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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45화 (1,744/1,826)

§ 나는 될놈이다 1745화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그것은 아키서스의 권능을 이어받은 교황들이 그 권능을 갈고닦아 일으킨 거룩한 업적들의 모음이었다.

‘이렇게 말하니 좀 멀쩡하게 들리는군.’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은 아키서스의 교황들이 일으켰던 자연재해에 가까웠다.

그 자연재해를 하나씩 재현해 나가면서 기존 교황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게 이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퀘스트기도 했고!

그리고 지금 태현은….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아키서스 권능 스킬 퀘스트>

예로부터 아키서스의 권능을 이어받은 교황들은 그 권능을 갈고닦아 후대에 넘겨주었다.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은 교단의 교황들이 일으킨 업적들이 모인 스킬.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이라는 업적을 이어받고 그 업적을 이어나가라!

(아키서스의 거대한 해일: 1/1)

(아키서스의 산맥을 무너뜨리는 지진: 1/1)

(아키서스의 근원 역병: 0/1)

(아키서스의 화염 용오름: 0/1)

(아키서스의 약탈 신성 대폭발: 1/1)

(아키서스의 하늘섬 추락: 1/1)

보상: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

태현은 놀랐다.

사실 퀘스트 받았을 때부터 ‘이건 깨라고 준 게 아니구나’ 싶어서 마음 편하게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숨 쉬고 살다 보니 어느 순간 깨기 직전까지 퀘스트가 올라와 있었다.

뭐지?

[카르바노그가 진정한 신앙은 억지로 믿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괜찮아. 카르바노그. 위로 안 해줘도 된다.’

태현도 이유는 알았다.

굶주린 혼돈 때문에 너무 열심히 살다 보니 알아서 퀘스트가 여기까지 깨진 것이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태현이 생각하는 사이, 원시의 섬에 있는 동물들이 하나둘씩 더 달려왔다.

움바카의 황금고릴라들이나 카르바노그의 거대토끼들이 아닌 다른 짐승들도 섬에 닥쳐오는 위기를 보고 협력에 나선 것이다.

[원시의 섬에 있는 신비의 나무가…]

[원시의 섬에 있는 비밀스러운 검은 물이…]

[……]

[화염의 힘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태현이 바로 화염 용오름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방법을 써서든 그 화염 용오름을 재현해야 했다.

지금 태현이 쓸 수 있는 수단은….

‘언령 마법, 폭탄, 그리고 <화염 용오름 소환> 정도인가.’

태현도 <화염 용오름 소환> 스킬은 갖고 있었다.

사디크와 아키서스의 힘을 사용한 화염 회오리를 불러내 주변을 파괴해버리는 강력한 광역 스킬.

하지만 그 수준으로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언령 마법과 폭탄으로 힘을 불리고, 지금 원시의 섬의 힘까지 합치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태현이 퀘스트에서 봤던 모습을 생각해 보면 그걸로는 부족해 보였다.

더 키울 방법은 없나?

태현은 플레이어들을 쳐다보았다. 움바카 때문에 겁먹은 상태였던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안, 안 돼!”

“김태현…! 우리가 굶주린 혼돈을 믿었던 건 사과한다! 하지만 우리를 제물로 바치는 건 너무하지 않나!”

(구)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태현은 그냥 ‘무슨 방법 없나?’ 싶어서 쳐다본 것이었기에 상대의 반응에 어이가 없어 했다.

뭐 이런 멍청한 놈들이….

그러나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달랐다.

-김태현 선수!! 저 새끼들 제물로 바쳐주세요!!

-굶주린 혼돈을 섬겼으면 그 정도는 해야지! 어딜 그냥 넘어오려고!

-양심 있으면 스스로 제물 자원해라!

-맞아! 맞아!

자기 선수를 닮았는지 팬들은 매우 냉정했다.

제물로 좀 바쳐질 수도 있지!

담담하게 받아들여라!

물론 차우차우는 제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절대 싫다!’

차라리 굶주린 혼돈과 싸우다 죽는 거면 모를까 저기 화염을 키우기 위해 제물로 바쳐져야 한다니 그게 무슨 굴욕이란 말인가.

차후에 굶주린 혼돈 퀘스트 관련된 영상에서, 다른 사람들은 ‘굶주린 혼돈 군단장 처치 퀘스트 참가자’ ‘굶주린 혼돈의 마법사 처치 업적 달성자’ ‘최후 원정대’ 등등으로 나오는데 차우차우 혼자 ‘화염 용오름 제물 1호’로 나오면 얼마나 창피하겠는가.

수십 년 후 다른 선수들이 손자한테 ‘나는 굶주린 혼돈을 처치했단다’ 이야기할 때 차우차우만 ‘나는… 제물이 되었단다…’ 같은 상황이 닥쳐올 수 있었다.

절대 그럴 순 없다!

그러나 베이징 파이터즈의 팬들도 김태현 못지않게 냉정했다.

-제물도 좀 바쳐지고 해라, 차우차우!

-게임도 못하는 놈이 고집만 세 가지고! 너 때문에 퀘스트 망하면 책임질 거냐!

-김태현한테 얼마나 업혀 갈 생각이냐! 네가 부끄럽다!

“…?!”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뒤늦게 깨달은 차우차우는 기겁했다.

내 팬 맞아?!

김태현 놈 팬들이 온 거 아니야!?

그러나 아무리 봐도 베이징 파이터즈 팬들이 맞았다. 평소부터 열렬하게 활동하던 닉네임들이 그걸 증명했다.

-너 이 새끼야! 너 때문에 경기 졌고 월드컵도 탈락했는데 아직도 그 버릇 못 버렸냐! 희생! 희생을 할 줄 알아야지!

-맞는 말씀이십니다!

가끔은 자기 팀 팬들이 다른 팀 팬들보다 더 무서울 때가 많았다.

특히 월드컵 예선탈락 같은 일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

쌓인 게 많은 베이징 파이터즈 팬들은 차우차우한테 나서서 희생하라고 외쳤다. 들어주지 않으면 당장 베이징 파이터즈 본사로 쳐들어가서 불이라도 지를 기세였다.

그러자 지켜보고 있던 베이징 파이터즈 임원들도 바로 연락을 넣었다.

-희생하게.

“…?!?!?”

팬들이야 그렇다 쳐도 윗선에서 연락이 오자 차우차우는 기겁했다.

미친 거 아니야?

심지어 직원들 시켜서 연락한 게 아니라, 이름을 보니 임원이 직접 캡슐에 들어와서 귓속말을 보내고 있었다.

-자네가 희생해야 해. 지금 보고 있는 팬들의 눈을 봐! 이 기회가 언제 또 올 것 같나!

-하, 하지만… 제물은 너무 굴욕적이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절 어떻게 보겠습니까! ‘제물 1호’로 기억할 텐데요!

-자네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이 짧나! 팀 KL의 케인 선수를 보게. 아무도 케인을 제물로 기억하지 않아! 자네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야!

게임단의 임원은 역시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차우차우는 자신도 모르게 설득되는 걸 느꼈다.

그….

그런가?

-오히려 이 기회에 감사하게 여겨야 하네. 지금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그 자리에 얼마나 많나? 그중에 제물이 될 수 있는 것도 기회야! 자네가 하지 않으면 다른 랭커가 할지도 모르네!

-알… 알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차우차우는 비장하게 외쳤다.

“하겠다!”

“뭘 해 미친놈아. 그런 식으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니까.”

태현은 어이없다는 듯이 차우차우한테 대답했다.

* * *

방법이 없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태현은 일단 갖고 있는 수단을 쏟아부었다.

콰콰콰콰콰콰쾅!

[<사디크의 지옥 화염 폭탄>이…]

[화염의 힘이 더욱더 거세집니다!]

[……]

[……]

언령 스킬과 폭탄들이 추가로 동원되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도 동원되었다.

“화염 스킬 있는 놈들 모조리 쏟아부어!”

[화염 마법들이 중첩됩니다!]

[화염의 힘이 더욱더…!]

온갖 마법들과 아이템들이 동원되고 화염의 힘은 더욱더 강해졌다.

태현은 언제 스킬을 추가로 시전할지 고민했다.

화염 용오름 소환 스킬은 MP를 전부 소모시켜 버리고 한동안 회복하지 못하게 만드는 스킬.

태현의 스킬들 중에 MP를 쓰지 않는 스킬들이 많긴 했지만, 주의하긴 해야 했다.

‘지금인가? 지금 해야 하나?’

점점 더 다가오는 굶주린 혼돈의 용오름.

슬슬 화력을 키우지 않으면 이쪽도 늦을 수 있었다.

태현은 고민했다.

단순히 화염만 놓고 보면 지금도 섬의 하늘을 찌를 정도로 타오르고 있었다.

화염 저항이 약한 플레이어들은 다가서지 못할 정도로.

하지만 이래도 불안하다!

더 키울 방법이 없을까?

“어쩔 수 없군. 쓰겠다!”

고민하던 태현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더 늦으면 위험해진다!

태현을 돕기 위해 달려온 원시의 섬에 있는 몬스터들이 함성을 터뜨렸다.

아키서스의 기적을 직접 목격하게 된 것에 대한 기대였다.

-화염 용오름 소환!

[MP가 전부 소모됩니다!]

[사디크와 아키서스의 힘이 담긴 화염 회오리를 불러냅니다!]

[사디크가 지옥의 가장 차가운 곳에서 훔쳐 온 심연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사디크의 진정한 화염>을 완성시키기 위한 여정에, 사디크가 당신을 돕습니다.]

[……]

[……]

[화염의 힘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

태현은 깜짝 놀랐다.

물론 무저갱에서 사디크를 만나 퀘스트와 권능을 받긴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치도 않았던 것이다.

‘…아니. 생각해 보니 도움이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군!’

화염의 신인 데다가 저번에 심연의 불꽃까지 받았는데 버프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태현은 사디크가 준 선물들을 잊고 있었던 자신에게 놀랐다.

‘왜 잊고 있었지?’

[카르바노그가 자신도 깜짝 놀랐다고 말합니다!]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자기들이 사디크를 개무시하고 있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

왜 우리가 이걸 몰랐을까?

[화염 용오름이 시전됩니다!!]

“!!”

“저… 저거!”

플레이어들의 안색이 변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충분히 사나웠던 화염의 색이 변하며 주변 바다를 전부 증발시키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풍경이었다.

“바다가 마르고 있다!”

[마계의 악마들이 심연의 불꽃을 찾아 소환됩니다!]

-감히 어떤 겁없는 필멸자 놈이 심연의 불꽃을 훔쳐간 것이냐!?

하늘 위에서 차원문이 열리더니 마계의 악마들이 나타났다.

심연의 불꽃을 직접적으로 사용한 탓에 그 흔적을 읽고 소환된 것이다.

[심연의 불꽃 수호자들이 분노합니다!]

불꽃 수호자 악마들은 어마어마한 강함을 자랑했다.

아키서스의 전투천사들이 나타났을 때처럼, 하늘이 찢어지고 사방에서 이상현상이 일어났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은 수호자들에게 관심을 줄 수가 없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불꽃 수호자 악마들은 극도로 분노해서 외쳤다.

-감히…!

[화염 용오름이 불꽃 수호자 악마들을 공격합니다!]

[불꽃 수호자 악마들이 전멸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마계 내에서 악명이…!]

[……]

[……]

화염 용오름이 불꽃 수호자 악마들을 태우며 태현의 레벨을 순식간에 상승시켰다.

그러나 태현도 메시지창은 보지 않고 있었다.

굶주린 혼돈의 용오름과 아키서스의 화염 용오름이 충돌하기 직전이었던 것이다.

[화염 용오름이 굶주린 혼돈의 용오름과 충돌합니다!]

[어마어마한 자연재해가 바다 위에서 발생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용오름이 약해집니다!]

[굶주린 혼돈의 저주를 막아냈습니다. 원시의 섬을 지키는 데에 성공합니다!]

[원시의 섬에 있는 몬스터들이 아키서스 신앙을 믿기 시작합니다!]

[신성 스탯이 오릅니다!]

‘됐다! …잠깐. 레벨 언제 올랐어?’

기뻐하던 태현은 뒤늦게 악마들이 죽었다는 걸 깨닫고 미안해졌다.

정신이 팔려 있는 탓에 불꽃 수호자 악마들이 온 것도 몰랐던 것이다.

“김… 김태현!”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모두 다 같이 해낸 일이니까.”

선수들이 달려와서 태현한테 말을 걸자, 태현은 자상하게 대답해 줬다.

퀘스트를 성공시킨 지금 얼마든지 친절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게 아니라… 저, 저거 왜 안 사라져??”

“?”

굶주린 혼돈의 용오름을 막아낸 아키서스의 화염 용오름은 아직도 꿋꿋하게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모든 바닷물이 증기가 되어 말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대한 자연재해가 바다에서 일어납니다!]

[모든 대륙의 날씨에 커다란 영향을 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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