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663화
‘그게 말이 되나?’
쑤닝은 충격 받은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의 여러 큰손들한테서 대대적으로 투자를 받은 길드 동맹이었다.
그 투자금의 일부를 이렇게 꾸준히 비자금 숨기듯이 창고를 만들어서 남겨 놓은 쑤닝이었는데….
그에 비해 태현의 아탈리 왕국은 투자는커녕 세금도 제대로 걷지 않았다.
그런 아탈리 왕국이 더 부유하다니.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 김태현 놈이 이런 걸로 거짓말 할 놈은 아니다.’
쑤닝은 생각했다.
태현은 근거 없는 허세를 부리는 놈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 말은 사실이라는 것!
‘아탈리 왕국의 발전 속도는 좀 이상하긴 했지!’
생각해 보니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태현의 골짜기는 그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
투자 안 받고 세금 안 걷는 상황에서 그 정도 속도로 발전하려면 영지 플레이어들이 아무 대가 받지 않고 퀘스트를 해줘야 했다.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답은 하나였다.
아탈리 왕국에는 쑤닝이 알지 못하는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
예전 왕가가 숨겨 놓은 재산이 있다거나, 혹은 금이 쏟아져 나오는 광산이 있다거나, 하여튼 무언가 대단한 게 있는 게 분명했다.
쑤닝은 매우 억울해졌다.
‘제기랄! 오스턴 왕국도 그랬다면 내가 판온을 제패할 수 있었을 텐데!’
물론 쑤닝은 아탈리 왕국이 오스턴 왕국보다 더 개판이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쑤닝. 그래서 다음 창고는 어디냐?”
“…기다려라. 안내해 주겠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태현은 이다비에게 빌려온 토왕이를 사용해 아이템을 닥치는 대로 집어넣었다.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린 쑤닝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다 어디 간 거냐!?”
“가방에 넣었지.”
‘이 자식 직업이 뭔 도둑도 아니고 이렇게 빠르게….’
어차피 내줄 거긴 했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매우 찜찜했다.
* * *
‘길드 동맹 놈들 재산이 진짜 장난이 아니군.’
태현은 새삼스럽게 목록을 확인하며 감탄했다.
이다비가 여기 같이 있었다면 감동의 눈물을 흘렸을 텐데!
산더미 같은 골드와 각종 보석들은 기본에, 온갖 희귀한 특수 광석들까지.
최상급 화영석:
화염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최상급의 광석이다. 제작에 사용하면 추가적인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대장장이 기술이 높아서 추가 보너스를 받…]
[……]
최상급 아드랄석:
아드랄 지역에서만 나는 희귀한 광석의 정수다. 제작에 사용하면….
‘심지어 전설급 강철까지.’
전설급 강철 주괴:
이제는 잊혀진 전설적인 대장장이가 만들어서 왕실에 공납한 아름다운 강철 주괴다. 하찮은 금속을 이렇게까지 제련할 수 있다는 건 하나의 기적일지도 모른다.
‘강철 주괴를 전설 등급으로 찍을 수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마 이건 전설 등급의 대장장이 기술 스킬을 가진 NPC가 만든 아이템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설명 자체가 불가능한 아이템!
그리고 무엇보다….
소형 오리하르콘 주괴:
오리하르콘으로 되어 있는 작은 주괴입니다.
검, 창, 지팡이 등 다양한 곳에 쓸 수 있습니다. 물론 화살도요!
[현재 대장장이 기술이 부족해서 약한 페널티를 받습니다.]
[……]
[……]
‘오리하르콘이 다 어디 갔나 했더니, 쑤닝 놈이 갖고 있었군.’
오리하르콘 주괴까지.
방어구 계열 광석 중 가장 이름 높은 게 아다만티움이라면, 무기 계열 광석 중 가장 이름 높은 건 오리하르콘이었다.
그리고 태현에게는 한 가지 다른 의미가 있었다.
<오스턴 왕가의 오리하르콘 석궁>.
이 아이템이 매우 매우 귀한 이유는, 바로 영향 받는 스탯 때문이었다.
[오스턴 왕가의 오리하르콘 석궁은 스탯의 영향을 받습니다.]
[영향 받는 스탯: 행운]
행운 스탯으로 데미지 들어가는 아이템은 정말 드물었다.
그리고 애초에 있더라도 플레이어들은 관심도 없을 것이다.
행운 스탯으로 데미지 들어가는 아이템은 쓰레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하지만 태현에게는 이만큼 귀한 아이템도 없었다.
오로지 왕가의 오리하르콘 화살만 사용 가능하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판온 최대의 죽창!
태현이 레벨 낮을 때도 온갖 미친 보스 몬스터들을 거꾸러뜨릴 수 있었던 건 이 죽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살 한 대 꽂아 넣으면 악마 공작도 드래곤도 풀썩풀썩 쓰러지는 미친 데미지.
-교황 성하!
[오스턴 왕국 동부의 수인족 대장장이, 팔달람이 찾아옵니다!]
“왔나!”
아레네 시 중앙 광장에서 토왕이 껴안고 아이템 목록 점검하고 있던 태현은 급히 돌아섰다.
지금 오스턴 왕국 전역에서 대장장이 NPC들을 샅샅이 뒤져서 설득, 부탁, 협박 등 여러 수단으로 데려오고 있었다.
모든 건 다 대장간 건설을 위해!
-교황 성하께서 굶주린 혼돈을 몰아내고 이 왕국을 다시 지켜내주신 것에 이 하찮은 대장장이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굶주린 혼돈은 물론이고 이전의 폭군으로 인해 오스턴 왕국은 고통의 나날이었습니다.
“…….”
옆에 있던 길드 동맹 간부들은 팔달람을 노려보았다.
이 새끼가?
-그러나 눈부신 영웅이신 교황 성하께서 찾아오셨으니 오스턴 왕국에도 드디어 영광의 날이 온 것입니다! 앞으로 오래오래 오스턴 왕국을 다스려주십시오!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명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국의 후계자 스탯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 퀘스트를…]
[칭호, 굶주린 혼돈을 물리친…]
[……]
[……]
[상대의 친밀도가 크게 올라갑니다!]
‘허. 너무 쉬워서 당황스럽군.’
태현은 감격한 표정으로 꾸벅거리는 대장장이를 보며 신기해했다.
이제까지 보통 퀘스트들을 할 때 협박과 설득과 애원은 기본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말 한 마디 안 해도 상대가 고개를 숙여오는 것이다.
이것이 권력의 힘인가?
‘아니. 근데 아탈리 왕국에서는 왕관 있었어도 귀족 놈들이 말을 하나도 안 들었는데.’
[카르바노그가 그건 아탈리 왕국이 특이한 거라고 말합니다.]
‘그래도 방심하지 말아야겠군.’
태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대장간을 하나 지으려고 하는데, 날 도와줄 수 있겠나?”
만약 거절하면 각종 설득 방법을 준비하고 있던 태현이었다.
-물론입니다! 영광입니다!
“!”
이렇게….
쉽다고?
“와. 김태현 저놈 진짜 퀘스트 쉽게 하네.”
“저러니까 전설 퀘스트들을 식은 죽 먹듯이 깨고 다녔던 거구나.”
길드 동맹 간부들은 경악한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그들의 퀘스트 깰 때는 NPC들이 ‘저리 꺼져라 폭군!’ ‘저리 꺼져라 살인마!’ 같은 소리만 했었는데….
김태현은 저런 대우를 받는 걸 보니 저래서 명성을 쌓는구나 싶었다.
‘이 자식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원래라면 웃으면서 넘겼을 태현이었지만, 저건 좀 많이 억울했다.
이제까지 온갖 미친 NPC들을 얼마나 많이 만나왔었는데…!
* * *
고대 거인, 구룩가는 자신만만하게 오스턴 왕국을 침공했다가 아키서스의 홍수를 맞고 바다까지 떠내려갔다.
그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간신히 에랑스 왕국 북쪽 해안가에 도착한 구룩가.
구룩가는 고함을 지르며 아키서스를 저주했다.
-아키서스! 이 세상을 타락시키는 더러운 신이여! 너를 저주하겠다! 너는 세상의 적이다!
[굶주린 혼돈이 박수를 칩니다!]
고대 거인인 만큼 구룩가는 아키서스의 명성에 대해서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또 이렇게 당하다니!
-여기는 그 잘난 척 심한 에랑스 놈들의 땅이구나. 잘 됐다. 굶주린 혼돈과 약속한 제물을 여기 놈들로 바치겠다.
“헉! 거인이다!!”
해안가에 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플레이어들은 구룩가를 보고 기겁했다.
구룩가는 잘 됐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선한 먹이로구나.
“잠, 잠깐! 나는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모험가다! 나를 건드렸다가는 굶주린 혼돈의 벌을 받을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 말에 구룩가는 의아해했다.
-네놈들도 굶주린 혼돈을 섬기나?
“같… 같이 섬기는 분이셨군요!”
플레이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룩가는 입술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지금 왕국 상황이 어떻지? 말해봐라.
“왕… 왕국 말입니까?”
다른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에랑스 왕국에서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굶주린 혼돈은 당연히 가장 우선 목표로 에랑스 국왕을 붙잡으려고 했다.
굶주린 혼돈의 전사 중에서도 가장 발이 빠르고 날렵한 이들이 성벽을 타넘고 왕궁을 향해 내달린 것이다.
…그러나 에랑스 국왕은 만만치 않았다.
상황이 틀어졌다는 걸 깨닫자마자 귀족들과 심복들을 데리고 왕궁을 탈출해서 사라진 것이다.
처음에는 다들 곧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NPC들 규모가 규모인데 숨어봤자 어딜 숨겠는가.
다른 귀족들 영지만 뒤져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자식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아니! 진짜! 사람인 이상 먹고 살아야 하지 않나? 게다가 왕족이잖아! 먹을 게 있고 대접 받을 수 있는 성이나 도시로 튀어야 하지 않아? 왜 안 보이는 건데!!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국왕을 찾아 헤매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국왕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국왕이 언데드라서 땅 속에 숨어서 숨만 쉬어도 괜찮은 게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덕분에 굶주린 혼돈은 에랑스 왕국을 지배하고 나서도 제대로 된 통치는커녕 반란군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국왕이 붙잡히지 않고 탈출하자 휘하의 영주들도 각자 자기 영지에서 버티기 시작한 것이다.
-멍청한 모험가 놈들! 그렇게 일처리를 못하다니.
“죄, 죄송합니다.”
-알겠다. 잘 먹어주마.
“네? 뭘요?”
[HP가 0이 되어 로그아웃…]
구룩가는 그대로 플레이어들을 꿀꺽 삼켜버렸다.
-아키서스, 두고 봐라! 다시 네놈의 목을 따러 이 구룩가가 갈 것이다!
* * *
[거대 대장간이 건설되기 시작합니다.]
[비전 대장장이 NPC들이 일을 돕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왕국 최대의 대장간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이는 어마어마한 위업이자,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
[……]
텅 빈 아레네 시 광장에 거대한 토대가 잡히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플레이어들도 깜짝 놀랄 정도의 커다란 토대였다.
대체 뭘 만들려고 저러는 걸까?
[아이템이 소모됩니다.]
[아이템이 소모됩니다.]
[아이템이 소모됩니다.]
온갖 재료들과 자재들이 빠르게 소모되었지만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과를 생각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할 투자였던 것이다.
-이쪽을 좀 더 세워!
-강철을 더 갖고 와라! 아끼지 마라! 지금 우리는 신도 감탄할 만한 대장간을 지으려고 하고 있으니까!
-재료를 아끼는 것은 곧 교황 성하를 모욕하는 일이다!
<거대 대장간 건설–대장장이 기술 퀘스트>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자신만의 대장간을 갖길 꿈꾸지만, 그중 진정한 대장간을 갖게 되는 사람은 극히 소수다.
당신은 수많은 대장장이들이 부러워 할 만한 대장간을 지어 올릴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갖고 있는 스킬과 재산을 총동원하여 왕국 최대의 대장간을 완성시켜라!
그 대장간은 당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상: ?, ???
‘모처럼 훈훈한 퀘스트군.’
[카르바노그가 어떤 대장간이 완성될지 기대된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