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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52화 (1,651/1,826)

§ 나는 될놈이다 1652화

케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야! 김태현! 있으면 나와!”

그러나 없는 태현이 나올 리 없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케인의 반응을 보고 더욱더 확신을 굳혔다.

‘김태현 선수가 같이 온 게 맞구나!’

‘그러면 그렇지. 내가 아까 분명히 봤다니까.’

사람의 기억은 생각보다 정말 쉽게 변했다.

어느새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보지도 않은 태현을 봤다고 착각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아까는 싸우는 도중이라서 말을 못했지만 사실 태현 님은 못 봤거든요.”

“무슨 소리십니까, 길마님?”

“맞습니다. 농담이 너무 심하시네요.”

“…….”

이다비는 자신이 해명해도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자 답답함을 느꼈다.

“여기서 태현 님 얼굴 제대로 본 사람 아무도 없잖아요.”

“제가 봤습니다! 분명히 김태현 선수였습니다.”

“저도 아키서스 관련 스킬 쓰는 거 봤어요!”

‘이 사람들 혹시 최면 걸렸나?!’

이다비는 당황했다.

아니….

보긴 뭘 봐!

이다비는 케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사람들 오해하지 않게, 빨리 제대로 설명하라는 눈빛이었다.

“와… 김태현 이 자식 소름 돋네. 나한테도 말 안 하고 여기 있었던 건가? 아무리 내가 못 미더워도 그렇지 말이야. 물론 고맙긴 한데.”

“…….”

케인이 투덜거리는 모습에 이다비는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여기 어떻게 왔는지나 말해봐요.”

“어? 잠깐만. 김태현 좀 찾고. 야! 김태현! 나오라니까! 내가 저번에 삽질해서 이러는 거 아니지?! 물론 내가 저번에 실수를 좀 하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었잖아! 그러지 말고 나와!”

“맞습니다! 김태현 선수!”

“이렇게까지 안 나온 거 보면 다른 쪽으로 이동한 것 아닌가?”

누군가의 말에 케인은 솔깃해했다.

확실히 태현이 화나서 무시하고 있다는 것보다는, 그게 더 믿기 좋은 말이었던 것이다.

“그런가 본데?”

“이야. 아쉽네요.”

“케인 선수. 이렇게 와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뭘.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김태현이 도와줘서 거의 날로 먹었어.”

케인은 자기 혼자 한 것도 모르는 채 머쓱해했다.

이다비는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여기 어떻게 왔는지 말하라구요.”

“앗. 넵.”

케인은 왠지 모르게 이다비의 기분이 나빠 보여서 몸가짐을 바로 했다.

* * *

처음에 굶주린 혼돈 세력 내에 위장하고 들어갔던 케인은 매우 쫄아붙었었다.

당연히 걸리면 아작이 나는데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름 시간이 지나고, 키메라들이 인정까지 해주자, 슬슬 케인은 여기에 적응을 시작했다.

-크하하하! 이 멍청하고 레벨 낮고 게으르고 집안일 안 하는 놈들 같으니! 네놈들한테 이 잡퀘를 주겠다! 물론 그 공적치 포인트는 내가 가져가겠다! 불만이 있으면 출세해라!

태현한테 배운 대로 굶주린 혼돈에 가입한 플레이어들을 착취하기 시작한 케인!

케인은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게시판에는 진지하게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키메라 새끼 같이 죽이실 분??>

<키메라 감독관 놈 죽일 사람 있냐? 도저히 못 참겠다.>

<그 키메라 죽이면 평판 얼마나 깎일까?? 안 들키면 괜찮을까?>

<제가 잠입해서 NPC 죽여본 적 있는데 몰래 죽이면…>

<키메라 암살 파티 모집한다.>

-…….

케인은 그걸 보고 식겁했다.

야 이게 지위만 있다고 다 되는 게 아니구나!

플레이어들이 이렇게 빠르게 암살을 하려고 뭉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이거 가만히 있다가는 뒤지겠다!’

케인은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 와중에 토벌대가 아레네 시 근처에 다가온 건 기회였다.

드디어 본대에 합류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날 따라와라! 내가 직접 토벌대 놈들을 막아서겠다!

-와아아…! 야. 오늘 할까?

-키메라 님 만세! 오늘 해버릴까?

-…….

오싹한 플레이어들의 대화에, 케인은 다른 키메라 호위까지 데리고 매복에 나섰다.

그리고 기회를 보다가 토벌대에 합류하기 위해 등 뒤에서 무기를 휘둘렀다.

-크아아악! 어떻게 우리가 죽이려는 걸 알았지?!

-개자식! 두고 봐라! 우리가 실패해도 또 널 죽이려는 놈들이 수두룩하다!

-…흐, 흥! 하나도 안 무섭다! 내가 키메라 NPC인 줄 아냐!

-뭐, 뭐?! 너 뭐야! 너 플레이어야!?

-그래. 너희들은 내가 누군지 짐작도 못 할 거다.

-케인이잖아!?!? 미친! 케인 놈이 왜 여기 있어!?

-…….

케인은 당황했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제기랄!! 머리 세 개 달린 키메라 놈이 케인 말고 더 있을 리가 없었는데!

-케인이라고 했을 때 무시하지 말고 믿었어야 했는데…!!

-케인, 너 같은 놈이 굶주린 혼돈에 왜 가입한 거냐! 설마 김태현을 배신한 거냐!? 이런 쓰레기….

-…죽어라!!

케인은 울컥해서 플레이어들을 쓰러뜨렸다.

너희들한테 듣고 싶지는 않다!

그러고는 후다닥 달려와서 원정대에 합류했다.

* * *

“정말 고생하셨네요.”

“크흑. 정말 힘들었지.”

옆에 있던 파티장들은 의아해했다.

방금 했던 이야기만 들어보면 딱히 힘들었던 것 같지는 않았는데?

‘꿀 빨 거 다 빨고 오신 거 같은데?’

‘굶주린 혼돈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삥을 뜯겼는지 게시판에 글을 수백 개가….’

-그래서 지금 도시 안이 어떤 상태란 말이오?

아크락스는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이제 기껏 외곽에서 전투 한 번을 끝낸 상황.

한시라도 빨리 더 안으로 들어가 적들을 쓸어버려야 했다.

케인은 아크락스의 말에 움찔했다.

“쟤가 그 아크락스란 NPC 맞아?”

“그렇죠.”

“눈빛이 개또라이인데….”

케인은 아크락스의 눈빛을 보고 두려움에 떨었다.

보통 저런 눈빛을 가진 사람들은 주체할 수 없는 광기를 가지고 있었다.

갈락파드나 펠마스, 페르소텔턴이나 김태현 등등.

솔직히 말해서 엮이고 싶지 않다!

“저, 그러니까, 음. 대충 폐허 속이나 지하에 숨어 있다가 모험가들이 다가오면 튀어나와서 포위하는 그런 전략인 상태입니다.”

케인은 일단 대답했다.

대답을 기다리며 노려보는 아크락스가 살짝 무서웠던 것이다.

아크락스는 그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교의 예측이 사실이었군.

“앗. 그러면 후퇴하실래요?”

이다비는 잘 되었다 싶어서 말했다. 그러자 아크락스는 고개를 저었다.

-주교께서는 농담도 잘 하시오. 후퇴할 리가 없지 않소. 저기 굶주린 혼돈의 사정을 아는 자도 합류했는데. 이건 파이토스 님께서 보낸 계시요.

“저는 아키서스의 노예입니다만….”

평소에는 직업명 말하기 싫어하는 케인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되자 직업 핑계가 바로 나왔다.

그러나 아크락스가 그런 걸로 설득이 될 리 없었다.

-그 또한 파이토스 님께서 안배하신 계시일 터.

“파이토스가 생각보다 빗나갈 때가 많은데….”

-자. 같이 따라오시오. 적들의 위치에 대해 잘 아는 자가 필요하니.

망치기사단 단원들은 저벅저벅 걸어오더니 케인의 양팔을 붙잡았다.

가장 앞에서 싸우는 만큼 케인의 도움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케인은 원정대 플레이어들과 같이 싸우고 싶었지, 미친 성기사 NPC들과 같이 방패 들고 싸우고 싶진 않았다.

“아, 안 돼! 도와줘! 구해줘!”

“…미안합니다. 케인 선수.”

“저희도 성기사단장의 말을 거역할 수는….”

“그리고 탱커니까 같이 돌아다니면 좋지 않을까요?”

“야! 방금 말한 놈 누구야! 니가 해봐!!”

케인은 발끈하면서 끌려 나갔다.

케인이야 매우 불만이 많았지만, 그래도 케인이 합류한 덕분에 알게 된 게 있었다.

“아키서스 포병대를 동원해서 숨어 있을 법한 곳에는 다 공격부터 하고 시작하죠.”

“과연…!”

파티장들은 이다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골짜기 출신이라면 어느 누구나 태현이 데리고 다니는 용병부대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한 번 자리를 잡고 발사하기 시작하면 주변을 녹여 버리는 최강의 원거리 딜러들!

“적이 숨어 있을 위치를 어느 정도 알게 된 만큼 훨씬 효과적일 겁니다.”

“맞습니다! 그래도 안 된다면 저희가 직접 가서 폭탄을 던져 넣겠습니다.”

“?”

파티장들은 박수를 치며 동의하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옆을 쳐다보았다.

못 보던 파티장이 한 명 사이에 끼어 있었던 것이다.

기계공학 대장장이였다.

“당신 언제 여기 왔어?!”

“나는 기계공학 대장장이를 대표하는 파티장으로 참가할 자격이…!”

“아! 됐다고! 제발 후방에서 있으라고! 전투 직업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전방에 가려는 건데!!”

* * *

-지금 김태현은 가짜 김태현인가요?

-가짜 김태현이었음?? 감쪽같네.

-와, 저걸 어떻게 가짜를 올려놓을 생각을 하지? 깜박 속았네.

“???”

“??????”

이동 중이던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방송에서 보이는 반응에 놀랐다.

김태현 선수가 가짜라니?

“아닙니다! 저희하고 같이 있는 김태현 선수는 진짜입니다!”

“이게 보안상 때문에 다 보여드리지는 못해도 여기 보십시오! 김태현 선수잖습니까!”

유성 게임단의 방송은 심심하면 끄고 안 켜는 태현보다 훨씬 더 철저하고 프로다웠다.

보안상 문제가 될 것 같다 싶으면 아예 배경을 다 가려버리고 선수들만 나오게 해서 현재 어디인지 파악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언데드들이 주변을 꽉 채운 상황에서 선수들이 태현을 데리고 오자, 팬들은 더 수상쩍어했다.

-가짜 같은데요?

-움직임이 어색하잖아.

“아니라니까요!? 김태현 선수! 한 마디 해주세요!”

“어… 팬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어색하네! 어색하네!!!

-김태현은 저런 말 안 해!

‘…….’

태현은 살짝 황당해졌다.

그럼 난 뭔 말을 하는데?

“왜 이러는 거지?”

“김태현 선수가 아레네 시에 벌써 등장한 모양인데요…?”

“아하.”

태현은 어떻게 된 건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다비나 케인이 머리를 썼네. 내가 나왔다고 소문을 퍼뜨려서 적들을 혼란시킨 거야.”

“과연…! 그런 방법이!!”

“팀 KL은 정말 대단하군요!”

유성 게임단의 신인 선수들은 감탄했다.

이런 계략을 서로 의논하지 않고도 자유자재로 굴리다니.

서로 확실하게 믿어야만 가능한 모습이었다.

“공격 준비 됐어?”

태현의 물음에 이세연은 그렇다는 듯이 손가락을 들었다.

놀랍게도, 지금 일행은 아레네 시 근처에 와 있었다.

빠르게 동부 관문들을 파괴하고 전력을 다해 질주한 것이다.

어떻게든 적의 허점을 찌르기 위한 필사적인 기동!

‘이제 적이 당할 차례다.’

계속 기습을 당한 만큼 이제 이쪽에서 갚아줄 때였다.

“아레네 시를, 그대로 밀어버리겠어. 가….”

이세연이 손을 휘두르기 전에 멀리서 굉음이 들려왔다.

꽝!!!

“?!”

“뭐지?”

꽝! 꽝! 꽝! 꽝!

태현은 그 소리를 금세 알아들었다.

“아키서스 포병대의 소리다. 이다비 쪽 원정대가 공격을 개시했어.”

“과연…! 협공하면 되겠네요!”

“그렇지.”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

“…포병대 말고 뭐 다른 거도 있었나요?”

콰콰콰쾅! 콰콰콰쾅! 콰콰콰콰쾅!

태현도 당황했다.

어?

아키서스 포병대가 이렇게 강했었나…?

‘쿨타임이 없나? 뭐지?’

“놈들이 뛰쳐나온다! 숨어 있던 놈들이 뛰쳐나온다!!”

[아레네 시에 숨어 있던 굶주린 혼돈의 전사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합니다!!]

“빨리 움직여!! 저번처럼 아무것도 못 하고 허무하게 끝나기 싫으면!!”

“방금 뭐라고 했어?”

“빨리 움직이라고 했는데?”

“그 뒤에 뭐라고 말하지 않았나?”

“잘못 들었겠지.”

이세연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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