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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40화 (1,639/1,826)

§ 나는 될놈이다 1640화

-속임수다. 아키서스. 넘어가지 마라!

에슬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런 지하 던전에서 만난 상대는 아키서스의 신도보다는 아키서스의 원수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아키서스의 원수라면 당할 만큼 당했으니 저런 속임수를 쓰는 것도 당연했다.

원래 적과 싸우면 그 적을 닮아가게 마련 아닌가.

-아키서스 만세…. 침입자들을 격멸한다….

“에다오르잖아?!”

-?!?!

태현도, 에슬라도 기겁했다.

저 특유의 대검을 휘두르는 악마 공작은 하나밖에 없었다.

대검공 에다오르!

마지막으로 에다오르를 본 순간은 분명….

에다오르가 굶주린 혼돈에게 넘어간 탓에 악마 공작들이 만든 미궁에 가뒀을 때였다.

죽일 방법이 없었던 만큼 에슬라를 가뒀던 것처럼 에다오르도 그렇게 가둬버린 것이다.

-에다오르! 못 본 사이에 더 흉흉하게 변했구나. 미궁에서 지내는 동안 즐거웠나!

“에슬라. 지금 도발할 때냐?!”

태현은 에슬라의 유쾌한 도발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금 살살 달래도 모자랄 판에 어그로를 끌고 있어!

-광기공. 에슬라… 처치한다. 처치한다!

-잠깐! 에다오르. 나는 아키서스의 편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도 네가 공격해도 될까?

-…아키서스 편이라면 공격하지 않는다. 일시 정지.

‘저놈 상태가 이상한데?’

태현은 에다오르의 상태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굶주린 혼돈한테 오염되고, 빙결공에게 얼려진 다음, 다른 악마 공작들에게 봉인되어서 미궁 안에 오랫동안 갇히면 어느 누구든 상태가 이상해질 수밖에 없긴 했다.

하지만 에다오르는 그걸 뛰어넘을 정도로 이상했다.

[카르바노그가 정확히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정말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그래. 그러니까 약간… 골렘 같아졌지?’

[카르바노그가 정확하다고 말합니다!]

골렘 같아졌다!

그게 지금 에다오르의 상태를 설명하는 정확한 말이었다.

딱딱한 기계음 섞인 말투로 끊어지듯이 말하는 에다오르.

게다가 겉모습도 좀 골렘이 섞인 것 같기도 했고….

‘내가 봉인되기 전에 <악마를 충성하게 만드는 기계개조갑옷>을 에다오르한테 입히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굶주린 혼돈 때문이겠지?’

[카르바노그가 마지못해 동의해 줍니다.]

<악마를 충성하게 만드는 기계개조갑옷>의 효과는 태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하고….

조금 이상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에다오르가 굶주린 혼돈 편을 들면서 덤비는 것보다는 나은 상황.

-하하하. 죽어라…!

“아니. 그만해. 미친놈아.”

태현은 에슬라를 급하게 말렸다.

상황파악하고 있는 사이 에슬라가 무방비하게 있는 에다오르를 공격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걸 노린 게 아니었나?? 아. 하긴. 기껏 이렇게 세뇌한 이상 죽이려는 게 아니었겠군.

“에슬라. 제발 목소리 좀 낮춰라. 이 케인 같은 자식아….”

태현은 속으로 이를 갈며 에슬라에게 말했다.

눈치 없는 아군은 가끔 적군보다 더 상대하기 힘들었다.

뒤에 있는 구시렉이 에슬라의 말을 듣고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음악공, 구시렉이 에슬라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집니다!]

[공포 스탯이 오릅니다!]

[마계 대회의의 효과가…]

[구시렉이 도망칠 확률이…]

[……]

“에다오르… 아니, 기계 에다오르라고 부르겠다.”

-나. 기계 에다오르. 이해했다.

“혹시 과거 일은 기억이 안 나나?”

-과거는 기억하지 않는다. 오로지 명령만 존재한다.

“…….”

태현은 살짝 감탄했다.

이 정도로 충성스러울 줄이야.

굶주린 혼돈이 악마 공작들을 탐낸 이유를 좀 알 것 같았다.

“훌륭하다. 기계 에다오르. 같이 굶주린 혼돈을 쓸어버리자!”

-싸운다. 쓸어버린다.

[기계 에다오르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기계 에다오르의 친밀도가 더 이상 오를 수 없습니다!]

[<악마를 충성하게 만드는 기계개조갑옷>가 파괴될 경우 명령이 풀릴 것입니다.]

[……]

[……]

“에다오르. 그런데 다른 타락자들은 어디 있지?”

-미궁의 바깥쪽에 떨어진 다른 타락자들. 전부 알아서 빠져나갔다.

“…….”

태현은 불길해졌지만 일단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 * *

[기계성이 적의 출현을 감지합니다!]

[하늘성에서 적이 출몰합니다!]

[동력 장치가 추가 가동됩니다. 적을 자동으로 공격합니다.]

[기계성의 이동 속도가 느려집니다.]

[적을 섬멸하십시오!]

[퀘스트가 추가됩…]

[……]

[……]

“비상!! 비상!!!”

“하늘성에 적 출몰!!!”

골짜기의 영지는 기계성으로 변해서 왕국을 돌아다니며 싸우고 있었다.

골짜기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강제로) 참가해서 싸우고 있던 상태.

이러니저러니 해도 기계성에서 싸우는 건 상당히 유리했고, 사람들은 거기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좀 황당했는데도 그래도 꽤 할 만하다?

-내리지 못하는 것만 빼면 솔직히 이득 많이 본 거 같아.

-에랑스 왕국보단 낫지. 지금 에랑스 왕국은 거의 움직일 수가 없다는데. 굶주린 혼돈한테 필드가 다 점령된 수준이래.

-그래. 내리지 못하는 것만 빼면… 농사도 제대로 굴러가고 있고, 다른 제작도 굴러가고 있으니까….

도시에 갇힌 다른 플레이어들과 비교하면 거의 천국 수준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성에서 적이 출몰했다는 비상이 터지고 퀘스트가 날아오다니.

플레이어들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늘성으로!! 하늘성으로 집합!”

“탈 것 타고 하늘성으로 달려!”

“굶주린 혼돈 이 자식!! 감히 하늘성에 침입을 하다니!”

기계성 위에 둥둥 떠다니며 같이 움직이는 하늘성.

거의 모든 영역이 개방되어 있는 골짜기와 달리 하늘성은 태현과 몇몇 플레이어만 들어갈 수 있는 일종의 내성 구역이었다.

그런 곳에서 적이 나타나다니!

그만큼 플레이어들의 충격은 심각했다.

“무슨 일이야?! 길마님 불러야 하나?”

“지금 길마님 어떻게 불러! 오스턴 왕국에 가 계시는데!”

“김태현 선수는….”

“더 무리지! 우리끼리 해결해야 해! 단검단, 저격단 전부 다 모아! 동원 가능한 랭커들도 다 데리고 오고!”

골짜기에 있던 파워 워리어 간부들은 허겁지겁 움직였다.

하필이면 골짜기에 있는 랭커란 랭커들은 지금 다 오스턴 왕국 원정대로 참가한 상황.

골짜기에 있는 랭커들은 몇 명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거의 다 제작 직업이나 예술 직업들이었다.

최악의 상황에 가까웠지만 이럴 때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파워 워리어였다.

일대일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상대 발목 잡고 시간 끄는 데에 특화된 이들!

같이 죽어서라도 상대를 쓰러뜨릴 준비가 되어 있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우르르 모여서 방진을 구성했다.

“골짜기 플레이어들을 각 구역으로 배치해! 시설들 파괴되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지니까!”

“대장장이 여러분들! 앞으로 와서 탱킹 부탁드리겠습니다! 뭐든 좋으니까 무조건 무겁고 단단한 갑옷 입고 오십쇼!”

“음유시인, 요리사들은 뒤에서 힐 부탁드려요!”

“화가, 조각사, 세공사들은 마법 준비해 주십시오!”

-이거 막을 수 있는 거 맞아?

-무조건 막을 수 있다고 허세라도 부려야 해!

파워 워리어 간부들은 불안한 와중에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기든 지든 간에 일단 지금 중요한 건 골짜기 플레이어들의 사기를 드높이는 것!

“힘이 필요한가?”

“…?!”

그때,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뒤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건 골짜기의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이었다.

“…….”

“…….”

파워 워리어 간부들은 생각했다.

진짜로 힘을 빌리고 싶지 않다고!

* * *

술렁술렁-

골짜기 플레이어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폭탄을 주렁주렁 매달고 돌진 준비하는 것을 보고 술렁거렸다.

대체 저게 무슨 미친 모습이야?

-저거 여기서 터지면 어쩌려고?

-기계공학 스킬들 많이 올라서 잘 안 터진다는데.

-그걸 믿어? 그러면 저번 악마의 대장간에서 일어난 폭발은 왜 일어난 건데?

-내 친구도 저 자식들이 안 터진다고 한 말을 믿고 폭탄을 샀다가 로그아웃 당했어…!

사람들이 술렁거렸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위험한 순간에는 거기에 걸맞은 대책이 필요한 법.

“적들이 나온다!!”

“공격 준비!”

[하늘성 정문이 개방됩니다!]

[봉인되어 있던 고대 수인 부족들이 함성을 지르며 뛰쳐나옵니다!]

-우어어어어어어어!

-제국 놈들을 멸망시켜라!

“돌격!!!”

“저 자식들에게 골짜기를 넘겨주지 마라!”

방어진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돌진하기 시작했다.

최근 랭커들이 꽤 많이 들어와서 그런 이미지가 희석되었지만, 원래 대부분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보여주는 전투방식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일단 자기가 죽더라도 상대한테 한 방 먹이겠다는 전투방식!

<악마의 영혼이 갇혀 있는 사슬갑옷> 같은 위험천만한 아이템을 파티 전원이 착용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걸 증명했다.

-영혼 공양!

-영혼 공양!!

-영혼 공양!!!

[<영혼 공양>을 시전합니다!]

[일시적으로 무적 상태가 됩니다.]

[이동 속도, 공격 속도가 매우 크게 증가합니다. 스킬이 끝나면 사망합니다!]

“달려!”

“이 자식들아! 이게 폭탄이다!”

원래는 길드 동맹과 싸울 때를 대비해서 갈고 닦았던 전투 방식.

그 전투 방식이 오늘 빛을 발하게 되었다.

-감히…!? 대지 쪼개기, 혈흔의 도끼, 짐승의 울분!

[대지 쪼개기로 인해 주변이 흔들립니다!]

[혈흔의 도끼로 인해 강력한 충격파가…]

[……]

[……]

그 서슬에 고대 수인족 부족들도 뭔가 느꼈는지 막으려고 했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그대로 꼬라박았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치명타가 터집니다!]

[아키서스의 파편폭탄이 추가 데미지를 일으킵니다!]

[……]

[……]

[……]

“우…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파워 워리어! 파워 워리어! 파워 워리어!!”

보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함성을 질렀다.

폭탄을 싫어해도, 파워 워리어를 꺼림칙하게 여겨도, 지금 같은 장면을 보고 가슴이 뛰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진짜 이길 수 있을까?’ 하며 불안해하던 분위기는 단번에 사라지고, 순식간에 공기가 달아올랐다.

“우리도 들어간다! 망치 들엇!”

“제너럴갓태현 뒤에 붙어! 방어선을 구축하고 들어간다!!”

“공격!! 공격!!!”

[기계성이 적을 공격합니다!]

태현이 냉기의 핵과 함께 가둬놨던 고대 수인 부족들.

이들은 프로즈란드에서 온, 고대 제국 때부터 제국을 위협하던 야만인들이었다.

깨어나자마자 하늘성 성문을 박차고 나와 연약하고 허접한 제작 직업 모험가들이나 예술 직업 모험가들을 박살 내고 성을 점령할 생각이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이 밀렸다.

오히려 성안으로 쫓겨 들어갈 정도로!

-성문을 막아!

“하! 문을 막는다고 될 것 같으냐! 다음 공격 간다!”

“간다! <영혼 공양>….”

“어? 지금 굳이 그래야 하나요?”

“<영혼 공양>!”

“<영혼 공양>!!”

‘저 인간들 그냥 자폭하는 거 좋아하는 거 아니야??’

몇몇 플레이어들은 그런 생각을 했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빠르게 달려가서 성문을 날려 버렸다.

성문이 박살 나고 계속해서 공격이 날아들자 아직 힘이 회복되지 않은 수인족 전사들은 하나둘씩 쓰러졌다.

[적들의 사기가 떨어집니다!]

[……]

-항복… 항복하겠다!

-미치광이 놈들 같으니. 항복하겠단 말이다!

[고대 수인족 부족들이 항복을 선언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기계성의 힘이…]

[아키서스 교단의 힘이…]

[……]

같이 골짜기 플레이어들과 싸우던 아키서스 교단 NPC들도 함성을 질렀다.

-아키서스께서 주신 승리다!!

-아키서스께 저놈들의 목숨을 모조리 바치자!

-아… 아니, 펠마스. 그건 너무 과격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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