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666화
[제련이 시작됩니다!]
[<아키서스 화신의 아다만티움 갑옷>이 파괴됩니다!]
[<아키서스의 아티팩트 제작>을 시전합니다!]
[……]
[……]
[……]
[……]
[……]
왕국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아다만티움.
그리고 태현이 이제까지 계속 입고 다녔던 아다만티움 갑옷까지.
태현은 밑천을 탈탈 털어 넣었다.
후회되진 않았다. 지금 만들려고 하는 갑옷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앞으로 굶주린 혼돈과 계속 싸우기 위해서는 지금이 기회다.’
이렇게 시간을 써서 아이템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얼마나 오겠는가.
[오스턴 왕국의 대장장이, 팔달람이 당신을 돕습니다!]
[……]
[……]
[추가 버프를 받습니다!]
[작업이 진행될 때마다 추가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장장이들을 더 불러 모으십시오!]
태현이 데리고 있는 대장장이 NPC들(심지어 기계공학 대장장이들도)을 대기시켜 놓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제작 작업은 간단히 끝나는 게 아닌 몇십번의 연계 퀘스트로 이어지게 되어 있었다.
그런 만큼 계속해서 준비시켜 놓은 대장장이들을 투입해야 했다.
-화신님.
“아흐다엘!”
아키서스 교단의 상급천사. 아흐다엘.
대륙에 위기가 닥치자 각 교단에는 천사들이 찾아왔고, 아흐다엘도 그중 하나였다.
하도 원수가 많아서 내려오는 도중 크게 부상을 입긴 했지만….
“아직 나설 필요는 없는데. 나중에 굶주린 혼돈하고 싸울 때 나서도 돼. 그 전에 싸웠다가 죽어서 천계로 돌아가면 어쩌려고.”
‘아니. 훈훈한 걱정을 뭐 저렇게 살벌하게 하는 거야?’
옆에서 일하던 다른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은 기겁했다.
아무리 상대가 NPC라도 저런 말을 들으면 화를 내지 않을까?
그러나 아흐다엘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동의했다.
-당연히 중요할 때 싸우고 죽어야지 그 전에 죽으면 안 되죠. 하지만 지금 아키서스 님의 힘이 깃든 작업을 하고 있으니, 제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서 왔어요.
[아키서스의 상급천사, 아흐다엘이 가호를 불어넣습니다!]
[더욱더 불길이 거세집니다!]
태현은 아키서스의 화신인 것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화염과 연관이 깊은 사람이었다.
사디크의 화염부터 시작해서 드래곤의 화염 등 이렇게 각종 화염 관련된 스킬을 갖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았다.
대장장이 직업을 고르지 않아도 대장장이일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런데 화신님. 무기는 안 만드시나요?
“이제 만들어야지.”
갑옷 제작이 순조롭게 첫 삽을 떴지만,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았다.
그중 하나가 무기였다.
갑옷이 방패라면 무기는 창.
특히 적들의 막대한 HP와 회복력을 생각해 봤을 때 특수한 옵션을 가진 무기는 필수적이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은 좋은 무기긴 하지만,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은 일회용으로 막 쓰는 검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좋은 검이었다.
태현 정도의 스킬 레벨에서 이런 제작법이 나온 건 행운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하지만 앞으로의 적들을 생각해 보면 좀 더 묵직한 무기가 필요했다.
‘황제 살해자는 너무 위험하단 말이지.’
드는 순간 안 그래도 부족한 태현의 HP를 쭉쭉 빨아먹는 이 마검은 지나치게 위험한 무기였다.
솔직히 용케 마검으로 안 죽었다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제작법이 쓸 만한 게 나와야 하는데….’
태현은 긴장한 얼굴로 제작법을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거대 대장간의 버프를…]
[……]
[……]
[……]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은 감동 섞인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태현은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아무리 스킬이 높아도 나오는 결과물은 어느 정도 운이 관련되어 있….
<전설을 향하여-기계공학 스킬 퀘스트>
당신은 고대 제국 시절 실전된 무기 중 하나인 <투박한 유탄 머스킷>을 발굴해 내고 사람들에게 퍼뜨렸다.
당신이 가진 기계공학을 향한 열정과 진심.
수많은 선배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그 뜨거운 마음을 읽고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퀘스트 설명 불길한데.’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열정을 강조하는 퀘스트들은 다 뒷맛이 좀….
…그런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고대 제국 시절의 잊혀진 무기 제작법이다.
“!”
[!]
이건 이야기가 달랐다.
고대 제국 무기 제작법이라니.
지금 태현의 상황에는 감지덕지인 보상!
여기, 전설을 향해 달려가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를 위한 제작법이 있다.
이 제작법을 받아 무기를 만들어라!
보상: ?, ???
[제작법을 얻었습니다!]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을 만들 수 있습니다.]
“…….”
꼭 마검이어야 했나?
* * *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은 고대 제국이 융성했을 때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명검을 만들어 겨루던 대회에서 승리한 검으로, 그 당시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의 영혼이 담겨 있는 제작법이라고 할 수 있…]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나요??”
“위험하지 않습니까??”
설명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장장이 랭커들은 태현을 말리고 싶은 표정이 간절해 보였다.
왜냐하면….
지금 태현이 <용의 파멸>을 용광로에 집어 던져 넣으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위대한 제작을 위해서는 파괴가 필요합니다.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을 넣으십시오!]
그래서 넣었다. 어차피 일회용이었으니까.
[더욱더 파괴가 필요합니다! 폭탄을…]
넣었다.
[<용의 파멸>을…]
‘이 자식 굶주린 혼돈 아닌가??’
태현은 진지하게 이 제작법이 굶주린 혼돈이 만든 함정이 아닌가 고민했다.
다른 무기야 그렇다 쳐도 <용의 파멸>이라니.
이제까지 태현의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준 용 살해자의 마창 아닌가!
[카르바노그가 그런데 이제 드래곤 상대할 일도 별로 없지 않냐고…]
‘그건 그렇긴 한데….’
태현은 한숨을 내쉬고 창을 집어 넣었다.
이제 와서 뭐 어쩌겠는가.
들어가라!
옆에 있던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은 자기가 대신 뛰어들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저런 무기를…!’
‘숨도 돌리지 않고!’
[잠시 융합이 필요합니다. 기다려주십시오.]
“…다른 사람들 제작도 해야겠다.”
태현은 이 쓰라린 마음을 제작으로 달래야겠다고 다짐했다.
판온 1에서도 그랬듯이, 자기 아이템이 강화하다가 박살 나도 입술 깨물고 다음 아이템 만드는 게 대장장이인 것이다.
“여기 모인 원정대 플레이어들 전원에게 전해라. 아이템 새로 제작부터 수리, 강화 뭐든지 해주겠다고. 다들 싸우느라 많이 망가졌겠지.”
“!!”
상상치도 못한 통 큰 태현의 말에 대장장이들은 깜짝 놀랐다.
이 거대 대장간을 이용해서 플레이어들에게 아이템을 만들어주겠다니.
물론 태현이 손해 보는 건 없었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욕심을 부리는 게 당연했다.
대장장이들이 이 거대 대장간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했겠는가?
당연히 비용을 받고 만들어줬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이렇게 그냥….
‘내가 다 부끄럽다!’
대장장이들은 태현을 보며 반성했다.
이런 성실한 정신이 있었기에 태현은 전투 직업인데도 손꼽히는 대장장이의 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앗. 그런데 태현 님. 하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뭐지?”
“아무래도 여기 모인 플레이어들 숫자가 숫자인 만큼 태현 님 혼자서는 무리 아닙니까?”
“응. 너희들도 같이 해야지.”
“…….”
“…….”
모인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했다.
태현 아이템 하나만 같이 만드는 것과, 여기 모여 있는 플레이어들 전원의 장비를 손봐주는 건 난이도 자체가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힘든가?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나 혼자서 하지 뭐.”
태현은 케인 볶듯이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을 볶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태현을 도와주러 온 사람들이었으니까.
‘크윽…!’
‘차라리 욕을 해…!’
하지만 그게 더 효과적이었다.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은 속으로 울면서 말했다.
“같이 하겠습니다…!”
“주변에 데이트하면서 놀려고 했는데 뭐 나중에 하죠…!”
“저는 약속도 없어서 괜찮습니다…!”
“앗. 그런가? 고맙군.”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감탄했다.
사람 부리는 솜씨가 볼 때마다 느시는구나!
* * *
[<아키서스의 갑옷>이 그 형태를 갖춥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명성이…]
[……]
[……]
사방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고작 형태만 갖췄는데도 이 정도 반응이라니.
‘하지만 이해가 간다.’
태현은 아키서스의 갑옷을 보자 감동이 치밀어오르는 걸 느꼈다.
그에 비해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은….
[<제국 기계공학자의 마검>이 그 불길함을 뿜어내기 시작합니다!]
[악령이 울부짖습니다!]
[악마들이 두려워합니다!]
[폭발이 일어납니다!]
[화재가 일어납니다!]
[블랙 드래곤의 영혼이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
[냉기의 정령들이…]
[……]
[……]
[……]
‘아오.’
태현은 진지하게 제작 취소를 고민했다.
한쪽이 잘 풀리면 꼭 다른 쪽이 말썽이라더니, 마검 제작은 온갖 불길한 징조란 징조는 다 불러왔다.
이거 진짜 만들어도 되는 거 맞나?
‘살면서 아이템 제작할 때 피한 적은 없었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김태현 선수!”
놀라운 건 그런 와중에도 찾아온 플레이어들의 장비를 봐주는 손놀림에는 실수 하나 없다는 점이었다.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우 높은 행운 스탯으로 인해 추가 효과가…]
[대장장이…]
[기계공학…]
[……]
[……]
온갖 칭호와 스킬 레벨을 가진 태현은 한 번 만지기만 해줘도 각종 버프를 줬다.
찾아온 랭커는 감동해서 아이템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이 정도면 판온에서 손꼽히는 대장장이 랭커들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것이다.
“그럼 강화도 들어간다.”
“예. 예??? 안 됩니다!? 부서집니다!!”
랭커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가 비명을 질렀다.
대장장이한테 강화 잘못 맡겼다가 부서진…!
[강화가 성공합니다!]
“이 정도는 안 부서지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 그렇군요.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라서 뭔가 다르신 모양….”
“한 번 더 간다.”
“끄아아아악!!!”
[강화가 성공합니다.]
“헉, 허억. 허억. 감, 감사합니다. 이제 괜찮….”
“음. 한 번 더 해도 괜찮….”
“안 돼에에에!!!”
줄 서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욕심과 공포가 섞인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강화하고 싶긴 한데….
저거 괜찮은 거 맞아??
“흠. 한 번 더 해도 되겠군.”
“제, 제발. 김태현 선수. 제발….”
“어허!”
태현은 판온 1 때처럼 돌아와서 단호하게 말했다.
대장장이는 스킬 관련해서 고집을 꺾지 않는 법.
“이 장비는 아직 더 강화를 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데!”
“세상에 그게 말이 됩니까? 운 나쁘면 그냥 부서지는….”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랭커는 울기 직전이었다.
“김태현 선수!! 김태현 선수!! 원정대가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동당했습니다!”
“그래?”
태현은 깜짝 놀란 소식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다음 강화를 성공시켰다.
보고 있는 사람들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였다.
“팀 KL 선수들도 같이 이동했습니다!”
“그렇군.”
또다시 성공.
이쯤 되자 사람들은 신을 보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신인가??
“같이 있던 파워 워리어 요리단 길드원들도 길드 마스터와 함께 같이 끌려갔습니다!”
툭-
태현은 강화를 멈추고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모습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감동했다.
‘우리 길드를 이렇게나 신경 써주시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