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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62화 (1,661/1,826)

§ 나는 될놈이다 1662화

그렇게 생각하면 아키서스의 여섯 번째 공격은 꽤 좋은 스킬이 맞았다.

스탯 영구 소모라는 페널티가 있긴 했지만, 그게 행운인 만큼 별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어차피 지금 1만 다 되어가는데 무슨….’

태현도 스스로의 행운 스탯이 무서울 정도였다.

원래 스탯이 높으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좋은 거였지만 아키서스의 화신은 그렇지 않았다.

행운 스탯이 높으면 높아질수록 성장과 퀘스트들이 어려워지는 직업!

‘새로 나온 화술 스킬은 뭐지?’

현재 태현의 화술 스킬 레벨은 최고급 7.

갖고 있는 최고급 레벨의 스킬들 중에서도 가장 선두주자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영혼에 스며드는 화술>

‘음. 패시브 스킬인가.’

수수해 보였지만 태현은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애초에 화술 스킬들은 다른 스킬들처럼 화려하게 효과를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조용히 꾸준하게 그 힘을 보여주는 스킬이었던 것이다.

각종 설득과 협박과 거짓말 등등에서 알뜰하게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화술 스킬!

<영혼에 스며드는 화술>

적에게 화술 스킬을 성공시킬 때마다 각종 효과를 부여합니다. 어려운 난이도일수록 더욱 강한 효과가 부여됩니다.

“…?”

그러나 스킬 설명은 태현의 생각과 달랐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스킬이었던 것이다.

‘추가 데미지라도 넣어주는 건가? 나쁘지는 않은데.’

태현이 보스 몬스터 상대할 때마다 최소 몇 번은 화술 스킬을 성공시키니, 이런 패시브 스킬은 있어서 나쁠 게 없었다. 태현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남은 건 거대 대장간 설치인가. 작업이 끝나는 대로 바로 진행해야지.’

“야. 김태현. 지금 아레네 시 이거 괜찮은 거 맞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너무 큰데??”

케인이 와서 헷갈린다는 듯이 말했다. 태현은 괜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괜찮다니까. 모여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야.”

“그런가? 이상한데.”

케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태현이 그렇다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작고 간단한 도시 같지는 않은데….’

* * *

“또 넘어온다!”

“경보 울려라!”

[마법이 오크들을 깨웁니다!]

[오크 전사들이 지원을 위해 달려옵니다!]

[오크들의 불만이 심해집니다!]

-취익! 그만 깨워라!

-췩! 잠 좀 제대로 자자!

오크들이 신경질을 내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 여기는 오스턴 왕국의 서부 국경지대.

에랑스 왕국과 맞닿은 곳인 만큼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이 심심하면 도발하듯이 넘어오는 것이다.

그 숫자가 숫자인 만큼 국경지대의 오크들은 쉴 틈도 없이 계속 싸움에 나서야 했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해라.”

“맞아. 잡으면 경험치와 아이템이 나오는 적들이 계속 이렇게 몰려나오다니. 솔직히 어지간한 던전 안 부러운 환경 아니냐?”

물론 NPC들과 플레이어들의 사고방식은 달랐다.

오크 아저씨들은 지금처럼 계속 적들이 몰려와 무한사냥이 가능해진 상황을 매우 매우 반기고 있었다.

이건 원래 어디 가서 돈 줘도 구하지 못하는 귀한 상황 아닌가!

-취익! 저 지휘관이 아무래도 이상하다!

-우리 계속 싸우다가 쓰러질지도 모른다!

“야. 야! 진정해라! 너희 먹이려고 이렇게 음식도 준비해놨어!”

“자자. 먹고 싸워! 먹고 싸워!”

[오크들의 불만이 내려갑니다!]

오크 아저씨들은 급히 음식을 대령했다. 괴식 요리사들이 갖고 온 성능 좋은 요리들이 빠르게 테이블에 깔렸다.

오크 전사들은 커다란 냄비에 펄펄 끓고 있는 한약색 수프를 허겁지겁 비웠다.

-배부르다!

“그래! 싸우고 싶겠지?”

-간다! 전사들이여! 무기를 들어라!

김태산 밑의 길드원들은 오크들과 함께 요새에서 뛰쳐나왔다.

주변을 휩쓸고 있던 굶주린 혼돈의 전사들은 재빠른 대응에 깜짝 놀랐다.

-모험가 놈들이 맞서 싸우려고 나왔다! 박살 내라!

-잘 나왔다! 요새를 뺏어주마!

뿌우우우-

그러나 길드원들은 그들만으로 대응에 나선 게 아니었다.

곧바로 다른 요새에서도 뿔피리 소리가 들리더니 다른 오크들이 튀어나왔다.

인해전술!

레벨 낮은 오크 NPC들로 굶주린 혼돈의 정예를 잡으려면 한 번에 이렇게 몰아붙여야 했던 것이다.

-이런 미친 놈들 같으니!

타락한 짐승을 몰고 있던 굶주린 혼돈의 전사가 기겁해서 외쳤다.

-이 주변의 요새에 있는 전사들을 모두 동원해서 포위하려고 오다니. 정신이 나간 것이냐! 우리는 쓰러지더라도 곧 굶주린 혼돈께서 다른 부하들을 보내서 너희들을 지치게 할 것이다!

“뭐라는 거야!”

“그대로 밟아버려라!”

굶주린 혼돈의 전사가 하는 협박은 아저씨들에게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오크들이 미친듯이 화살을 쏘아내기 시작했다.

즉석에서 만든 구식 활이었지만 그 화살이 수천, 수만 개가 넘어가면 데미지가 안 쌓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오크 전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달려들어서 칼과 창을 찔러 넣었다.

“잡아! 잡아!”

“저거 하나 잡으면 오늘 레벨업 목표치는 끝이다!”

“앗. 그러면 오늘은 휴식입니까?”

“너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휴식이라니. 더 계속 해야지! 만약에 쉬고 있는데 이렇게 더 찾아오면 얼마나 억울하겠냐!”

“…….”

여기 있는 건 오크 아저씨들만이 아니었다.

미다스 길드원들부터 시작해서 오스턴 왕국 서부 쪽 플레이어들은 전부 다 같이 합류해서 국경지대에서 수비를 맡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이들도 사람인 만큼 퀘스트 욕심이 있고 레벨 업 욕심이 있었지만, 아저씨들만큼은 아니었다.

적당히 하고 적당히 올렸으면 그냥 요새에서 쉬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니면 아레네 시 다시 만들어졌다는데 거기 가서 좀 놀거나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저씨들은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무슨 소리야! 지금이 딱 좋을 때인데! 나중에 태현이 놈이 어? 에랑스 왕국으로 전진 시작하면 이렇게 적들이 올 거 같냐?”

“요즘 어린놈들은 감사함을 몰라요! 이렇게 꾸준히 와줄 때 감사하면서 다 받아먹어야 하는 거야!”

“아… 아니. 72시간 정도 계속 잡았잖습니까… 좀 쉬어도 될 거 같은데….”

“쉬긴 뭘 쉬어! 야. 잡으면서 쉬는 거야! 더 잡자!”

“…….”

플레이어들은 울고 싶어졌다.

아, 우리가 왜 서부로 왔을까?

* * *

“대장장이 NPC 니도브 찾아서 설득했답니다!”

“고생했다고 전해줘.”

아레네 시가 재건되는 동안 이다비는 파워 워리어 랭커들과 팀 KL 선수들을 데리고 오스턴 왕국을 돌고 있었다.

길드 동맹에게서 뜯어낸, 아니, 받아낸 NPC 명단을 들고서 하나하나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

대장간이 완성되고 제작이 시작될 때 뛰어난 대장장이 NPC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그런데….”

“오스턴 왕국 서부가 되게 좋다는 말 많은데, 분위기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파워 워리어 랭커들은 이상하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게시판에서는….

<반 굶주린 혼돈 세력 퀘스트를 하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오스턴 왕국 서부 지역입니다!>

<오스턴 왕국 서부-현재 가장 빠른 퀘스트 참가 가능한 곳>

<어떤 텃세도 없이 참가만 하면 모든 퀘스트에 합류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랭커들이 당신들과 어깨를 맞대고 같이 싸워줍니다!>

-야, 오스턴 왕국 서부가 그렇게 꿀이라면서? 진짜야?

└ㅇㅇ 진짜임. 내가 거기서 사냥하고 있는데 질릴 정도로 사냥만 할 수 있음. 레벨 20 정도는 올렸다.

-말이 되나? 거기 먼저 간 플레이어들이 몇 명인데 그걸 나눠준다고?

-거기 지금 최강지존무쌍부터 시작해서 미다스 길드원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걸 누가 나눠줘? 가봤자 퀘스트 참가도 못하고 손가락만 빨아야 할걸.

└아님. 영상 몇 개만 봐도 알 수 있음.

└나도 지금 오스턴 왕국 서부에서 뛰고 있는데 너무 너무 좋다. 다치면 같이 뛰는 형님들이 먹을 것도 챙겨주시고 힘들어서 쉬려고 하면 어깨 잡고 같이 싸우자고 응원해 주시는데 너무 너무 행복하다. 너희들도 와라.

└얘 약간 이상하지 않아? 뭔가 고장난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오스턴 왕국 서부 너희들도 와라.

-요새들도 많아서 거기 끼고 싸워도 돼! 원거리 직업 근거리 직업 모두 다 좋아!

…이런 식으로 인기가 많아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오스턴 왕국 서부 지역에 새로 참가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활발하기보다는 몇 날 며칠을 철야 야근한 것 같은 사무실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적막감에 가까웠다.

뭐지?

“와아아아아아! 새로 왔다! 새로 왔어!”

“게다가 숫자도 많아! 환영합니다! 야! 폭죽하고 플래카드 꺼내!”

[폭죽이 터집니다!]

[환영합니다!]

“…….”

파워 워리어 랭커들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이런 수작질을 누구보다도 많이 한 파워 워리어 랭커들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어디에 새로 도착했는데 거기 플레이어들이 ‘와!! 뉴비 왔다!!’이런다면, 그곳은 일단 별로 멀쩡한 곳은 아니었다.

“저희 지금 사냥하러 온 게 아니라 다른 퀘스트 하러 온 건데요.”

“아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누가 들으면 우리가 사냥 안 끼워준 줄 알 겁니다!”

“한 번만! 딱 한 번만 사냥 해보세요! 그러면 그 맛에 떠나질 못할 거라니까요!”

플레이어들이 마치 호객행위를 하듯 사방에서 몰려들어와 말을 던졌다.

그러나 파워 워리어 랭커들은 이런 걸로 흔들리지 않았다.

“으윽. 내 장비가! 내 장비가 부서졌잖아!?”

“실은 제가 어제 를 맞았고 그저께는 <목 통증의 저주>, 3일 전에는 <장비 착용 불가의 저주>들을….”

보통 이 정도면 징하다 싶어서 먼저 물러서기 마련.

하지만 오크 아저씨들과 같이 무한사냥을 즐긴 플레이어들도 상당히 독해져 있었다.

“장비 빌려드리겠습니다!”

“야! 저주 풀어줄 사람 데리고 와! 저기 3번 요새에 있던 사제가 저주 잘 풀더라!”

“…….”

“…….”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감탄하고 있는 사이, 이다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정말 죄송하지만 저희도 퀘스트가 있어서요. 이해해 주세요.”

“크흑…!”

“제기랄…! 또 언제 온다고!”

“이제 올 사람 다 왔나 봐! 더 이상 새로 사람들이 안 와!”

“요새가 너무 많아서 아무리 새로 와도 티가 안 나!”

이다비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무릎을 털썩 꿇고 주저앉아서 눈물을 터뜨렸다.

도망치고 싶다!

“어라. 이다비 선수 아닌가? 다른 팀 KL 선수들도 있네?”

소식을 들은 김태산이 길드원들과 함께 마중을 나왔다.

“퀘스트를 하러 왔다고? 도움이 필요한가?”

“앗. 네.”

“당연히 도와줘야지. 혹시 같이 도와줄 사람 있는가?”

“…!”

플레이어들은 용수철 튕기듯 벌떡 일어섰다.

“왜 다들 엎드려 있었지?”

“아무것도 아닙니다. 퀘스트 하러 갑시다! 뭘 하면 됩니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 요새 문이 열리더니 플레이어들 한 무리가 또 튀어나왔다.

“저희도 퀘스트…!”

* * *

[오스턴 왕국의 비밀 창고를 발견합니다.]

파아아아앗!

찬란한 빛들이 태현을 덮쳤다.

‘이건 단순한 빛이 아니다.’

단순히 황금이나 순은만으로는 이런 빛을 만들 수 없었다.

온갖 보석과 광석들이 조화롭게 있어야만이 가능한 복합적인 빛!

뛰어난 대장장이인 만큼 태현은 이 창고의 견적을 한순간에 내렸다.

‘쑤닝 이 자식. 이런 창고들을 갖고 있었다고?’

“어떠냐?”

쑤닝은 자부심이 가득 묻어나는 태도로 말했다. 태현은 잠깐 생각했다.

‘너무 감탄하면 저놈이 다른 생각을 하고 몇 개는 숨길 수도 있겠지?’

이럴 때는 최대한 안 놀란 척을 해야 했다. 그래야 쑤닝도 숨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최대한 많이 꺼낼 테니까.

“흠. 아탈리 왕국에 비하면 조금 수수하군.”

“…?!?!”

쑤닝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아, 아탈리 왕국이 그 정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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