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699화 (1,698/1,826)

§ 나는 될놈이다 1699화

말이 하늘섬이었지 하늘섬은 일종의 대륙이었다.

땅이 저 밑으로 가라앉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오늘 그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뭔데!? 뭔데!?”

“이다비 씨!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수혁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 모두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태현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비슷한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건 이다비밖에 없었던 것이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물론 이다비라고 지금 같은 초유의 상황에 익숙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다비는 다급히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불러 모으고 게시판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정보를 모아야 했던 것이다.

<하늘섬 추락한다!!>

└요즘 굶주린 혼돈이 날뛰더니 판온 게시판에 자꾸 이상한 어그로 끄는 놈들이 많아짐?

└하늘섬이 추락한다니. 그런 거짓말밖에 못 하냐? 좀 더 창의적인 거짓말을 해봐라.

└스미스, 굶주린 혼돈의 성에서 숨쉰 채 발견…!

└헉 진짜요???

└글자를 잘 봐야지.

‘이런 도움 안 되는 사람들 같으니.’

하지만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도 슬슬 현실을 받아들였다.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실시간으로 영상들과 글들이 너무나도 미친 듯이 올라왔던 것이다.

<하늘섬 진짜 추락!!>

└아까 안 믿는다는 놈들 나와!

└난 믿었는데. 하여간 판온 뉴비들은 자기 기준으로 이해 안 되는 거 보면 일단 의심부터 한다니까.

└아주 안 좋은 습관인 듯….

└됐고! 지금 하늘섬 추락하는데 어떻게 해야 함??

└일단 집 안에 있는 재산은 다 갖고 나와야 하나?

└나, 나 기껏 새집 마련했는데….

└그보다 하늘섬 위에 있으면 충격 때문에 박살 나는 거 아니야? 날아야 하나?

└근데 하늘섬보다는… 그… 하늘섬 밑에 있는 놈들이 더 위험한 거 아닌가?

└…….

<하늘섬 위치 예상>

<하늘섬 어디로 낙하함?>

<하늘섬 굶주린 혼돈 때문에 낙하…>

<굶주린 혼돈 이 미친 양아치들아 너희 때문에 판온 망하잖아>

<하늘섬 낙하 시 대비할…>

<아키서스 교단 가입하면 하늘섬 낙하해도 버틸 수 있나요?>

‘음. 정말 정보가 하나도 없구나.’

이다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단 지금 굶주린 혼돈 때문에 하늘섬이 추락하고 있다 같은 소문들이 퍼지고 있긴 했지만 확실한 건 알 수 없었다.

‘…잠깐. 지금 태현 님 신전 안에 들어갔는데 설마… 아니겠지.’

이다비는 갑자기 걱정이 됐다.

아니겠지??

* * *

[시련을 극복합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스탯이…]

[검술 스킬이…]

[…]

[…]

태현은 바다 위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꼬르륵 가라앉는 시련을 지켜보았다.

정말 처절한 싸움이었다.

‘이 시련 자식은 왜 이렇게 HP만 많아가지고 서로 귀찮게….’

나오면 때리고 들어가면 얼리고 나오면 때리고 들어가면 얼리고….

그 지겨운 반복 끝에 승리한 건 결국 태현이었다.

끈기의 승리!

그리고 그 승리에 보답하듯이, 태현의 검술 스킬은 크게 올랐다.

‘최고급 검술 5, 94%. 조금만 더하면 6을 찍겠군.’

레벨 업도 레벨 업이지만 검술 스킬의 성장이 무엇보다 기뻤던 것이다.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고대 신전-아키서스의 화신 퀘스트>

당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련을 극복했다.

고대 성기사단장은 검으로 교단의 깃발을 지키고 높이 세웠지만, 교단의 깃발을 지키고 세우는 데에 있어서 한 가지 방법만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

‘알아줘서 고맙군.’

태현은 퀘스트 창에 반색했다.

이게 바로 옳은 퀘스트 창 아니겠는가.

검술 스킬로만 잡아야지, 너는 왜 이상한 방법으로 잡냐! 이런 식으로 구박하는 건 틀린 퀘스트 창이었다.

….

그런 당신의 뜻을 알아차린 신전은 다음 시련을 준비했다.

당신이 쓴 방법에 걸맞은 시련들을 다시 극복하라!

당신의 검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보상: ?, ???

“…아니. 아니. 아니.”

태현은 퀘스트의 뜻을 알아차리고 멈칫했다.

지금 설마 시련을 다시 또 하라고?

‘그냥 검술로 잡을 테니까 없었던 일로….’

저 멀리서 또 한 명의 태현이 나타났다.

아까 태현과 달리 지팡이를 들고 마법을 준비하고 있는 태현이었다.

“…….”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또, 또 한 명의 태현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각종 기계공학 장비로 무장한 채 강화 골렘을 타고 있는 태현이었다.

“후.”

태현은 한숨을 쉬고 시련들을 쳐다보았다.

“와라.”

* * *

[시련을 극복합니다!!]

[…]

[…]

[…]

[…]

[최고급 검술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모든 검술 스킬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일곱 번째 공격>에 도전하십시오!]

[<아키서스 전쟁의 검>에 도전하십시오!]

[…]

[…]

‘드디어 끝난 건가?’

아무리 태현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시련을 반복해서 도전하자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정말 힘들었다!

마법 시련과 기계공학 시련이 동시에 덤벼드니, 이건 차라리 스미스 놈을 그냥 상대하고 싶어질 정도의 난이도였던 것이다.

그래도 태현은 어떻게든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검술 스킬을 올리는 건 물론이고 새로 다음 스킬들까지.

[신전의 시련을 극복했습니다.]

[신전의 가호가 당신에게 깃듭니다.]

[검술 스킬에 계속해서 도전하십시오. 가호가 당신에게 길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

[권능, <아키서스의 명검 소환>을 얻었습니다!]

-저 권능은!

-놀랍구나, 저 권능을 얻다니!

마검에 갇힌 기계공학자들이 깜짝 놀라 지저귀었다.

태현은 그 반응이 오히려 불안했다.

‘저 인간들이 호들갑을 떨면 이상하게 더 불안한데.’

<아키서스의 명검 소환>

아키서스의 힘으로 스킬 하나를 검으로 바꿔 소환시킵니다.

“…?”

뭔 기괴망측한 스킬이야 이게?

‘좋은 건가? 나쁜 것 같진… 않은데.’

마법 스킬이나 화술, 혹은 기계공학 스킬을 잠시 못 쓰는 대신 그걸 검으로 바꿔 들라니.

기묘하긴 했지만 제법 괜찮아 보이는 스킬이긴 했다.

효과는 써봐야 알겠지만….

‘그보다 신전의 영역을 강제로 더 개방할 방법이 없나 고민이군.’

파브겔은 힘으로 뜯어내라고 했지만 진짜 힘으로 뜯어내려고 했다가는 태현의 목이 뜯어나갈 가능성이 있고….

[시련의 성공으로 인해 아키서스의 힘이 강해집니다!]

[굶주린 혼돈이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고대 신전 위치를 알아냅니다.]

“!”

고민하던 태현은 갑작스러운 메시지 창에 깜짝 놀랐다.

뭐야?!

[카르바노그가 굶주린 혼돈이 감시하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굶주린 혼돈은 바보가 아니었다.

태현에게 그렇게 당한 만큼, 아키서스 교단을 멸망시키기 위해서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대 제국의 유적이 많이 남은 하늘섬은 감시 대상 중 하나였다.

감시의 촉수를 뻗고 기다리다가 태현이 시련을 통과하자마자 추적 개시!

-큰일이다! 굶주린 혼돈 놈이 함정을 파고 있었다.

성기사단장이자 신전 수호자인 가레티아가 다급히 달려 나와서 외쳤다.

태현은 이때다 싶어서 외쳤다.

“잠깐, 그러면 이 신전이 위험한 거 아닙니까?”

-그렇다. 신전이 위험하다.

“그렇다면 이 신전 안에 남은 힘을 저한테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 잘 알고 있구나!

“!”

태현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렇게 쉽게?

‘내가 말하고서도 좀 당황스러운데. 정말 이래도 되나?’

교단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면 교황으로서는 좀 기분이 복잡한데….

-받아라!

[고대 신전의 수호자, 가레티아가 당신에게 신전의 시련을 전수합니다.]

[시련의 문양이 당신에게 깃듭니다!]

[앞으로 시련 퀘스트가 자동으로 시작됩니다.]

[…]

[…]

‘응?’

태현은 멈칫했다.

“신전 안에 남은 힘… 을 주시는 게 아닙니까?”

신전 안에 남은 스킬을 달라고 한 건데, 왜 스킬 대신 스킬 얻을 수 있는 퀘스트를 주는 거지?

-신전 안에 있는 것은 애초부터 힘을 얻을 수 있는 시련이었다. 힘을 그렇게 쉽게 얻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이제 그 시련을 이어받았으니, 설령 신전이 무너져 내린다 하더라도 안심이다.

“…….”

태현은 정색했다.

아니, 물론 고대 신전 안에 있는 시련 문양도 매우 매우 귀한 퀘스트이자 보상이긴 했는데….

날로 먹으려다가 실패하면 원래 사람 마음이 좀 억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당히 억울하군.’

그러나 가레티아는 태현의 실망을 달래줄 시간이 없었다.

지금 굶주린 혼돈의 적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키서스의 고대 신전을 파괴하려고 하는 만큼 절대 만만한 적들은 아니리라.

“저도 굶주린 혼돈의 적들을 상대하는 것을 돕겠습니다.”

-고맙다.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거다. 하늘섬도 곧 추락할 테니, 물러서지 말고 싸워라!

“알겠습니다. …예?”

태현은 무기를 들려다가 멈칫했다.

방금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굳이 그걸 또 듣고 싶어 하다니… 고맙다. 됐나?

“아니. 그거 말고… 하늘섬이 추락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지탱하는 힘이 전부 사라졌으니 추락하겠지.

가레티아는 뭘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말했다.

하늘섬 곳곳에 새겨져 있는, 고대 제국 시절부터 유지되어 내려온 힘의 마법진들.

원래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장소에 설치된 힘의 근원이었지만….

굶주린 혼돈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곳들이었다. 굶주린 혼돈은 닥치는 대로 부하들을 보내 표식을 부수고 힘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 신전도 그중 하나였다.

이곳만 유일하게 아키서스의 힘으로 보호받고 있어서 굶주린 혼돈의 눈을 속일 수 있었지만, 이렇게 시련을 계승하고 신전의 힘이 사라진 지금은 마지막 남은 힘마저 끝난 셈.

그렇다면 곧 하늘섬이 추락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

태현은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뭔 미친 개소리….

‘지금 나 때문에 하늘섬이 추락하나? 내가 신전 계승을 해서?’

[카르바노그가 엄밀히 따지자면 굶주린 혼돈 놈이 걸신들린 것처럼 처먹고 다녀서 그렇다고…]

‘하긴 맞는 말이군.’

태현은 카르바노그의 말에 동의했다.

생각해 보니 표식 99개 먹은 놈 잘못이지 1개 먹은 놈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굶주린 혼돈은 이걸 모르고 있을 텐데….’

태현은 한숨을 쉬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신전의 시련을 계승 받기 전에 이걸 갖고 굶주린 혼돈 놈이나 협박할 거 그랬나?

하늘섬이 추락하면 서로 골치 아플 일이 많을 텐데….

[굶주린 혼돈의 암살자들이 장막을 뚫고 나타납니다!]

[고대 신전에 굶주린 혼돈의 힘이 퍼져나갑니다!]

[하늘섬을 유지하는 힘이 사라집니다.]

[하늘섬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늘섬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

나타난 굶주린 혼돈의 암살자들은 덤벼들기 전에 갑작스러운 진동에 당황했다.

하늘섬이 왜 이러지?

태현은 암살자들을 보며 외쳤다.

“이 더러운 굶주린 혼돈의 개들아! 너희들이 지금 나타난 탓에 하늘섬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이 파괴되었다! 하늘섬이 추락이라도 하면 모두 너희 굶주린 혼돈 탓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늘섬이 추락한다는 같잖은 헛소리에 넘어갈 것 같으냐?

암살자는 코웃음을 치며 단검들을 뽑아 들었다.

신형이 깜박이고 일렁이자 태현은 긴장했다.

언제 어디서 들어올지 모르는 강력한 적수들!

[하늘 섬이 추락합니다!]

[암살자들이 충격에 빠집니다!]

[<영혼에 스며드는 화술>로 인해 보너스 효과가 부여됩니다. 암살자들이 출혈 상태에 빠집니다!]

-말… 말도 안 돼!!!

‘미리 들었지만 심란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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