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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42화 (1,641/1,826)

§ 나는 될놈이다 1642화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오크 부족들이 함성을 지릅니다!]

[전투력이 증가합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거인 부족들이 바위를 집어 던지기 시작합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야수 무리들이…]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수인족들이…]

[……]

태현 일행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지만, 이 주변에 모인 굶주린 혼돈의 군단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물량이었다.

오스턴 왕국 동쪽에 위치한 우르크 지역.

그 지역을 휩쓴 군단이 다시 오스턴 왕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거기에 우르크 지역에 있던 오크들과 산맥 거인들, 몬스터들까지 추가된 상황.

“…….”

-…….

뒤늦게 그 규모를 슬슬 눈치채기 시작한 태현과 악마 공작들은 멈칫했다.

생각보다 규모가 커도 너무 컸던 것이다.

-…아키서스. 전략에 따르면 불리할 때 후퇴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구시렉이 은근하게 말했다.

사실 구시렉 입장에서는 굶주린 혼돈이 마계로 오는 일을 막고 싶은 거지, 대륙의 모든 인간들을 지키고 싶지는 않았다.

적이 많으면 도망치고, 적어지면 싸우면 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잘 됐군. 적이 많으면 더 많이 쓰러뜨릴 수 있을 테니까.”

물론 태현은 그런 구시렉의 속셈을 정확히 눈치채고 있었다.

안 그래도 악마 공작들 여럿 죽어서 마계 대회의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

악마 공작들이 더 줄어들기 전에 최대한 써먹어야 했다.

-동의. 동의. 후퇴는 배신자다.

기계 에다오르도 동의했다.

-적이 많으면 기회도 더 많겠지.

에슬라도 동의했다.

[카르바노그가 저거 다른 기회 말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꿀꿀. 굳이 적이 저기 있는데 돌아갈 필요는 없겠지.

-후계자께서 가신다면 저희는 그저 따라갈 뿐입니다!

마지막에는 토끼 부족 전사들까지.

구시렉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전진을 외치자 구시렉은 급격히 외로워졌다.

‘다른 멀쩡한 놈들이 전부 죽어버렸구나!’

구시렉은 갑자기 푸르네우스나 모스락 같은 놈이 참 보고 싶어졌다.

있을 때는 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없어지니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었다.

* * *

“현아야. 아자르와 게파일을 데리고 동쪽으로.”

“네!”

“류태수는 김철수와 함께 남쪽으로.”

“알겠습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오크 대전사가 북쪽 뼈 방벽을 넘습니다!]

“둠 나이트, 7번 데스 나이트 부대 이끌고 북쪽으로!”

-알겠나이다. 주인이여!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거인 부족들이 북쪽 독 안개 구덩이를 메꾸기 시작합니다!]

“백철 골렘 부대 북쪽으로!”

-전진! 전진!

이세연의 길드원과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처음 오스턴 왕국 동부에 들어왔을 때, 솔직히 자신이 있었다.

이제까지 없었던 언데드 군세.

거기에 판온에서 순위권에 손꼽히는 랭커들.

이 전력으로 동부 하나 못 뚫을 리 없지 않은가.

…그런데 굶주린 혼돈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모험가들이 건방지게 기세를 올린다고 생각했는지 가능한 전력을 전부 동부에 때려박기 시작한 것이다.

우르크 지역은 물론이고 북쪽 동쪽 서쪽에서 동원 가능한 굶주린 혼돈의 군단들이 모조리 몰려오자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판온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방어전이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러분! 보고 계십니까!?”

“지금 팬들한테 감사 인사 할 때냐! 당장 이리 안 와!?”

류태수는 최근에 들어온 유성 게임단 선수에게 고함을 치며 손짓했다.

솔직히 보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재밌긴 할 것이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은 그런 걸 신경 쓸 수가 없어서 그렇지!

‘파도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들이 최근에 안 보여서 다 어디 갔나 했는데 여기 이렇게 모일 줄이야.

[리치들이 <뼈 모으기>를 시전합니다.]

[리치들이 <뼈 강화>를 시전…]

[리치들이 <구덩이 생성>을…]

[……]

[……]

[……]

그나마 다행인 건 언데드 군단에 마법사 NPC들도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점이었다.

리치 같이 원래 던전의 보스 몬스터로 나와야 할 놈들이 작정하고 방어 마법을 시전하자, 순식간에 대형 요새가 만들어졌다.

선수들은 그 요새를 의지하며 싸웠다. 이 요새라도 없었다면 싸움은 정말로 힘들어졌을 것이다.

[오크 대전사가 <피 흘리는 함성>을 지릅니다!]

[데미지를 입습니다!]

[뼈 방벽이 일부 파괴됩니다!]

“방벽 밑으로 오크들이 들어온다! 막아!”

굶주린 혼돈의 영향을 받아 시커먼 문신을 온몸에 새긴 오크 전사들이 사납게 함성을 지르며 뼈 사이로 뛰쳐 들어왔다.

류태수는 이를 악물고 달려들어서 검을 휘둘렀다.

-광전사의 낙인, 투쟁본능, 불멸의 검!

스킬과 오러가 폭발하면서 달려드는 오크들을 때려눕혔다.

그러나 그 뒤로도 수많은 오크들이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고 있었다.

“지금 갑니다!!”

유성 게임단 신인 선수들은 허겁지겁 달려들었다.

최근에 들어온 선수들에게 류태수 같은 원년멤버들은 신과 같은 존재였다.

자기들이 로그아웃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류태수는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방송을 보고 있는 팬들의 눈이 무서웠다.

류태수 로그아웃당하는데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뒤에 있으면 그때부터 욕이 미친 듯이 달릴 테니까.

“다들 고맙다.”

“별거 아닙니다!”

“그래. 사실 이건 별거 아니지. 내가 예전에 김태현 선수와 같이 퀘스트를 깰 때의 일이었는데….”

“뒤에! 뒤에 오크들 계속 오고 있어요!”

“알고 있다.”

류태수는 다시 한번 스킬들을 연속으로 날렸다.

입구로 들어오려던 오크들이 박살 나며 나뒹굴었다.

“아까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그래서….”

“뒤에 계속 오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니까? 들어봐라. 그러니까 그게….”

-말 끊지 마라!!

-어디 버르장머리 없게 류태수 선수 말을 끊어!

-저 후보 놈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

“…….”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애가 탔지만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도 오크들이 저렇게 들어오는데!’

‘이렇게 떠들면서 싸워도 되나!?’

그렇게 초조하게 류태수의 이야기를 듣던 도중, 선수 한 명이 깜짝 놀라 손가락을 뻗었다.

“저기 뒤에!! 저기 뒤에!!”

“알고 있다니까?”

“김태현 선수가…!”

“그래. 그때 김태현 선수하고 내가 같이….”

“오고 있다고요!!”

“???”

* * *

“…아니. 저걸 언제 지은 거지??”

태현은 깜짝 놀랐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도 군단이지만 더 놀라운 건 그사이에 새로 생긴 언데드 요새였다.

뼈와 살점, 독과 구덩이로 만들어진 사악한 요새.

이런 걸 지을 사람은 네크로맨서인 이세연밖에 없었다.

‘이걸 즉석에서 지었다고?’

갑자기 태현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안 그래도 이세연하고 1:1로 결투해서 패배자는 ‘너 개못하잖아’의 치욕을 달고 살아야 할 텐데 상대가 이 정도로 싸울 줄 아는 걸 보니 기분이 좀….

-요새 안으로 들어가서 싸우는 게 낫겠다. 아키서스!

에슬라가 덤비기 시작하는 굶주린 혼돈의 야수들을 찢어발기며 말했다.

접근을 눈치챈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야수들이 달려들기 시작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영향을 받은 야수들은 필드에 돌아다니는 평범한 잡몹들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강철처럼 단단한 가죽.

마법 방어막도 찢어발기는 발톱과 이빨.

계속해서 달려도 지치지 않는 질긴 근육.

달려드는 늑대도 일종의 키메라라고 봐야 하는 것이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치명타가 터집니다!]

[늑대 키메라들이 물러납니다!]

[와이번 키메라들이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후계자님을 지켜라!

토끼 수인족 전사들은 쌍검을 뽑아 들고 태현 주변에 방벽을 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태현을 데리고 위치를 이동했다. 괜히 가만히 있다가는 포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에슬라도 그 모습에 같이 움직임을 맞췄다.

그러자 뒤에 있던 구시렉이 자연스럽게 앞에 남게 되면서 공격에 노출되었다.

-끓어오르는 독혈천의 노래… 아니, 어디 가냐!!

구시렉은 기겁했다.

물론 구시렉을 호위하는 악마 부관들도 있었지만 오랜 전투로 인해 그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한 상태였다.

태현을 포함한 다른 놈들이 앞에서 쫙 빠져버리면 지킬 탱커들이 없어지지 않은가.

-캬아아아아악!

-키에에에엑!

주변에 달려들던 적들이 눈에 띄는 구시렉을 포위하기 시작하자 의외의 효과가 드러났다.

적이란 적들이 모두 다 한쪽에 쏠리니 오히려 빈틈이 보인 것이다.

‘어라?’

구시렉을 도와주려던 태현은 멈칫했다.

이럴 거면 차라리 이 틈을 타서 요새로 진입한 다음 유리한 위치에서 구시렉을 도와주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빈틈을 타고 요새 쪽으로 접근한다! 요새 안으로 들어가서 싸우는 게 더 나을 거다!”

-알겠습니다. 따르겠습니다!

이제 태현의 명령을 거절할 악마 공작도 얼마 없는 상황.

태현이 외치자 토끼 수인족 전사들과 남은 악마 공작들은 주변의 빈틈을 뚫고 요새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구하러 왔… 아니?!

당연히 자신을 도와주러 오는 줄 알았던 구시렉은 얼이 빠졌다.

저 미친놈이 어디 가는 거야!?

-아키서스!! 뭐하는 거냐!!

“지금 길을 안 뚫으면 나중에는 못 들어간다! 버티고 있어! 구하러 올 테니까!”

-개소리하지 말고 당장 돌아오지 못해!?!

그렇게 말해봤자 태현이 마음을 바꿀 리 없었다.

에슬라는 매우 수상쩍은 미소를 드리우며 말했다.

-버티고 있어라. 구시렉.

-너… 너! 내가 다른 악마 공작들처럼 죽기만을 바라는 거겠지!!

-아니다. 구시렉! 오해다.

-닥쳐라! 네놈은 진짜!

태현 일행은 더 이상 구시렉의 욕에 대답해 줄 정신도 없게 되었다.

요새에 접근할수록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키서스! 저놈 아키서스다!

-굶주린 혼돈께서 저놈의 목에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거셨다!!

-저놈만 잡으면 영원한 영광을 얻을 수 있으리라!!

“…….”

태현은 구시렉을 힐끗 쳐다보았다.

사실 구시렉이 아키서스의 진짜 후계자고 태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볼까?

‘안 통하겠지.’

그리고 그런 거짓말을 했다가 구시렉이 탈출하면 마계 대회의고 뭐고 진짜 사생결단을 낼 것 같았다.

-주인. 위험. 전투 모드 돌입.

[기계 에다오르가 전력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에다오르가 살벌한 기세로 대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입과 눈에서 에너지 빔을 쏘아내는 에다오르.

무투파로 소문난 악마 공작답게 에다오르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굶주린 혼돈의 힘까지 손에 넣었으니….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타격을 입고 물러납니다!]

[오크 대전사가 쓰러집니다!]

[오크 부족이 도망칩니다!]

[……]

[……]

에다오르는 덤벼드는 오크들을 그대로 갈아버리고 친위대까지 박살 내더니 가장 앞에서 날뛰는 오크 대전사까지 일합에 쓰러뜨렸다.

보고 있던 태현 입장에서는 감동할 수밖에 없는 활약이었다.

“기계 에다오르! 네가 최고다!”

-최고. 최고.

-…….

-…….

옆에서 마법 날리고 있던 용용이와 흑흑이는 슬픈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소환수들 말고 악마들 중에서 최고란 소리였어.”

그러나 에다오르의 활약은 객관적으로 봐도 놀라울 정도였다.

에슬라도 에다오르가 저렇게 활약할 줄은 몰랐는지 놀라워하는 눈빛이었다.

-무식한 대검잡이 놈이 저럴 줄이야. 역시 모든 존재는 죽을 뻔한 위기를 겪어야 달라지는가?

“앞으로! 에다오르가 길을 만들어줬다!”

에다오르가 묵직한 전차처럼 길을 뚫고 돌격하자 태현은 비교적 수월하게 그 뒤로 따라붙었다.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오크 주술사가 혼돈의 벼락을 시전합니다!]

[기계 에다오르가 혼돈의 벼락을 맞습니다!]

[마력을 회복하고 충전합니다!]

[더욱더 강해집니다!]

“…….”

태현은 자신도 모르게 에슬라를 쳐다보았다. 에슬라는 정색하고 말했다.

-나는 갑옷 입을 생각 없다는 걸 명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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