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698화 (1,697/1,826)

§ 나는 될놈이다 1698화

[<아키서스 공격의 검>을 시전합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아키서스 연격의 검> 시전이 가능해집니다.]

[<아키서스 연격의 검>을 시전합니다.]

[데미지가 크게 증가합니다!]

[……]

[……]

‘생각보다 잘 굴러가는데?’

제대로 스킬 확인할 시간도 없이, 이름만 본 스킬들을 때려박고 있었지만 의외로 스킬 콤보는 잘 굴러갔다.

일단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검술 스킬들이 아키서스 검법에 들어간 만큼, 이름만으로도 어떤 스킬인지 대충 짐작갔던 것이다.

‘그런데… 아키서스 검법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건가?’

태현은 의아해했다.

물론 태현이 모르는 성능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당장 데미지부터 시작해서 각종 옵션들은 때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알기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변화가 조금 심심한 건 사실이었다.

[<아키서스 검법> 관련 스킬을 적중시킬 때마다 아키서스의 행운 기운이 누적됩니다.]

“!”

갑작스러운 메시지창.

태현은 저것과 비슷한 메시지창을 본 적이 있었다.

바로 <화염 적중> 스킬.

<화염 적중>

치명타가 터질 때마다 사디크의 화염 기운이 점점 더 누적됩니다.

사디크 교단의 <위대한 화염의 검술> 스킬과 관련된 스킬로, 이 검술 스킬을 시전하기 위한 기초 스킬이었다.

그런 것처럼 아키서스 검법도 아키서스의 행운 기운을 누적해 주는 것인가?

‘…아니. 잠깐. 별로 기대가 안 되는데. 이거 사디크보다 별로인 거 아닌가?’

아키서스의 행운 기운이라고 해봤자 쓸 만한 건….

행운으로 인한 회피력→이미 행운 스탯 높아서 크게 의미 없었다.

랜덤으로 발생되는 특이현상→이미 마검으로 쓰고 있어서 이것도 크게 의미 없었다.

‘…더 없지 않나?’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강제로 아키서스의 화신이 되고 나서 불평불만 많은 삶을 살아왔지만,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사디크 교단이 밑을 깔아줬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아키서스가 사디크보단 낫지!

그런데 아키서스 검법이 사디크 교단 검법보다 별로라면….

[카르바노그가 그럴 리 없다고, 아키서스를 믿어보자고 말합니다.]

‘내가 어지간하면 알겠다고 하겠는데 믿을 수가 있어야지.’

쾅!!

태현은 일단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적에게 공격을 퍼붓는 건 흔히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다.

[<아키서스 검법> 관련 스킬을 적중시킬 때마다 아키서스의 행운 기운이 누적됩니다.]

[아키서스의 행운이 기준을 돌파합니다!]

[기적이 벌어집니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천재지변이 발동됩니다.]

“??!?!?”

[????!]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아키서스의 가장 강력한 권능 중 하나이자, 아직까지도 태현이 얻지 못한 권능 스킬이었다.

왜냐하면 그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웠던 것이다.

역대 교황들이 일으켰던 천재지변들을 하나씩 하나씩 따라가면서 직접 일으켜야 한다니.

[카르바노그가 그런 것치고는 많이 깼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그 효과는 확실할 수밖에 없었다.

어지간하면 실망하기 싫어서 아키서스 권능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태현도 기대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해일이다!’

갑자기 태현 앞에서 거대한 파도가 솟구치더니 적을 휩쓸기 시작했다.

더 이상 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미친 듯이 휘몰아치는 파도를 보며 태현은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게… 권능을 발동시키는 효과인 건가?’

아키서스의 행운 기운이 누적되면 공격마다 특수 효과를 발동시키는 소소한 기적에서 끝나지 않았다.

아키서스의 권능에 어울리는 기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디크의 화염보다 덜 단순하지만, 나쁘진 않다!’

알기 쉽게 녹여 버리는 화끈한 사디크의 검술보다는 좀 복잡한 편이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나쁘진 않았다.

촤아악!

“?”

거대한 해일 속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방금까지 태현이 두들겨 패던 가짜 태현이었다.

[시련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시련을 조심하십시오.]

“…?”

태현은 순간 주변에 뭔가 다른 게 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시련은 다른 걸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바로 저 가짜 태현 자체가 시련을 의미했다.

쾅!!!

“!”

태현은 기겁해서 뒤로 피했다.

-아키서스 폭발의 검!

[<아키서스 폭발의 검>을 시전합니다!]

[일으킨 폭발을 통제해 이동합니다!]

태현은 본능적으로 거리를 벌렸다. 상대의 기세가 지나치게 살벌했던 것이다.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파고들어서 가장 약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살기 넘치는 공격 방식.

본인인 만큼 익숙할 수밖에 없었다.

‘왜 저렇게 살벌한 방식으로 싸우는 거야?’

태현은 스스로에게 투덜거렸다.

방어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저런 전투방식이라니.

상대하는 입장이 되니 끔찍했던 것이다.

팟!

시련은 태현 앞으로 거리를 좁혔다. 아키서스의 권능을 써서 돌격한 것이다.

검을 살짝 들어서 좌상단에 페이크 주고 바로 방향 바꿔서 수직베기. 막힐 경우 바로 몸 틀어서 찌르기 연타.

익숙한 공격에 태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맞받아쳤다.

가장 좋은 방어는 언제나 공격인 법.

태현 본인의 싸움법인 만큼 공략법도 잘 알고 있었다.

계속 물러서기만 하면 진짜 샌드백 된다.

끊어야 한다!

[치명타를 당했습니다!]

[HP가 크게 깎입니다!]

[출혈로…]

[……]

[……]

서로 교차하는 공격.

그러나 태현은 뒤로 밀려났다.

‘아니…!’

태현은 알아차렸다.

시련은 기본적으로 태현과 거의 비슷했다.

태현이 싸우는 방법으로 싸우고, 쓰는 스킬을 쓰고….

차이점이 있다면 시련은 HP가 더럽게 많다는 점이었다.

‘개사기 아닌가???’

태현이 만약 HP 많은 탱커 계열 직업이었다면 이런 시련이 좀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태현은 하필이면 HP 낮고 레벨 낮은 유리몸 근접딜러.

이런 시련을 깨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나 마찬가지였다.

[시련을 쓰러뜨리기 전까지는 영역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놀랍지도 않다.’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이제 와서 저런 메시지창에 놀라진 않았다.

어차피 깨고 나갈 생각이었다!

‘일단 그것밖에 답이 없나.’

[카르바노그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팟!

태현은 뒤로 돌아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도망치기!

불리할 때는 일단 도망친다.

태현은 이런 걸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 * *

상대 시련은 무표정한 얼굴로 쫓아왔다.

보통 이런 일을 겪으면 당황해서 쫓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멈칫하거나 그래야 하는데 시련은 정말 변화 하나 없었다.

태현은 솔직히 시련을 데리고 나가고 싶어졌다.

‘저거 굶주린 혼돈하고 싸울 때 쓰면 안 되냐? HP 많은 나라니.’

거의 완성형 아닌가?

[절벽의 일부가 부서져 내립니다!]

[……]

[……]

꽝!!!

[시련이 가진 아키서스의 행운이 기준을 돌파합니다!]

[기적이 벌어집니다!]

[아키서스의 참수가 시전됩니다!]

아키서스의 참수가 대체 뭐하는 권능 스킬인지는 태현도 몰랐지만, 저걸 그대로 맞으면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짐작이 갔다.

태현은 곧바로 몸을 날렸다.

아까 해일로 생성된 임시 바다로.

원래 공격을 피할 때 물 같이 이동속도 느려지는 곳으로 피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었지만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

[아키서스의 참수로 인해 절벽이 잘려나갑…]

[……]

‘젠장. 궁금하게!’

태현은 대체 어떤 스킬인지 보고 싶었지만, 참고 집중했다.

어떤 스킬인지 보려다가 정말 목이 날아가는 수가 있는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바다는 위험하지 않냐고…]

‘어쩔 수 없어. 그리고 아무 대책 없이 한 것도 아니고. <냉기 지배>!’

태현은 빙결공의 왕관 스킬, <냉기 지배>를 시전했다.

빙결공 푸르네우스를 쓰러뜨리고 얻은 강력한 아이템.

원래라면 냉기 무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스킬이었지만 태현은 좀 다르게 사용했다.

쩌저저적!

바다 위에 얼음을 날려 임시 발판을 만든 것이다.

바다 위에서도 빠르게 기동하기 위해!

궁여지책이었지만 생각보다 효과적이었다. 시련은 곧바로 쫓아오지 못했다.

“?”

아니, 곧바로 쫓아오지 못하는 걸 떠나서 아예 쫓아오질 못했다.

망설이던 시련은 그냥 바다 속에 발을 넣더니 무식하게 검으로 갈라서 쫓아오기 시작했다.

“!”

태현은 눈치챘다.

‘이 자식, 내 스킬을 다 쓰는 게 아니구나!’

생각해 보니 시련이 쓰는 스킬들은 검술과 권능들로 제한이 되어 있었다.

태현이 갖고 있는 아이템의 스킬이나, 검술 말고 다른 스킬들은 쓰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무심코 검술로 근접전을 유도당한 탓에 착각하고 있었는데….

퉁, 퉁, 퉁-

태현은 곧바로 폭탄부터 선물해 줬다.

폭탄들이 바다 위에서 터지며 파도가 솟구쳤다. 쫓아오던 시련이 속도를 잃고 머뭇거렸다.

‘더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인다.’

태현은 빙결공의 왕관을 이용해 쭉쭉 거리를 벌렸다.

해일로 만들어진 바다의 깊숙한 곳을 향해 시련이 점점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태현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냉기 폭탄이 폭발합니다!]

[……]

[……]

살벌하게 터지면서 주변을 얼려 버리는 냉기 폭탄.

태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키서스의 냉기 사슬!

아키서스의 고대 냉기 마법.

태현이 갖고 있는 마법 스킬 중 지금 상황에 가장 적합한 스킬이 빛을 발했다.

‘다른 스킬들을 모조리 활용해서 놈의 움직임을 묶는다!’

순식간에 시련의 몸을 감싸고 있던 바닷물들이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움직임을 제한시켰다.

시련은 검으로 얼어붙는 바다를 닥치는 대로 쪼개며 위로 올라오려고 시도했다.

“어딜!”

하지만 위치적으로 태현이 유리했다.

고지를 잡고 있는 만큼 태현은 절대 시련을 얼음 부표 위로 올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바로 위에서 퍼붓는 아키서스 검법!

시련은 지금 상황에서 검술 스킬로 맞붙으면 불리하단 걸 깨달았는지 다시 바다 속으로 피했다.

그러자 태현은 가차 없이 냉기 공격을 퍼부었다.

“하하! 시련! 뭐하냐! 계속 거기 있으면 얼어죽는다!”

[카르바노그가 상대는 그냥 모험가가 아니라 분신 같은 건데 왜 도발을…]

하도 남 패면서 도발하던 습관 때문에, 자기 분신을 패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오는 도발!

퍽, 퍼퍼퍼퍽, 퍼퍼퍼퍼퍼퍽!

상황을 잡은 태현은 절대 놔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공격을 넣었다.

들어가면 얼리고, 나오면 검으로 때리는 이중창!

그걸 보고 있던 카르바노그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카르바노그가 시련이 검술만 쓰는 건 화신도 검술만 써서 극복하란 거 아니냐고 의아해합…]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카르바노그.’

태현은 가볍게 무시했다.

검술 스킬만으로 잡으라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애초에 상대가 완전히 태현의 상위호환 아닌가.

그런 소리를 하고 싶으면 HP나 똑같이 맞춰 갖고 오던가!

* * *

태현 없는 태현 일행은 좀 떨어져 있는 하늘섬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신전 위치는 외부인에게 알려지지 않은 만큼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사기 스킬 좀 얻어오겠지?”

“굶주린 혼돈 상대할 때 도움 되는 스킬 얻어올 거야. 태현이가 그런 거 실수한 적이 없잖아.”

“확실히 그건 그래.”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태현이 저런 퀘스트 하나에는 참 철저한 사람이었다.

직업 퀘스트 관련해서 비밀 신전에 찾아갔으면,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스킬이나 보상을 갖고 나올 게 분명했다.

쿠르르르릉….

“?”

“왜 그래?”

“아니. 뭔가 소리가 난 거 같은데.”

“…잠깐. 지진인가? 뭐야. 누가 근처에서 지진 썼나?”

“그런 게 아닌 것 같은데…?”

일행은 당황했다.

처음에는 이 주변에만 일어난 지진인 줄 알았는데, 그보다 좀 더 범위가 큰 것 같았다.

[하늘섬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늘섬이 추락합니다!]

“…안 돼!!!”

일행은 자신들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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