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54화 (1,753/1,826)

§ 나는 될놈이다 1754화

‘저 인간이 지금 우리 편이라서 정말 다행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차원문을 향해 화염을 토해내는 태현을 보며, 뒤에 있던 일행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 굶주린 혼돈의 지원군으로 도착한 적들은 하필 차원문을 빠져나올 때 공격을 맞아서 피하거나 막지도 못하고 그대로 당해버렸다.

원래 탈것에서 내릴 때 공격 들어오면 피하기도 막기도 애매한 법.

“크아아아아아악!”

“김태현!!!!”

[사디크의 화염이 당신을 덮칩니다!]

[회복이 되지 않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당신을 회복시킵니다!]

[체력이 빠르게 감소합니다!]

[장비가 완전히 파괴됩니다!]

[화염 저항 스킬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

[……]

스미스와 같이 행동하는 플레이어들은 기본적으로 굶주린 혼돈 세력 내에서도 상당히 퀘스트를 많이 깬 사람들이었다.

스미스 친위대는 물론이고 선수 출신 랭커들까지.

그런 플레이어들쯤 되면 화염 저항력도 어마어마한 편이었다. 퀘스트 때 필요한 만큼 각종 장비나 스킬, 칭호로 화염 저항력을 맞춰 놓는 것이다.

게다가 김태현이 화염으로 난리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 판온 전체에 알려진 만큼 오기 전에 화염 관련 축복을 닥치는 대로 받은 상태.

…그런데도 그냥 무시하고 화염 데미지가 쭉 들어왔다.

플레이어들이 예상했던 화염을 뛰어넘는 화염!

화르르르륵-

차원문에서 스미스 친위대들이 나오지도 못하고 그대로 로그아웃당했다.

몇몇 랭커들은 어떻게든 힘으로 버티면서 뚫으려고 했지만 태현은 틈을 주지 않고 계속 화염을 퍼부었다.

“후퇴해! 후퇴!”

“다른 쪽 차원문으로… 크억!”

[차원의 뒤틀림이 파괴됩니다!]

태현은 기어코 차원문을 확실하게 파괴해 버렸다. 방해물을 처리한 태현은 다시 파르단 시로 시선을 돌렸다.

“…….”

“…….”

도시를 지키고 있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그 시선에 공포에 질렸다.

방금 태현이 보여준 화력이 남은 파르단 시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만 해도 두려웠던 것이다.

“항복해라,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아!”

“사악한 굶주린 혼돈의 길에서 벗어나 아키서스의 길로 와라!”

원래라면 ‘뭔 개소리래’ 하며 무시했을 테지만 상황이 이쯤 되자 진지하게 고민하는 플레이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갖고 있는 장비 다 파괴되고 죽을 텐데 그냥 페널티 좀 감수하고 들어가는 게 나을지도…?

[굶주린 혼돈의 세력을 탈퇴합니다!]

[굶주린 혼돈이 분노해서 당신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

[……]

[……]

“항복! 항복!”

“살려줘!”

태현은 굳이 항복하는 플레이어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대신 아직도 남아 있는 놈들을 공격했다.

“제발… 제발 죽어라!”

“이 미친놈아 죽으라고!”

“이미지 신경도 안 쓰냐! 너 지금 도시파괴자로 악명 높아! 게시판에 네 욕이 대부분이야!”

잃을 게 많아서 탈퇴가 불가능한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발악하며 태현에게 덤벼들었다.

[<눈부신 이동>으로 접근합니다!]

[화염이 너무나 뜨겁습니다!]

[이동속도가 느려집니다.]

[투척한 무기가 파괴됩니다!]

[……]

[……]

[HP가 0으로…]

그러나 암살자 플레이어들이 순간이동해서 접근하든 원거리 딜러들이 각종 공격을 퍼붓든 태현의 전신을 휘감은 화염은 가차 없었다.

모든 걸 태워버리고 평등하게 전진!

<폭주한 화염을 저지하라-굶주린 혼돈 퀘스트>

감히 굶주린 혼돈에게 저항하는 모험가 놈이 사악한 신의 힘을 빌려 화염을 휘두르고 있다!

왕국의 모험가들이라면 마땅히 모여….

[강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퀘스트를 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가…]

태현이 사방팔방에 불을 지르고 박살을 내기 시작하자, 퀘스트가 날아오는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다.

물론 플레이어들은 정말로 가기 싫었다.

‘이걸 가야 한다고…?’

‘그냥 기다리면 안 되나?’

누가 봐도 김태현의 저 폼은 아껴뒀던 히든 스킬들을 닥치는 대로 꺼내서 만든 폼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 강함이 설명되지 않는 것이다.

기다리면 언젠가 스킬이 꺼질 텐데….

문제는 그게 언제냐!

[파르단 시가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

멀리서 모인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파르단 시를 쳐다보았다.

그 대단한 도시가 완전히 잿더미로 변해서 활활 타고 있었다.

‘김태현 저 새끼 진짜 미친 게 맞아….’

몇몇 플레이어들은 사실 ‘김태현이 판온 1에서 미친놈이었다더라’ 같은 말을 들으면 코웃음을 치곤 했다.

대장장이한테 진 게 쪽팔려서 랭커들이 입을 모아 거짓말을 한 거라고 생각한 거였다.

솔직히 이제까지 태현의 행적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

그런데 지금 미친 듯이 도시를 파괴하며 왕국을 내달리는 태현을 보니,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판온 1 때 김태현 상대했던 놈들은 대체 어떻게 상대한 거야?’

* * *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차원이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영광스러운 전사가 나타납니다!]

괜히 급하게 김태현 머리 위에서 나타났다가 뜨겁게 당한 스미스와 친위대는 다른 방향으로 나타났다.

나름 자신만만했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 스미스 파티는 매우 신중했다.

‘김태현이 지금 진짜 미친 상태구나!’

“저걸 막을 방법 있냐?”

“시간이 답인데 시간이 없다는 게 문제지.”

“네가 여기서 물 마법 전문가잖아.”

“물 마법으로 해결이 될 일이었으면 상황이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지금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 게시판은 충격과 공포였다.

<제가 전 재산을 투자해서 남에게 뺏은 영지가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요즘 판온은 너무 잔인한 거 같다. 옛날에는 남의 영지를 뺏어도 박살 내지는 않는 질서가 있었는데 요즘은…>

<김태현 개자식아 내가 오스턴 왕국에 불지를 거야>

<지금 에랑스 왕국의 상황은 최악이다. 김태현 상태를 봤을 때 아마 계속 영지를 불태울 거다. 하지만 나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 나는 에랑스 왕국 영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너 뒤지고 싶냐??

이쯤 되자 이탈할 생각이 없던 플레이어들도 이탈할 수준.

아직 김태현 걱정을 덜 해도 되는 다른 도시 영주들도 ‘야 이거 김태현 지금 안 잡으면 여기까지 태우는 거 아니냐?’ 하며 어떻게든 참전할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스미스. 어떻게 생각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스미스에게 물었다.

이런 레이드나 퀘스트에서 가장 발언권이 높은 건 언제나 파티장이었다.

가장 레벨이 높고, 가장 강한 플레이어만이 가질 수 있는 권위!

…그리고 스미스는 지금 겉모습이 권위 그 자체였다.

‘봐도 봐도 괴물 같네.’

‘케인 놈이 팔 여러 개 들고 왔을 때도 좀 당황했는데 스미스는 더 심해.’

겉모습만 보면 무슨 지하 던전에서 나올 법한 돌연변이 괴물 같아!

“지금 상황은… 오히려 좋습니다.”

“…….”

“???”

선수들은 물론이고 친위대 플레이어들까지 당황했다.

뭐가 좋다는 거지?

“김태현 선수는 이제까지 교묘하게 선과 악의 구도를 사용해 왔습니다. 자신을 정의의 편으로 포장하고 그걸 이용해서 사람들을 끌어들였죠.”

“과연.”

선수 중 몇몇이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뉴욕 라이온즈 이 자식들, 너희들이 그러고도 프로냐!

-프로라는 놈들이 팬들을 배반하고 대륙 불태우는 퀘스트나 하고!

성난 팬들이 달걀을 던지는 일이 있었을 정도로,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고생이 많았다.

‘굶주린 혼돈 퀘스트 좀 할 수 있지…!’

‘레벨 올리는 게 쉬워 보여?!’

“김태현이 확실히 그런 것에 능숙하지. 예전에 길드 동맹하고 싸울 때도 그랬잖아.”

“아주 교활하고 치밀한 놈이야.”

물론 태현 본인은 별생각이 없었지만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언플의 신이자 마케팅의 신!

온갖 깽판이란 깽판은 다 치면서도 정의의 편으로 포장할 수 있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테크닉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이제까지와 정반대. 워낙 충격적이라서 사람들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고 있지만, 잘만 이용한다면 사람들이 원정대에 의심을 가지게 될 겁니다.”

스미스를 좋아하지 않는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도 납득할 수밖에 없는 논리였다.

굶주린 혼돈은 악, 김태현의 원정대는 선.

이 구도에서 벗어나….

둘 다 똑같은 판온 선수라는 이미지만 만들 수 있어도 성공적이었다.

그러면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도 다시 활발하게 활동 가능했고!

“김태현 선수가 저 도시를 다 태우는 순간 공격하겠습니다.”

“…잠깐, 안 도와줘도 되나?”

“저 도시의 영주를 맡은 플레이어는 저번에 퀘스트 깰 때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

“…….”

스미스 너 은근히 쪼잔해진 것 같아!

* * *

[성벽이 파괴됩니다!]

[화염이…]

[……]

‘어, 근데 이거 생각보다 오래 가네.’

태현은 의아해했다.

일단 신나서 불붙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스킬이 오래 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두세 개는 더 불태울 수 있겠….

[굶주린 혼돈의 전사가 포효합니다!]

태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뒤돌아선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지금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이 하도 많이 와서 이제 뭘 봐도 놀랍지 않았다.

고대 거인부터 시작해서 각종 플레이어들과 네임드 NPC들이 덤벼들었다가 불타서 날아갔는데….

“!!!!”

그러나 태현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달려오는 스미스의 모습이 너무나도….

‘저 자식 뭘 잘못 먹었나??’

…흉측했던 것이다.

케인보다 몇 배는 변이가 심한 돌연변이 상태!

거기에 덩치까지 커져 있어서 무슨 보스 몬스터 같았다.

-스미스. 차원의 저편에서 돌아온 건 잘 됐는데 대체 그게 뭔 꼴이냐?

“김태현 선수를 죽이십시오!”

태현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화염의 해일이 다시 터져 나오고 하늘에서는 불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화염의 빗방울들은 자기들끼리 닿을 때마다 뭉쳐서 거대한 화염덩어리로 변했다.

동시에 태현은 선수들을 향해 화염을 내뿜었다.

“스미스!”

선수들은 스미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걸 본 태현은 멈칫했다.

‘탱킹 스킬을 갖고 왔나?’

탱커들은 공격을 자기한테 끌고 오는 스킬들을 여럿 갖고 있기 마련.

스미스 놈의 직업과 특성을 생각해 봤을 때 그래도 놀랍지 않….

화르르르르르륵!

[HP가 0이 되어…]

[HP가 0이 되어…]

[……]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떼몰살당하는 걸 보고 태현은 황당해했다.

-너무한 거 아니냐?

“불태운 건 당신 아닙니까!”

스미스는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단체 로그아웃한 틈을 타 태현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덩치로 대지와 허공을 밟고 달려들자 사방이 진동했다.

[굶주린 혼돈의 명을 받은 명예로운 기사가 포효합니다!]

[사방이 뒤흔들립니다!]

한 번 함성을 지르자 사방이 흔들리고 추가 피해 효과를 주었다. 태현의 화염이 일시적으로 밀려날 정도였다.

그 모습에 태현은 심각해졌다.

‘돌아온 건 알았는데 그사이 더 강해졌군.’

태현이야 지금은 사디크의 화염이 있다지만 이건 언젠가 꺼질 터.

그에 비해 스미스가 얻은 저 힘은 굶주린 혼돈이 패배하기 전까지는 남아 있으리라.

‘역시 전설 스킬들을….’

“김태현 선수. 이제 정의의 편은 당신의 이미지가 아닙니다.”

-난 애초에 그런 거 한 적 없는데.

“오늘 싸움을 보고 사람들은 다시 생각하게 될 겁니다!”

-…….

태현은 생각했다.

‘아닐 것 같은데.’

스미스는 자기 겉모습을 잊고 있는 것 같았다.

잘생겼을 때의 스미스면 모를까 지금 스미스면 사람들이 봤을 때 아무리 봐도 스미스 쪽이 악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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