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706화 (1,705/1,826)

§ 나는 될놈이다 1706화

-굶주린 혼돈이 어떻게 반응할지 걱정입니다.

-그쪽으로 이야기 들어보고 있는데, 에랑스 왕국의 남은 영지를 점령하고 있다는데요.

-국왕 죽어서 지금 저항하는 NPC들 거의 없지 않아요?

-귀족들 중에 굶주린 혼돈과 싸우던 귀족들은 버티고 있고, 못 버틸 것 같은 귀족들은 아예 영지를 버리고 이탈한다고 하더라고요. 영지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는 합류하겠냐는 퀘스트도 뜨고.

서로 놀리고 우기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진지하게 지금 상황을 고민하는 랭커들 게시판도 있었다.

잃을 거 많은 랭커들에게 지금 같은 상황은 더더욱 고민되는 상황!

특히 어느 한 곳에 가입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스미스는 돌아왔답니까?

-스미스 선수 돌아왔다는데, 솔직히 거짓말 같아요. 굶주린 혼돈 세력 내에서 모습 공개하는 거 본 적이 없는데.

-뉴욕 라이온즈도 공개 안 하는 거 보면 꽤 이상한 곳으로 날아간 거 같습니다.

-아, 굶주린 혼돈도 그렇고 김태현 쪽 원정대도 그렇고… 김태현 쪽 원정대는 상황이 어떻죠?

-굶주린 혼돈 상대하려고 지금 영지 곳곳에 방어란 방어는 다 올리고 있다던데요.

실제로 지금 원정대 영상을 보면 모인 플레이어들이 오스턴 왕국 전역에 닥치는 대로 건설을 시도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다른 원정을 끝내고 돌아온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쳐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끝까지 버틸 생각으로 우주방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걸 보니 더 헷갈렸다.

저렇게 방어하는 걸 보니 굶주린 혼돈이 유리한 거 같기도 하고….

게다가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계속 추가되는 게 영상으로 공개되고 있기도 했다.

<굶주린 혼돈의 새로운 군단, 대공개!>

<왕국 북쪽 항구에 내린 굶주린 혼돈의 군단! 과연 어떤 군단일지…>

<다른 대륙의 정벌이 모두 끝났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

<…>

굶주린 혼돈에 가입한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이슬만 먹고 살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에 가입한 만큼 본전 이상을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굶주린 혼돈이야 좀 어이가 없겠지만, 굶주린 혼돈의 전력이나 퀘스트들을 최대한 공개하면서 홍보하고 있었다.

-야 이 미친놈들아! 지금 김태현 상대해야 하는데 그 정보를 공개해 버리면 어떡해!

-무슨 고리타분한 소리를 하는 거야? 이렇게 홍보를 해줘야 굶주린 혼돈에 가입하지!

-…이 미친놈들이 변명을 해도 꼭!!

정보가 많은 만큼 더욱 더 혼란스러운 상황.

그 모습에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역으로 안심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는데?’

‘오히려 이런 상황이 낫지.’

판온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꼭 굶주린 혼돈 세력에 가입할 필요는 없었다.

괜히 가입해 봤자 경쟁자만 늘어나고 불리해질 수 있었으니까.

상대 쪽에만 가입 안 하면, 굶주린 혼돈 쪽에는 유리해진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퀘스트 초기에 겪었던 쓰라린 실패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갑자기 오스턴 왕국부터 아탈리 왕국까지 플레이어들이 뭘 잘못 먹었는지 대거 원정대에 참가해서 침공이 실패한 것이다.

만약 그때 플레이어들이 참가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면 굶주린 혼돈 퀘스트는 지금쯤 벌써 끝났을지도 몰랐다.

‘굶주린 혼돈 쪽에 가입하게 만들기 힘들다면, 차라리 지켜보자고 루머를 퍼뜨려.’

‘지금은 방관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하는 것도 좋겠지.’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확신을 얻고 열심히 작업을 했다.

…그런데 반응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나타났다.

-확실히 지금 상황은 선택하기 힘든 상황이지. 이해가 간다.

└앗. 랭커 빌락손 님이시다.

└그래서 빌락손 님도 지금 선택 안 하고 기다리고 있으신가요?

-아니. 나는 그냥 원정대 가입했는데.

└???

└??????

-플레이어 여러분들. 섣부른 선택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괜히 가입했다가 피 보지 마시고 그냥 좀 기다리시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겁니다.

└역시 랭커 김재현 님!!

└김재현 님도 기다리고 계신가요?

-아뇨. 전 그냥 원정대 가입했어요. 근데 여러분들한테는 추천 안 해요.

└….

└…?????

플레이어들은 혼란에 빠졌다.

랭커들한테 물어보면 ‘음 지금은 선택하기 어렵죠. 미루세요’라고 대답하는데, 정작 자기는 원정대 가입을 하는 기현상!

-내가 가입한 건 굶주린 혼돈이 너무 짜증 나서 가입한 거고… 근데 다른 플레이어들한테 가입하라고 할 수는 없죠.

-굶주린 혼돈이 하늘섬 떨어뜨린 게 너무 괘씸해서….

-구오청 그 새끼가 굶주린 혼돈에 가입해서 까부는 게 너무 짜증 나더라.

-럭키 길드 동맹 주제에 까부는 꼴이 꼴보기 싫어.

그랬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지만….

가끔은 안 그럴 때도 있는 법!

사람은 이성보다 감성을 따를 때도 있는 것이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시간이 자기들 편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굶주린 혼돈에게 점령된 영역은 늘어나고 군단도 많아질 것이라고.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굶주린 혼돈에게 불만을 품고 맞서 싸우려는 플레이어들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 * *

“괜찮을지 모르겠군.”

태현이 약한 소리를 하는 건 정말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팀 KL 선수들은 태현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지금 그들은 오스턴 왕국을 내버려 두고 퀘스트를 깨기 위해 따로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괜찮을 거예요. 지금 오스턴 왕국에는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물론이고, 각종 NPC들이 전부 모이고 있잖아요. 게다가 굶주린 혼돈도 타격이 없지 않았으니, 바로 회복하고 공격하지는 못할걸요?”

“고마워. 기운이 난다. 이다비.”

훈훈한 분위기에 케인도 태현에게 말했다.

“맞아. 괜찮을 거야.”

“….”

‘난 무시하냐!?’

케인은 울컥했다.

대충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너무하네!

“지금 그러니까 깨야 하는 퀘스트를 정리해 보자. 태현아. 뭘 해야 한다고?”

“일단 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가 있어. 이건 최우선은 아니지만, 신경은 써줘야 해. 굶주린 혼돈과 싸우려면 안 필요할 수가 없거든.”

“그렇군. 고대 제국 부활… 관련 NPC들의 협조를 얻어야겠군. 대륙 왕족들이 꽤 많이 죽어 나가긴 했지만 말이야.”

“그다음은 내 직업 퀘스트가 있어. 최고급 검술 스킬 8을 찍고 두 가지 비전 검술 스킬을 추가로 얻어야 해.”

“….”

“….”

최상윤과 케인이 미친놈 보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퀘스트가 양심이 없는데??”

“뭐 그딴 퀘스트가…?”

“아직 안 끝났어. 굶주린 혼돈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하거든. 일단 악마 공작들을 모두 굴복시켜서 악마왕의 힘을 얻어야 해.”

“나 알 거 같은데. 그다음은 이제 천계로 가서 천사들을 모두 굴복시킨 다음 아키서스를 죽이는 거지?”

태현은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그런 다음 다른 스킬들도 전설을 찍고 이 모든 힘을 합쳐서 굶주린 혼돈을 쳐서 쓰러뜨리면….”

“진짜 너무해도 개너무한데….”

“그냥 굶주린 혼돈 가입하란 거 돌려서 말하는 수준 아닙니까?”

“시끄러워. 그만 투덜대라.”

태현의 말에 다른 선수들은 입을 다물었다.

여기서 더 투덜댔다가는 케인처럼 구박을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에스파 왕국으로 오신 건가요?”

“그렇지. 아키서스 전쟁의 검을 가르칠 수 있는 야만 부족들이 여기 남아 있다고 들었어.”

에스파 왕국.

에랑스 왕국 서쪽으로 가야 나오는, 황야와 황무지, 메마른 산으로 가득한 일명 도적들의 나라.

워낙 이런 곳에 숨어 있는 도적들이 많아서 저런 별명을 갖고 있었다.

“근데 에스파 왕국은 지금….”

“…굶주린 혼돈한테 점령당했잖아.”

“그렇지.”

일행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돌았다.

왕국 내에 강한 NPC들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보유하고 있던 에랑스 왕국과 달리, 에스파 왕국은 부족들이 흩어져서 따로 노는 왕국에 가까웠다.

시설도 잘츠 왕국 다음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열악한 편이었고.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진격했을 때 빠르게 밀리고 점령당하는 것도 당연했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점령하지 않은 곳을 돌아다녀도 암살 걱정을 해야 할 텐데, 하필이면 점령당한 곳이라니.

“정말 걱정인데요.”

“괜찮을 거야. 이다비.”

“정말 걱정인데.”

“아. 그만 좀 투덜거려. 그럴 시간 있으면 덤벼드는 적을 어떻게 잡을지나 생각해라.”

“….”

최상윤은 급격히 억울해졌다.

야…!

* * *

“큰일이다. 큰일이야.”

“그러게 정말 큰일입니다.”

에스파 왕국, 외곽 요새 비밀 지하실.

랭커들이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로부터 우리 에스파 왕국은 도적들이 먹고살기 좋은 곳이었는데….”

“맞습니다. 법 없이도 사는 왕국이란 별명이 왜 붙었겠습니까.”

“굶주린 혼돈 놈들 때문에 이렇게 물이 안 좋아질 줄은 몰랐지.”

그랬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산적, 해적 등 약탈자 랭커들이었다.

도적질하기도 좋고 숨기도 좋은 에스파 왕국.

거기서 근면성실하게 남의 아이템을 뺏고 도적질을 해오던 약탈자 랭커들에게도 굶주린 혼돈의 영향은 찾아왔다.

처음에는 ‘어라? 왕국이 흔들리면 우리를 더욱 못 건드리겠는데? 기회다!’ 하고 신이 났던 도적들이었지만….

굶주린 혼돈이 왕국을 완벽하게 장악하자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오직 섬겨야 할 존재는 굶주린 혼돈뿐이다!

-그렇구나.

-굶주린 혼돈을 숭배하고, 굶주린 혼돈을 모셔라!

-음. 그 정도까진 뭐….

-굶주린 혼돈에게 기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바쳐라! 세금을 내라!

-잠깐. 저희는 도적인데 세금을 내야 합니까?

-뭐라? 감히 굶주린 혼돈을 섬기지 않고 반항을 해? 저 도적 떼들을 토벌해 버려라!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에스파 왕국도 우리가 도망치면 못 쫓아왔는데 우릴 건드릴 수 있을 줄 알아?!

[요새가 파괴됩니다!]

[도적단이 섬멸됩니다!]

-…건드릴 수 있구나. 굶주린 혼돈 진짜 더럽게 세다!

-아니, 김태현처럼 안 되나? 김태현네는 잘 막던데.

-우리가 도적이긴 하지만 양심없는 소리는 작작하자. 이 오합지졸로 뭘 막아?

처음에는 하던 버릇대로 ‘우린 세금을 내지 않는다! 꼬우면 덤벼봐라!’ 했던 도적 플레이어들은 정말 개 패듯이 두들겨 맞고 깨갱거리며 도망가야 했다.

태현 쪽 원정대가 이긴 것을 보고 영감을 얻어서 다들 덤벼봤는데 현실은 냉혹했던 것이다.

도적 플레이어들은 목숨만 건진 채 황무지 구석진 지하로 숨어들어 가야 했다.

“저 지금 퀘스트 떠서 빨리 약탈해야 하는데….”

“나도 그래. 무엇보다 손가락이 근질근질하다고.”

“접속해도 약탈을 못 하면 판온을 하는 이유가 없습니다!”

랭커들은 괴로운 한숨을 내쉬었다.

약탈자 계열 직업이란 게 한 번 발을 디디면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계속 약탈 퀘스트가 뜨고, 약탈하지 않으면 오히려 약해지는 것이다.

악 성향 플레이의 페널티!

물론 이런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그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게 좋아서 하는 거니까.

문제는 이렇게 숨어들었을 경우에는 미친 듯이 괴로워진다는 것이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괴롭다!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일단 다른 NPC들한테 좀 빌붙어보자. 남아 있는 도적단 없냐? 잘린 말 도적단 위치 확인한 사람?”

“제 친구가 거기 가입했었는데 굶주린 혼돈한테 도적단장부터 시작해서 싹 전멸당했다는데요.”

“…그럼 혹시 검은 매 도적단은?”

“거긴 위치 압니다. 잠시만요. 물어볼… 아. 공격받고 있다고? 그렇군. 그래. 음. 얘네는 지금 전멸하고 있는데요.”

“….”

도적 랭커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쾅!

“??”

랭커 한 명이 지하실 문을 열고 다급히 들어왔다.

“뭐야?”

“김태현이 여기 왔다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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