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635화 (1,634/1,826)

§ 나는 될놈이다 1635화

태현의 말에 케인은 화장실이 급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솔직히 오스턴 왕국 서쪽 공략이든 동쪽 공략이든 중앙 공략이든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케인이 보기에 라인업이 워낙 대단해서 실패할 가능성이 없었다.

그에 비해 지금 케인은 굶주린 혼돈 진영에 들어가서 NPC인 척 하고 있는 상황.

들킬 경우 목이 세 개 있어도 부족했다.

“진짜 위험하다니까?”

“여기서 말해봤자 별로 도움이 되진 않을 텐데.”

태현의 말이 맞았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이 그걸 안다고 해서 딱히 도와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굶주린 혼돈 진영 쪽에 있는 케인을 어떻게 구출한단 말인가.

아예 원정대를 이끌고 공격을 가지 않고서는 무리였다.

그리고 솔직히 케인이 지금 숨어 있는 건 알려져서 좋을 게 없었다.

‘여기 있는 플레이어들이 배신을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언제나 조심하는 게 좋지.’

누가 실수로 흘리기라도 하는 순간 케인은 더 위험해질 것 아닌가.

태현이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입 다물고 있다가 기회 봐서 조용히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근데 그게 힘들 것 같은데.”

“??”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이 자식이 설마 그사이에 무슨 짓을?

* * *

케인은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 중 키메라 군단에 들어갔다.

같은 키메라인 전사대장이 케인을 매우 높게 평가해 준 것이다.

[당신의 변형도가 매우 높습니다!]

[키메라들이 당신을 높게 평가합니다!]

[키메라들 사이에서 당신의 평판이…]

[……]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생기거나 예쁜 사람이 대접을 받는 것처럼, 키메라들 사이에서는 신체 변형이 심하게 일어난 키메라가 대접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삼두육비의 케인은 키메라들 사이에서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전사대장한테 양아들 취급을 받을 정도였을까.

다른 플레이어들이 밑바닥에서 퀘스트를 시작했다면, 케인은 3루쯤에서 시작한 셈!

그리고 그 좋은 스타팅으로 케인은….

“이 멍청한 모험가 놈들! 네놈들은 머저리들이다!”

“크윽….”

“네놈들의 멍청하고 게으른 낯짝을 보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네놈들은 모두 다 쓰레기들이야!”

“크으윽…!”

“네놈들은 투기장에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마라! 투기장에서 잘난 척 할 능력이라고는 조금도 안 되는 놈들!”

“크으으으윽!”

…미국 선수들을 괴롭혔다.

‘너무 너무 즐겁다!’

안 그래도 태현을 놓친 게 미국 선수들인 만큼, 굶주린 혼돈의 NPC들은 미국 선수들을 구박하고 있었다.

케인은 거기에 숟가락만 좀 얹었을 뿐이었다.

물론 조금 세게 얹긴 했지만….

‘죽여 버린다 저 NPC!’

‘저 새끼…!’

케인은 태현한테 배운 갈구는 솜씨를 마음껏 활용했다.

그 결과 굶주린 혼돈 세력에 가입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케인은 나름 유명인사가 되었다.

[굶주린 혼돈 세력 게시판]

<이번에 굶주린 혼돈에 가입했는데 정말 굶주린 혼돈이 대륙 지배하는 거 맞죠??>

<스미스가 김태현하고 짜고 쳤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임?>

<에랑스 왕국에서 활동하는 사람 있냐? 거기 군단장 정령사가 진짜 까다로운데 퀘스트 깨는 방법 아는 사람?>

<솔직히 가장 까다로운 건 키메라 군단의 그 새끼인듯>

<키메라 군단 놈 비위 맞추는 방법 아는 사람?>

<키메라 군단 그냥 죽여 버리면 안 되냐?? 죽이면 굶주린 혼돈한테 들키나??>

<키메라 군단의 머리 세 개인 그 자식 어떻게 죽일 방법 없을까요?>

……

……

……

게시판만 봐도 케인을 암살하고 싶어하는 플레이어들이 바글거렸다.

공적치 포인트 쌓아서 지위 올라가면 넌 진짜 죽인다!

일반 플레이어들도 아니라 나름 쟁쟁한 랭커들한테 저렇게 원한을 사는 것도 대단한 재주였다.

어지간하면 랭커들은 ‘NPC가 짜증 나긴 하지만, 내 퀘스트가 먼저니까 참아야지’ 하고 넘어가는데!

물론 케인도 랭커들이 자신을 노려보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이런. 적당히 해야겠다.’

그러나 키메라 군단은 케인을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이리 와라! 모험가 놈들을 아주 잘 다루더군!

-저기 모험가 놈들이 감히 임무에 실패했다! 네가 직접 처벌하고 와라!

-정말 잘했다! 저기에 감히 굶주린 혼돈 님을 모시면서 건방진 소리를 지껄인 모험가 놈들이 있다! 그놈들을 붙잡고 와라!

“…….”

케인은 슬슬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한 번 발을 디딘 이상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굶주린 혼돈의 늪!

* * *

“그래서 지금… 내가 직위도 받았거든… 그… <굶주린 혼돈의 노예감독관>이야.”

“…….”

태현은 경악한 표정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아니 이 자식은 뭐 이렇게 쓸데없는 부분에서 재주가 있냐?’

옆에서 듣고 있던 이다비도 태현과 똑같이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 꽤 많은 플레이어들이 굶주린 혼돈 세력에 가입하고 있긴 했지만, 다들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은 의외로 저런 부분에서 매우 깐깐했던 것이다.

공적치 포인트도 짜고, 플레이어가 지위를 올리려면 일반적으로 퀘스트를 수십 개는 깨야 했다.

그런데 벌써 나름 관리직을 받았다니.

…사실 굶주린 혼돈 쪽에 재능이 있는 거 아닌가!?

“그, 그렇게 쳐다보지 말고 탈출하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뭐… 방법이 있나?”

“없는 거 같은데요?”

태현과 이다비가 사이좋게 말하는 모습에서 케인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너… 너희 지금 나 버리려고…?”

“아닌데?”

“그럴 리가 없잖아요?”

“지금 둘이 눈빛 교환했잖아!”

‘아니 이 자식 눈치가 왜 이렇게 좋아졌지?’

‘태현 님하고 같이 지내다 보니까 눈치가 좋아진 것 같은데요.’

태현과 이다비가 다시 눈빛으로 뜻을 교환하자 케인이 울컥했다.

“눈빛으로 그만 대화하라고!”

“저. 케인 선수?”

앉아 있던 다른 랭커들이 헛기침을 하며 케인을 불렀다.

케인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던 것이다.

길드 동맹 간부들을 태워 죽일지 얼려 죽일지 떠들고 있던 랭커들이 모두 케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케인은 얼굴이 붉어져서 횡설수설했다.

“그, 그게 아니라. 쟤네 둘이 저만 빼놓고 너무 친하게 지내서….”

“…?”

“??”

듣고 있던 랭커들은 의아하다는 듯이 케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 선수. 혼자인 건 이해하지만 친구가 잘 되어가는 걸 질투하면 안 되죠.”

“…?! 아니야! 나 여자친구 있어요!”

케인은 어처구니없는 오해를 받는 것에 기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있는 여자친구도 없다는 오해를 받는 게 매우 억울했던 것이다.

듣고 있던 이세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다른 오해를 먼저 해명해야 하지 않나…?’

“어, 그래요? 누구죠? 처음 듣는데?”

“그, 연예인인데 요즘 잘 나가는… 이름은 말 못해주고요.”

“아하.”

랭커들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더 이상 묻지 말죠.”

“잠깐! 진짜라고! 진짜 있다고!! 김태현! 있다고 말해줘!”

“아. 케인 여자친구 있습니다. 이름은 말 못 해주는데… 그쪽도 사정이 있으니까.”

“…….”

“…….”

랭커들은 상냥하게 웃었다.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그런 걸로 치자!

“자! 다시 길드 동맹 이야기하죠!”

“진짜라니까!!!”

* * *

“길드 동맹 간부라고 그냥 다 죽일 수는 없겠죠.”

“!”

의외로 태현이 저런 말을 하자, 다들 깜짝 놀랐다.

길드 동맹 담당 저승사자 같은 사람이 저런 말을??

“의외로 길드 동맹 쪽 플레이어들이 원정대에 참가 많이 하고 있는데, 간부라고 그냥 무작정 다 로그아웃시키면 플레이어들이 불안해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올 플레이어들도 줄어들 수 있고.”

그러나 태현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하는 말이었다.

길드 동맹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거기 가입했던 플레이어들 숫자도 많은데 전부 다 쫓아낼 수는 없었다.

물론 간부들 다 쫓아낸다고 일반 길드원들도 나가진 않겠지만, 괜히 불안 분위기 만들어서 좋을 게 없었다.

“그러면 그냥 풀어줘도 괜찮아?”

이세연이 태현을 쳐다보며 진심이냐는 듯이 물었다.

태현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이세연에게 말했다.

“당연히 아니지. 그냥 앞에 세워서 싸우라고 해.”

“…….”

“…….”

랭커들이 황당하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방금 말한 것과 너무 다르잖아!

그러나 태현은 당당했다.

“원래 랭커들은 앞장서서 싸우지 않습니까.”

“그거야 그렇긴 한데….”

“방금 말씀하신 건 좀 의미가 다른 것 같…?”

랭커들이 수군거리자, 이세연이 대화를 자르고 단호하게 마무리 지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길드 동맹 간부들은 방금 말 나온 대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동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한 일들이 뭡니까?”

랭커들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서쪽이 잘 풀려가고 있는 만큼 중앙과 동쪽도 중요했던 것이다.

“아. 그게….”

유성 게임단의 다른 선수들이 입을 열었다.

자신도 모르게 먼저 입을 열 정도로 황당했던 것이다.

“이게 갑자기 없던 요새나 마을들이 생겨나고요.”

“웬 이상한 굶주린 혼돈의 타락자가 나타나더니 지들끼리 싸우고….”

“하여간 뭔가 진짜 이상한데….”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말하면서 태현을 빤히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은 안 했지만 이 현상의 원인을 대충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가 태현하고 싸운 장소도 과거의 고대 제국이었던 만큼, 태현이 과거에서 뭔가 한 게 분명했다.

‘빨리 뭐 했는지 말해줘요!’

‘뭘 한 겁니까!’

“…미안하다.”

태현은 솔직하게 사과했다.

타락자들이 튀어나오고 있던 건 다 태현의 탓이었던 것이다.

* * *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과 황당의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최대한 줄이려고 한 거거든. 그런데 이게 퀘스트를 완벽하게 깨기가 힘든 상황이었어.”

“아, 아니. 김태현 선수 탓하려는 게 아닙니다.”

“충분히 잘 하셨습니다.”

랭커들은 정말로 태현을 탓하려고 쳐다본 게 아니었다.

그냥 놀라서 쳐다본 거였다.

굶주린 혼돈의 타락자가 과거에서부터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그걸 파괴한 게 아니라….

‘그게 바꾼다고 바꿔지는 거였나??’

‘대체 왜 아키서스를 믿는다고 하는지 몰랐는데.’

‘뭘 어떻게 해서 바꾼 거야?’

랭커들은 물론이고 유성 게임단 선수들도 믿기 힘들어했다.

대체 뭔 어떤 상황이 있었길래 그런 결과가 나왔나 했더니, 타락자를 다시 세뇌해서 아키서스 편으로 만들었다니….

그게 가능한 일이 맞나?

“혹시 아키서스 교단에 세뇌 스킬이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럴 수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교단에 그런 스킬이 있을 리가 없잖아. 내 친구가 아키서스 교단인데 그런 스킬 없다는데.”

“김태현 선수는 교황이니까 특별 스킬 있는 걸지도 모르잖아.”

“과연….”

‘다 들린다.’

태현은 떨떠름했지만 유성 게임단 선수들의 대화를 굳이 말리진 않았다.

없다고 해서 믿을 것도 아니고….

“그래서 타락자들은 다 처리했나?”

“남은 타락자들은 대충 다 처리했고, 그, 아키서스 믿는다고 하는 타락자들은… 다 싸우더니 사라졌는데요.”

“어디로?”

“그건 저희도 놓쳤습니다.”

“…….”

“…….”

태현은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 어디로 사라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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