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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31화 (1,730/1,826)

§ 나는 될놈이다 1731화

“혹시 케인을 희생시켜서 부활시키는 스킬은 없나?”

“있을 것 같은데.”

“케인 저 자식이 숨기는 거 아니야?”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진지하게 수군거렸다.

케인을 힐끔힐끔 보며 위험하게 눈빛을 빛내는 걸 보니, 약간 사교도 집단이 산제물 바쳐서 신을 부활시키려는 것 같은 오싹함이 느껴졌다.

“그딴 거 없어, 멍청한 새끼들아!”

내버려 뒀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케인은 적극적으로 부정했다.

“진짜?”

“그래!”

“네가 없다고 믿는 건 아니고?”

“…진짜 죽고 싶냐!”

“다들 진정하세요. 그리고 어차피 태현님은 이런 상황에 익숙해서 알아서 헤쳐 나올 수 있어요.”

“정말로? 케인을 바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네네. 당연하죠.”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이다비의 말에 진정한 것 같았다.

이다비는 태현을 불렀다.

-괜찮으세요?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다시 불러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이다비는 진지하게 케인을 제물로 바칠 수는 없나 고민했다.

* * *

[부활 스킬이 자동으로 시전됩니다!]

[아키서스의 신성한 힘을 이용해 죽음에서 되살아납니다.]

[신들의 영원한 무저갱을 발견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신성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칭호, 무저갱의…]

[…]

[…]

[…]

“…?”

태현은 산맥을 무너뜨린 메시지 창이 언제 다 끝나나 기다리다가 의아해했다.

뭐지?

[카르바노그가 어딘가 다른 곳으로 오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곳은 평범한 지하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야 평범한 지하가 아니겠지…. 그렇게 무너졌는데.’

지하 암반을 뚫고 용암까지 떨어진 건 아니겠지?

<신들의 무저갱-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퀘스트>

신들은 오래전에 대륙을 떠났지만, 그들은 사악한 적들이 언제든지 대륙의 필멸자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당신은 헌신으로 인해 순수한 신앙을 가진 악의 적대자만이 도착할 수 있는 차원의 무저갱에 도착했다.

신들이 남긴 목소리와 대면하라!

보상:?, ???

“…!”

태현은 놀랐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도착한 것이다.

대륙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인가?

‘산맥을 무너뜨려서 이런 보상을 받는 건가?’

[카르바노그가 산맥을 무너뜨려서가 아니라….]

카르바노그는 대신 설명을 해주려고 했지만, 태현은 듣지 않고 걸어가 버렸다.

어디선가 많이 본 인상을 가진 거대한 조각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위를 통째로 깎아서 만든 굳건한 조각상은 대륙에서 본 어떤 조각상들보다 거대하고 위엄 있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간 태현은 그 조각상이 바위가 아니라 화염으로 이뤄져 있다는 걸 깨달았다.

‘말도 안 돼!’

바위처럼 단단한 질감을 가진 화염이라니.

이런 화염은….

[사디크의 권능을 갖고 있습니다!]

[사디크의 교단을…]

[…]

[…]

[…]

[…]

[당신은 사디크에게 선택받았습니다.]

[사디크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번쩍!

조각상이 눈을 떴다.

상대방이 사디크라는 걸 깨닫자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모두 긴장했다.

‘망한 것 아닌가?’

[카르바노그가 그래도 선택받은 거에 희망을 걸어보자고….]

‘결과를 짐작할 수가 없군.’

태현은 긴장했다.

사실 태현도 사디크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었다.

물론 태현이 사디크의 권능을 이어받고, 사디크 교단을 책임지고 있는 계승자긴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태현은 사디크 성기사단장, 사디크 대주교 등 주요 NPC들을 베어버리고 교단 뿌리를 뽑아버린 적도 있었다.

…권능도 사실 강탈한 셈에 가까웠고.

-왔는가, 나의 후계자여. 나의 후계자답게 강력한 힘을 갖고 있구나.

사디크는 존재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것 같은 타오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태현은 눈치를 봤다.

어?

모르나?

“바로 그렇습니다. 제가 당신의 교단을 이어받아 세력을 키우고, 당신의 화염을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도록 지키고 있는 사람입니다!”

-알고 있다. 네 안의 느껴지는 화염의 힘은 네 힘을 증명하고 있노라.

[태초의 불을 갖고 있습니다!]

[칭호…]

[사디크의 화염을 갖고 있습니다!]

[…]

[…]

[…]

[사디크가 당신에게 만족스러워합니다.]

[사디크의 권능 스킬들이 더욱 강해집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가장 강력한 불들을 더 네 것으로 만들어라. 지옥에 가장 차가운 곳에 존재하는, 심연의 불꽃 같은….

‘장난하냐.’

태현도 심연의 불꽃이 뭔지는 알았다.

예전에 퀘스트 관련으로 나왔었으니까!

<심연의 불꽃-대장장이 기술 퀘스트>

당신은 태초의 불을 찾아 대장간으로 옮겨 온 뛰어난 대장장이다!

대장장이로서 대륙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위대한 불들은 절대 놓칠 수 없는 보물들.

그런 당신 앞에 심연의 불꽃이 나타난 건 어떻게 보면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옥의 가장 차가운 곳에 존재한다는 심연의 불꽃을 찾아서 갖고 올 수만 있다면 대장장이로서 그 이름이 영원히 남으리라!

보상:?, ???, ????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는 태현인 만큼, 당연히 저런 퀘스트를 깨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저건 깨고 싶다고 깨지는 게 아니었다.

지금 마계의 악마 공작들도 굶주린 혼돈을 상대하느라 절반 이상이 다치고 쓰러졌는데….

[카르바노그가 정확히 따지면 화신이….]

…마계를 뒤져가면서 언제 저걸 찾는단 말인가.

굶주린 혼돈이 날뛰는 지금은 무리였다.

-…화염을 찾아라. 하지만 지금 네 적들이 널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후계자. 그러니 내가 네게 심연의 불꽃을 전해주겠다.

“…???”

태현은 귀를 의심했다.

뭐요?

[심연의 불꽃이 피어납니다.]

[사디크가 지옥의 가장 차가운 곳에 있는 심연의 불꽃을 훔쳐옵니다.]

[마계가 얼어붙기 시작합니다.]

[마계의 악마들이 종말에 신음합니다!]

[마계의 악마들이 심연의 불꽃을 훔쳐간 자를 찾기 위해 발버둥 칠 것입니다!]

안 그래도 여러 악마 공작들이 쓰러지고, 굶주린 혼돈에게 공격받은 상황에서, 마계의 추위를 막아내고 있던 심연의 불꽃마저 사라졌다.

즉시 마계에는 견딜 수 없는 추위가 몰려들기 시작했다.

[카르바노그가 마계 괜찮은 거 맞냐고 당황스러워합니다.]

어지간해서는 악마 걱정은 안 해주는 카르바노그였지만, 이번에는 좀 이야기가 달랐다.

악마 공작들 마계로 못 돌아가는 거 아니야??

“감사합니다!”

그러나 카르바노그의 복잡한 마음과는 달리, 태현은 사디크가 준 심연의 불꽃에만 집중했다.

까놓고 마계가 부서지든 말든 지금 알 게 뭐란 말인가.

대륙이 망하게 생겼는데!

‘나부터 살고 보자.’

악마들이 욕해도 어쩔 수 없었다. 태현부터 살고 봐야 했다.

‘사디크가 생각보다 능력이 있구나!’

[심연의 불꽃을 얻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

[…]

[…]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최고급 대장장이 기술 6에서 7로 변합니다!]

[칭호…]

[…]

사디크의 조각상 앞에서 피어난 청색의 화염이 태현의 몸 안으로 들어갔다.

[마계의 추위를 막아내고 있던 영원한 불꽃을 당신이 훔쳐냈습니다.]

[영지의 모든 작업이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영지의 모든 불꽃이…]

[…]

[…]

[…]

-태초의 불, 심연의 불꽃…. 그 모든 것들은 내 화염의 일부일 뿐이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솔직히 사디크의 말은 허세가 너무 많았지만 태현은 양심적으로 가만히 들었다.

심연의 불꽃을 저렇게 공짜로 받았을 때에는 고마워해야 했던 것이다.

-밖으로 나가게 되면 대륙 어두운 곳에 있는 심해의 불꽃을 찾아라. 후계자. 그리고 내 화염을 완성시켜라!

<진정한 화염-사디크 교단 권능 퀘스트>

사디크의 말에 따르면 대륙의 가장 강력한 불꽃도 사디크의 화염이 가진 속성 중 일부일 뿐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이제까지 여러 강력한 불들을 모아왔습니다. 당신이 수집한 칭호와 업적, 권능들을 합친다면 이제 곧 사디크의 진정한 화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퍼즐인 심해의 불꽃을 찾으십시오!

보상:?, ???

‘그냥 심해의 불꽃도 주면 안 되나?’

태현은 양심 없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그만큼 굶주린 혼돈이 이곳저곳에서 날뛰고 있었으니까.

또 언제 저걸 찾는단 말인가.

-후계자여. 저 불꽃을 찾는 여행은 기쁜 여행이 될 것이다. 네가 가진 힘에 감사하며 경외하게 되는!

“예. 예. 감사합니다.”

* * *

태현이 무저갱에서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동안, 빠져나온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멍하니 박살 난 산맥을 구경하고 있었다.

“…김태현도 안 나오는데 그냥 우리 약탈이나 하러 갈까?”

“이 새끼!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산, 산 사람은 살아야지!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잖아!”

약탈자 플레이이들은 자기들끼리 다퉜다.

아직도 태현에게 강제로 세뇌… 아니, 설득당한 약탈자 랭커들은 분노하며 질서를 잡으려고 했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게다가 왕국의 상황도 한몫했다.

-에스파 왕국 해방됨???

-에스파 왕국 진짜 해방됐어요?? 굶주린 혼돈 남은 군단들 지금 싹 철수했다는데??

-산맥에서 군단들 전멸했다는 루머 있던데 사실인가요?

└사실임. 생중계했잖아.

└김태현이 같이 끌고 쓸어버리던데?

└김태현도 죽었음?

└김태현도 죽었음. 타격 좀 클 거 같더라.

└그 니테렐로를 죽였다고?? 어떻게??

└김태현이 못 잡는 보스 몬스터 잡는 게 이번이 처음이냐. 또 어떻게 잡았겠지. 그보다 김태현이 죽은 게 크겠는데. 원정대 흩어지는 거 아니야?

-굶주린 혼돈 놈들이 퍼뜨리는 루머에 속지 마십시오!

-아, 아니… 죽은 거 맞잖아!

└너 굶주린 혼돈 첩자지!

모여 있던 굶주린 혼돈의 군단들이 그야말로 단체로 박살이 난 에스파 왕국은 갑자기 권력의 공백이 생겼다.

왕가도 사라진 상태에서 남은 굶주린 혼돈의 세력도 급히 후퇴한 것이다.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이렇게 세력이 없는 것도 또 처음 경험해 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약탈자 플레이어들도!

지금처럼 통제 세력 없는 상황은 약탈자 플레이어들에게 바겐세일 구간 같은 것.

지금 남들이 털기 전에 먼저 가서 털어줘야 했다.

탁-

“?”

떠나려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고대 수인족 전사들이 그들의 앞을 막아서자 당황했다.

“왜… 이러시나요?”

주변을 둘러보니 그냥 길을 막아선 게 아니라, 남은 수인족 부족들이 전부 원을 치고 있었다.

포위됐다!

원래 수인족 부족들이 얼마나 까칠했는지 잘 아는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황급히 입을 열었다.

“그, 저희가 지금 급한 일이 있어서….”

“나중에 뵙고 감사 인사 드리겠습니다! 이제까지 감사했습니다!”

-어딜 가는 거냐?

“예? 저희 고향이….”

-적은 아직 남아 있다. 아키서스의 후계자가 돌아올 때까지 버텨라!

-읍읍읍?

붙잡혀 있던 총독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여기 있지 않은가.

-저 가짜 놈 말고! 진짜 아키서스의 후계자 말이다.

-놈은 스스로의 힘과 용기를 증명했다. 놈은 우리들을 이끌 자격이 있다!

자존심 강한 고대 수인족 부족들이 플레이어 한 명을 인정하는 충격적인 상황.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할 말을 잃었지만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 가도 되죠?’

“그,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그럼 저희는….”

퍽!

빠져나가려던 약탈자 플레이어 한 명이 수인족 전사에게 강하게 공격받았다.

잘못 맞았으면 즉사!

-이탈은 허락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싸워라!

-적이 쓰러지거나, 네가 쓰러지거나. 둘 중 하나뿐이다!

“….”

“….”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슬슬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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