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679화 (1,678/1,826)

§ 나는 될놈이다 1679화

“아, 아니겠지.”

“맞아. 배신하지 않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줬잖아.”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에드안 덕분에 그들은 배신하지 않고 뭉치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에드안이 설마 배신을 하겠는가.

김태현 놈의 허튼수작에 잠시 당황했을 뿐, 에드안은 곧 다시 공격을 시작할 게 분명했다.

“우리 교단에 왕국의 왕관을 훔치려고 했던 대도적이 있는데. 그쪽과 아무 상관도 없나?”

-…조금 더 자세히 말해봐라.

“아니. 됐다. 상관이 없나 보군.”

-자세히 말해보라고 하지 않았나!

에드안은 벌컥 화를 냈다.

물론 태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됐다. 네 마음대로 덤비기나 해봐라. 아니라는데 뭘.”

“우우! 얼굴도 못 내미는 겁쟁이 놈!”

“너 같은 놈이 에드안 님하고 상관이 있을 리가 있나!”

골짜기에서 온 랭커들은 아키서스 교단의 대도적인 에드안을 옹호했다.

그 반응에 고대 제국의 도적, 에드안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진짜 그의 후손이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해 있나??

후손이 살아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도적질은 사랑을 싣고-고대 제국 도적 퀘스트>

고대 제국 출신의 대도적, 에드안은 생전 제국을 뒤흔들었던 거물 도적이다.

그런 대도적의 마지막은 굶주린 혼돈의 신전에 들어갔다가….

‘고대 제국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대도적들 왜 이렇게 잘 잡혀?’

태현은 퀘스트를 보고 어이없어했다.

안 잡혀야 대도적이지 뭘 잡혀놓고 자꾸….

[카르바노그가 한 번 실패 정도는 너그럽게 감안해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도둑질이 뭔 대회야?’

…그렇게 굶주린 혼돈의 종복이 된 에드안이었지만, 에드안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의 후손을 만나는 것.

에드안에게 그의 후손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도 도적질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받아들이게 만들어라!

그리한다면 에드안도 부끄러움을 느끼고 당신을 도와주리라.

보상: ?, ???

‘그런데 납득시킬 방법이 있나?’

퀘스트 내용이 솔깃하긴 했는데 사실 태현은 크게 자신이 없었다.

일단 에드안이 같이 안 온 것이다.

같이 왔으면 ‘여기 당신의 후손이 있소! 한번 피를 비교해 보시오!’라고 했을 테지만, 자리에 없는 NPC를 비교해 보라고 할 순 없었다.

‘그냥 퀘스트 무시하고 진행해야겠군.’

태현은 퀘스트 내용을 무시하고 지하 통로 지도를 계속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함정이 많고 까다롭긴 했지만 상대방도 결국 초조해지면 틈을 드러내리라.

그때까지 버티면서 지도를 완성하면 이쪽의 승리였다.

-잠깐! 조금 더 말해봐라.

“됐다. 덤비기나 해라.”

-놈이 뭘 했는지 말해보라니까!

태현은 아예 무시하고 뒤로 돌아섰다.

“이다비. 지금 지도가 어느 정도지?”

“30% 정도 완성됐어요.”

“계속 움직이자. 못 움직이겠다 싶은 사람은 바로 뒤로 빠져서 출구로 나가도록.”

-말해보라고! 말해보라고 하지 않았냐!!

“…….”

“……”

태현을 따라온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감탄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퀘스트 깨는 방식 하나하나가 다 놀라운 방식이었다.

적이 저렇게 말을 걸어온 것도 놀라웠는데, 그걸 저렇게 무시하면서 더 애를 태우다니.

‘아니, 애초에 저 적이 나온 것도 예상한 걸지도 몰라.’

‘그럴듯하군.’

원정대 플레이어들은 멋대로 납득했다.

생각해 보면 그럴듯했다.

이 정도 되는 성을 공격하기에는 준비가 너무 빨랐던 것이다.

성 어딘가에 지하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지하 통로를 어떻게 공략하면 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공격을 개시한 게 분명했다.

다른 곳들은 내버려 두고 지하 통로에만 집중해서 돌파!

‘뭔 개소리야?’

옆에서 듣고 있던 케인은 황당해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걸 알면 태현이 판온 서버 인공지능이지 사람이 아니었다.

‘김태현 과대평가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케인은 조심스럽게 그 오해를 고쳐주려고 했다.

서로 너무 오해를 하는 것도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나중에 괜히 실망할 수 있었으니까.

“야. 그 정도까진 아니야. 우리도 자세히 모르는 상황에서 공격한 거야.”

“겸손하기까지…!”

“…아니라고! 진짜 모르는 상황에서 공격했는데 이렇게 된 거라니까!”

“아하.”

“이해해 준 거지?”

“케인 선수한테도 말을 안 해주고 진행한 거구나.”

“과연….”

“…….”

케인은 울컥했다. 반박하기가 힘들어서 더 울컥한 것도 있었다.

* * *

에드안은 태현이 무시하자 애가 탔다.

원정대가 통로를 들쑤시며 지도를 완성시켜 나가는데도 함정을 작동시키기는커녕 태현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이봐, 잠시 멈추고 대화를 나눠보자. 정말 네놈이 내 후손을 데리고 있는 거라면 이야기는 나눠볼 수 있지 않겠나.

-지금 함정도 작동시키고 있지 않아! 원래라면 몇 개는 더 작동시켰을 거다. 너희 원정대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을걸? 이렇게 나오는데 너도 성의를 좀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봐라! 여기 통로를 내가 열어주겠다. 그러니 잠깐 대화를 해보자!

“아니, 뭐 하시는 겁니까??”

“에드안! 배신하기 없다고 했잖아요!!”

굶주린 혼돈 쪽 플레이어들이 배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에드안은 무시했다.

“장난하시는 겁니까!”

“막아! 쓸데없는 대화 못 하게!”

에드안이 계속 무시하자 굶주린 혼돈 쪽 플레이어들은 힘으로 막으려고 들었다.

아예 에드안이 있는 쪽으로 달려와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플레이어들!

그러자 에드안이 폭발했다.

-이런 버러지 같은 모험가 놈들이 어디서 귀찮게 굴어! 저리 꺼지지 못해?

“에드안! 왜 이러시는 겁니까! 우리 같이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고 했잖아요!”

-개소리 지껄이지 말고 꺼져! 단결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인생은 혼자 사는 거다. 이 애송이 모험가 놈들아! 네깟 놈들은 그저 내 체스 말에 불과해!

“…….”

“…….”

에드안의 말에 굶주린 혼돈 쪽 플레이어들은 깊은 상처를 받았다.

기껏 감동하고 단결했더니 저 새끼가…!

“이래서 도적놈 새끼는!!”

“네놈 말을 믿는 내가 멍청했지!”

“앞으로 내가 NPC 놈 말 믿으면 사람이 아니다!”

굶주린 혼돈 쪽 플레이어들 몇몇을 흑화시켰지만 에드안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모험가 놈들이 뭐가 중요하냐!

내 핏줄이 중요하지!

-말해라! 말해보라니까!

에드안이 하도 귀찮게 굴자 결국 태현도 성가시다는 듯이 대꾸했다.

[카르바노그가 적당히 상대해 주면서 시간을 끌자고 말합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이봐. 지금 여기서 증거를 어떻게 만든단 말이냐? 내 영지에 있는 놈을 데리고라도 오라고?”

-데리고 올 순 없겠지만 다른 증거들이 있을 거다. 뭐라도 말해봐라! 놈이 뭘 훔쳤고, 어떤 습관을 가졌는지. 그것만 들어도 나는 내 후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그게 말이 되나?’

[카르바노그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혀 말이 안 되는 방식 같았지만 에드안은 진지해 보였다.

마검 안에 깃든 기계공학자들도 혀를 차며 충고했다.

-쯧쯧. 도둑놈이 자기 핏줄에 눈이 멀었군그래.

-그러게 우리처럼 올바르고 곧은 인생을 살았어야지.

-저렇게 살아서야….

에드안은 무시했다.

-빨리 말해라!

“흠. 에드안.”

-?

“듣고 싶다면 지금 이 지하 통로에 있는 다른 놈들을 쓸어버리고 와라.”

-…….

사실 태현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꺼낸 말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에드안은 꽤 고민하는 것 같았다.

‘어라? 통하나?’

-정말이냐? 정말 쓸어버리고 오면 알려줄 거냐?

“…그, 그래.”

-기다려라.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도적, 에드안이 지하 통로의 장치를 가동합니다!]

[함정이 가동되기 시작합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굶주린 혼돈 쪽 플레이어들은 자기들 방향에서 함정이 터지기 시작하자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다.

진짜 저 NPC는 뭐 하는 새끼란 말인가.

자기가 지하 통로로 데려와 놓고 자기가 뒤통수를 친다고??

‘굶주린 혼돈에 진저리가 난다!!’

‘어떻게 이렇게 개같은 NPC들만 모아놓았지??’

사실 악 성향 NPC들이란 게 원래 성격과 인성이 파탄난 놈들이 많다지만 굶주린 혼돈은 정말 너무해도 너무했다.

“멈춰! 멈추라고! 진짜 안 멈추면….”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도적, 에드안이 지하 통로의 장치를 가동합니다!]

[함정이 가동되기 시작합니다!]

“아아아아악!”

랭커 볼랏은 사방에서 터지기 시작하는 함정을 보며 결심했다.

이번에 로그아웃당하든 말든, 무조건 굶주린 혼돈을 탈퇴할 것이라고.

‘아키서스 교단 가입한 다음 무조건 탈퇴한다!’

옛날에 ‘선이 악을 이긴다’, ‘정의는 승리한다’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볼랏은 말도 안 된다고 코웃음을 쳐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말의 뜻을 알 것 같았다.

악은….

기본적으로 글러먹은 놈들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무조건 선한 편에 선다!!’

* * *

-그렇군. 그런 일이… 내 후손이 맞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살짝 당황했다.

설명을 듣고 나자 에드안이 지나칠 정도로 확신한 것이다.

‘이걸로 어떻게 확신을 할 수가 있지?’

왕궁을 털려다가 양팔이 잘려 나가서 의수로 대체하고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해서 각종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아니! 내 후손이 아니라면 그런 업적을 보여줄 수가 없지.

“너무 논리적이지 않….”

[카르바노그가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합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태현은 말하려다가 말았다.

생각해보니 상대가 에드안이 자기 후손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상대도 행복하고, 태현도 행복하고….

아키서스 교단에 있는 에드안은 좀 당황스럽겠지만 뭐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겠지.

“…지만 원래 핏줄은 서로 당기고 알아보는 법.”

“그런 법이죠.”

“맞아. 들어보니까 후손이 맞는 거 같아.”

옆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신호를 받자 차례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매우 억지스러운 감동이었지만 에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후손을 돌봐줘서 고맙다. 아키서스의 후계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원하는 건 이 지하 통로를 탈출하는 방법이겠지.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도적, 에드안이 지하 통로의 지도를 건넵니다!]

[지도가 완성됩니다!]

[퀘스트가 추가됩니다!]

<혼돈의 통로-굶주린 혼돈의 성 퀘스트>

머나먼 차원 어딘가에 위치한 굶주린 혼돈의 성은 대륙과 이어진 통로를 그 내성 어딘가에 숨기고 있다.

지하 통로의 출구 밖으로 나간다면 내성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도착할 수 있으리라.

대륙과 이어진 통로를 찾아내고 굶주린 혼돈의 성을 붕괴시켜라!

보상: ?, ???

“!”

생각보다 훨씬 더 커다란 선물에 태현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걸 이렇게 챙겨준다고?

“이래도 되ㄴ…”

[굶주린 혼돈이 계약 배반에 분노합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도적, 에드안이 영원한 감옥으로 끌려갑니다!]

-나는 괜찮다! 내 후손을 잘 부탁한다, 아키서스의 후계자여!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콰드드득!

굉음과 함께 에드안은 굶주린 혼돈의 손아귀로 끌려갔다.

“…….”

[…….]

태현은 생각했다.

이랬는데 만약에 에드안이 후손이 아니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카르바노그가 그 가능성은 생각하지 말자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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