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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26화 (1,725/1,826)

§ 나는 될놈이다 1726화

“그래도 사디크가 꽤 쓸 만할 때가 많다!”

태현은 자신도 모르게 사디크를 변호했다.

태현이 가진 마법 스킬 중 화염 속성 화력을 담당하는 게 바로 사디크의 화염 마법 아니던가.

언령이 해금된 지금 사디크의 화염 마법은 더더욱 유용해졌다.

-사디크 같은 쓸모없는 신의 권능은 쓰지 마라!

-침입자들에게 저주를! 아키서스의 힘은 누구에게도 넘겨줄 수 없다!

‘환장하겠네.’

“여기 아키서스의 힘을 정당하게 이어받은 계승자들이 찾아왔다!”

[설득이 실패합니다!]

[아키서스를 섬기는 광신자 키메라들이 울부짖습니다! 어떤 대화도 듣지 않습니다!]

[……]

[……]

‘젠장. 더럽게 철저하네.’

태현은 혀를 찼다.

누가 어느 교단 출신 아니랄까 봐 적의 말은 무조건 무시하고 보는 철저함을 자랑했다.

수인족 전사들도 태현의 말에는 좀 떨떠름해했다.

-총독 놈이 후계자인 건 알고 있지만, 우리까지 계승자라고 엮는 건 좀….

“지금 그게 중요하냐, 멍청한 놈들아!”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상대를 속일 수 있으면 사디크 교단인 척도 할 수 있어야지 지금 그걸 따져?

더 화를 낼 시간도 없었다. 앞에서 아키서스를 섬기는 광신자 키메라들이 다시 공격을 시작해 왔다.

‘공격 패턴을 바꾼다.’

지금 통로는 광신자들이 불러낸 아키서스의 혹한이 몰려든 덕분에 지독히 추워진 상황.

화염보다는 빙결로 가야 했다.

[<빙결공의 왕관>이…]

[얼음의…]

[<아키서스의 고대 냉기 마법>이…]

[마법 스킬이 높습니다!]

[화술 스킬이…]

[……]

“아키서스의 냉기, 아키서스의 냉기, 아키서스의 냉기!”

드래곤은 언령으로 땅을 뒤집고 하늘을 가르지만 태현 같은 사람한테 그런 건 무리였다. 상대가 기다려주지도 않을 것이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역시 빠르게 중첩시키는 것!

이미 행운 계열 스킬을 그렇게 써왔었기에 전혀 어색하거나 서투름이 없었다.

마검을 들지 않은 빈손에 거대한 냉기가 중첩되어 모이기 시작했다. 마치 예전 악마 공작, 빙결공을 보는 것 같았다.

아키서스의 광신자들은 태현이 수인족 전사들보다 위협적이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각종 아키서스의 힘에도 면역인 데다가 이상한 스킬들을 사용하는 적!

-막아라!

-으아악! 아키서스의 광신자 놈들이 온다!

마검 속에 갇혀 있는 기계공학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태현의 마법이 한 발 더 앞서서 완성되었다.

‘가라!’

콰직!

태현은 마검을 옆으로 비켜 세우고 냉기의 창을 휘둘렀다.

바닥을 찍은 냉기의 창은 어마어마한 혹한의 파도를 불러내며 주변을 찢어발겼다.

-안….

아까 아키서스의 힘을 불러내서 사디크의 공격을 버텨낸 광신자 키메라들도 이번 공격은 버텨내지 못했다.

[냉기가 광신자 키메라들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

[……]

[……]

쩌저저적!

굉음과 함께 키메라들이 얼음 동상으로 변해버렸다. 태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훌륭한 효과였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역시…! 잘 했다! 사디크의 힘보다는 아키서스의 힘이 낫지!

-진작 그런 힘을 쓰지 그랬냐!

수인족 전사들은 입을 모아 태현을 칭찬했다.

처음부터 아키서스 마법을 쓰면 됐지 굳이 사디크 마법 같은 걸 써서 싸움을 불리하게 만들다니!

하여간 모험가들은 멍청하게 싸웠다.

‘이 자식들이….’

* * *

[총독이 숨겨놓은 사악한 힘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광신자 키메라들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

[……]

태현은 진지하게 억울해졌다.

‘이 자식들이 지금 내 아키서스 교단 전력보다 센 거 아니야…?’

왜 멀쩡한 교단 NPC들은 약한데 맛 간 광신자 놈들은 이렇게 강하단 말인가.

농담이 아니라 진짜 강했다.

나름 가려 뽑은 최정예 수인족 전사들이 하나둘씩 쓰러질 정도로.

-영광을 위하여! 전사들이여, 나는 먼저 전사들의 왕국으로 떠난다!

-용맹한 전사여, 기다려라! 우리도 곧 향하겠다!

“다쳤으면 뒤로 빠져 미친놈들아!”

태현은 수인족 전사들을 어떻게든 살려가려고 애썼다.

지금 한 명 한 명이 귀중한 전력인 데다가 잘못 건드렸다가는 나중에 다른 부족들한테 어떤 페널티를 받을지 모르는 것이다.

안 그래도 지금 사이 미묘한데!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 저 앞에! 저 앞에 사악한 힘이 있다!

“그래그래. 듣고 있다니까!”

잊혀진 총독은 아직도 태현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주절거리고 있었다.

정의로운 모험가를 함정에 빠뜨리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이미 전제조건 자체가 틀린 것이다.

-힘으로 밀어붙여라!!

‘환장하겠네!’

수인족 전사들은 울부짖으며 더욱더 야성을 폭발시켰다.

[야성의 울음이 고대 수인족 부족 전사들을 더욱더 각성시킵니다!]

[공격력이 크게 오릅니다!]

[공격 속도가…]

[전술 스킬이 높습니다! 야성의 울음 효과가 더욱더…]

[……]

[……]

다치면 빠지랬더니 누가 광전사 타입 아니랄까 봐 다쳤다고 더욱더 화끈하게 몰아붙이기 시작하는 수인족 전사들.

몇 명이 쓰러지든 간에 수인족 전사들은 통로를 부수고 키메라들을 박살 냈다.

어쩔 수 없었다. 같이 열심히 싸우는 수밖에.

[광신자 키메라들이 쓰러집니다!]

[통로의 끝에 도착했습니다.]

[봉인을 건드렸습니다.]

[봉인이 해제됩니다!]

-캬하하하하하!

잊혀진 총독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모험가 놈 같으니. 사악한 힘이 왜 사악한지 모르는 것이냐! 내가 정말로 미련이 남아서 널 불렀다고 생각한 것이냐! 너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멍청한 놈!

“그래그래. 저리 비켜라.”

태현은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키서스 교단의 파편을 발견합니다!]

[퀘스트,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진행 중입니다!]

[아키서스의 화신입니다!]

[……]

[……]

[……]

[파편에 깃든 힘을 확인합니다.]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의 힘이 깃든 아키서스 교단의 파편을 발견합니다!]

<아키서스의 천재지변-아키서스 권능 스킬 퀘스트>

교단의 교황들이 쌓아 올려간 아키서스 교단의 권능,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그중 <아키서스의 산맥을 무너뜨리는 지진>은 수많은 악당들이 탐을 내온 권능이다.

고대 제국의 총독은 그 권능이 담긴 파편을 훔쳐 산맥 지하에 보관했으니, 뜻을 이루지도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이제 그 파편은 당신의 손에 넘어왔다.

힘을 발동시키고 당신의 권능을 완성시켜 나가라!

보상: ?, ???, ?????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뭐하는 거냐! 뭐하는 거냐!

잊혀진 총독은 태현이 아무런 페널티도 없이 그냥 안으로 들어가자 당황해서 발버둥 쳤다.

[<만물의 소리를 들어라>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잊혀진 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것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속삭임에도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목소리가 더욱 강해집니다!]

[이제 잊혀진 자들이 직접 당신을 찾아옵니다!]

‘아니….’

지금도 사실 가는 길마다 강제 퀘스트 추가 때문에 성가신데 찾아오기까지 한다니.

화술 스킬 올려야 하니까 하긴 해야 하는데 꼭 그래야 하나?

[카르바노그가 일단 산맥부터 무너뜨리고 생각하자고 말합니다.]

‘그래.’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파편을 작동시켰다.

[<골동폐허 산맥>이 흔들립니다.]

[산맥을 무너뜨리는 지진이…]

[……]

우르릉!

멀리서 힘찬 소리가 포효하듯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 * *

“…….”

“…???”

“굶, 굶주린 혼돈이 뭘 잘못 건드렸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사실 굶주린 혼돈은 아무 잘못도 없었지만, 플레이어들이 의심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장 저번에 하늘섬 추락 사건도 굶주린 혼돈 때문 아니던가.

기본적으로 굶주린 혼돈은 플레이어 배려고 뭐고 없이 수틀리면 다 부수고 박살 내는 존재였다.

-이… 이게 무슨….

“천인대장님! 어떻게 해야 하죠?!”

플레이어들은 굶주린 혼돈의 군단을 이끄는 NPC들에게 물었다.

산맥이 미친 듯이 파도치며 위에서 아래로 꺾이고 있었다. 이건 그냥 위에서 굴러떨어지는 돌덩이 몇 개 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튀어야 하지 않나?

“야 이 미친 자식들아!!”

“니들은 판온 지형 부수는 게 취미냐!!!”

위에서 발끈한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안 그래도 유리한 놈들이 산맥 자체를 부숴버리려고 하다니.

정말 지독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었다.

“우리도 몰랐….”

“여러분! 이걸 보십시오! 굶주린 혼돈 놈들이 이렇게 사악합니다! 어제는 하늘섬을 떨어뜨리고 오늘은 산맥을 박살 내는데 내일은 뭘 하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사는 도시도 언제든지 박살 낼 수 있습니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지금 방송 켜고 보는 사람들 많다고 절벽 위에서 여론전을 시도했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일이었다.

“약탈자 놈들이 뭐라는 거야! 죽고 싶냐 진짜!”

“시청자 여러분들 속지 마세요! 저 새끼들 약탈자 플레이어예요!”

-근데 산맥 박살 내는 건 진짜 선 넘지 않았냐?

-그러니까.

-굶주린 혼돈 군단 숫자만 봐도 산맥 완전히 포위했는데 산맥까지 무너뜨렸어야 했어?

-그냥 이길 수도 있는데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다 박살 내야 하나…?

“아, 아니. 우리는 몰랐어요! 우리 위치 아시잖아요! 위에서 까라면 까는 입장인데!”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자신도 모르게 변명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정말 그들도 모르는 일이었던 것이다.

“알고 있었으면 여기 안 왔죠!”

-거짓말 같은데.

-맞아. 몰랐을 리가 없잖아. 그걸 어떻게 몰라.

“정신 차려! 지금 방송할 때가 아니라 튀어야 할 때야!”

방송을 안 하는 몇몇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가 안달이 난 목소리로 외쳤다.

산맥이 파도치는데 지금 가만히 있으면….

“그, 그래! 튀자고!”

-위치를 사수하라!

“…….”

굶주린 혼돈의 천인대장은 누가 NPC 아니랄까 봐 플레이어들의 기대를 확 꺾어버렸다.

-후퇴는 없다. 명령을 지켜라! 적들을 쓸어버려라! 적들도 괴로운 건 마찬가지다!

“아… 아니 지금….”

[산맥을 무너뜨리는 지진이 시작됩니다!]

꽝!

굉음과 함께 하늘이 어두워졌다.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 위에서 쏘아져 나간 암석들이 소나기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

“!!!!!”

“피해!!”

쩌저적!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점령하고 있던 절벽 밑이 갑자기 쩍 갈라지더니 그대로 삼켜버렸다.

이건 평범한 지진이 아니었다.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산맥 위에 들어온 놈들을 모두 박살 내는 지옥의 권능이었던 것이다.

* * *

“김태현!!”

“이건 오해다. 어쩔 수 없었던….”

“굶주린 혼돈이 산맥을 박살 내고 있어!!”

“…정말 나쁜 놈이군. 하늘섬도 모자라서 어떻게 이럴 수가?”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따지기 전에 변명하려던 태현은 상황을 깨닫고 바로 말을 전환했다.

굶주린 혼돈 정말 나쁘다!

“어떻게 산맥까지 박살 내려고…!”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걱정 마라. 내가 누구냐?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다. 인원 모아라. 교단 권능 스킬로 보호해 줄 테니 그걸로 뚫고 나가자.”

“그걸로 괜찮을까? 굶주린 혼돈의 음모가 그렇게 만만하진 않을 것 같은데….”

“이 건방진 놈이 지금 누구를 의심하는 거야! 김태현의 판단을 의심해?!”

“아, 아니. 미안해….”

걱정하던 약탈자 플레이어는 꼬리를 내렸다.

몇몇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태현의 말에 조금이라도 거스르면 바로 검을 뽑을 기세였다.

…그런데 여기 분위기 어쩌다 이렇게 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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