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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28화 (1,727/1,826)

§ 나는 될놈이다 1728화

마검사 스타일의 전투 방식은 사실 태현이 판온 초기부터 원하던 것이었다.

검사 직업도 아니라서 검술 스킬에 보너스를 받지 못하는 만큼, 검술+마법의 조합은 더더욱 탐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키서스의 화신이란 직업은 태현의 플레이 중 상당 부분을 제약했고 덕분에 마검사 스타일은 거의 사용할 수 없었다.

몇 가지 편법으로 마법 전환은 가능했지만 그건 엄밀히 따지자면 마검사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 만큼 이번 언령 스킬의 강화로 마검사 스타일의 전투 방식을 완성시킨 건 상당히 뜻깊은 결과였지만….

가까운 옆에서 보면 폼이 나지 않는 건 확실했다.

계속 언령 마법을 사용해야 하다 보니 쉬지 않고 중얼거려야 하는 것이다.

태현은 마검을 든 손으로 굶주린 혼돈의 전사의 갑옷을 쪼개버리고 다른 손으로 냉기를 비산시켰다.

싸우는 광경을 방송으로 지켜보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태현의 모습에서 빙결공을 떠올렸다.

마치 악마 공작이 전투력을 그대로 갖고 돌아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김태현이 또 그 변신 스킬 쓴 건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런 것치고는 겉모습이 멀쩡하잖아.

-그냥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니야? 변신 스킬 쓰지 않고서야….

판온 해본 적 없는 사람들도 랭커들의 대결을 볼 때는 전문 평론가가 되게 마련.

사람들은 태현의 전투 스타일을 보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안 그래도 태현은 몇몇 보스 몬스터로 변신할 수 있는 스킬을 보여준 적이 있는 만큼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현장에서 김태현과 맞서 싸우는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보다 더 치열하지는 못했지만.

“김… 김태현 이놈 이렇게 셌었나??”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

-김태현 원래 셌어요!

-굶주린 혼돈 좀 가입했다고 김태현 무시함?

“아! 닥쳐! 직접 싸우지도 않는 것들이!”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입에서 절로 비명이 나왔다.

태현의 강함이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아니,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그들도 나름 굶주린 혼돈 퀘스트 집중적으로 깨서 레벨업한 만큼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쪽에서는 마법, 한쪽에서는 검술을 퍼부으며 미친놈처럼 날뛰는 태현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셌었나??

그러나 그런 플레이어들의 속마음도 모르는 시청자들은 훈수를 두며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아 김태현 무시했다가 또 당하네.

-왜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김태현을 자꾸 무시함? 굶주린 혼돈 가입했다고 뭐가 달라진 거 같음?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정말 태현을 무시하지 않았다.

그냥 태현이 이제까지의 싸움 스타일과 너무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그렇지!

“지원! 지원 언제 와!”

“빨리 지원 오라고! 이러다가 죽겠다!”

“아, 다른 곳에 배치된 새끼들 진짜 판온 편하게 하네!!”

뒤에서 니테렐로한테 쪼여가며 돌진하고 있는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들으면 열 받겠지만, 지금 맞느라 정신없는 플레이어들에게는 어쩔 수 없었다.

“…!”

길을 다 뚫었다고 생각했을 때쯤, 태현은 등 뒤가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아키서스의 후계자 놈.

니테렐로가 가파른 길을 힘으로 갈아대며 기어오른 것이다.

근처에 니테렐로를 호위하며 따라붙은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은 매우 지치고 피곤한 표정이었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 대전사 니테렐로가 나타납니다!]

“…!”

“비상!!”

약탈자 플레이어들도 니테렐로의 얼굴을 모를 리 없었다. 이미 에랑스 왕국에서 한 번 그 악명을 자랑하지 않았던가.

“김태현!! 피해!!”

“우리가 막겠다!”

‘퍽이나 막겠다.’

태현은 약탈자 플레이어들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단단한 탱커라면 모를까 대부분이 딜러인 약탈자 플레이어 놈들이 니테렐로 상대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아키서스의 후계자를 노린다, 총독을 대피시켜!

수인족 전사들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 됐는지 총독을 가리키며 외쳤다.

총독은 황당해하며 손을 내저었다.

나 아니야!

-유언을 들어주도록 하지.

니테렐로는 이번에는 확실히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매우 열이 받은 표정과 달리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아키서스의 후계자가 아니다.”

-개수작 부리지 말고.

‘음. 역시 안 통하는군.’

[설득이 실패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

[…….]

혹시 몰라서 한 번 찔러봤는데 역시 안 되는 모양이었다.

[대전사 니테렐로가 제물을 바칩니다.]

“으아아악!”

다 끝났다고 안심하고 있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 몇 명이 그대로 끌려가서 제물로 바쳐졌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그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저런 야만적인…!”

“저래도 굶주린 혼돈 믿을 거냐! 멍청한 놈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대꾸할 여유도 없었다. 니테렐로가 계속 추가로 제물을 바치고 있었던 것이다.

‘큰일이군.’

짧은 사이에 태현의 머릿속으로 여러 계획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지금 상황에서 니테렐로를 막고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맨몸으로는 힘들겠지.’

마검사 스타일을 완성시켰어도 니테렐로를 그대로 제압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레벨이 깡패.

니테렐로의 전투력을 생각했을 때 그랬다가는 그냥 박살 나는 수가 생겼다.

‘저주 걸고 영혼관 켜고… 화신의 일격은….’

“김태현. 김태현!”

“?”

“우리도 빨리 제물 바치자!!”

초조해보이는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태현을 재촉했다.

“…응?”

“너 그 제물 바치는 스킬 있잖아! 아키서스한테 바치는 그거! 우리도 바치자고! 빨리!”

“그거 자발적으로 바쳐야 하는 스킬이다.”

“알아! 우리가 지금 주사위 굴려서 자발적으로 뽑았어!”

뽑힌 약탈자 플레이어의 표정은 매우 우중충했지만 일단 자발적인 건 맞았다.

태현은 감탄했다.

‘이런 이기적인 자식들….’

약탈자 플레이어들 같은 사람들 상대로는 <아키서스의 제물> 같은 스킬은 절대 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은근히 저 권능 스킬과 잘 맞았다.

일단 ‘나만 아니면 돼!’하는 생각으로 저 권능 스킬에 참가하고, 일단 누군가 뽑히면 절대 물러나지 못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네가 지금 김태현의 권능을 망치려는 거야!? 너 만약 뽑혔는데 네가 자발적으로 안 해서 지면 이 패배 다 네 탓인 거 알지?

-잘 생각해라. 에스파 왕국에서 고개 들고 약탈자 생활하고 싶으면. 지금 죽으면 넌 여기 약탈자 플레이어들 모두의 영웅이야. 약탈자 비밀 주점 프리패스에 도적 마을 들어가도 세금 면세라고. 하지만 도망치면? 넌 1분에 한 명씩 암살자를 만나게 될 거야.

이런 부분에서는 매우 사람 귀찮게 잘 만드는 놈들인 만큼, 약탈자 플레이어들의 설득은 효과적이었다.

“고맙다. 다들.”

“뭘 이런 걸 가지고.”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김태현. 딱히 널 위해서 한 건 아니야!”

“그래. 고맙고. 기왕 뽑은 김에 좀 더 뽑아라.”

“…응?”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멈칫했다.

한 명이면 되는 거 아니었어?

“숫자 많이 필요해. 내가 됐다고 할 때까지 순번 정해서 만들어놔.”

“…….”

“…….”

“그거 좋은 생각이네! 빨리 더 뽑읍시다!”

1번 희생 제물이 된 약탈자 플레이어는 왠지 모르게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 * *

[<아키서스의 제물>을 시전합니다!]

[파티 전체에 강력한 버프가….]

[…….]

[…….]

니테렐로가 여유롭게 제물을 바치며 힘을 증폭시키는 동안, 태현도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같이 제물을 바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뒤늦게 깨달은 니테렐로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본인이야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니 이런 제물을 바쳐도 되지만 아키서스 놈은 왜?

-저런 미친놈이!

‘너도 그만 바쳐 미친놈아!’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욕을 삼키며 노려보았다.

지금 산맥 지진 때문에 로그아웃당한 플레이어들이 많은지 아니면 니테렐로한테 찔려서 로그아웃당한 플레이어들이 많은지 세기 힘들 정도였다.

김태현은 최소한 허락이나 받고 하지….

-슬슬 끝장을 내줘야겠다. 비켜라!

니테렐로는 함성을 질렀다.

전사의 함성이라면 이골이 나 있는 수인족 전사들도 귀를 틀어막고 비틀거릴 정도로 강력한 함성이었다.

동시에 니테렐로는 검을 휘둘렀다.

[대전사 니테렐로가 공격을 시작합니다!]

[힘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땅이 쪼개집니다!]

지진으로 인해 땅이 쪼개지는 게 아닌, 순수한 힘으로 땅을 쪼개 버리는 괴력.

태현은 저번에 직접 대면한 적 있는 만큼 놀라지는 않았지만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무슨 힘이?!’

“집중해! <아키서스의 축복>!”

사방이 박살 나고 암석이 날아오는 상황에서 <아키서스의 축복>은 필수였다.

태현은 행운으로 몇 대 맞아도 회피가 가능했지만 다른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픽픽 쓰러지는 것이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수하게 날아오는 암석 파편들.

태현은 이제 곧 니테렐로의 공격이 시작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키서스 폭발의 검!

선제공격.

보이지 않는 곳을 상대로 태현은 먼저 공격을 퍼부었다.

-아키서스 화신의 방어, 아키서스 화신의 결계, 아키서스 두 번째 공격!

동시에 착용한 아이템의 스킬을 닥치는 대로 발동시키며 달려들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검 끝에서 달려드는 상대한테 공격이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묵직한 손맛이 느껴졌다.

그러나 니테렐로는 당연히 조금도 멈추지 않고 달려들었다.

“김태현을 지켜!”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아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달려들었다.

<아키서스의 제물>은 약탈자 플레이어들에게 근거 없는 강력한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하지만 자신감만으로 니테렐로를 이길 수는 없었다.

쾅!

니테렐로는 공격 한 방으로 달려드는 약탈자 플레이어들을 날려 버렸다.

태현은 별로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듯이 바로 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이데르고의 역병!”

-이놈이 무슨 힘을 쓰는 거냐?

니테렐로는 이데르고 교단의 신성 마법이 몸을 휘감자 짜증스럽게 대꾸하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공격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느부캇네살의 흑마법까지 막아낸 니테렐로의 발끝에서 금속음이 들렸다.

[드워프 금속 마법이….]

[함정이 작동됩니다!]

[…….]

[…….]

주로 함정이나 방어 위주의 스킬이 많은 드워프 금속 마법.

언령이 풀린 지금, 싸우면서도 순식간에 설치할 수 있었다.

쾅!

폭음과 함께 연기가 시야를 가리자 니테렐로는 주먹을 내질렀다. 강한 풍압과 함께 연기가 사라졌다.

태현은 검으로 연타를 꽂아 넣으며 거리를 벌리고 사디크의 화염을 불러서 니테렐로를 뒤덮었다.

니테렐로는 굶주린 혼돈의 힘을 불러내서 갑옷처럼 몸을 뒤덮었다. 사디크의 화염은 촛불처럼 흔들리다 꺼져 버렸다.

태현은 포기하지 않고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을 시전해 니테렐로에게 약점을 만들었다. 동시에 언령으로 냉기를 불러와 니테렐로를 막아버렸다.

온몸에 서리가 내려앉았는데도 니테렐로는 그냥 무시하고 움직였다.

-뭐 저런 게 다 있냐???

-어느 쪽이든 다 징글징글한데….

보고 있던 사람들이 먼저 질려 할 정도의 공방이었다.

수십 가지 스킬을 순식간에 꺼내 가면서 니테렐로에게 꽂아 넣는 태현이나, 그걸 다 무시하고 다가가는 니테렐로나….

태현의 손에 쥐어진 기계공학자들의 마검이 울부짖었다.

-조심해라! 놈이 또 한 번…!

[대전사 니테렐로가 공격을 날립니다!]

니테렐로는 폭탄 같은 걸 쓰지 않아도 폭발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검을 휘두르자 거대한 폭발이 태현이 갈 수 있는 모든 방향을 포위하고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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