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11화 (1,710/1,826)

§ 나는 될놈이다 1711화

-잡아라! 저놈들을 잡아라!

“어? 왜 저러지?”

“반 굶주린 혼돈 원정대가 여기까지 왔나?”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 플레이어들은 총독이 친위대까지 이끌고 뛰쳐나가자 의아해했다.

저 정도로 나설 일이면 반 굶주린 혼돈 원정대가 쳐들어오기라도 한 걸까?

콰콰콰콰쾅!

[<안다탑 총독의 궁전> 외부 성벽이 박살 납니다!]

[<안다탑 총독의 궁전> 초소가 완전히 무너져내립니다!]

“어? 또 왔어?”

“반 굶주린 혼돈 원정대 너무 자주 오는 거 아니야?”

그래서 도시 플레이어들은 태현 일행이 침공해 왔을 때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와 자주 오네!

* * *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장난하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총독 궁전에 들어가서 총독을 열받게 만든 것도 황당했는데….

대체 어떻게 도발을 해야 지금 도시의 전력들이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을 쫓고 있단 말인가?

총독 부모님 욕이라도 했나??

-이다비. 총독을 어떻게든 돌아오게 해야 해! 이대로라면 총독 오기 전에 궁전 다 부수고 튀겠어!

-반드시 불러올게요!

태현은 최대한 시간을 끌고, 이다비는 그 사이에 에스파 왕국에 있는 길드원들을 총동원했다.

길마로부터 명령을 받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후다닥 달려나갔다.

“아이고 총독 각하! 총독 각하! 도시가 지금 망하게 생겼습니다!”

“도시가 무너지고! 궁전이 무너지고! 세상이 종말에….”

-?!?!?

신나게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을 쫓고 있던 총독은 갑작스러운 고발에 당황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정말입니다! 웬 미친놈들이 흑흑!”

“도시가 불타고 있습니다! 도시를 도와주세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눈물로 호소했다.

솔직히 마음 같아서는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총독의 궁전이 개박살 나는 걸 그냥 두고 보고 싶었지만….

[안다탑 총독의 친밀도가 오릅니다!]

[도시 내 평판이…]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보상으로 아이템을…]

총독은 화끈하게 길드원들에게 돈주머니를 던져줬다.

-잘 말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놈들… 감히 이중으로 함정을 팠겠다? 절대 용서하지 않으리라!

앞에서 도망치고 있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갑자기 메시지창이 뜬 것이다.

[안다탑 총독이 극도로 진노합니다!]

[안다탑 총독이 다른 지역의 굶주린 혼돈 세력에게 현상금을 겁니다!]

[추격이 개시됩니다!]

“아니 진짜 왜 이래?!!?”

“우리가 뭘 했다고!!”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울고 싶어졌다.

그냥 김태현 같이 잡아달라고 부탁 한 번 했다가 상황이 이렇게 꼬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 * *

“온다! 굶주린 혼돈이 온다!!”

“??”

태현의 외침에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의아해했다.

이상하게 기뻐 보인다?

“되게 기뻐 보이는데?”

“김태현은 원래 저래. 적만 보이면 미친놈처럼 기뻐하거든.”

“과연… 판온에서 1위를 하려면 저 정도 미친 성격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구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알아서 납득했다.

생각해 보니 김태현은 원래 저랬던 것 같았다.

“이 정도면 궁전 꽤 많이 부순 것 같은데, 슬슬 빠져나갈까요?”

“아니! 더 부숴야 한다.”

태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간신히 굶주린 혼돈 놈들이 몰려오는데 빠져나갔다가는 곰 수인족 전사들에게 두려움을 알려줄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빠져나가는 게 낫지 않나?’

‘김태현이 싸움에 미쳐서 그래.’

‘약탈자보다 더 싸움을 좋아하면 인성에 문제 있는 것 같은데….’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좀 의아하긴 했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 믿기에는 이번 퀘스트에서 보여준 태현의 판단력이 너무 무시무시했다.

한 번도 실수가 없는 완벽한 판단력!

특히 아까 성벽을 추가로 부수라고 했는데 그 안에서 굶주린 혼돈의 문양이 나왔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퀘스트의 신이나 보여줄 수 있는 판단력이었다.

“알겠습니다. 더 남아서 부수죠.”

“궁전 안뜰에 불을 지르고, 안에 있는 예술품들부터 챙겨라! 부피가 큰 놈들은 부수고 작은 놈들은 가방에 넣어! 성벽 부서진 잔해 아래에 폭탄 설치해! 폭탄 터졌을 경우 추가 효과 발동되도록!”

“…….”

“…….”

순식간에 좔좔 쏟아내는 지시에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얼마나 많이 털어댔으면….

[굶주린 혼돈의 궁전 경비병들이 도착합니다!]

[경비병들이 공격을 개시합니다!]

원래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났겠지만, 이번만큼은 반가웠다.

태현은 검을 들고 외쳤다.

“와라, 굶주린 혼돈 놈들아! 우린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는다!”

‘저렇게까지 도발을 해야 하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싸움 전에 도발하는 것도 여러모로 장점이 있긴 했지만, 지금 태현은 마치 적들이 더 많아지길 원하는 것처럼 도발을 하고 있었다.

굳이 왜 저렇게까지…?

‘아무리 싸움이 좋아도 그렇지.’

파파파파팍!

“공격 날아온다! 뒤로 피해!”

[황야의 화살이 날아옵니다!]

[황야의 화살이 급소를 노리고 방향을 틉니다!]

[……]

[……]

궁전 경비병들의 사격은 예리하고 살벌했다.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성벽 위를 넘어 빗발처럼 화살이 꽂혀 내렸다.

한 대라도 맞으면 바로 상태 이상에 걸리는 강력한 공격.

“일단 안으로 들어가!”

“피하고 봐! 맞고 있으면 안 되겠다!”

“뒤로 달려! 뒤로!”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진형을 풀고 허겁지겁 흩어졌다.

케인은 그 모습에 당황스러워했다.

“탱커들이 안 막냐?!”

“쟤네들이 그럴 줄 알면 그게 약탈자 플레이어겠냐?”

태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일단 약탈자 플레이어들 중에는 탱커 자체가 적었다.

탱커 계열 직업들이 대부분 느리고 공격력이 약한 만큼 약탈자와는 안 맞는 것이다.

이런 공격이 날아왔을 때 막는 것보다는 피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흩어졌다가는 위험하잖아!”

“자기들 운명이지.”

태현은 냉정했다.

애초에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말을 한다고 듣는 놈들이 아니었다.

자기들 멋대로 약탈하다가 공격 왔을 때 흩어졌으면 책임 또한 자기들이 져야 하는 법.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쓸려나가면 곰 수인족들도 어느 정도 경각심을 가지게 될 거다. 나쁘지 않아.’

“잠깐!! 다들 흩어지지 말고 이쪽으로 모여!”

신진 랭커 출신, 메이미가 손을 들고 외쳤다.

다른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무슨 개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여기 김태현 선수를 두고 제멋대로 움직였다가는 김태현 선수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그… 그렇지!”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딱히 그런 말 안 했는데?

그러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알아서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흩어지고 도망치려던 약탈자 플레이어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달려왔다.

“모여! 괜히 이탈하지 말고.”

“멋대로 도망치다가는 김태현이 뒤에서 칼 휘두른다!”

-이런 건방진 도둑놈들이 감히!

도착한 궁전 경비병들이 부서진 성벽 잔해 위로 다시 길을 뚫으려고 했다.

그러나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버텼다.

“어딜 오려고! <진홍 낙인>, <진홍 각인>, <진홍의 일격>!”

“<맹독 회오리 칼날>, <도적의 사악한 속임수>, <충격의 시야>!”

아껴놨던 각종 PVP 전용 스킬들이 터져 나오자 궁전 경비병들도 움찔하며 물러섰다.

약탈자 플레이어들인 만큼 기본적으로 인간 형태 적 공격에는 매우 뛰어났던 것이다.

‘아니 저놈들은 왜 또….’

[카르바노그가 이번 공격은 뭔가 다 꼬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잘 굴러가고 있는데 이렇게 꼬이는 건 또 처음이군.’

궁전 습격 자체는 아주 막힘없이 잘 굴러가고 있는데, 정작 태현이 해야 할 퀘스트는 꼬이고 있다니.

곰 수인족 전사들도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버티는 걸 보며 떠들고 있었다.

-저걸 보아라!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은 연약해빠졌구나! 기껏해야 도적놈들 하나 뚫지 못하다니.

-크핫핫핫! 앞으로 부족의 깃발만 봐도 공포에 떨리라!

‘환장하겠군.’

태현은 어떻게 해야 상황을 뒤집을 수 있을지 골치가 아팠다.

그렇다고 약탈자 플레이어들 등짝에 공격을 갈길 수는 없는 일이고….

꽝!!!!

“!”

[안다탑 총독의 친위대가 도착합니다!]

-빌어먹을 도적놈들, 그리고 야만족 놈들아! 버러지 같은 놈들이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감히 이런 짓을 해?!

분노한 안다탑 총독이 친위대를 이끌고 서둘러 돌아온 것이다.

태현은 기쁜 표정으로 총독을 쳐다보았다. 그 표정이 총독을 더욱 열받게 만든 모양이었다.

-건방진…! 자신 있다 이거냐! 네놈의 함정에 내가 걸려들었다 이거냐!

[화술 스킬이 성공합니다!]

[안다탑 총독이 분노합니다!]

[<영혼에 스며드는 화술>로 인해 추가 효과가 발동합니다. 총독의 지능이…]

‘아니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태현은 억울했다.

정말로 총독이 잘 싸워주길 기대한 것뿐이었는데….

[안다탑 총독의 전사들이 덤벼듭니다!]

[곰 수인족 전사들이 포효합니다!]

[……]

[……]

총독의 친위대에 소속된 정예 중 가장 뛰어난 전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쳐나왔다.

어마어마한 거구에 각종 중갑으로 무장한, 에스파 왕국 투기장 출신의 뛰어난 전사들이었다.

그에 맞서 곰 수인족 전사들도 어디 한번 덤벼보라는 듯이 날뛰었다.

‘곰 수인족 전사들이 뛰어난 전사라지만, 총독 전사들은 굶주린 혼돈의 힘까지 받은 상황. 무조건 유리하겠지!’

태현은 기대하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태현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크윽…!

-뭐하는 거냐! 이런 멍청한 놈들! 내가 너희들에게 돈을 얼마나 주는데!

총독은 방방 뛰었다.

친위대 전사들이 곰 수인족 전사들을 압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 자체가 치욕스러운 일이라 총독은 더욱 분노했다.

‘아니, 저기서 재촉을 하면 더 불리해지지! 이런 멍청한 놈…!’

태현은 속으로 한탄했다.

곰 수인족 전사들이 각종 스킬로 인해 폭발하듯이 강하면 버티면서 상대의 기세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총독이란 놈이 계속 재촉만 하고 있었다.

내가 지휘했으면…!

“김태현 선수! 김태현 선수!”

“??”

“앞에 총독이요! 지금!”

“…!”

주변에서 열심히 싸우던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태현에게 신호를 보냈다.

어느새 안다탑 총독이 태현 가까이 온 것이다.

‘아니….’

태현은 정말로 총독을 납치하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기세등등한 곰 수인족 전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지금요! 바로!”

“…아오.”

하지만 무시하기에는 너무 티가 날 정도로 좋은 기회였다.

<고대 신전의 가호-검술 스킬 퀘스트>

고대 신전이 내린 가호가 당신에게 검술 스킬의 길을 알려주려고 한다.

상대방을 기습해서….

게다가 검술 퀘스트까지 나온 상황.

태현은 한숨을 한 번 쉬고 달려들었다.

-아니?! 이놈들! 막아라! 날 지켜… 날 지켜라!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

마검이 휘둘러지고 주변에 있던 경비병들이 밀려났다. 태현은 폭탄을 꺼내서 던진 다음 총독을 붙잡았다.

[안다탑 총독을 붙잡았습니다!!]

[안다탑 총독이 포로 상태로 변합니다!]

[……]

[……]

[……]

-이, 이놈이! 이놈이…!

태현은 안다탑 총독을 일단 붙잡은 다음 친위대 전사들에게 외쳤다.

“총독 전하께서 자기 목숨은 신경 쓰지 말고 싸우라고 하신다!”

-읍읍읍읍?!

“최선을 다해서 싸우라고 하신다! 멈추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신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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