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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702화 (1,701/1,826)

§ 나는 될놈이다 1702화

지진 마법은 파괴력을 노리는 마법사들의 로망 중 하나였다.

한 방에 땅을 쩍쩍 쪼개고 그 위에 있는 것들을 닥치는 대로 부숴버리는 강력한 마법.

하지만 지진 마법은 강력한 만큼 그렇게 쉽게 쓸 수 없었다.

일단 플레이어가 쓰려면 막대한 마력을 모아야 하고….

동시에 꽤 오랫동안 걸리는 준비 과정도 거쳐야 했다.

그 와중에 각종 재료가 추가로 필요한 건 덤이었고.

원래 쓰기 힘든 대마법은 다 이런 식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렇게 고생고생을 해도 아주 좁은 범위에만 지진을 일으킬 수 있었지, 도시 하나나 성 하나에 지진을 일으키는 건 아예 다른 영역의 이야기였다.

하물며 왕국 전체에 지진을 일으키는 건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지금 왕국 전체에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콰르르르르르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땅이 흔들리고 대륙이 포효했다.

플레이어들은 단단한 암반이 마치 파도처럼 출렁이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판… 판온 망했다!! 판온이 드디어 망했다!”

“안 망했어, 멍청아!”

몇몇 플레이어들은 굶주린 혼돈이 대륙을 끝장낸 줄 알 정도였다.

[대륙이 포효합니다!]

[대륙이 뒤흔들립니다!]

[지진이…]

[……]

[……]

[……]

-다들 최대한 버텨라!

태현은 원정대 파티장들에게 빠르게 명령을 내리며 동시에 각종 버프를 전부 사용했다.

-아키서스의 축복,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주사위!

태현이 갖고 있는 강력한 권능 스킬들이 빛을 발하며 주변에 있는 원정대 플레이어들에게 버프 효과를 줬다.

원래라면 하나로도 충분한 권능 스킬이었지만 태현은 아끼지 않았다.

태현 본인도 이 지진이 지금 얼마나 강할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게임 망하진 않겠지?’

드르르르륵! 쿠콰콰콰콰쾅!

사방에서 비산하는 파편들로 인해 아예 시야가 막힐 정도였다.

거대하고 뾰족한 바윗덩이들이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은 초현실적이기 그지없었다.

“대피해! 대피해!!”

“뒤로 물러나!!”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정신없이 뒤로 도망쳤다.

이렇게 원정대 플레이어들만 정신없이 도망치는 이유는 간단했다.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지금 2/3이 넘는 숫자가 바로 로그아웃을 당한 것이다.

하필이면 하늘섬이 떨어진 위치가 굶주린 혼돈의 진영의 본진 쪽이라니!

-?????

-천, 천벌???

-하늘섬이 지금 어디로 떨어진 거야? 어디로 떨어졌어?

-굶주린 혼돈 세력 다 죽은 거임???

보고 있던 사람들도 지금 전혀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어디가 더 큰 피해를 입은 건지, 지금 누가 날아간 건지, 하늘섬이 왜 떨어진 건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사람은 수만 명이 넘었지만 지금 제대로 된 정보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 쪽이 하늘섬을 떨어뜨렸으니까 왕국군 위에 떨어뜨렸겠지!

-진짜 끝났다. 안 그래도 불리했는데 어떻게 이런….

-하늘섬 추락은 진짜 광기 아니냐? 어떻게 하늘섬을 떨어뜨려??

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다들 좌절한 채 한탄했다.

심지어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도 좌절할 정도였다.

-아니 미친놈아 진짜 왕국 위에 떨어뜨리면 어떻게 해!!

-하필이면 수도 주변이네!! 수도 다 박살 나겠다!!!

-다스릴 땅은 남겨줘야지! 적당히를 몰라??

그러나 몇몇 간신히 빠져나온 사람들이 방송을 다시 시작하고, 사방이 뒤흔들리는 와중에도 몇몇 부분들이 영상에 잡히자 사람들의 반응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원정대 멀쩡한데??

-원정대 킹태현넘버원 파티 무사히 이탈 성공!

-뭐? 김태현이 있었어?

-아니. 김태현이 아니라… 됐다. 이야기하면 길어.

-원정대 크로포드 파티 무사히 이탈 성공!

-원정대 쑤닝 파티 무사히 이탈 성공!

-안 물어봤어.

-이 새끼 설마 동료 버리고 지 혼자 튄 거 아님? 백프로네.

-하늘섬이 다른 쪽에 떨어졌다!!

-뭐?! 수도 그럼 안 날아갔어?

-아니. 수도는 날아갔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왕관 평원 전투가 중요하지!

-아이고!! 아이고!!!! 굶주린 혼돈 미친놈이 수도는 왜 부수는데!

혼란 가득한 전장.

평원에 있는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이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 상황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태현과 스미스였다.

“스미스 놈 무조건 국왕 목 노린다! 막아라!”

“저, 김태현 선수!!”

하늘섬 랭커들은 태현의 뒤를 쫓아서 빠르게 날아가며 외쳤다.

“왜!”

“그, 에랑스 국왕도 김태현 선수 목을 노린다고 들었는데요!”

“…….”

태현은 할 말이 없었다.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었으니까.

“기습당하고서 생각이 바뀌어서 날 불렀다는데….”

“그 거짓말을 믿으십니까?”

“사실 안 믿긴 해.”

태현은 인정했다.

뒤에 있던 팀 KL 선수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지금 괜히 갔다가 스미스랑 에랑스 국왕이 손 잡고 패는 거 아니야?”

“최악의 경우 굶주린 혼돈으로 갈아탈 수도….”

[카르바노그가 두려움에 떱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버려 두면 스미스가 국왕을 죽일 거라고.”

태현도 지금 상황은 잘 알고 있었다.

평원에는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들이 여럿 강림해 있고.

에랑스 국왕은 태현을 죽일지 안 죽일지 모르는, 슈뢰딩거의 에랑스 국왕 상태고.

거기에 스미스와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태현을 만나면 다른 어지간한 목표는 다 버리고 태현을 반드시 반드시 붙잡아서 설욕을 하려고 할 테고….

정말로 첩첩산중 그 자체였다.

하늘섬이 적진에 낙하해서 대혼란이 만들어졌는데도 이 정도라니.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첫째.

에랑스 국왕이 스미스에게 쓰러지는 순간 그나마 버티던 에랑스 왕국의 남은 영지들도 전부 다 항복할 가능성이 높았다.

둘째.

안 그래도 요즘 미친놈처럼 강해지고 있는 스미스가 에랑스 국왕까지 목을 따면 얼마나 강해질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이 에랑스 국왕의 목에 얼마나 많은 보상을 걸었겠는가.

지금 태현도 마음 같아서는 이 왕관 평원 전투를 내버려 두고 직업 퀘스트와 전설 스킬 퀘스트를 깨고 싶었지만….

내버려 뒀다가는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찾아올 것이다.

“가자.”

“알겠습니다. 김태현 선수!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하늘섬을 잃어버린 랭커들은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그 끝이 어디든 간에 무조건 따라가서 굶주린 혼돈에게 엿을 먹여주겠다!

“그래. 하늘섬을 파괴한 굶주린 혼돈에게 복수를 하자고!”

“굶주린 혼돈에게 복수를!!”

[카르바노그가 혹시 모르니까 그만 강조하자고 부탁합니다.]

* * *

하늘섬의 대충격에도 스미스와 군단장은 죽지 않았다.

떨어지기 직전에 갖고 있던 스킬들을 난사해서 구역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살아남은 굶주린 혼돈의 기사들과 플레이어들. 그리고 스미스와 군단장들.

그들은 믿기 힘들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이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스미스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지금 다른 상황은 모두 잊어버리십시오. 에랑스 국왕을 잡아야 합니다.”

“…!”

다른 선수들은 스미스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독하다!

지금 사람인 이상, 하늘섬이 뒤에 떨어져서 주변이 완전히 마계처럼 변한 상황에서 목표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스미스는 뒤에 굶주린 혼돈의 세력이 싹 쓸려나간 건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들어가자고 하고 있었다.

-맞는 말이다… 굶주린 혼돈께서 내린 명령을 해결해야 한다. 가서 해치워라, 키메라 기사!

쾅!

스미스는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거대하고 화려한 중갑을 입고 다니는 스미스였지만 키메라 종족으로 변한 이후부터는 어디에 있어도 눈에 띄었다.

“스미스다!!”

-적이다! 적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

에랑스 왕국 기사단장들은 다급히 후퇴를 진행하다가 달려오는 스미스를 보고 길을 막았다.

-이 더러운 모험가 놈. 기사 주제에 어디까지 타락한 것이냐!

-네놈을 절대로 앞으로 보낼 수는 없다!

[<굶주린 혼돈의 네 번째 파동>을 사용합니다!]

[혼돈의 파동이 기사단장들을 날려 버립니다!]

콰르르르르륵!

스미스는 달려드는 기사단장들을 향해 충격파를 날렸다. 단순한 충격파가 아니었다. 짙은 혼돈이 일렁거리는 파동이 기사단장들을 휘감더니 그대로 날려 버렸다.

‘보인다!’

스미스는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에랑스 국왕의 깃발이 걸린 천막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길고 길었지만 이 퀘스트를 끝낼 때가 온 것이다!

퍽!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매우 빠르게 날아온 상대에 공격당했습니다! 추가…]

[스턴 상태에 저항합니다!]

[……]

[……]

스미스는 뒤에서 날아온 충격에 그대로 날아갔다.

어찌나 빠르고 강하게 들이박았는지 각종 상태 이상이 떴다가 사라졌다.

자세를 잡고 착지한 스미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안 봐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김태현 선수. 이번에는 안 도망가실 겁니까?”

스미스의 도발은 너무 하찮아서 태현 같은 도발의 마에스트로한테는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

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있는 케인이 외쳤다.

“저번에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하고 다 같이 덤벼서 썰려나간 주제에 무슨! 네 거품은 다 터졌어!”

“…….”

스미스는 어이가 없다 못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원래 같잖은 상대한테 도발을 당하면 더 어이없는 법이었다. 하물며 그게 자신보다 훨씬 낮다고 생각했던 케인이라면 더더욱.

케인은 스미스가 빤히 쳐다보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야. 김태현. 괜찮은 거 맞지??

-뭐 여기서 스미스한테 공손하고 친절하게 말하면 스미스가 약하게 패겠냐? 스미스 부모님 욕해도 결과는 똑같아.

-그, 그렇지만 왠지 저 눈빛은 나부터 조질 것 같다고…!

어차피 탱커인 이상 맞아야 할 입장이지만 케인은 온몸이 떨렸다.

그만큼 스미스가 풍겨내는 기세는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퀘스트를 얼마나 깼는지 매번 볼 때마다 차원이 달랐다.

“스미스. 네놈이 하늘섬을 망가뜨렸어! 에랑스 왕국도!!”

“네놈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욕심으로 다른 사람들 모두를 엿 먹여도 되는 거냐!! 말해봐라!!!”

하늘섬 랭커들은 분노에 차서 외쳤다.

물론 스미스는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했다. 스미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설마 이걸 또 저한테 뒤집어씌울….”

“억울한 척 해봤자 소용없다, 스미스!”

태현은 공격을 시작했다.

원래 이럴 때 가장 좋은 건 공격!

기계공학자의 마검이 불을 뿜고, 새로 얻은 아키서스 검법이 이제까지 쌓아 올린 태현의 검술 스킬을 강화시키며 힘을 불어넣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아키서스 행운의 기운으로…]

[……]

[……]

[아키서스 첫 번째 공격이…]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무수히 많은 빛줄기들이 태현의 검을 따라 거대해진 스미스의 전신을 두들겨 팼다.

지원을 위해 따라 온 하늘섬 랭커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누가 봐도 태현이 스미스를 압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태현의 표정은 어두웠다.

‘이 자식… HP가 그 사이 또 몇 배로!’

[굶주린 혼돈의 혈액으로 인해 HP가 빠르게 회복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저주가 피부에서 흘러나옵니다. 페널티가…]

[……]

[……]

스미스는 예전처럼 어떻게든 공격을 받아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방패에 의존해서 버티기만 했다.

훨씬 더 소극적이었지만 그 자세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태현의 맹공을 버티고 먼저 지치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어쩔 수 없군.”

“숨겨진 스킬입니까?”

스미스는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이 자세를 갖췄다.

저번에 태현이 전설 검술 스킬을 갑자기 뽑아버린 탓에, 방심하고 있다가 같은 동료들까지 전부 썰려나간 건 정말 뼈아픈 기억이었다.

이제 절대 방심하지 않는다.

‘어떤 스킬을 쓰더라도 바로 대응해 주겠다!’

“이다비! 국왕 데리고 튀어라!”

“네!!!”

“…….”

스미스는 쌍욕을 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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