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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58화 (1,657/1,826)

§ 나는 될놈이다 1658화

-그건 아니다. 헛소리 하지 마라.

니팅거스는 순간 솔깃한 자신이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늙은 드래곤들한테 이래라저래라 듣기 싫어도 그렇지 언데드로 대륙에 남는다니.

-그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지도 모르겠군. 언데드가 되어서 대륙의 영웅들을 지켜준다면….

니팅거스는 고이오노스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드래곤 키메라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태현이나 고이오노스와 이야기를 해봤자 남는 건 스트레스밖에 없으니, 레드 드래곤의 분노를 풀 곳은 드래곤 키메라밖에 없었던 것이다.

[레드 드래곤, 니팅거스가 드래곤 키메라의 가죽을 녹여 버립니다!]

강렬한 마법이 드래곤 키메라의 등가죽에 작렬했다.

드래곤들이 모두 언령 마법에 능하다 하더라도 각자 전문은 다르기 마련.

니팅거스의 장기는 바로 화염 계열이었다.

-■■■■■■!

드래곤 키메라는 어지간히도 괴로웠는지 고함을 지르며 니팅거스를 후려갈겼다.

꽝!

-우리도 들어가야 한다!

“알고 있습니다!”

드래곤 키메라는 언령 마법은 쓰지 않았지만 그 외 능력치가 살벌할 정도였다.

니팅거스 정도 되는 레드 드래곤이 그냥 밀려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용의 파멸>을 장착합니다.]

[스킬 <용의 파멸>이 사용 가능해집니다!]

[스킬….]

-!

-!!

태현이 우이포아틀 황제가 용 사냥 때 쓰던 창을 꺼내들자, 자리에 있던 드래곤들이 모두 움찔했다.

그 창에서 나온 불길한 기운을 모두가 느낀 것이다.

-용의 추락!

태현은 고이오노스 위에서 뛰어내리면서 드래곤 키메라의 정수리 위에 그대로 창을 꽂아 넣었다.

[<용의 추락>이 발동합니다!!]

[드래곤을 상대로 추가 데미지가….]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

저 공격에 한 번 당한 적 있던 니팅거스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드래곤 키메라의 날개가 꺾입니다!]

[굶주린 혼돈이 분노합니다!]

드래곤 키메라는 곧바로 반격에 들어갔다.

태현 상대로 일반적인 물리 공격이 효과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드래곤 키메라였다. 바로 공격 대신 저주를 토해냈다.

뭉글뭉글-

안개가 터지듯이 퍼져나가는 저주.

[굶주린 혼돈의 저주가 당신을 감쌉니다!]

[<아키서스 화신의 진화된 아다만티움 갑옷>이 저항합니다!]

[<아키서스의 상급 반격>이 발동됩니다!]

[….]

[….]

‘젠장. 성가시군.’

태현은 저주 스택이 쌓이는 걸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시작부터 이렇게 저주가 쌓이기 시작하면 좋을 게 없었다.

드래곤 키메라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마 장기전으로 가게 될 텐데….

[굶주린 혼돈의 저주가 HP를 깎기 시작합니다!]

[고이오노스의 축복이 HP를 회복시킵니다.]

[굶주린 혼돈의 저주가….]

[….]

[….]

고이오노스가 각종 회복 마법을 걸어주고 있다지만 이런 페널티가 있는 게 신경 안 쓰일 수가 있나.

게다가 태현은 안 그래도 낮은 HP를 각종 스킬과 컨트롤로 메꿔야 하는 입장인 만큼 더더욱 그랬다.

‘황제 살해자 쓰면 정말 목숨 한 번 걸어야 하겠군.’

-조심해라!

고이오노스의 외침과 함께 드래곤 키메라가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노리는 목표는 바로 고이오노스 위에 있던 태현이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당신을 칭칭 묶습니다!]

허공에서 사슬이 즉시 나타나더니 태현을 묶으려 들었다.

-주인이여!

용용이가 바로 대응에 나섰다.

[용용이가 저주를 해제합니다!]

[해제에 실패합니다!]

[흑흑이가 저주를 해제합니다!]

[해제에 실패합니다!]

“….”

[용용이가 저주를 해제합니다!]

[해제에 성공합니다!]

‘오오!’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용용이가 해내자 태현은 감탄했다.

-그거다. 어린 골드 드래곤이여.

-감사합니다!

고이오노스는 흐뭇하게 용용이를 칭찬했다.

늙은 골드 드래곤이 어린 골드 드래곤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훈훈한 광경.

물론 드래곤 키메라는 그게 매우 짜증났는지 바로 다시 덤벼들었다.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행운 스탯이 소모됩니다!]

[연속 공격을 퍼붓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사디크의 화염 기운이 점점 누적됩니다!]

[….]

[….]

태현은 최대한 스킬 스택을 쌓기 위해 공격을 연속으로 퍼부었다.

태현뿐만 아니라 고이오노스도, 니팅거스도 드래곤 키메라의 정신을 빼놓기 위해 공격을 개시했다.

[굶주린 혼돈의 저주가 스킬의 쿨타임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고이오노스의 축복이 저주를 제거합니다!]

‘젠장. 이건 뭐 막을 방법이 없나?’

-놈의 체력이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굶주린 혼돈이 직접 만든 이유가 있다!

-이 불쌍하고 안타까운 놈이 진짜…!

콱!

-성급하게 달려들지 마라!

고이오노스의 경고에도 니팅거스는 드래곤 키메라가 끈질기게 버티는 것에 폭발했는지 사납게 부딪혔다.

한 번에 끝장을 내겠다는 일념으로 드래곤 키메라의 목줄기를 물어뜯은 니팅거스!

[니팅거스가 드래곤의 엄니를 박아 넣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드래곤 키메라의 가죽이 불타서 뚫리기 시작합니다!]

“!”

태현은 반색했다.

니팅거스의 공격이 생각보다 훨씬 더 효과가 있어 보였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길이 열릴….

[굶주린 혼돈의 독이 니팅거스에게 파고듭니다!]

-크허어억!

“바보냐!?”

피를 토하면서 나뒹구는 니팅거스의 모습에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안 그래도 지금 저주와 부상이 누적된 상태에서 섣불리 물어뜯었다가 무슨 추태란 말인가.

-크윽… 무슨….

-캬오!

-걱정 마라. 어린 레드 드래곤아! 레드 드래곤은 이 정도로 지지 않는다!!

니팅거스는 다시 일어났다. 태현과 고이오노스 모두 깜짝 놀랄 정도의 끈기였다.

“기계 에다오르. 가서 드래곤 키메라를 막아라!”

-명령 수행. 명령 수행!

뒤에서 버티고 있던 기계 에다오르가 고이오노스 위에서 뛰쳐내렸다.

태현은 지금 밀리면 안 된다는 걸 직감하고 아끼고 있던 것들을 다 꺼내기 시작했다.

“구시렉. 연주 시작해라! 에슬라! 나와라! 같이 공격을 넣으러 가자!”

-나는 구시렉 뒤에 있고 싶었는데….

“나중에 기회를 주마! 따라와!”

-무슨 기회를 준다는 거냐!!

[음악공, 구시렉의 연주가 시작됩니다!]

[거대한 음률의 파도가 굶주린 혼돈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굶주린 혼돈의 드래곤 키메라가 파멸의 지진을 시전합….]

[둠 나이트 부대가 도착합니다!]

‘이세연!’

저 멀리서 달려오는 골렘들과 둠 나이트들의 모습에 태현은 오랜만에 울컥했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 지원을 와준 것이다.

수많은 데스 나이트들 중에서 극한에 다다른 존재만이 승급할 수 있는 둠 나이트.

그 둠 나이트들의 호위를 받으며 직접 달려오는 이세연은 눈부시게 빛나 보였다.

[굶주린 혼돈의 드래곤 키메라가 차원 뒤틀기를 시전합니다!]

팟!

그리고 둠 나이트들이 사라졌다.

태현은 눈을 크게 떴다.

“야 이 이세연 멍….”

“반대쪽이야!”

이세연은 날카롭게 외치며 다시 나타났다.

아까 다른 플레이어들이 차원 뒤틀기에 당한 걸 보고 분신부터 보낸 것이다.

“…믿고 있었지!”

“너 진짜… 드래곤 키메라의 시야를 가려!”

온갖 희귀한 광석들과 보석들로 만들어진 골렘들이 서로 뭉치고 합쳐지더니 덩치를 키웠다.

꽝!!!

-놈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체격을 키울 수밖에 없다!

에슬라도 기계 에다오르를 데리고 덩치를 키우더니 그대로 맞부딪혔다.

말 그대로 거인들의 싸움이었다.

[베레타르바 교단 대주교의 반지로 인해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마력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스킬 쿨타임이….]

사방에서 몰려온 아군이 발을 묶고, 이다비가 준 반지가 빠르게 힘을 회복시키자, 태현은 간신히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총동원된 전투였다.

굶주린 혼돈의 키메라를 쓰러뜨리기 위해 두 마리 드래곤과 세 악마 공작이 가장 앞에서 공격을 퍼부으며 발을 묶고 있었고, 둠 나이트와 어비스 나이트들이 포함된 골렘 부대가 녹아내리면서 키메라에게 데미지를 넣었다.

이세연은 숨 쉴 틈도 없이 닥치는 대로 저주를 연사하면서 굶주린 혼돈의 키메라를 약화시키는 중이었다. 어찌나 집중하고 있는지 태현이 옆에 있는 것도 눈치 못 채고 있었다.

‘어찌어찌… 잡을 수 있을 것 같군.’

태현은 상태를 회복시키고 나서 다시 무기를 뽑아들었다.

아군 전력이 워낙 살벌한 탓에 굶주린 혼돈의 키메라도 더 이상 반격하지 못하고 두들겨 맞고만 있었다.

덕분에 확신이 들었다.

이제 잡을 수 있다고!

[<황제 살해자>를 장착합니다!]

[<황제 살해자의 독>이 발동합니다.]

[HP가 1% 감소합니다!]

[HP가 2%….]

[….]

마검 황제 살해자의 독이 태현의 HP를 빠르게 깎기 시작했다.

아까는 저주 때문에, 드래곤 키메라가 태현만 집중적으로 공격한 탓에 도저히 쓸 기회를 만들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면 할 수 있었다.

‘지금!’

-아키서스의 돌격!

공간을 뚫고 태현이 드래곤 키메라 앞에 나타났다.

공격을 받는 와중에도 불길함을 느꼈는지 드래곤 키메라가 몸을 비틀면서 태현을 삼키려고 들었다.

푹!

[황제 살해자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검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아주 단순한 일격이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데미지는 드래곤 키메라의 질긴 생명줄도 비틀어 끊어 놓을 위력을 갖고 있었다.

[최고급 검술 스킬 4가 최고급 검술 스킬 5로 변합니다!]

[아키서스의 여섯 번째 공격이 열립니다!]

[고대 아키서스 성기사단장의 검술에 점점 더 가까워집니다!]

[….]

[….]

[….]

[굶주린 혼돈의 드래곤 키메라가 혼돈의 즉사 저주를 당신에게 퍼붓습니다!]

태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공격은 무조건적으로 막아내야 한다!

-영혼 방어!

[<아스비안 제국의 영혼 목걸이>에 저장된 영혼이 소모됩니다!]

[모든 공격을 막아냅니다!]

[혼돈의 즉사 저주가 막힙니다!]

저 놈은 반드시 죽여라!

굶주린 혼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래곤 키메라의 발악이 막혔음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에서 아키서스는 반드시 죽이겠다!

[굶주린 혼돈이 힘을 선사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드래곤 키메라가 혼돈의 즉사 저주를 당신에게 퍼붓습니다!]

“안 돼!!!”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방금 숨겨놨던 방어 스킬을 쓴 태현에게 다시 들어가는 사기적인 공격.

저걸 막을 수는 없어 보였다.

-명성의 갑옷!!

[이제까지 당신이 쌓은 명성이 모든 공격을 막는 절대적인 갑옷으로 변합니다!]

[모든 공격을 막아냅니다!]

[혼돈의 즉사 저주가 막힙니다!]

…저놈은 반드시 죽여라!!!

굶주린 혼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굶주린 혼돈이 힘을 선사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드래곤 키메라가 혼돈의 즉사 저주를 당신에게 퍼붓습니다!]

[<거룩한 신앙심의 동상>이 파괴됩니다!!]

[공격을 막아냅니다!]

….

-….

“….”

굶주린 혼돈도, 드래곤 키메라도, 보고 있던 사람들도 이 기묘한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지금 뭔….

목숨이 혹시 수십 개야???

-끝장내라, 영웅이여!

고이오노스는 브레스를 뿜어내며 외쳤다.

안 그래도 쇠약해진 체력에 브레스까지 맞은 드래곤 키메라는 휘청거렸다. 태현은 위험할 때까지 독이 올라온 황제 살해자를 집어넣고 용의 파멸을 뽑아 들었다.

수많은 용의 피를 먹은 창이 빛을 받아 번쩍였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끊깁니다.]

[굶주린 혼돈의 드래곤 키메라가 쓰러집니다!]

[굶주린 혼돈이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습니다!]

[오스턴 왕국이 해방됩니다!!]

길고 긴 왕국 해방전의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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