

“…….”

“…….”

펭귄팬더와 차우차우는 시선을 교환했다.

이 자식 그냥 담가버릴까?

“어쨌든 고맙다. 나도 이제 굶주린 혼돈을 벗어나서 원정대에서 많은 공적을 세울 거야. …잠깐. 설마 재칼인가?”

구오청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재칼을 쳐다보았다.

누굴 만나도 건방지게 굴던 구오청이 저런 태도를 보이자 둘은 놀랐다.

저놈, 저런 모습도 보여주는 놈이었나?

“반갑습니다.”

“반… 반갑다.”

구오청은 쭈뼛거리며 재칼의 시선을 피했다.

베이징 파이터즈 내에서는 ‘나보다 강한 놈은 없지 흥 내가 투기장에서 만나면 다 죽여 버릴 수 있다’ 하고 자부심을 부렸지만, 재칼은 이야기가 달랐다.

솔직히 자신이 없다!

재칼의 플레이도 플레이였지만 재칼을 따라다니는 소문은 더 위협적이었다.

들어보니 케인과 같은 길드 출신에 김태현도 그 실력을 인정했다고….

“재칼! 어쨌든 빠져나왔으니까 빨리 동쪽으로 가자고!”

차우차우가 외쳤다.

어떻게든 기습을 해서 빠져나오긴 했지만 적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에랑스 왕국에서 포위되서 죽기 싫으면 빨리 튀어야 했다.

그러나 재칼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더 해야 할 게 있습니다.”

“뭐!? 뭐가 있는데!”

“부숴야 할 곳들이 더 있고… 또 털어야 할 창고들도 있고….”

“…….”

재칼의 말에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은 경악했다.

뭐라는 거야 지금?

“아, 아니. 그걸 지금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저기 굶주린 혼돈 놈들이 눈 뒤집혀서 쫓아오고 있다고.”

“김태현도 그걸 바라진 않을 텐데?”

“그래도 믿고 맡겨주셨는데 해야죠….”

“…….”

“…….”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은 사람을 잘못 골랐다는 걸 깨달았다.

원정대 파티들 도와주고 사람들의 관심 좀 끌려고 했는데, 재칼이 생각보다 미친놈이었던 것이다.

하는 태도는 약해 보이는데 말하는 거에서는 광기가 느껴진다!

“…가지 뭐. 재칼이 저렇게 말하는데.”

구오청은 재칼한테 질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같은 암살자 랭커로서의 자존심이 있었던 것이다.

펭귄팬더와 차우차우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저런 미친놈이 자존심 보일 때가 따로 있지!’

더 큰 문제는 저 둘이 저렇게 말해버리면, 펭귄팬더나 차우차우도 발을 뺄 수가 없었다.

여기서 발을 빼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가, 가자고.”

“그…래 물론이지. 사실 에랑스 왕국 놈들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기껏해 봤자 굶주린 혼돈이나 믿는 놈들인데….”

재칼은 새로 추가된 전력들과 함께 왕국의 숲 안으로 향했다.

침입자를 따돌리고 다시 털어 볼 생각이었다.

베이징 파이터즈 선수들은 우중충한 얼굴로 그 뒤를 따랐다.

‘진짜 괜히 왔다….’

‘멀쩡한 놈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김태현 밑에서 일하는 놈이 멀쩡할 리가 없지.’

* * *

“온다!”

김태산은 긴장한 표정으로 요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국경지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원정대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진격을 시작합니다!]

[두려워하십시오!]

저 멀리서 지평선을 새카맣게 채우며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밀려오고 있었다.

왕국 곳곳에서 소환되던 군단의 규모와는 차원이 달랐다.

에랑스 왕국을 완전히 집어삼키고, 그 안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흡수한 다음 대폭 규모를 늘린 굶주린 혼돈의 군단!

대륙의 다른 지역에서 겪은 사소한 실패 따위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는 듯이 굶주린 혼돈의 군단은 위풍당당하게 행진했다.

각오를 다지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실제 모습을 보자 숨이 막힐 정도로 그 압박감은 대단했다.

“요새 위로!”

함성과 함께 오크들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요새들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깃발이 올라오고 공성용 무기들이 요새 성벽 위로 올라왔다.

[거대 연사 석궁이…]

[요새 수비용 마력 대포가…]

[……]

[……]

거대한 석궁이 아래를 겨누고, 바법사들이 작동시키는 마력 대포가 웅웅거리며 가동했다.

동시에 요새 밑에서는 거대한 투석기들이 장전을 시작했다. 각 요새에 배치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폭탄을 들고 달려왔다.

“터뜨려!”

꽈르르릉!!!

[땅에 묻어 놓은 폭탄들이 폭발을 시작합니다!!]

[……]

[……]

신호와 함께 행군하는 굶주린 혼돈의 군단 밑에서 폭발이 시작되었다. 어마어마한 연기로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굶주린 혼돈의 백인대장이 쓰러집니다!]

[굶주린 혼돈의 병사가…]

[……]

[……]

계속해서 뜨는 메시지창들만 그 결과를 알려줄 뿐.

요새 안의 플레이어들은 메시지창을 보고 기뻐하지 않았다.

대신 똑같이 긴장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굶주린 혼돈이 이 정도로 끝날 리는….’

아니나 다를까 연기가 걷히고 나자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계속해서 밀려왔다.

쓰러진 만큼 뒤에서 순식간에 보충이 된 것이다.

“날려!”

파파파파파팍!

요새 위에 올라가 있던 플레이어들의 공격도 개시됐다.

원거리 공격 가능한 플레이어들은 닥치는 대로 화살과 총탄을 퍼부었고, 주술사들과 마법사들이 살벌한 광역기를 터뜨려댔다.

공성 병기들도 멈추지 않았다. 쉬지 않고 거대 화살을 쏘아내고 폭탄을 날려보냈다.

[거대 연사 석궁이 지나친 발사로 인해 내구도가 깎입니다!]

[부러집니다!]

[……]

“부러졌다! 교체! 교체!”

요새 안의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달려와서 공성 병기를 수리했다.

몇 번이고 호흡을 맞춘 만큼 순식간에 수리가 끝났다. 보고 있던 사람들이 감탄할 정도의 속도였다.

-이 정도면 못 뚫는 거 아니야?

-아무리 굶주린 혼돈이라도 이러면 못 뚫을 것 같은데….

방송으로 보고 있던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도 당연했다.

요새의 방어력이 너무 좋아 보였던 것이다.

심지어 그런 요새가 한 개도 아니라 수십 개가 다닥다닥 박혀서 서로 보완하고 있었다.

진격하는 굶주린 혼돈의 군단은 최소 세 개 이상의 요새한테 두들겨 맞으면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맹독 화살이 날아옵니다!]

[거대한 폭탄이 투척됩니다. 터집니다!]

[……]

[……]

“아이 빌어먹을 놈들이 진짜!”

“징그럽게 만들어놨네!”

묵묵히 진격하는 굶주린 혼돈의 병사들과 달리, 굶주린 혼돈의 플레이어들은 고통 그 자체를 겪고 있었다.

NPC들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지만 플레이어들은 재수 없게 한 번 죽으면 페널티가 상당한 것이다.

“화살! 화살 날아온다! 피해!”

-도망치지 말고 침착하게 맞서지 못하나!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이 와중에 굶주린 혼돈의 천인대장들이 묵묵하게 진격하라고 하는 명령이 플레이어들을 더 화나게 만들었다.

[폭탄이 폭발하며 주변에 번개 피해를…]

[HP가 0이 되어…]

[……]

플레이어들이 죽든 말든 진격은 계속되었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보더라도 숨이 막히는 진격이었다.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퍼붓는데도 시체를 밟고 천천히 전진해서 요새 앞까지 도착하는 진격이라니!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게 감사할 정도였다.

[해자가 메꿔집니다.]

[저주가 흘러오는 물이 사라집니다.]

[사다리가 걸쳐집니다!]

[요새 성문 파괴가 시작됩니다!]

-무슨 숫자가 대체?!

-저건… 못 막겠다.

보고 있던 사람들도 슬슬 분위기를 느끼고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굶주린 혼돈이 못 뚫는 거 아니야?’ 하고 기대하던 사람들도, 착각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온갖 기발한 대책이나 방법 같은 건 필요가 없었다.

그저 정면으로 밀어붙이면 됐다.

그 힘을 지금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보여주고 있었다.

국경지대에 설치된 요새에서 정말 샐 수도 없이 많은 적들을 쓰러뜨렸는데 저렇게 계속 몰려오고 있다니.

여기까지인가?

“개소리하고 있네! 요새 한 번 점령해 봐라. 요새랑 같이 보내주마.”

“요새 하나로 막을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다! 굶주린 혼돈에 가입한 플레이어 놈들부터 찾아! 그놈들 있으면 그놈들부터 죽여 버리겠다!”

물론 원정대 플레이어들의 기세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

요새 앞까지 군단 병사들이 도착하고 곳곳에 사다리가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침착했다.

[요새 수비용 마력 대포가 파괴됩니다!]

[서쪽 첨탑이 파괴됩니다!]

[서쪽 성벽이 무너져내립니다!]

[요새 전체에 페널티…]

“성벽 뚫렸습니다!”

“남은 놈들 그쪽으로 전부 달려가! 버티다가 안 되면 뒤로 후퇴한다! 공격 집중시켜!”

-굶주린 혼돈께서 너희 버러지들의 목숨을 기다리신다.

-굶주린 혼돈께서 너희 버러지들의 목숨을 기다리신다!

살벌한 외침과 함께 굶주린 혼돈의 병사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부서지기 시작한 요새를 끼고 치열하게 버텼지만 순식간에 밀려버렸다.

하나를 죽이면 열이, 열을 죽이면 백이 몰려드는 미친 듯한 물량!

김태산도 질릴 정도였다.

‘오크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괜찮은 게 맞나?’

우르크 지역의 오크 부족을 압도하는 숫자.

김태산은 태현이 이걸 막을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애초에 에랑스 왕국을 넘겨줬던 게 실수였을지도….

그렇게 고민하던 그때, 하늘에 비행선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쿵-!

“…??”

“뭐, 뭐야 저거?”

[고대 제국의 자율골렘이 전장에 등장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약해집니다!]

거대한 골렘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당황스러워했다.

저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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