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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59화 (1,658/1,826)

§ 나는 될놈이다 1659화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제국의 후계자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굶주린 혼돈의 세력이 오스턴 왕국에서 크게 줄어듭니다.]

[오스턴 왕국의 치안이 크게 올라갑니다.]

[오스턴 왕국의 저항군 세력들이 아레네 시로 찾아올 확률이 올라갑니다!]

[……]

[……]

[……]

‘300을 찍는 날이 오긴 오는군.’

레벨 300이라는 숫자를 보며 태현은 새삼스레 이제까지 했던 퀘스트들을 떠올려보았다.

강제로 전직된 탓에 해야 했던 그 수많은 퀘스트들.

‘음. 다시 떠올려 봐도 별로 감동적이진 않군.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걸 모아 놓으면 꽤 감동적이던데.’

다른 랭커들이 자신의 레벨업 과정을 모아놓은 영상을 계정에 올리면 사람들은 ‘정말 감동적이에요!’ ‘역시 A 플레이어는 최고에요!’ 하며 감탄했지만, 태현의 영상은 그럴 것 같지 않았다.

감동적이기보다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반응이 나올 것 같다!

“괜찮으십니까!?”

“왜 그러지?”

“아니, 아까 그렇게 공격을 받으셨는데….”

“아. 괜찮아. 막아냈다.”

“혹시 저희한테 숨기시는 건 아니죠?”

“아니 그걸 왜 숨기겠….”

“저희를 위해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

“맞아요!”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태현을 둘러싸고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떠들어댔다.

눈이 있는 랭커라면 방금 태현이 맞은 공격들이 얼마나 살벌한 공격인지 알 수 있었다.

죽기 직전의 드래곤 키메라가 쏘아낸 발악 섞인 공격.

아무리 태현이라도 멀쩡할 수가 없었다.

‘지금 크게 다치셨는데 우리가 걱정할까 봐 숨기시는 거 아닌가?’

‘혹시 어마어마한 저주를 받았을지도….’

가까이 있던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웅성거리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걸 못 들을 리 없었다.

뒤늦게 달려온 골짜기 파티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저러지?”

“김태현 선수가 드래곤 키메라 잡다가 저주를 심하게 당했나 봐요.”

“저런…!”

“굶주린 혼돈 이 자식 진짜 끝까지 더럽게 구네!”

그리고 그 반응은 보고 있던 팬들한테도 전염되었다.

-퀘스트 끝난 거 아니야? 왜 저래?

-김태현이 저주 심하게 당했대.

-뭐? 김태현이 레벨 깎이는 저주 당했다고?

-김태현 레벨이 100 가까이 줄고 스탯들이 반토막 났다고??

-김태현이 저주 때문에 시한부 목숨 됐다는데? 실질적으로 푸는 건 불가능해서 한 번 로그아웃 당할 것 같다는데?

-굶주린 혼돈 진짜 너무하네!!

-굶주린 혼돈 믿는 플레이어들 앞으로 보이면 무조건 PK한다.

-근데 김태현이 무슨 저주 당했다고 밝힌 적은 없지 않아? 왜 다들….

-야. 지금 저 랭커들이 다 떠들고 있는데 그러면 그게 근거가 없는 거겠냐?

굶주린 혼돈 토벌을 응원하는 팬들은 슬퍼했고, 굶주린 혼돈에 가입한 플레이어들은 은근히 기뻐했다.

오스턴 왕국이 통째로 날아간 건 아쉬웠지만 태현이 그 정도로 심하게 당했다면 나쁘지 않은 거래였던 것이다.

‘김태현, 너도 슬슬 로그아웃당할 때가 됐다!’

‘너도 좀 죽어라!’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지켜보고 있는 사이, 케인이 뒤늦게 도착했다.

“무슨 일이야?”

“김태현 선수가 드래곤 키메라를 잡다가 맞은 저주 때문에 레벨과 스탯이 바닥나고 죽기 직전이라고 합니다.”

“안 돼!!!!”

케인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으며 주저앉았다.

“일 다 벌여놓고 죽으면 어떡해! 네가 죽으면 난 게임 접어야 한다고!”

케인은 대성통곡하며 외쳤다.

안 그래도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한테 원한이란 원한은 다 샀는데 태현이 빠지면 어떡한단 말인가.

“…….”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다른 플레이어들이야 저런 오해를 할 수 있다지만, 케인은 확인을 할 수 있는 위치였다.

확인 좀 하고 반응해라!

“으헝헝헝!”

-야. 케인 놈 진짜 우는데??

-김태현이 크게 당하긴 했나 보다.

-하긴 그걸 맞고 멀쩡한 게 말이 안 되지.

굶주린 혼돈 쪽 플레이어들은 케인의 반응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

이야, 진짜 김태현이 크게 다쳤나보구나!

* * *

승리의 기쁨을 나누기도 전에 또 한 번의 슬픔이 찾아왔다.

두 드래곤, 고이오노스와 니팅거스가 떠날 때가 된 것이다.

고이오노스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쳤다는 후련함으로 말했다.

-이 자리에 모인 영웅들이여. 들어라. 서로 단결하고 화합하라. 굶주린 혼돈뿐만 아니라 수많은 적들이 대륙을 노리고 있으니, 선한 사람들끼리 힘을 합치지 않으면 위기를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나 고이오노스는 지치고 힘이 사라져 이제 드래곤들만의 세계로 떠나게 되지만 너희 영웅들은 계속해서….

“…….”

“…….”

처음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듣던 플레이어들도 당황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어….

언제 끝나지?

-…열심히 싸워야 할 것이고 블랙 드래곤은 믿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여기 있는 아키서스가 나를 대신해서 영웅들을 잘 이끌리라 믿는다. 참. 내가 숨겨 놓은 레어에 재산이 좀 있으니 가서 굶주린 혼돈 때문에 폐허가 된 왕국을 재건하는 데에 사용하도록 하라. 저 어린 골드 드래곤을 잘 키워야 하는데 먼저 주의해야 할 사항은… 쿨럭. 쿨럭.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이오노스 님.”

-그런가?

[골드 드래곤, 고이오노스의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고이오노스의 평판이 오릅니다!]

[고이오노스의 숨겨진 레어 지도를 얻습니다!]

[아이템을 얻습니다!]

[아이템을…]

[골드 드래곤, 고이오노스가 영원한 안식에 빠져듭니다!]

[대륙을 위해 평생을 헌신한 골드 드래곤 고이오노스는 수많은 선 세력에게서 존경받은 영웅이었습니다.]

[정령들이 고이오노스의 장례식을 준비합니다.]

[대륙에 은둔하고 있던 선 세력 NPC들이 고이오노스의 장례식에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할 말을 다 한 고이오노스가 눈을 감자 그 위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수많은 정령들이 정령계에서 나오더니 고이오노스 위를 덮고 배웅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화염과 폭발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아레네 시의 검게 그을린 땅이 씻겨나가며 그 색을 다시 되찾았다.

‘앗. 잠깐. 고이오노스 시체 안 주나?’

태현은 속으로 아쉬워했다.

오스턴 왕국 점령하고 나서 다시 한번 아이템을 제작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때 고이오노스의 시체가 있다면 꽤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카르바노그가 분위기 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워합니다.]

‘그러게 말이야.’

태현은 아쉬워하며 고이오노스에게 받은 아이템을 확인해 보았다.

각종 희귀한 주문서들과 포션들. 그리고 고이오노스의 비늘과 발톱들….

‘!’

태현은 진심으로 고이오노스에게 고마워했다.

고이오노스는 진정 대륙을 사랑한, 아키서스의 친우였던 것이다.

‘앞으로 골드 드래곤이 아키서스한테 사기당했다고 거짓 정보 퍼뜨리는 놈이 있으면 따끔하게 단죄해야겠군.’

고이오노스가 떠났지만 아직 니팅거스의 숨은 붙어 있었다.

굶주린 혼돈이 입힌 상처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니팅거스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마워하라. 하찮은 자들아. 나 니팅거스의 자비로 너희들의 목숨은 조금 더 연장되었으니.

“…….”

“…….”

“골드 드래곤이 다 한 거 아니야?”

“공격도 김태현이 다 받아내고 막타도 김태현이 넣은 것 같은데….”

[니팅거스가 분노합니다!]

-머저리들이 눈은 뒀다가 어디에 쓰는 거냐!? 그 전에 놈을 제압하고 숨통을 끊을 수 있게 만들어준 게 누구의 덕이냐??

“아키서스 포병대?”

“교단 대주교들?”

“언데드 군대 아닐까?”

니팅거스는 한탄했다.

역시 이래서 머리 검은 종족들은 도와주면 안 되는 거였는데!

-언제나 정의로운 레드 드래곤은 탐욕스러운 잡놈들에게 이용당하는구나!

“???”

옆에서 듣고 있던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양심이 없나?

[카르바노그가 왜 레드 드래곤이겠냐고 말합니다.]

‘하긴 양심이 있었으면 레드 드래곤이 아니었겠지.’

-하찮은 자들아. 내가 너희들에게 남길 말은 없다. 고이오노스와 달리 나는 준비를 다 마쳐놓았으니까.

“혹시 나한테 줄 유산이나 선물은 없나?”

니팅거스는 태현의 질문을 못 들은 척 무시했다.

-나 또한 드래곤의 세계로 떠난….

-캬오오.

그때 불불이가 혼자 다가와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용용이와 흑흑이가 달려와서 위로했다.

-저게 저렇게 보여도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나중에 드래곤의 세계로 가면 지겨울 정도로 다시 만나게 된다.

-맞는 말이다! 나중에 다시 만나면 지겨워서 안 보고 살던 때가 좋다고 생각할걸?

물론 둘의 위로는 별로 위로 같지 않았다. 불불이는 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면서 니팅거스를 쳐다보자 니팅거스도 당황했는지 불불이를 달랬다.

-이, 이봐. 어린 레드 드래곤. 너도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왜 갑자기 우나? 레드 드래곤은 울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캬오. 캬오.

불불이는 니팅거스의 앞발을 잡고 울었다. 니팅거스가 아무리 말을 해도 이해해 주는 기색이 아니었다.

태현은 그걸 보고 슬쩍 다시 물었다.

“언데드로 좀 더 남아 있을 생각은….”

-아 싫다니까!!

니팅거스는 발끈했다.

이미 할 만큼 다 하고 굶주린 혼돈 놈에게 한 방 먹였으니, 니팅거스는 명예롭게 드래곤의 세계로 가고 싶었다.

추악하게 언데드로 변해서 대륙에 남아 있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건 너무 구질구질했다.

-캬오오오.

물론 불불이는 그런 말도 이해해 주지 않았다. 계속해서 엉엉 울었다.

용용이, 흑흑이, 태현 모두 니팅거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네가 울렸으니까 니가 책임져라’라고 말하고 있었다.

-…….

니팅거스는 눈을 감고 고뇌에 빠졌다.

그냥 마음 편하게 드래곤의 세계로 떠났다가 고이오노스 같은 놈들 만나서 시달리기 vs 추악하고 구질구질하더라도 남아서 저 부모 없는 레드 드래곤 챙겨주기.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의 설득에 성공합니다!!]

[언데드를 경멸하는 드래곤을 설득해 받아들이게 한 것은 어마어마한 업적입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최고급 화술 6이 최고급 화술 7로 변합니다!]

[스킬을 얻습니다!]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가 스스로를 리치 드래곤으로 변화시킵니다.]

“오오오…!!”

“레드 드래곤이 리치로 변신한다!”

“뭐? 왜?”

“몰라. 죽기 싫었나 봐.”

“와. 역시 레드 드래곤이네. 엄청 끈질기고 집착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저 정도일 줄이야.”

“보통 드래곤은 언데드로 안 변하지 않아?”

“그러니까.”

-…….

“니팅거스. 다른 놈들의 말은 듣지 말고 불불이만 챙겨주면….”

-알고 있으니까 네놈이 말할 필요 없다!

니팅거스는 벌컥 화를 내며 변신을 진행시켰다.

거대한 붉은 육신은 빠르게 해골로 변하고 강렬하게 타오르는 마력은 음산하게 비산하는 어두운 마력으로 변했다.

리치 드래곤이 탄생한 것이다.

-캬오오.

-흥. 네놈 때문에 남은 거다. 네놈만 아니었으면 떠나버리는 건데.

-캬오캬오.

-붙지 마라.

니팅거스는 불불이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불불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니팅거스 위에 올라탔다.

니팅거스는 짜증을 내면서도 밀어내진 않았다.

두 레드 드래곤의 훈훈한 모습을 보던 태현은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니팅거스가 할 일 다 마치고 떠날 때가 되면 혹시 불불이한테 유산 좀 남겨주나?’

[카르바노그가 불불이가 잊지 않게 강조 좀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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