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25화 (1,724/1,826)

§ 나는 될놈이다 1725화

오스턴 왕국이나 아탈리 왕국 쪽 플레이어들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김태현 편을 드는 게 이해가 갔다.

그놈들은 그렇게 김태현 편을 들어도 됐다.

솔직히 김태현이 해준 걸 생각해 보면….

아탈리 왕국?

골짜기 같은 경우는 태현이 무(無)에서 유를 만든 수준이었고, 수도나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시 밖 도로나 요새, 마을들도 물론!

원래라면 자기가 다 틀어쥐고 관리하겠다고 욕심 부려도 이상하지 않은데 쿨하게 다른 길드들한테 도시를 넘겨주고 세금만 최소에 가깝게 받은 덕분에 왕국 플레이어들은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게다가 왕국 NPC들부터 교단 NPC들 전원이 왕국을 돌아다니면서 플레이어들 퀘스트를 도와주는 것까지 생각해 보면….

에랑스 왕국이 시설이나 NPC만 보면 훨씬 더 나은데 사람들이 아탈리 왕국에 오는 이유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오스턴 왕국은 더더욱 그랬다.

길드 동맹의 탄압에 시달리던 때부터 시작해서, 길드 동맹과 미다스 길드, 화이트 나이트 길드가 서로 치고 받던 때까지.

왕국 자체의 힘은 크게 올라가고 랭커들이나 고렙 플레이어들은 쑥쑥 성장해도 다른 플레이어들은 정말로 빡빡한 플레이를 해야 했었다.

그걸 풀어준 게 태현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저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김태현 편을 들 수 있었다.

그런데 에스파 왕국의 약탈자 놈들은 아무 상관도 없는 놈들이잖아!

“강도 새끼들이 진짜 뭐라도 되는 것처럼… 밟아버려!”

“우리가 네놈들 무서워서 참아준 줄 아나?”

결국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힘으로 밀고 나왔다.

시간과 에너지를 이깟 놈들한테 낭비해야 한다는 게 어이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본때를 보여줄 수밖에!

콰직!

[굶주린 혼돈의 밧줄이…]

[……]

[……]

순식간에 절벽 위로 갈고리와 밧줄이 날아들고,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위에서 폭탄이 떨어지든 화살이 떨어지든 그냥 굶주린 혼돈의 가호 켜고 버티려는 속셈이었다.

게다가 아래에서는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엄호사격을 해줬다.

[굶주린 혼돈의 화살이 갑옷을 관통합니다!]

[공격 속도가…]

[……]

[……]

“야, 이거 못 버티겠다!!”

“튀자! 튀어!”

“…….”

기껏 절벽을 기어 오른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열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최소한 몇 놈이라도 잡아서 손맛을 보면 속이나 풀리지…!

“이번 퀘스트 끝나면 진짜 약탈자 플레이어들 토벌전 하자고 주장한다 내가!”

“이 자식들 내버려 뒀더니…!!”

* * *

-에스파 왕국에서 지금 토벌전 진행 중. 김태현 확인.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도 없는데??

-실패하는 거 아니야? 저번에도 놓쳤잖아.

-김태현이 실수한 거 같은데? 약탈자 놈들 데리고 방어전 중이래.

-진짜로? 왜 그런 짓을 해?

-약탈자 플레이어들 믿어서 좋을 거 없을 텐데. 무조건 배신당할 걸.

-속은 거 아닌가??

이번 에스파 왕국 토벌전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은 사실 큰 관심을 기대하지 않았다.

참가한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도 그랬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관심은 유명 랭커들이 대거 참가해야 모이기 마련.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 거진 다 빠지고, 유명한 랭커들도 없고, 이름 없는 놈들이 퀘스트 깨려고 모인 만큼 관심이 모이기가 힘들었다.

김태현이 있긴 하지만 김태현 한 명 빼고 나머지는 다 이상한 약탈자 놈들밖에 안 보였고….

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뜨거웠다.

-김태현이 약탈자 플레이어들 데리고 미친짓 한댄다!!

-케인 놈 때문에 저러는 거 아니야? 케인이 워낙 잘 해서….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다 케인처럼 크진 않을 거 아니야.

-그리고 솔직히 케인도 김태현이 떠먹여서 그런 거지 거품….

-아, 그놈의 거품설은 뭘 해도 나오네. 우승했으면 증명 다 한 거지!

-그러니까 그걸 혼자서 증명한 적 있냐고!

-다들 좀 조용히 하세요! 공격하는 거 보게. 빨리 공격 진행하시라구요.

“???”

“어… 어어.”

별생각 없이 진행하고 있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평소보다 수백 배 늘어난 시청자 숫자에 당황했다.

“지금 빨리 공격하면 되나요?”

“야,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아직 천인대장 안 왔어. 멋대로 공격했다가는 평판 깎인다고.”

“하지만 지금 빨리 공격하라고 사람들이….”

“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야. 정신 차려! 지금 어떻게 공적치 포인트를 쌓았는데….”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끼리 떠드는 사이, 뒤에서 군단 천인대장이 나타났다.

열심히 퀘스트를 깨는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하늘 같은 직장 상사!

-지금 뭘 하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지금 니테렐로 님께서 언제 아키서스 놈의 목을 가져올 수 있냐고 화를 내시는데 이 멍청한 모험가 놈들이… 커어어어억!

“???”

“????”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시끄럽게 소리치던 천인대장이 갑자기 목에 뭐가 걸린 소리를 낸 것이다.

누가 독 먹였나?

“김태현이 혹시 독을….”

-뒤에! 뒤를 봐라!!

“????”

* * *

-이 지하 통로에 사악한 힘이 숨겨져 있다. 큭큭….

잊혀진 총독은 사악한 목소리로 태현을 꼬드겼다.

정의로운 모험가가 힘에 휘둘려 타락하는 모습은 이제 망령이 된 총독에게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었다.

저 안에 준비된 시련을 만나게 된다면 저 모험가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쪽이다.”

태현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고 수인족 전사들을 불렀다.

각 부족의 최정예 전사들!

-여기에 굶주린 혼돈이 숨겨 놓은 사악한 음모가 숨어 있다고?

“그래. 내버려 두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지금 당장 제압하러 가야 한다!”

-안내해라. 모험가. 지금 당장 제압하겠다.

[고대 수인 부족 친위대가 당신의 지휘를 받습니다!]

[……]

[……]

‘든든하군 정말.’

태현은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대 부족 전사들을 보며 새삼스레 감탄했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에 비하면 숫자가 적어서 밀리긴 했지만, 이 고대 부족 전사들의 피지컬도 보통이 아니었다.

당장 노드란체에서 얼음을 뚫고 나온 고대 부족 전사들이 어떤 피해를 입혔는지 생각해 보면….

‘굶주린 혼돈과 싸우는 동안에는 계속 손을 잡고 싶은데,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군.’

[카르바노그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지금 아키서스의 검술을 얻고 굶주린 혼돈과 같이 맞서 싸우고 있었지만, 이 부족들은 언제 태현에게 등을 돌릴지 모르는 거친 전사들이었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처럼 갖고 놀기 쉬운 놈들이 절대 아닌 것이다.

[<골동폐허 산맥의 지하 총독 통로>를 발견합니다!]

[총독이 숨겨놓은 사악한 힘이 광신자 키메라들을…]

[……]

[……]

-적들이 온다!

수인족 전사들은 울부짖었다. 각자 다른 동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전사들이 미친 듯이 덩치를 부풀리며 전투 준비를 마쳤다.

그 든든한 모습에 태현은 다시 한번 감탄….

-감히 아키서스 님의 힘에 손을 대려고 하다니!

-침입자들, 죽어라!

[아키서스를 섬기는 광신자 키메라들이 등장합니다!]

[주의하십시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신나하다가 침묵했다. 수인족 전사들도 살짝 황당해하는 기색이었다.

-아키서스 놈들이 여기는 왜 있는 거지?

-굶주린 혼돈한테 붙잡혀서 세뇌당한 건가? 아키서스 놈들답지 않게….

태현은 상황 파악이 빠르게 됐다.

아키서스 교단 교황이자 화신으로서 일하다 보면 이제 이 정도 상황은 1초만에 파악이 가능한 것이다.

‘총독 이 새끼가 어디서 힘을 훔쳤나 했더니 아키서스 교단 힘을 훔쳤냐?!’

누가 고대 제국 출신 아니랄까 봐, 어디서 강대한 힘을 훔쳐 와서 산맥 지하에 고이고이 묻어뒀었다는데….

아키서스 교단 힘을 훔쳐서 묻어놓은 게 분명했다.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 아키서스 교단의 힘을 훔쳐??”

-내… 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잊혀진 총독은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거칠게 대답했다. 물론 태현의 귀에는 개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이 자식이 이러니까 고대 제국이 망했지….’

아키서스 교단의 적이 내부에도 많다고 들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실감하게 될 줄이야.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 광신자들을 말려보라고 말합니다!]

“!”

그제야 태현은 앞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그리고 놀랍게도….

싸움에서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키서스를 섬기는 광신자 키메라들이었다.

‘아니…?’

여기 고대 수인족 부족 전사들은 대부분 광전사 스타일의 전사들이라, 초반 폭발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 전사들 상대로 유리한 상태를 점하다니.

-아키서스의 힘이여 오라!

[총독이 숨겨놓은 사악한 힘이 광신자 키메라들에게 축복을 퍼뜨립니다!]

[광신자 키메라들의 육체가 변화합니다!]

[물리 공격력에 대한 내성이 증가합니다!]

[……]

[……]

-이… 이런 괴물 자식들이!

수인족 전사들의 특성에 맞춰 바로 자신의 스킬과 스탯을 바꿔버리는 광신자 키메라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키서스의 힘이여 저들에게 저주를!

[총독이 숨겨놓은 사악한 힘이 통로를 변화시킵니다!]

[수인족 전사들의 뼈에 시린 저주가…]

[수인족 전사들의 살갗에…]

[……]

[……]

원래 저런 저주들은 레벨 높은 전사들을 성가시게 만드는 수준이었지, 쓰러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광신자 키메라들이 퍼부은 저주는 상상을 초월했다.

앞에서는 물리 공격을 퍼붓고 동시에 저주로 수인족 전사의 무릎을 꺾게 만드는 강력함!

태현은 그걸 보자 정신이 들었다.

‘이거 내버려 뒀다가는 전멸 뜨겠다!’

“비켜라!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시전됩니다!]

[영역 내 저주가…]

[……]

[……]

“<아키서스의 축복>, 저주 해제, 저주 해제, 저주 해제!”

권능 스킬과 동시에 태현은 닥치는 대로 언령 스킬을 연타했다.

방금까지 비틀거리며 밀려 있던 수인족 전사들이 순식간에 쌩쌩해지며 정신을 차릴 정도로 급격한 변화였다.

완전한 마검사로 완성되었기에 가능한 묘기!

“사디크의 화염, 사디크의 화염, 사디크의 화염….”

태현은 동시에 사디크의 화염 마법을 준비했다. 물론 광신자들은 그걸 내버려 두지 않았다.

-어디서 이놈이 아키서스의 힘을 훔쳐서!

“내가 할 소리다, 이 멍청한 놈들아!”

태현은 다가오는 상대를 향해 검을 휘두르며 견제했다.

총독한테 속아서 여길 이렇게 지키고 있는 걸 보니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원래 아키서스 교단은 남을 속여도 남한테는 속으면 안 되는데!

[사디크의 화염이 중첩됩니다!]

[화력이 증폭됩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더욱 더 중첩됩니다!]

[마법 스킬이 낮습니다. 더 이상 중첩시킬 수 없습니다!]

[화술 스킬이 낮습니다. 더 이상 중첩시킬 수 없습니다!]

마법 스킬과 화술 스킬의 한계 때문에 더 이상 올릴 수는 없어졌지만, 이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가라!’

드래곤 브레스를 연상시키는 지독한 맹염이 통로를 휩쓸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총독이 숨겨놓은 사악한 힘이 공기를 변화시킵니다!]

[지독한 아키서스의 혹한이 몰려옵니다.]

[얼음의 결계가…!]

콰드득!

광신자 키메라들이 허겁지겁 얼음 뒤에 숨어서 버텨내는 모습에 태현은 혀를 찼다.

“사디크 이 쓸모없는…!”

-사디크 같은 쓸모없는 신의 권능은 왜 쓰는 거냐!

수인족 전사들도 태현을 타박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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