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730화
[당신은 아키서스의 분노이자, 아키서스의 광기입니다!]
‘…이거 괜찮은 거 맞….’
[행운 스탯이 랜덤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행운 스탯이 힘 스탯으로 변화합니다.]
[아키서스의 분노로 인해 스탯이 강화됩니다.]
[아키서스의 광기로 인해 스탯이 증폭됩니다.]
“!”
태현의 손이 멋대로 적을 조준했다. 이제까지 느껴본 적 없는 막대한 힘이 끓어올랐다.
-살살!! 살살 잡아!!
-큰일 났다!! 아키서스 후계자 놈 눈동자가 맛 갔다!!
마검에 갇힌 기계공학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힘 스탯이 너무 높습니다!]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의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이제까지 태현은 아이템 내구도와 크게 상관 없는 삶을 살아왔었다.
어마어마한 행운 스탯.
전투 직업치고는 믿을 수 없이 높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
거기에 각종 칭호와 권능 스킬들까지 합쳐진 이상, 장비를 미친 듯이 혹사시켜도 내구도가 감소하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장비의 내구도가 감소하고 있었다.
꽝!!!!!!!
[아키서스 전쟁의 검이 대지를 찢어발깁니다!!!]
니테렐로가 주변을 충격에 빠뜨리면서 보여준 괴력의 묘기를, 태현은 그대로 똑같이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서 있는 봉우리가 그대로 박살이 나며 사방으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이다비! ㅌ!”
태현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아키서스의 분노로 인해 적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입니다!]
[아키서스의 광기가 적들을 끝까지 추적합니다!]
애꿎은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태현의 눈에 띄었다가 타겟이 되었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기겁하며 도망쳤다.
왜 니테렐로 두고 우리를?!
“모두 튀어요!”
다행히 이다비는 태현의 말뜻을 알아들었다.
말이 도중에 멈췄는데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한테 바로 대피 명령을 내렸다.
물론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김태현을 어떻게 버리고!”
“이다비 선수, 그러고도 같은 팀입니까? 다른 팀 KL 선수들도 뭐라고 말해보세….”
과하게 몰입해서 벌컥 화를 내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다른 팀 KL 선수들은 벌써 미친 듯이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
“…….”
“튀라고요 그러니까!”
이다비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제 여기서 안 튀다가 죽으면 그건 자업자득이었다.
“하지만 김태현을 지켜야 하는….”
그렇게 떠들던 약탈자 플레이어 한 명이 그대로 날아갔다.
[산맥의 지진이 당신을 덮칩니다!]
[낙석이…]
[추가 데미지가…]
[HP가 0이 되어…]
[……]
무너지고 있는 산맥의 깊은 어둠으로 사라진 약탈자 플레이어는 한 줄기 비명과 함께 로그아웃당했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정신이 들었다.
“튀자!”
“그래!”
김태현 밑에서 하도 구르느라 자신들도 이상할 정도의 충성심에 빠져 있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들은 원래 이런 사람들이 아니었다.
김태현 때문에 이상해졌어!
“모두 도망쳐!!”
“달려! 달려!”
-저 모험가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막아라!
굶주린 혼돈의 전사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막거나 뒤를 쫓으려고 했다.
그런 굶주린 혼돈의 전사들에게는 천벌이 떨어졌다.
[아키서스 전쟁의 검이 절벽을 으깨버립니다!!!!]
굉음과 함께 태현이 검을 휘둘렀다.
직접 닿지 않았지만 충격파가 연쇄적으로 터져 나오며 주변을 붕괴시켰다.
흙먼지가 비산하고, 사람들이 발을 디디고 서 있던 단단한 암반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동시에 충격파가 닿는 범위에 서 있던 굶주린 혼돈의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강하게 튕겨 나갔다.
충격파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근처 절벽 하나를 으깨버렸다.
종말에 가까운 파괴력이었다.
-아키서스의 후계자 놈. 제법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진작 그럴 것이지!
니테렐로는 살벌하게 웃으며 무기를 들었다.
근처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이 전부 박살이 나고 있었지만 니테렐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저 아키서스 후계자 놈과의 싸움!
[아키서스 전쟁의 검이 적들을 도륙합니다!!!]
-…어이!!
그러나 태현은 니테렐로를 상대하는 대신 주변에 있는 놈들부터 확실하게 다 도륙했다.
니테렐로는 분노해서 달려들었다. 태현의 뒷모습이 매우 무방비하게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어디를!
-굶주린 혼돈의 종놈아, 너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
그러나 니테렐로에게는 그런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다 죽어가는 전사장들과 천사들이 니테렐로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다.
니테렐로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놈들을 노려보았다.
-날벌레들이 진짜!!
[행운 스탯이 랜덤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행운 스탯이 민첩 스탯으로 변화합니다.]
[아키서스의 분노로 인해 스탯이 강화됩니다.]
[아키서스의 광기로 인해 스탯이 증폭됩니다.]
순간 태현의 스탯이 민첩 스탯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태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꽝!!!!
[민첩 스탯이 너무 높습니다!]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의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설마 검 부러지는 건 아니겠지?!’
살면서 할 필요가 없었던 걱정을 하며, 태현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지금 공격은 태현의 의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안에서 지켜보는 동안 태현의 몸이 멋대로 적들을 도륙하고 있었던 것이다.
힘 스탯에서 민첩 스탯으로 전환이 끝난 태현은 폭풍우 같은 공격을 퍼부었다.
아까처럼 일격에 주변 자연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위력은 없었지만, 송곳처럼 정확하게 상대방의 급소를 노리는 연타가 발동됐다.
심지어 그 연타의 숫자도 상상을 초월했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파팍!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치명타가…]
너무나도 무수히 많은 메시지창에 확인 자체가 불가능했다.
체감상으로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수천 번이 넘는 검격이 니테렐로의 전신에 꽂힌 것 같았다.
한 방의 위력은 줄었어도 니테렐로의 HP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크아악! 저리 비켜라!
니테렐로는 발광하며 주변에 있던 전사장들을 쓰러뜨렸다.
그리고는 전력을 다해 굶주린 혼돈의 힘을 펼쳤다. 거의 마법사의 순간이동 수준으로 빠르게 움직이던 태현이 그대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당신을 끌어당깁니다!]
[대전사, 니테렐로의 검이…]
[행운 스탯이 랜덤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행운 스탯이 체력 스탯으로 변화합니다.]
[아키서스의 분노로 인해 스탯이 강화됩니다.]
[아키서스의 광기로 인해 스탯이 증폭됩니다.]
[……]
쾅!!!
어마어마한 공격과 함께 수십 개의 메시지창이 동시에 날아들었다.
니테렐로의 공격이 각종 방어 스킬을 뚫고 태현에게 심각한 데미지를 입혔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데미지를 입은 태현의 시야가 마구 뒤흔들렸다.
[체력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HP가 빠르게 회복합니다!]
[재생…]
[……]
[……]
[……]
그러나 수십 개의 메시지창이 시야를 가린 것과 별개로 데미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너무나도 빠르게 회복해서 태현이 당황할 정도였다.
[행운 스탯이 랜덤으로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행운 스탯이 힘 스탯으로 변화합니다.]
[아키서스의 분노로 인해 스탯이 강화됩니다.]
[아키서스의 광기로 인해 스탯이 증폭됩니다.]
태현의 검이 대전사를 노리고 자세를 만들어냈다. 니테렐로는 분노한 듯 고함치며 맞받아치려고 했다.
둘의 검이 부딪히자 산맥의 지진을 묻어버릴 만큼 드높은 굉음이 새어 나왔다.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의 내구도가 크게 감소합니다!]
-후계자!! 우리 죽는다!!!
-우리 죽는다니까!?
기계공학자들이 비명을 질러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태현도 지금 태현을 통제할 수 없었으니까.
파파팍!
검과 검이 부딪힌 충격으로 인해 안 그래도 균열이 간 암반들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피어오르고 비산하는 바윗덩이들로 인해 시야가 완전히 차단될 정도였다.
하락하는 와중에도 태현은 바윗덩이들을 밟고 적에게 달려들었다.
니테렐로도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태현에게 덤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겁을 먹고 후퇴하는 사람이 지는 것이었다.
누가 먼저 서로를 죽이냐의 싸움!
[아키서스 전쟁의 검이 대전사에게 치명상을 입힙니다!!!!]
-커헉…!
그리고 행운의 신은 태현의 손을 들어줬다.
갑옷을 완전히 박살 내버리고 몸에 깊은 치명상을 입힌 태현의 마검을 본 니테렐로는 분노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
-네… 네놈… 아키서스의 후계자 놈…! 이렇게 악당 같은 수법으로….
태현은 ‘너도 부하 동원해놓고 이러지 말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광전사 상태라 그런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네놈이… 이겼다… 하지만 기뻐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내 주인은… 나보다 더 강한….
[아키서스 전쟁의 검이 대전사의 입을 후려갈깁니다!!!!]
‘아니….’
태현의 손은 멋대로 움직여서 니테렐로의 입을 후려갈겼다.
니테렐로는 마지막 유언도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소멸되었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이자, 고대 제국 시절부터 도적들을 이끌고 파괴와 약탈을 해왔던 대전사 니테렐로가 영원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
[……]
[……]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의 내구도가 크게 감소합니다!]
[……]
[적들을 모두 쓰러뜨렸습니다.]
[아키서스 전쟁의 검이 당신의 생명을 가져갑니다!]
[HP가 0이 됩니다!]
‘…잠깐!’
태현은 당황했다.
아무리 부활용 스킬들을 여럿 갖고 다니는 태현이라지만 목숨 하나 잃는 건 매우 치명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그냥 죽는다고??
[산맥을 무너뜨리는 지진이 산맥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지진이 산맥을 영원한 무저갱 밑으로 빠뜨립니다!]
[……]
[……]
산맥을 계속해서 흔들고 부수던 지진이 결국 산맥을 완전히 끝장내었다.
그걸 본 태현은 빠르게 체념했다.
‘그래 그냥 지금 한 번 죽는 게 낫겠다.’
괜히 개겼다가는 스킬만 빠지고 두 번 죽겠군!
* * *
“…어??”
“김, 김태현 왜 안 나와?”
간신히 목숨을 구한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무너져 내리는 산맥을 보며 당황스러워했다.
그들은 케인을 붙잡고 물었다.
“야. 케인. 김태현 왜 안 나오냐? 설마….”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너 때문에 큰일 나면 책임질 거냐!”
“하, 하지만….”
“케인, 대답해라! 김태현은 왜 안 나오는 거냐!”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멱살 잡을 듯이 으르렁대자 케인은 당황했다.
‘이 새끼들은 왜 지들이 화를 내?’
누가 보면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팀 KL 소속인 줄 알 것 같았다.
니들이 왜 화를 내!
“김태현은… 그러니까….”
“…저희를 위해 희생하신 거죠.”
“?!”
케인은 놀라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어….
‘그랬나?’
같은 팀원인 케인도 금시초문이었지만, 이다비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니테렐로를 내버려 뒀다가는 계속 쫓아왔을 거고, 에스파 왕국의 공포가 되었을 테니까요….”
“크흑….”
정수혁이 옆에서 타이밍 좋게 울음을 삼켰다. 최상윤도 얼굴을 푹 숙이고 우는 시늉을 했다.
“…으헝헝!!! 아이고!!!”
분위기를 파악한 케인은 바닥을 손으로 두드리며 울기 시작했다.
“아이고!! 김태현!! 차라리 내가 죽었어야 했는데!!!”
비장한 분위기가 약탈자 플레이어들에게도 전염되었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몇몇 플레이어들은 케인을 보며 중얼거릴 정도였다.
“그래. 케인이 대신 죽었어야 했는데….”
“…….”
‘죽여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