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648화 (1,647/1,826)

§ 나는 될놈이다 1648화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이…]

[<아키서스의 거대한 해일>을 일으키는 데에 성공합니다.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

[……]

“????”

물 위에서 기다리고 있던 태현은 적들이 오는 대신 메시지창이 날아오자 당황했다.

적들이 다 어디 갔단 말인가?

* * *

적들의 후방에서 해일이 쏟아져 내리고 있는 동안, 요새 앞에서는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든 파티 남쪽으로 집합! 남쪽이 뚫리고 있다!”

“다들 남쪽으로 달려와! 남쪽이 위험하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오크 주술사들이 저주 구덩이를 메꿉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오크 주술사들이 독 구덩이를 메꿉니다!]

[오크 전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언데드 부대들이 패퇴합니다!]

[언데드들이 새로 일어납니다.]

[언데드 부대들이 쓰러집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거인들이 투석을 시작합니다!]

-췩! 시체를 밟고 올라가라!

-굶주린 혼돈께서 명령하셨다! 오늘은 반드시 저 요새를 점령해라!

포위망을 펼치고 두들기던 굶주린 혼돈의 군단들은 참을성이 바닥났는지 전력을 끌어 모아서 한 곳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뚫고 들어가겠다!

요새 안에서도 당연히 그 속셈을 눈치챘다. 다른 쪽에서 싸우고 있던 선수들이 모두 남쪽으로 급히 달려왔다.

쑤닝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선 성벽 밑 군세에 경악했다.

이렇게 모일 때까지 견제를 하지 않다니!

“쓰러진 놈들을 다시 언데드로 일으켜서 시간을 끌어! 뭐하는 거냐!”

“굶주린 혼돈이 언데드로 부활시키는 걸 막고 있다! 바깥쪽 시체는 다시 부활이 안 되고 있어!”

“이런 멍청한 놈들!”

“?”

“??”

쑤닝이 발을 구르며 화를 내자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의아해했다.

‘이 새끼는 뭔데 화를 내냐?’

‘여기가 길드 동맹인 줄 아나?’

‘성벽 밖으로 던져 버릴까요?’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절대 유약한 성격이 아니었다.

애초에 랭커들 중에서 투쟁심 강하고 잘 싸우는 이들만이 선수가 되는 것이다.

태현한테 공손했던 건 그들이 태현을 존경해서 그런 거였지 딱히 성격이 약해서가 아니었다.

그런데 쑤닝 같은 놈이 앞에서 자기가 길마라도 된 것처럼 까불자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여기서 죽일까?

쾅!!

[성벽의 일부가 무너집니다!]

밖에서 계속 들어오는 공격이 쑤닝의 목숨을 살렸다. 쑤닝은 자신이 죽을 뻔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성벽 쪽으로! 진입 못하게 막아! 밖으로 몰아낸다!”

“성벽을 주고 다시 방어 라인을 짜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은 일러! 이대로 성벽을 주는 건 너무 아깝다! 최대한 밀어내봐!”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뜨겁게 의견을 교환하자 쑤닝도 거기에 참가했다.

“내가 지휘하겠다!”

“엿이나 먹어라!”

“그래! 날 따… 아니?”

쑤닝은 당연히 ‘알겠다’란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다가, 의외의 대답에 당황했다.

“왜 이해를 못하는 거냐!”

“엿이나 먹으라니까!”

“야. 그만해. 적들 몰려오는데 저 놈들하고 싸울 필요는 없잖아.”

“저게 열 받게 하잖아!”

다른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씩씩대는 동료를 말렸다.

쑤닝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늘같은 길마로서 활동할 때는 들어볼 일이 없는 폭언이었던 것이다.

“저… 저 멍청한 자식이 상황을 이해 못 하고….”

“길마님.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물러나시죠.”

간부가 쑤닝을 말리자 앨콧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 죽을 때 나까지 같이 죽진 않겠지?? 이세연이 말려주겠지??’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살벌하게 노려보는 모습이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말이 유성 게임단에 새로 들어온 신인 선수들이지, 이들은 전부 다 최근 화제가 된 신진 랭커들이었다.

필드에서 마주쳤다가 어깨라도 부딪히면 ‘뭐야. 랭커면 다야? 어디 한번 해보자고!’ 하며 덤빌 정도로 호전적인 놈들!

퀘스트 때문에 가만히 있는 거지 아니었다면 대번에 패싸움이 났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유성 게임단의 고참 선수인 류태수가 달려오더니 지시를 내렸다.

“길드 동맹 사람들은 앞으로!”

“!”

쑤닝은 그 지시에 반색했다.

그래도 류태수 같이 유명한 선수는 뭘 좀 아는구나 싶었던 것이다.

“그래! 드디어!”

“?”

류태수는 쑤닝이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

그냥 앞으로 보내서 화살받이 시키려는 건데 뭔 소리를 하는 거지?

‘잘 모르겠지만 만족하는 거 같으니 내버려 둬야겠군.’

“성벽으로! 놈들이 들어온다!”

“<발라카 검술>!”

“<염력 충격파>, <바람 정령의 대포>!”

남쪽 성벽에 모인 수비대 플레이어들은 전력을 다해 반격을 시작했다.

성벽 밑에 시체로 산을 쌓고 그걸 밟고 올라온 굶주린 혼돈의 전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오크들은 앞으로 들어가라! 네놈들이 공격을 맞아라!

[굶주린 혼돈의 천인대장이 명령을 내립니다!]

-취익! 우리가 성벽 위를 점령했다!

-저쪽으로 달려라! 계속해서 성벽 위를 점령해라!

“저쪽이 뺏겼습니다!”

“무너뜨려! 리치들한테 뼈 폭발 주문 사용하라고 해!”

서로 밀리고 밀리는 긴박한 상황.

그때 앞에서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류태수는 깜짝 놀랐다.

“김ㅌ… 아니.”

김태현 선수가 아니라, 그건 기계 에다오르였다.

부아아아아아앙!

-크아악!

-취, 취익! 악마 놈이다! 미친 악마 놈이다!

소식을 듣고 지원하러 온 기계 에다오르는 대검을 미친 듯이 휘두르며 성벽 위에 올라온 놈들을 닥치는 대로 썰어넘겼다.

그 기세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올라온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며 성벽 아래로 뛰어내릴 정도였다.

“와… 와아아아!!! 악마 공작 만세!”

“악마 공작 만세!!”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악마 공작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그만큼 적절한 지원이었던 것이다.

그 모습에 쑤닝은 피식 비웃었다.

“쟤네들, 저걸 악마 공작이라고 믿나 본데?”

“김태현한테 속은 거니 어쩔 수 없겠죠. 그 자식이 얼마나 잘 속이는지 아시잖습니까.”

“그러게 말이다. 쯧쯧. 유성 게임단 별 것 없군. 저런 하찮은 속임수에 속다니.”

길드 동맹 간부들과 쑤닝이 속삭이는 모습은 선수들의 눈에도 들어왔다.

무슨 대화인지는 정확히 안 들려도 기분 나쁘게 비웃는 것 정도는 짐작이 가능했다.

‘안 그래도 죽이고 싶었는데 죽여 달라고 용을 쓰는데?’

‘근데 주장이 건드리지 말랬잖아.’

‘직접 안 건드리면 되지. 성벽 밖으로 밀어버리면….’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기 시작하던 바로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적들의 뒤편에서 거대한 물살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

“뭐야?”

갑작스러운 물살이 몰려들기 시작하자 선수들도 당황스러워했다.

쑤닝은 기겁하며 외쳤다.

“수공이다!”

“뭐라고?”

“놈들이 홍수를 일으켜서 이 요새를 함락시키려고 하는 거라고!”

길드 동맹은 판온 길드들 중에서 손꼽힐 정도로 많은 공성전과 영지전을 겪어 온 길드.

당연히 온갖 공성 전술이 나왔었다.

그런 만큼 쑤닝은 저 물살이 평범한 물난리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저건 적들의 공격이다!

“이렇게 된 이상 이미 늦었다! 탈출 계획을….”

-무슨 물이… 크어억!

-어떤 미친놈이 저수지 관리를… 캬아악!

-키엑! 키에에엑!

“…….”

“…….”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적들이 세운 계획인데 왜 적들이 쓸려 나가고 있는 거지?

“지금 적들이 넘어지고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원래 수공은 그런 걸 어느 정도 감안하고 하는 거다!”

“지금 뒤에서 추가로 달려들려던 놈들 다 헤엄치고 있고 공성병기도 물에 빠졌는데?”

“원래 수공은 그런 걸 어느 정도 감안하고 하는 거다!”

“물이 점점 늘어나서 놈들이 안 보이기 시작하는데…?”

“…….”

쑤닝은 슬슬 말이 없어졌다.

쑤닝이 보기에도 저건 어느 정도 감안할 피해가 아니었던 것이다.

뒤에서 날아온 물살은 멈출 줄을 모르더니 아예 평원을 채우기 시작했다.

-푸헤헥! 꼬르륵….

-이쪽으로 모여라! 어푸어푸!

그리고 그 물살은 모여 있는 적들을 그대로 쓸어가 버렸다.

“요, 요새 안에도 물 들어온다!”

“성벽을 높이고 물을 퍼내! 리치들! 성벽 사이로 물 못 들어오게 막아!”

선수들은 당황스러웠지만 최선을 다해서 막아냈다.

이게 대체 무슨 물난리란 말인가!

보고 있던 팬들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판온 분석 전문가인 내가 보기에, 이 홍수는 굶주린 혼돈으로 인해 대륙이 오염되었다는 증거 같음. 이상기후가 벌어지는 거지.

-오오….

-근데 굶주린 혼돈의 군대가 쓸려나갔는데?

-지금 물속에서 참고 있는 거 아니야?

-오크가 무슨 물고기냐? 물속에서 버티고 있게?

-원… 원래 이상 기후는 아군이고 적군이고 안 가리잖아.

-유성 게임단에서 막으려고 터뜨린 거 아니야?

-저걸 어떻게 터뜨려??

-내가 아는 사람이 굶주린 혼돈 퀘스트 깨고 있는데, 후방에서 저수지 만들다가 터졌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야. 여기 평원 꽉 채울 정도의 물이 어떻게 저수지에서 나오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어. 김태현 온다. 왜 바깥쪽에서 오지?

-물난리 난 사이에 밖에 나가서 적들하고 싸우고 온 거 아니야?

* * *

“다들 미안하게 됐다.”

“…….”

“…….”

태현의 설명에 플레이어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물난리를….

태현이 일으킨 거라고?

‘아니, 어떻게???’

‘이걸 플레이어가 일으킬 수 있나?’

‘대마법사 플레이어들이 다 모여도 힘들 것 같은데.’

대륙에 남아 있던 아키서스의 힘이 계속해서 해일을 일으킨 거였지만,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 뿐이었다.

그걸 일으키다니!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건 쑤닝이었다.

‘저… 저놈…!’

기네스북에 ‘김태현한테 가장 크게 당한 사람’으로 오를 정도로 당한 쑤닝인 만큼, 태현이 일으킨 홍수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저놈이 저런 스킬을 왜 준비했겠는가.

‘저놈, 길드 동맹이 멀쩡했으면 길드 동맹에 홍수를 일으키려고 준비했었구나…!’

사실 아니었지만 쑤닝 입장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진짜 무슨 저런 악마 놈이 있냐?

“쑤닝. 너도 깨달았나보군.”

“제카스!”

“저 홍수는 원래 네 길드에게 쓰려고 준비했던 게 분명해.”

“…….”

쑤닝은 갑자기 만사가 허무해지기 시작했다.

원래 굶주린 혼돈 퀘스트를 깨면서 힘을 모으고 다시 부활해서 스미스를 포함한 모든 경쟁자 놈들을 짓밟을 생각이었는데….

‘…그냥 은퇴해야 하나??’

저 끝없는 김태현 놈의 계략을 보니 갑자기 막막해졌던 것이다.

* * *

[의식이 준비되었습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

[……]

‘됐다.’

이세연은 황급히 일어섰다.

요새 상황이 안 좋다는 건 이세연도 알고 있었다. 돕지 못해서 가장 초조했던 건 이세연 본인이었으니까.

하지만 전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세연 본인이 직접 의식을 진행해야 했던 것이다.

이제 버티기만 하는 건 끝이었다.

반격의 시간이 찾아왔다!

“주장!!”

마침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요새 중앙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지금 가장 급한 쪽이 어디지?”

“전부….”

“그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니.”

“…물에 쓸려나가서 포위가 풀렸습니다!”

“…….”

뜻밖의 말에 할 말을 잃은 이세연은 잠시 후에 물었다.

“김태현 짓이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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