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739화
“우린 같은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동지잖아!”
“어이. 저놈을 끌어내라.”
태현의 말에 황금고릴라가 바로 감옥 문을 열고 재수 없는 소리를 한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를 끌어냈다.
사람들은 얼어붙었다.
고작 이걸 가지고 끌어낸다고??
“잠깐, 잠깐. 농담이지?? 농담이지???”
“처리해.”
“안 돼! 안 돼!! 야 이 미친놈아! 뭐 하는 거야! 굶주린 혼돈한테 고발하겠어! 지금 멈추면 모든 걸 용서….”
풍덩!
솥으로 플레이어가 던져졌다.
그 모습을 본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확실히 바뀌었다.
저건 생각보다 만만찮은 놈이 아니었다.
저건 그냥 미친 놈이었다!
‘김태현 같은 새끼…!’
‘김태현도 저딴 짓은 안 하겠다!’
‘김태현보다 더한 새끼!’
“대답이 없군. 뭘 해줄 거냐고 묻잖아.”
“아, 아니. 그런 질문은 너무 갑작스럽잖아. 친구.”
아무도 대답이 없자 태현은 적극적으로 지명을 시작했다. 물론 지명을 당한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왜 하필 나야!
“빨리 대답해. 뭘 할 거냐?”
“평소에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어이. 저놈도 끌어내라.”
“안 돼! 안 돼!! 잠깐만! 잠깐만!! 굶주린 혼돈 퀘스트 공유해 줄게!!!”
황금고릴라가 플레이어 한 명을 더 끌고 가자 분위기는 공포로 물들었다.
‘저 자식 굶주린 혼돈 퀘스트 깰 생각이 없나??’
‘자기 때문에 망하면 어쩌려고??’
태현은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바로 밀어붙였다.
원래 이런 사기는 뜨거울 때 한 번에 쳐야 했다.
“생각하기 힘든가 보군. 내가 너희들에게 좋은 방법 하나를 가르쳐 주겠다. 감사해라.”
“….”
“왜 감사를 안 하지?”
“고… 고마워! 고마워! 힉! 제발 끌고 가지 마!”
그 대화에 안에서 갇혀 있던 빈체로는 황당해했다.
“저렇게 미친 놈이었나? 이봐. 너희 파티장 원래 저런 놈이었나?”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러신 면이 좀 없잖아 있습니다만….”
“?!”
빈체로는 더더욱 놀랐다.
대체 뭐 하던 랭커 놈이길래?
태현은 감옥 안에 갇힌 플레이어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굶주린 혼돈을 탈퇴하고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해라.”
“….”
“…야 너 미쳤냐 진짜?!”
“끌어내.”
“안 돼!! 안 돼! 한 번만! 한 번만! 실수였어!”
말실수한 플레이어가 솥에 들어가자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많이 당황스러울 수는 있겠지. 하지만 굶주린 혼돈을 탈퇴하고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하는 건 일종의 책략이다.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것밖에 없어. 아니면 나도 너희들을 구해줄 수 없다.”
“…!”
“!!”
궁지에 몰려 있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말에 흔들렸다.
그런가?
지금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는 건 일단 개종밖에 없는 건가??
“우릴 위해서 일부러…?”
“잠깐. 근데 그렇다고 굳이 사람 죽일 필요는 없지 않아?”
“끌어내.”
“안 돼!! 크아아악!!!”
태현은 의문을 가질 시간을 주지 않았다.
“빨리! 빨리 개종해라. 고릴라들이 날뛸 수 있어!”
“알… 알겠어. 알겠다고.”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합니다!]
[굶주린 혼돈에 대한 믿음을 저버립니다!]
[굶주린 혼돈이 분노합니다!]
[당신의 공적치 포인트가 초기화됩니다!]
[굶주린 혼돈의 저주가 들이닥칩니다!]
“좋았어! 다음 놈!”
태현은 빠르게 한 놈씩 붙잡고 개종을 진행시켰다.
이런 건 한 명이 넘어오면 그다음부터는 훨씬 빨라졌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순식간에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했다.
“나중에 다시 굶주린 혼돈으로 돌아오면 되니까….”
“잠깐만. 공적치 포인트 계산해 보면 너무 손해가 큰데?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
“쉿. 끌려가고 싶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갈아타라고.”
“으응….”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 본인도 ‘우리가 왜 이렇게 다 홀린 듯 넘어갔지?’ 할 정도로 쉭쉭 개종이 진행되었다.
공적치 포인트를 많이 쌓은 플레이어의 경우 차라리 한 번 죽는 게 나을지도 몰랐는데, 뭔가 홀린 것처럼 넘어간 것이다.
-■■■■. ■■■.
-■■■■. ■■■.
황금고릴라들도 태현이 뭘 하고 있는지 깨달은 듯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슬슬 정체를 밝혀도 되겠군.’
태현은 모여 있는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에게 정체를 밝힐 준비를 했다.
매우 억울하고 서러워도 어쩌겠는가.
목숨 건진 김에 굶주린 혼돈에서 탈퇴하면….
[굶주린 혼돈의 지원군이 도착합니다!]
[사원에 굶주린 혼돈의 해적들이 들이닥칩니다!!]
-포로들을 구해라!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모험가들을 안에서 끌어내라!
대포 발사되는 소리와 함께 굶주린 혼돈의 해적들이 들이닥쳤다.
뒤늦게 추가로 도착한 함대가 해안이 박살 난 걸 보고 쫓아서 사원까지 들어온 것이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모험가들을… 잠깐. 왜 다 굶주린 혼돈의 기운이 없지?
해적들은 의아해했다.
굶주린 혼돈의 모험가들은 당황해서 해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은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쾅!!!
“공격! 굶주린 혼돈의 해적 놈들이 공격해 왔다. 받아쳐라!!”
“?!?!?”
“뭐 하는 거….”
태현은 대답 대신 굶주린 혼돈의 플레이어를 한 명 붙잡고 앞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황금고릴라에게도 명령했다.
“놈들을 싸우게 앞으로 보내!”
-■■! ■■!
[최고급 전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입니다!]
[신성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모험가들을 아키서스 교단으로 개종시켰습니다!]
[황금고릴라들이 당신을 인정하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입니다!]
[이는 어떤 전술가도 하지 못한 어마어마한 위업입니다!]
[전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니, 이거 했다고??’
고맙긴 한데 약간 억울한….
-■■! ■■!
황금고릴라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을 붙잡고 집어 던졌다.
안 그래도 굶주린 혼돈을 배신한 탓에 페널티로 휘청거리던 플레이어들은 비명을 질렀다.
“잠, 잠깐! 회복도 못 했….”
“이러지 마! 이러지 말라고!”
날아오는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을 본 해적들은 날카롭게 반응했다.
-배신자 놈들! 죽여라!
“잠깐! 배신자가 아니라니까! 상황을 들어보면….”
[굶주린 혼돈의 해적들이 탄환을 발사합니다!]
[저주받은 탄환이 당신을…]
“…삼각 베기, 쇄도하는 검의 일격!”
콰콰콱!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이 배신자 놈들!
-저놈들을 닻에 묶어서 모두 지옥에 보내버려라!
“아니라니까!!”
[화술 스킬이 낮습니다!]
[명성이 낮습니다!]
[굶주린 혼돈을 배신했습니다!]
[…]
[…]
아무리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울부짖어도 해적들은 들어주지 않았다.
태현은 신나서 외쳤다.
“이렇게 된 이상 한쪽이 죽어야 끝난다. 모두 싸워라!”
“이 자식 왜 이렇게 폭력적이야! 기다려 봐! 서로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저, 저기 다른 플레이어들 있다!”
“!”
해적들 뒤쪽에서 몇 개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 파티가 보였다.
해적들의 함대를 타고 온 후발대였다.
“저기 베이징 파이터즈 놈도 있잖아?!”
“여기! 여기야!!”
“제발 말 좀 전해줘! 이봐! 지금 굶주린 혼돈의 믿음을 배신한 건 사정이 있어서….”
플레이어들은 각자 최선을 다해서 아는 얼굴들에 호소했다.
그 반응에 태현은 긴장했다.
‘이거 설마….’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오해를 풀고 화해를 하면 그다음 목표는 이제 태현과 황금고릴라들밖에 없었다.
괜히 태현이 나선 탓에 오합지졸이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을 일치단결시켜 준 건가??
그런 거라면….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함정이 작동됩니다!]
[굶주린 혼돈의 함선이 폭발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함정이…]
[…]
[…]
[…]
[…]
그 순간 거대한 굉음과 함께 해안가에 정박되어 있던 함선들 사이에서 불기둥이 미친 듯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태현이 설치해 놓은 함정이 작동된 것이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에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고는 뒤늦게 온 후발대들을 노려보았다.
“이… 이 새끼들이…!!”
“아, 아니야! 우리가 한 거 아니야! 진정해! 오해를 풀어달라면서?”
“닥쳐! 죽여버린다! 생각해 보니 경쟁자인 우리를 네놈들이 가만히 둘 리 없었겠지! 비겁하고 더러운 놈들!”
“이것들이 굶주린 혼돈 탈퇴한 주제에 기껏 오해를 풀어주려고 했더니…. 오냐! 와라! 죽여주마! 해적 여러분들! 저 새끼들 아주 나쁜 새끼예요!”
카카캉!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서로 반으로 나뉘어서 치열한 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황금고릴라의 사원 앞에서 해적들과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서로 얽혀서 찌르고 때렸다.
-■■■■! ■■■■!
황금고릴라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매우 유쾌하게 박수쳤다. 그러고는 태현을 존경한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태현도 만족스럽긴 했지만 한 가지 지적할 게 있었다.
“이게 아키서스의 진짜 신앙은 아니고, 원래 신앙은 좀 더 순수하고 선량한 편이야.”
-??
-???
황금고릴라들은 태현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해적들과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을 가리켰다.
마치 ‘저게 진짜 아키서스 신앙이잖아!’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다.
“…아직 너희들이 아키서스 신앙을 깊게 배우지 못해서 그렇지 좀 더 깊게 배우면 다른 면모도 있….”
[카르바노그가 이미 설득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 * *
굶주린 혼돈의 해적들은 강력하게 밀어붙였지만, 사원의 플레이어들을 전부 쓰러뜨리지는 못했다.
싸움이 길어지자 다른 황금고릴라들이 지원에 나선 것이다.
[황금고릴라들이 나타납니다!]
[사원의 모든 전투원들에게 원시의 섬이 야성의 힘을…]
[…]
[…]
아무리 강하다 하더라도 원시의 섬을 지배하고 있는 건 이 야수 몬스터들.
설치했던 마법 대포들이 족족 파괴당하고 점점 밀리기 시작하자 선장은 후퇴 명령을 내렸다.
-두고 보자, 굶주린 혼돈의 배신자들아! 네놈의 목을 굶주린 혼돈에게 바치겠다!
“누가 할 소리인데! 남의 배를 부숴 버린 새끼들!”
“야! 너 이 베이징 파이터즈 새끼! 네 얼굴 봐뒀다! 게시판에 글 올린다!!”
“나 베이징 파이터즈 소속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여기 펭귄팬더도 같이 싸우다가 붙잡혔는데 같은 팀이란 새끼가 배신을 때려?!”
펭귄팬더 선수도 어지간히 화가 났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태현은 황당해했다.
‘베이징 파이터즈 이 자식들 선수 관리 안 해? 굶주린 혼돈에 몇 명이나 가입한 거야?’
아무리 인기가 필요하다지만 요즘 굶주린 혼돈에 가입 잘못하면 욕만 푸짐하게 먹고 박살 나는 수가 있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이렇게 가입하다니.
[굶주린 혼돈의 해적들이 후퇴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공적치 포인트가…]
[…]
굶주린 혼돈의 플레이어, 아니, 이제는 아키서스 교단 플레이어가 된 랭커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정신없는 전투였던 것이다.
“살았다…!”
“진짜 원시의 섬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냐! 잡혔다가 갈아탔다가….”
“저 자식들 두지 말고 바로 죽이러 가자고!”
몇몇 랭커들은 이를 갈았다.
타고 온 비싼 배를 날려버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태현은 그 의기에 만족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원래 얼굴로 돌아와서 말했다.
“아주 좋은 생각이다. 다들 굶주린 혼돈을 몰아내자!”
“그래! 굶주린 혼돈을 몰… 어… 잠…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