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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97화 (1,696/1,826)

§ 나는 될놈이다 1697화

‘이긴 것 같은데?’

거리를 벌린 태현은 뒤를 힐끗 확인했다.

페디데스가 정신 차리고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지만, 원래 이런 경주에서 한 번 거리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힘들었다.

게다가 태현이 이런 경주에 경험이 없는 사람도 아니었다.

툭-

콰콰콰콰콰콰쾅!

[<아키서스의 지옥연막폭탄>이 폭발합니다!]

[주변의 시야가…]

[……]

툭, 툭, 툭-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이거지!!”

“김태현! 김태현!”

보고 있던 하늘섬 플레이어들은 휘파람을 불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예전 하늘섬 레이스에서 보여줬던 바로 그 모습!

“폭탄 하나 더 던져주세요!”

“뭐 이런 미친놈들이 있어!”

뒤늦게 달려 온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당연히 황당해했다.

지금 페디데스가 정정당당하게 경주하자고 하는데 이딴 짓을?!

-쿨럭, 쿨럭… 아니! 경주에서는 이것도 정당한 전략이다!

“아! 페디데스 님! 입 털 시간에 따라가라고요!!”

“뭐하는 거냐고 진짜!”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애가 타서 외쳤다.

정정당당한 승부 다 좋았다.

하지만 일단 이겨야 할 것 아닌가.

저래놓고 진 다음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네’ 이러면 아무리 강력한 NPC라도 죽여 버리고 싶을 것 같았다.

-따라가고 있다!

“그냥 길막 허락해 줘요! 가서 길막할 테니까!!”

-닥쳐라! 당당히 맞서서….

“아! 이 머저리 같은 게 진짜!”

[페디데스와의 경주에서 승리합니다!!]

[하늘섬 최고 바람의 가호가 당신에게 이전됩니다.]

[모든 움직임에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추락하지 않습니다!]

[……]

[……]

[……]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화를 내더라도 끝난 경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하늘섬 플레이어들은 정정당당하게 이긴 태현을 보고 환호성을 터뜨렸다.

“역시 김태현 선수! 레이스의 제왕!”

“믿고 있었습니다!”

“저 뻔뻔한 새끼들이 폭탄 던져놓고 뭐라는 거야!!”

* * *

-내가 졌다. 여기서 선언하지. 나는 네가 하늘섬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건드리지 않겠다.

페디데스의 선언.

뒤에 있던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이제 뒷목을 잡고 쓰러질 정도였다.

저 도움 안 되는 NPC 새끼…!

“페디데스 님. 잘 생각해 보십시오.”

“맞아요. 굶주린 혼돈께서 얼마나 기대를 걸고 있겠습니까?”

그래도 강한 NPC인 만큼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설득하려고 했다.

지금 페디데스가 빠지면 김태현 놈을 잡기 힘들었던 것이다.

특히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태현의 움직임을 생각해 봤을 때, 지금이 바로 기회였다.

놓치면 정말 잡기 힘들어진다!

-걱정하지 마라.

“!”

페디데스의 말에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은 서로 쳐다보았다.

설마 방법이 있나?

‘다른 지원군?’

‘다른 NPC?’

-너희들이 잡으면 되니까.

“…….”

“…….”

플레이어들은 욕이 나오는 걸 꾹 참았다.

그러나 페디데스는 진지했다.

<페디데스의 명령-굶주린 혼돈…>

…….

…….

“페디데스 님. 이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컥!!”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너희들은 무슨 배짱으로 안 튀고 남아 있었냐?”

태현은 바로 용용이를 몰고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 사이에 난입했다.

아무리 굶주린 혼돈의 힘을 받아서 강해졌다고 하더라도, 고작해야 저 정도 되는 플레이어들은 쓸어버릴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잡아!”

대기하고 있던 태현 일행도 바로 참전했다.

안 그래도 중앙 대륙에서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 피해 다니면서 스트레스가 쌓여 있었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복수를 하자!

퍼퍼퍼퍼퍼퍽!

“죽여! 이 자식들. 너희들 스미스 친구지! 내가 스미스한테 죽을 뻔했는데!”

“아, 아니야! 우린 스미스하고 대화해 본 적도 없어! 미친놈아!”

상대가 아무리 변명을 하더라도 케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여섯 개의 팔이 방패와 무기를 돌리면서 풍차처럼 치고 들어오자 플레이어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걸 느꼈다.

영상에서 봤을 때 ‘야 저거 팔이 6개면 어떻게 컨트롤을 하냐’ 하면서 웃었던 플레이어들이었지만, 정작 상대하게 되자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아키서스 노예의 상흔이 새겨집니다!]

[방어력이 내려갑니다!]

[쇠사슬이 당신을…]

[……]

[……]

촤르륵!

호랑이 없는 곳에서 여우가 왕이라고, 중앙 대륙에서 스미스와 뉴욕 라이온즈한테 두들겨 맞았던 케인은 어마어마하게 실력이 늘어 있었다.

태현이 맨날 ‘넌 컨트롤이 왜 이렇게 투박하냐’라고 구박하지만….

사실 케인의 컨트롤은 다른 랭커들과 비교해도 그다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올라온 것이다.

[<칼라스의 첫 번째 일격>을 사용합니다!]

[갑옷을 뚫지 못합니다!]

[<갈라르의 화염 비>를 사용합니다!]

[<노예의 두꺼운 피부>로 막아냅니다!]

“괴… 괴물…!”

“괴물이야 이 자식!”

플레이어들은 때려도 뚫리지 않는 케인의 맷집에 경악했다.

이 정도일 줄이야!

“키메라… 키메라의 힘이야!”

“키메라 종족…!”

“아니야!!”

케인은 분노했다.

자꾸 만나는 놈들마다 ‘와 키메라 종족이라서 그렇게 강한가요?’ ‘키메라 종족빨이네’ 같은 소리를 하는데, 케인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그지없었다.

솔직히 키메라 종족은 그렇게 좋지 않았던 것이다.

근데 만나는 놈들마다 ‘와 케인 저새끼 키메라 종족으로 날로먹네’ ‘나도 키메라면 날로 먹는다’ 같은 소리를 하니 억울해 죽을 지경이었다.

차라리 ‘와 케인 저새끼 김태현 만나서 날로먹네’ ‘나도 김태현 만났으면 날로 먹는다’ 같은 소리라면 납득이나 가지…!

“죽어!”

“크아아악!”

“두고 보자! 케인. 나도 키메라 종족을 찾아서…!”

“아, 죽으라고!!”

퍼퍼퍼퍼퍽!

* * *

[숨겨진 신전의 영역에 들어섭니다.]

[비가 멈춥니다!]

[구름이 사라집니다!]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고대 신전>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늘섬의 깊은 심처에 위치한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고대 신전>.

수많은 아키서스의 적들도 아직 그 위치를 찾아낸 적 없는 역사 깊은 비밀의 장소였다.

-오랜만이구나!

가루다 왕족, 고대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단장의 후예, 초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영혼을 계승한 신전 수호자 가레티아.

태현은 파브겔이 했던 조언을 떠올렸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베고 힘을 탈취하십시오.

‘…아무리 봐도 내가 질 텐데. 파브겔이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군.’

가레티아는 태현을 보자마자 호통을 쳤다.

-아직도 검술이 그 정도라니!!!

“…….”

태현은 솔직히 좀 억울했다.

‘아키서스의 검사 같은 걸로 전직을 시켜주던가, 아키서스의 화신처럼 검술 보너스 아무것도 없는 직업을 줘놓고 구박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

그러나 가레티아는 그런 상황을 참작해 주지 않았다.

-내가 검술 스킬을 물려주고 힘을 빌려줬는데도 아직도 검술을 깨닫지 못하다니….

<고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각성>과 <고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검>.

확실히 이 부분에서 태현은 할 말이 없었다.

가레티아가 전해준 이 강력한 두 스킬은 태현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준 셈이었으니까.

판온 월드컵에서 저 스킬이 없었다면 굶주린 혼돈의 힘으로 사기치는 스미스를 이길 수 없었으리라.

가레티아의 외침에 마검 속에 깃든 기계공학자들이 중얼거렸다.

-아오. 저 무식한 성기사놈.

-하여간 검밖에 모르지. 검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놈.

-농사도 검으로 지으라고 해.

-밥도 검으로 떠먹어야 해.

가레티아는 시선을 돌렸다. 그 황금빛 시선을 받자 마검에 깃든 기계공학자들이 황급히 입을 다물고 검 안으로 숨어들어 갔다.

어지간한 적들 앞에서는 입을 놀리는 고대 제국 기계공학자라 하더라도, 고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은 진짜 무서웠던 것이다.

광기 중의 광기랄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수들의 목을 여럿 잘라온 것에 대해서는 칭찬해 주마.

“감사합니다.”

태현은 확실히 이 부분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적들을 쓰러뜨렸던가.

…물론 검으로 쓰러뜨리지 않은 적들도 많았지만 그 정도는 뭐….

그리고 애초에, 태현은 고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과 가는 길이 좀 달랐다.

고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은 ‘검에 살고 검에 죽자’였다면 태현은 지금 검술 스킬 하나로는 부족해서 다른 것도 다 찍어야 하는 것이다.

[원수들의 목으로 인해 고대 신전의 다음 영역이 개방됩니다.]

[강렬한 힘이 모여듭니다.]

[……]

[……]

-보아라! 원수들의 목으로 인해 봉인되어 있던 고대 신전의 문이 열린다!

‘볼 때마다 악신 교단 같군.’

누구 목 바쳐서 문 여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선신 교단에서 할 일이 아닌데….

쿠르르르르르릉!

거대한 소리와 함께 영역이 개방되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원수들의 목.

‘스미스도 있군.’

물론 진짜 스미스는 멀쩡히 살아 있었지만, 태현이 한 번 죽인 탓에 저기 들어간 모양이었다.

‘…잠깐. 악마 공작은 왜?’

빙결공 푸르네우스, 계략공 모스락, 포악공 아다드 등 쟁쟁한 악마 공작들이 원한 섞인 눈으로 태현을 쳐다보며 사라지자 태현은 당황했다.

아니…!

너희들은 내가 죽인 게 아니잖아!

[카르바노그가 푸르네우스는 구체적으로 화신이 죽이지 않았냐고…]

‘반올림하면 내가 죽인 게 아니잖아.’

신전이 생각보다 너무 융통성 있었다.

[문이 열립니다.]

[새로운 시련으로 나아가십시오.]

* * *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고대 신전-아키서스의 화신 퀘스트>

언제나 교단에서 가장 뛰어난 검을 가진 사람만이 성기사단장이 될 수 있는 법.

아키서스 교단의 긴 역사에는 여러 검술이 있었다. 어떤 검술은 만들어졌고, 어떤 검술은 약탈했으며, 어떤 검술은 아키서스에게 전수받았다.

이러한 검술들의 전수자인 성기사단장은 당신의 수준에 맞춰 검술을 전수하려 한다.

시련을 극복하라.

당신의 검술을 완성시키기 위해서!

보상: ?, ???

[<아키서스 검법>을 제외한 모든 검술 스킬들이 영구적으로 제거됩니다.]

“…야!!!”

별생각 없이 메시지창을 읽던 태현은 기겁해서 외쳤다.

미쳤냐?!!?

[제거된 검술 스킬들이 <아키서스 검법>의 새로운 검술 스킬들로 전환됩니다.]

“…아.”

태현은 다시 안심했다.

순간 진지하게 정색할 뻔했던 것이다.

‘아키서스 교단이 그런 교단은 아니지.’

[현재 검술 스킬이 낮습니다. 페널티를 받습니다.]

‘…너무하네.’

[원수들의 목으로 인해 추가 보너스를…]

[업적으로 인해 추가 보너스를…]

[신성 스탯으로 인해…]

[……]

[……]

[마법 스킬이 높습니다. 보너스를…]

[화술 스킬이…]

[기계공학 스킬이…]

가레티아는 완고한 검술스킬원리주의자였다.

첫째도 검술 둘째도 검술.

그러나 태현은 수많은 스킬들을 키워 온 사람.

많이 돌아가는 길이었지만 지금 뿌려둔 씨앗들이 다른 결과로 나타나고 있었다.

[<아키서스 검법>에 새로운 스킬들이 추가됩니다.]

[……]

[……]

[시련을 극복하십시오!]

메시지창이나 스킬 창을 다 읽기도 전에 시련이 시작되었다.

앞에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

태현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카르바노그가 본인이라 하더라도 망설이지 말…]

콰아아아아아앙!!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행운의 일격을 최대로 충전해 치명타를 때려 박았다.

‘응? 뭐라고 했어? 카르바노그?’

[카르바노그가 아무것도 아니니 그냥 공격하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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