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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69화 (1,668/1,826)

§ 나는 될놈이다 1669화

-감히 굶주린 혼돈 님에게 저항하고 맞서려고 하다니. 주제를 파악해라. 왕자.

-고대 제국은 멸망했다. 다시는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오늘 이 자리에서 후계자의 숨통을 끊는다!

2왕자 뒤에 있던 기사들은 방금까지 충성스러운 표정으로 서 있었던 게 거짓말처럼 돌변했다.

지독할 정도로 타락한 힘을 뿜어내며 왕자를 죽이려고 덤벼드는 기사들.

[카르바노그가 지금 진짜 후계자는 여기 있는데 누굴 공격하냐고 황당해합니다.]

물론 태현과 카르바노그 입장에서는 저 암살자들이 좀 뜬금없긴 했다.

2왕자 수준으로 고대 제국 부활시키고 왕관 이어받으려면 기적 한두 번으로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암살자다!”

“!”

태현의 외침에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달려왔다.

굶주린 혼돈이 일어나고 나서부터 원정대는 언제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주기적으로 습격과 암살 등이 일어나는 것이다.

-습격이다! 굶주린 혼돈의 광신도들이 성벽을 무너뜨리려고 해!

-이 자식들! 다들 같이 달려가서 성벽을 지키자!

-암살이다! 굶주린 혼돈이 보낸 암살자가 파티장을 죽이려고 했어!

-이 자식들! 다들 같이 달려가서 파티장을 지키자!

-폭발이다!

-굶주린 혼돈이 보낸 하수인이 터뜨린 거야?

-아니!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 새 폭탄을 개발하다가 실수로 폭발을 일으켰어!

-이 자식들! 다들 같이 달려가서 욕설을 퍼붓자!

게다가 거대 대장간에서는 그걸 제외하더라도 제작 퀘스트 때문에 각종 기이한 일들이 일어났다.

옛 대장장이들의 원혼이 찾아오는 일부터 시작해서 블랙 드래곤이 남긴 기운이 폭주하는 일까지.

그런 만큼 플레이어들은 소란이 들리자마자 바로 튀어나왔다.

“김태현 선수를 지켜!”

“이 자식들! 감히 누구를!”

“나도 가겠….”

이세연은 앉아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다른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이세연을 말렸다.

“아닙니다! 주장!”

“저희끼리 해결할 수 있습니다! 편히 쉬고 계십시오!”

“이거 하나 해결 못 하면 유성 게임단 선수라고 할 수 없습니다!”

“….”

이세연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왜 다 이럴까?

“가자! 다들 모여!”

“앗. 이세연 선수는 안 가시나요?”

“주장까지 나설 일은 아닙니다! 저희끼리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철저하게 이세연을 막았다.

그러고는 이세연을 쳐다보았다. 마치 ‘저희 잘했죠?’라고 눈빛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진짜 훈련 세 배로 늘려버려야지.’

* * *

캉!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기사들은 당연히 태현에게도 덤벼들었다.

-누가 진정한 세상의 주인인지도 모르는 어리석은 자 같으니. 곧 주인님의 세상이 온다!

-왕자는 죽었다! 하하하! 네놈의 절망이 달콤하구나!

“….”

기사들이 태현을 도발하기 위해 외쳤지만, 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실 도발이 좀 유치하기도 했다.

‘2왕자가 죽든 말든 나하고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닌데.’

[굶주린 혼돈의 기사가 살라드 검술을 사용합니다!]

[충격파가 당신을 덮칩니다!]

기사의 검끝에서 강력한 마력이 폭발하더니 그대로 충격파로 변해 태현을 후려갈겼다.

평범한 공격으로는 저 교황을 잡을 수 없다는 걸 이미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광역기와 각종 저주로 데미지를 쌓아나가야 한다!

물론 태현도 상대가 방식을 바꿨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태현은 평소 쓰던 갑옷도 제작 퀘스트 때문에 벗고 있는 상황.

‘하지만 갑옷이 없으면 없는 대로 유리한 점도 있지.’

태현은 가볍게 뛰어서 거리를 벌렸다. 예상보다 더 재빠른 움직임에 기사들은 반응이 한 박자 늦었다.

[<반격의 원>을 성공시킵니다!]

[공격이 그대로 되돌아갑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공격을 정확하게 타이밍을 맞춰서 때리는 것으로 돌려보내는 카운터 스킬.

난이도는 상당히 높았지만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상대의 사정거리 안으로 파고든 태현은 가차없이 기사의 갑옷에 공격을 퍼부었다.

아키서스 검법이 중갑을 입은 기사의 방어를 관통하고 데미지를 넣었다.

“김태현 선수! 저희가 왔습니다!”

-!

기사들은 상황이 불리해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숫자가 적은데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을 돕는 모험가들이 계속 몰려오고 있었다.

“김태현 선수를 보호해!”

“둘러싸서 공격한다!”

“난 괜….”

“아닙니다! 저희가 대신하겠습니다!”

“지금 장비도 제대로 안 입으셨잖습니까!”

달려온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다치기라도 할까 봐 한사코 막아섰다.

앞으로 굶주린 혼돈과 싸워야 하는데 이런 암살자한테 다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너무 오바하는 것 아닌가?’

태현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딱히 플레이어들 없을 때도 온갖 위험한 짓이란 위험한 짓은 다 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

-크윽. 굶주린 혼돈 만세!

-굶주린 혼돈을 위하여!

불리해지자 기사들은 발악하듯이 움직였다.

쓰러진 2왕자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숨통을 확실하게 끊어라!

-놈의 시체를 우리가 확보해야 한다!

“어딜!”

당연히 태현도 막아섰다. 태현을 따라서 플레이어들도 우르르 앞을 막아섰다.

“2왕자를 붙잡아!”

“예!”

-2왕자를 끌어내라!

-컥… 커헉.

치명상을 입고 괴로워하던 2왕자는 양쪽에서 끌어당기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지켜주겠다!”

-그… 그냥 편히 보내주….

-죽어라!

기사는 태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태현은 재빨리 피했다. 그 탓에 쓰러진 2왕자가 한 대 더 맞았다.

-으헉.

“이 기사 새끼들이!”

“감히 김태현 선수를!”

-내… 내가 맞았….

2왕자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플레이어들은 무시했다.

* * *

기사들은 결국 전부 쓰러졌다. 태현은 대주교들까지 불러서 2왕자를 회복시키려고 했다.

데메르 교단의 대주교는 틀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상처가 워낙 깊은 데다가 굶주린 혼돈의 저주가 담겨 있어서 정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왕자 전하의 몸이 버티지 못할 겁니다.

-난… 난 괜찮소. 폐하. 영웅은 원래 일찍 죽게 마련이지.

“?”

“??”

옆에 같이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은 2왕자의 말에 당황했다.

어….

저 NPC가 영웅이라고 불릴 정도의 사람이었나?

‘누구야?’

‘글쎄? 에랑스 왕국 NPC 같은데.’

데메르 교단의 대주교는 헛기침을 하며 플레이어들을 쳐다보았다.

지금 사람이 죽어가는데 꼭 그렇게 초를 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맞습니다. 전하께서는 영웅이셨습니다.

-내가 없으면 고대 제국을… 누가 부활시킬 것인가…. 걱정되기 그지없소. 대주교.

데메르 교단의 대주교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2왕자를 쳐다보았다.

[카르바노그가 지금 저거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전하께서… 없으셔도… 크흠. 다른 분들께서 그 뜻을 이어가실 겁니다.

솔직히 2왕자가 맡아서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난… 걱정이오. 내가 없다면 대륙의 앞날이… 쿨럭. 쿨럭.

“…제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태현도 뭐라고 하려다가 그냥 말았다.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저 정도 말도 못 들어줄까.

-이걸… 받으시오.

[<고대 제국 황실의 반지>를 얻었습니다!]

[명성이….]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

[….]

“!”

태현은 놀랐다.

언제 한번 합법적으로든 불법적으로든 뜯어내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손에 들어오다니.

“알겠습니다. 잘 쓰겠….”

-사양하지 마시오. 물론 폐하가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건 알고 있소. 하지만… 내가 본 폐하라면 나보다는 못하지만 잘할 수 있을 것이오. 받으시오.

“아니, 받았….”

-나를 지지하는 귀족들을 만나 에랑스 왕국에 빛을 가져다주시오….

<에랑스 왕국의 계승-에랑스 왕가 퀘스트>

신성하고 거룩하게 이어져야 할 에랑스 왕가의 핏줄은 반란과 사악한 부활로 얼룩져 있는 상태다.

부왕을 대신해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고 했던 2왕자는 이렇게 쓰러졌지만, 그 뜻을 이어받은 당신은 다시 에랑스 왕가의 질서를 회복할 수 있다.

2왕자를 지지하는 귀족들과 만나 에랑스 왕가를 계승하라!

보상:?, ????

‘음. 에랑스 국왕이 언데드로 돌아와 왕좌에 앉게 된 게 내 책임이 완전히 없지는 않아서 조금 찔리는군.’

퀘스트는 끝나지 않았다.

<고대 제국 황실의 반지-고대 제국 부활 퀘스트>

고대 제국 황실에 대대로 내려오는 반지를 손에 얻은 당신.

자격 없는 자에게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반지지만, 자격 있는 자에게는 숨겨진 빛과 함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당신은 반지의 선택을 받았다. 반지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 걸어가라!

보상:?, ???

<고대 제국의 부활-고대 제국 계승 퀘스트>

제국의 땅은 한 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러 왕국을 차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제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두 개의 왕국을 실질적으로 손에 넣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에랑스 왕국을 손에 넣어라! 그러면 진정 고대 제국의 형태를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보상:???

<에랑스 왕가의 핏줄-에랑스 왕가 퀘스트>

당신은 에랑스 왕가의….

-아버지!

퀘스트를 다 읽기도 전에 멀리서 비통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

[카르바노그가 누구냐고 의아해합니다.]

처음 보는 NPC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외치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플레이어들도 당황스러워하며 수군거렸다.

“누구야?”

“공주 같은데…. 저런 공주가 있었나?”

어딘가 고귀한 인상을 주는 인상에 화려한 복장까지. 어느 누가 봐도 왕족이 분명했다.

문제는 처음 보는 얼굴이라는 것!

보통 왕족 NPC가 만날 일은 없어도 워낙 중요한 NPC인 만큼 정보가 정리되어 있어서 낯설 일은 적은데….

뭐지?

철커덕!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공주가 차고 있는 각종 기계갑옷을 보고 멈칫했다.

저걸 보니 누군지 짐작이 갔던 것이다.

‘…바실리스크 공주였나???’

[카르바노그가 정확한 이름은 바실리스크 공주가 아니라 낭티오네 공주라고….]

2왕자의 딸인 탓에 바실리스크로 변하는 저주를 맞은 낭티오네 공주.

2왕자가 쓰러지자 그 저주도 힘을 잃고 사라진 것이다.

언제나 쉿쉿대는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던 모습만 봤던 태현은 낭티오네의 모습이 상당히 낯설었다.

‘다시 바실리스크로 돌아오면 안 되나? 저 모습을 보니 전투력이 엄청나게 약해졌겠군.’

<에랑스 왕가의 핏줄-에랑스 왕가 퀘스트>

당신은 에랑스 왕가의….

아까 못 본 퀘스트 창이 다시 나왔다. 태현은 집중해서 읽었다.

…공주들을 데리고 있다. 에랑스 왕가를 잇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설마 결혼인가?’

이미 몇 번 나왔던 이야기인 만큼 태현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공주들을 몰래 암살하고 왕가를 계승하는 증거들을 당신의 손에 넣어라! 그것만이 수월하게 왕가를 계승하는 일일 것이다!

보상:?, ???

“????”

[????]

태현은 눈을 의심했다.

‘퀘스트가 미쳤나??’

[카르바노그가 원래 가족도 아닌 다른 사람이 왕위를 뺏는 건 이렇게 유혈 낭자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데.’

다른 건 몰라도 낭티오네가 듬직한 바실리스크로서 아키서스 포병대에서 일하면서 태현을 얼마나 도와줬는데….

태현은 이 퀘스트는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다.

‘핏줄 퀘스트 버프 없어도 난 왕국 먹을 자신 있다.’

이미 두 번이나 했으니 세 번도 할 수 있겠지.

[퀘스트를 거절합니다!]

[악명이 크게 내려갑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오릅니다.]

[시험을 통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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