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673화 (1,672/1,826)

§ 나는 될놈이다 1673화

“굶… <굶주린 혼돈의 차원 도주>!”

“!”

두들겨 맞던 뉴욕 라이온즈 선수가 흐릿해지더니 태현의 앞에서 사라졌다.

태현의 반응 속도를 뛰어넘는 즉시 탈출기!

‘저런 사기 스킬이….’

-어딜 도망가느냐!

“!?”

갑자기 태현 손에 있던 마검이 꿈틀거리더니 촤르륵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속으로 엇갈린 칼날이 길쭉한 채찍처럼 늘어나더니 저 멀리 나타난 뉴욕 라이온즈 선수를 휘감았다.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이 추가 효과를 발동시킵니다!]

[흡혈 효과를 얻습니다!]

[HP를 흡수합니다!]

‘…인정하긴 싫지만 이 검, 쓸 만하긴 하군.’

노련한 기계공학자들이 같이 싸워주는 일종의 인공지능 마검!

실질적으로 2:1로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마검에 붙잡힌 뉴욕 라이온즈 선수는 어이가 없어서 비명을 질렀다.

“김태현! 이 미친놈! 뭔 이런 미치광이 무기를 들고 다니는 거냐!”

[카르바노그가 반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크라라라락!

굶주린 혼돈의 괴수가 화를 내며 태현에게 덤벼들었다.

-저놈 보게! 자신을 무시해서 단단히 화가 났군!

-후계자! 놈의 이마에 달린 눈이 약점이다!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이 추가 효과를 발동시킵니다!]

[약점을 파악했습니다!]

괴수는 거대한 딱정벌레처럼 생긴 몸집을 뒤흔들며 주변을 박살 냈다.

태현은 <광기의 폭발 검법>을 사용해 몸을 띄우고 공중에서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아니 이런 미친 검법을 써?!

-폭발을 도약으로?? 너무 위험하지 않나? 더 안전하게 써야지!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이 추가 효과를 발동시킵니다!]

[부스터가 작동합니다!]

“…….”

태현은 고마움과 귀찮음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폭발을 검술에 사용하는 건 좋은 생각이군.

-내가 놈의 약점을 노려보도록 하지.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이 추가 효과를 발동시킵니다!]

[바늘 탄환이 발사됩니다!]

파파팍!

[치명타가 터집니다!]

-치명타까지! 내 솜씨가 아직 녹슬지 않았군.

-멍청한 놈 같으니. 후계자가 아키서스 교단이잖나. 행운의 힘이야!

-아. 그런 거였나?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에 충전된 힘이 소모되고 있습니다.]

[적을 공격해서 충전하십시오!]

-빨리! 빨리 공격해!

태현은 무시했다. 시끄러운 소리를 무시하는 건 처음 하는 일도 아니었다. 별로 어렵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의 영역이 변화합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괴수가 나타납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괴수가 나타납니다!]

“김태현. 빠져나가야 해.”

이세연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골렘 군단과 최정예 언데드 군단들이 괴수들을 둘러싸고 난전을 펼치고 있었지만 상황이 조금씩 기울고 있었다.

아무래도 굶주린 혼돈의 영역인 만큼, 상대에게 주도권을 준 이상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태현도 이해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빠져나가자.”

“저 자식들 붙잡아!! 붙잡기만 하면 돼!”

“지원 불러!”

물론 신나게 두들겨 맞던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이 그냥 내버려 둘 리 없었다.

방금까지 신나게 얻어맞던 이들이 기세등등해져서 외쳤다.

태현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시선이 마주친 선수가 움찔하고 멈칫했다.

“…….”

“…….”

“너 지금 쫄아서 멈춘 거냐?”

“아… 아니다. 그럴 리가.”

* * *

“어딘가 핵이 있거나 탈출구가 있을 텐데 말이지.”

태현은 만들고 있는 지도를 보며 고민했다.

이세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물었다.

“너무 평온한 거 아니야?”

“아. 미안. 도와줄 거 있나?”

“없긴 한데….”

지금 태현은 이세연이 불러낸 본 드래곤 위에 같이 타고 있었다.

용용이나 흑흑이, 불불이는 원정대 쪽에 두고 온 것이다.

뒤에서 쫓아오는 굶주린 혼돈의 괴수들은 이세연이 불러낸 소환수들에게 발목이 묶여서 더 이상 쫓아오는 걸 포기하고 돌아가 버렸다.

‘이런 지형은 보통 탈출할 수 있는 곳이나, 지형을 유지하고 있는 핵심 지역이 있을 텐데.’

태현은 굶주린 혼돈을 너무 얕봤나 후회했다.

굶주린 혼돈이 각종 스킬 방해를 할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다. 태현도 각오하고 들어온 거였다.

하지만 원래라면 태현은 이런 불리한 상황에 굳이 자기 발로 들어가지 않았다.

실수했나?

“왜 말이 없어? 방법 찾은 거야?”

본 드래곤을 몰고 있던 이세연이 의아해하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아. 실수했나 해서.”

“뭘?”

“굶주린 혼돈이 도발해도 오지 말아야 했나 생각하고 있었지.”

“…그 생각은 내가 주문서 쓰기 전에 하지 그랬어?”

이세연의 말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다. 태현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건 정말 미안해.”

“…됐어! 사과 들으려고 한 말 아니니까.”

태현이 저렇게 사과하자 이세연이 오히려 당황스러워졌다. 이세연은 손을 흔들면서 사과를 막은 다음 말했다.

“동료가 위험에 처했으면 구하러 가는 건 당연한 거야.”

“그래? 케인은 그냥 내버려 둬야 잘하던데.”

“…….”

이세연은 한 대 때릴까 싶었다.

“네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건 사실이야. 예전에는….”

“훨씬 좋은 직업을 갖고 있었지.”

“…아니. 직업 이야기가 아니라.”

“훨씬 좋은 장비를 갖고 있었나? 훨씬 좋은 스킬을?”

“…성격 이야기였어.”

이세연은 왜 태현하고 이야기만 하면 이렇게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하고 이야기할 때는 훨씬 더 침착하고 냉정하게 잘 말할 수 있는데….

“판온 1에서는 솔로 플레이했잖아.”

“아. 그랬지. 사실 그때가 더 편하긴 했어. 지금은 여러모로 좀 부담되거든.”

“!”

처음 듣는 태현의 속마음에 이세연은 놀랐다.

언제나 담담한 것처럼 보여서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태현도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세연도 유성 게임단 주장으로서 맡은 책임감 때문에 힘겨울 때가 있었는데 태현은 게임단 운영과 홍보까지 다 직접 책임지고 있지 않은가.

“해보니까 네가 존경스럽더라.”

“…!!”

본 드래곤의 고삐를 잡고 있는 이세연은 크게 휘청거렸다. 떨어질 뻔했다.

“뭐하냐? 술 마셨어?”

“바… 바람이 불어서.”

“무슨 바람이 불어?”

“굶주린 혼돈이 나만 노리고 바람을 불었거든.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

이세연의 목소리에는 반박하면 죽여 버리겠다는 차가움이 담겨 있었다.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었기에 태현은 다시 말했다.

“사람들을 관리하는 게 어렵더라고. 케인 같은 놈도 있고.”

“…케인 선수는 좀 특이한….”

보통 길드원들이 저녁 메뉴 투정을 하진 않았다.

“너처럼 판온 1위 길드를 굴렸던 사람이라면 케인 같은 놈들이 더 많았겠지.”

“그래. 알겠으니까 케인 선수에서 좀 벗어나면 안 돼?”

“알겠어.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더라? 판온 1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는 거지.”

“후회해?”

“아니. 후회는 무슨. 내가 고른 건데.”

“그거면 된 거지.”

이세연은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하기 마련이었다.

가끔 태현의 모습이 아쉬울 때가 있긴 했지만, 지금 모습이 훨씬 더 성장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사람이 이제 잘못 변하면 스미스 같은 경우가 되는 거고….

“그런 점에서 이다비는 파워 워리어 운영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

“대단하긴 하지.”

“이다비는 정말… 괴물이다!”

“그렇게 소리칠 정도야?”

“아니. 앞에 괴물이라고!”

“!”

이세연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정말 앞에 괴물들이 있었다.

“방향을 바꿔!”

본 드래곤은 그르륵 소리를 내며 바로 방향을 틀었다.

지금은 힘을 아껴서 이 영역을 뚫고 나갈 길을 찾아야 할 때였지, 괜한 싸움을 할 때가 아니었던 것이다.

-잠깐, 거기 모험가! 이리 와봐라!

그때 괴물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세연은 눈썹을 찌푸렸다.

‘뭐지?’

“무시해.”

“당연하지.”

저런 말에 속으면 어디 가서 랭커라고 할 수도 없었다.

-잠깐! 거기 아키서스 교단 모험가! 이리 와보라니까!

“괴물 놈이 아주 치밀하군.”

“굳이 아키서스 이름을 말하는 점이 악랄해.”

물론 불신으로 똘똘 뭉친 태현과 이세연이 속을 리 없었다.

-거기 아키서스의 후계자이자 교황이고, 저번에 나한테 카르바노그 님의 가르침을 다시 가르쳐 준 모험가!! 잠깐만 와보라니까! 제대로 봤으니까 모르는 척 하지 말고! 난 네 적이 아니야!

“…….”

“…….”

이쯤 되자 태현도 슬슬 이상함을 느꼈다.

뭐냐 저거?

“아는 사이야?”

“아니… 기억에 없는데.”

[카르바노그도 어리둥절해합니다.]

“일단 확인만 하고 보자.”

“그래. 문제 생기면 바로 빠져나가면 될 테니까.”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접근했다.

가까이 접근하자 괴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언데드잖아?’

같은 네크로맨서인 만큼 이세연은 괴물들이 고난이도의 흑마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세연은 주로 광물 골렘을 선호했지만, 흑마법 중에는 저런 살아 있는 키메라 골렘을 만드는 계파도 있었다.

게다가 저건….

[흑마법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네크로노미콘의 후계자>입니다!]

[고대 제국의 키메라 골렘들을 알아봅니다!]

놀랍게도 고대 제국 시절의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키메라 골렘들이었다.

그렇다면 상대는 고대 제국 출신 흑마법사거나 그 후계자라는 뜻인데….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이세연은 지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최근 만난 고대 제국 NPC들은 전부 다 굶주린 혼돈의 힘을 받아들이고 타락한 자들이었다.

지금 기다리고 있는 자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나다, 나! 날 기억하지 못하겠느냐!

“??”

-나, 느카넷살이다!

-우리의 모습이 좀 많이 달라져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구나!

“…….”

태현은 키메라 골렘들이 외치는 소리에 할 말을 잃고 경악했다.

느카넷살.

예전에 굶주린 혼돈의 요새에서 싸울 때 만난 적 있는, 원래는 굶주린 혼돈을 섬기던 NPC였다.

느부캇네살의 멀고 먼 친척이라는 우스운 타이틀을 갖고 있었지만 실력은 진짜였다. 정말 강한 흑마법사였다.

하지만 느카넷살은 태현의 설득 끝에 원래 믿고 있던 카르바노그에 대한 신앙심을 떠올렸다.

결국은 태현을 위해 희생하고 요새를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준 NPC!

“아… 아니. 너무 모습이 달라졌….”

-차원 바깥은 일반적인 육신으로 살아남기 너무 힘든 곳이더군.

-키메라 골렘으로 육신을 개조해서 버텼지. 굶주린 혼돈의 시선도 피할 겸 말이야.

느카넷살과 흑마법사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모습은 이렇게 변했지만 카르바노그 님에 대한 신앙심은 여전하다.

[카르바노그가 감격의 눈물을 펑펑 흘립니다!]

-여기 토끼 조각상도 이렇게 만들어서 갖고 다니고 있지.

[<매우 못 만든 토끼 조각상>을…]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태현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안 그래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옛 친구들을 만나다니.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이 영역을 빠져나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잘 됐구나. 힘을 합쳐서 굶주린 혼돈을 쓰러뜨리자꾸나!

[굶주린 혼돈의 영역에 대한 정보가 추가됩니다!]

[법칙을 파악했습니다. 지도 작성이 가능해집니다!]

[……]

옆에서 보던 이세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키서스 교단이라서 퀘스트 깰 때마다 이런 행운이 생기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어떻게 어려운 퀘스트 깰 때마다 이런 행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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