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1626화

[카르바노그가 아키서스의 화신이 아니라 아키서스의 사제라고 말합니다!]

‘아. 내가 아니었군.’

태현은 키도가오넬이 자기를 외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어?

그러면 아키서스 사제들이 이 주변에 있었나?

-수석 노예! 이게 무슨… 짓이냐! 아키서스 사제 놈들한테 당한 것이냐!?

키도가오넬은 찔렸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반격하지 않았다.

그만큼 수석 노예한테 믿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아키서스 사제들이 무슨 사악한 마법으로 행동을 조종한 게 분명하다!

그 믿음에 태현은 다시 한번 공격으로 대답했다.

-아키서스의 세 번째 공격!

[행운이 소모됩니다!]

[공격이 적중했습니다. 새로운 약점이 생겨납니다!]

-크아아아악!

키도가오넬의 가슴팍을 사정없이 찔러버리는 아키서스 검법!

-화염의 폭발!

태현이 가진 검 중 하나인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이 그 힘을 터뜨리며 사납게 키도가오넬을 불태웠다.

태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악마가 빙의된 톱날검>이 작동됩니다!]

[악마가 소모됩니다!]

<악마의 기계공학 비전> 제작법 중 하나, <악마가 빙의된 톱날검>.

<혼돈과 악마와 불의 검>에 장착된 추가 아이템이 맹렬한 소리를 내며 가동됐다.

카드드드득!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 폭발, 아키서스의 저주!

[치명타 폭발을 사용합니다!]

[상대의 HP가 크게 감소합니다!]

[검술 스킬이 오릅니다!]

[아키서스의 저주가…]

아무리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이라고 하더라도 키도가오넬 본인은 마법사였다.

이렇게 가까이서, 그것도 완전히 방심한 상태에서 기습을 맞으면 HP가 너덜너덜해질 수밖에 없었다.

-…네… 네놈…! 아키서스… 아키서스 교단 소속이었나!!

“그걸 이제야 알았나?”

[최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도발에 성공합니다!]

[상대가 격노 상태에…]

[마법 성공 확률이 떨어집…]

[……]

[……]

키도가오넬은 말 그대로 눈이 뒤집혔다.

[카르바노그가 잘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마법사를 상대할 때는 무엇보다 상대를 흔드는 게 중요했다.

전사들은 열 받으면 더 잘 싸울 때가 많았지만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열 받으면 더 못 싸우는 것이다.

‘딱히 도발하려고 한 말은 아닌데, 도발이 되긴 하는군.’

사실 지금 태현은 숨만 쉬어도 상대를 빡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았다.

키도가오넬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똘똘하고 기특한 노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놈이 감히…!

-아키서스다! 아키서스가 저기 있다!

-뭐!? 저놈 대체 저기 어떻게 들어간 거야!?

악마 공작들은 웅성거리면서 당황스러워했다.

그걸 떠나서 키도가오넬이 아키서스한테 기습을 당한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키도가오넬 정도 되는 놈이 왜 저런 기습을 당한단 말인가?

아키서스를 믿고 자기 등짝을 내준 게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텐데….

-아키서스 놈이 또 속인 것 아닌가?

-아무리 아키서스 놈의 혓바닥이 간교하다 하더라도 그 짧은 사이에 저놈을 속였다고?

악마 공작들의 목소리는 키도가오넬의 귓가에 똑똑히 들리고 있었다.

[타락자들이 모두 파괴됩니다!]

[마력이 전부 키도가오넬에게 흡수됩니다.]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불태워 비전 마법을 시전합니다.]

[<마력의 주인>을 시전합니다!]

[인근의 모든 마력들이 키도가오넬에게 모입니다!]

[<고대 제국 마탑의 계승자>를 시전합니다!]

[인근의 모든 마력들이 다시 한번 키도가오넬에게 모입니다!]

[……]

[……]

-죽여 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 죽여 버리겠다!!!!

태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돌아서서 뛰어내렸다.

밖에 악마 공작들이 있는데 굳이 혼자서 탱커 역할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 *

그렇게 기습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키도가오넬은 만만치 않았다.

밖에 나온 타락자들을 전부 다 파괴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돌려 버린 것이다.

어차피 태현에게 알맹이 바꿔치기를 당한 탓에 별 쓸모가 없긴 했지만, 놀라운 결단이었다.

이제까지 공들인 걸 전부 자기 손으로 부숴버리는 수준이었으니….

물론 그만큼 키도가오넬은 분노했다.

말 그대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

-놈이 인근의 마력을 전부 끌어모으고 있다!

-제국 출신 대마법사답게 솜씨가 보통이 아니군.

악마 공작들은 솔직하게 키도가오넬의 실력을 인정했다.

놈은 대마법사 출신답게 마법 스킬이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굶주린 혼돈과 계약하면서 스탯이 어마어마하게 늘었는지, 더욱더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주변의 마력을 전부 스스로의 통제하에 넣는 수준!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이 마력을 통제합니다!]

[마법 스킬의 성공 확률이…]

[……]

[……]

“지금 그렇게 떠들 때냐? 빨리 가서 잡아! 이번에도 못 잡으면 너희들은 악마 공작이 아니라 악마 졸병이다!”

-…….

악마 공작들은 태현의 폭언에 멈칫했다.

원래라면 강하게 받아쳤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번에 태현이 세운 공적이 너무 대단했던 것이다.

혼자서 키도가오넬의 공방에 침입해서 타락자들을 전부 파괴하고 기습까지 성공하다니!

솔직히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로 대단한 업적이었다.

-흥. 이번만은 넘어가 주지. 좋다. 보고 있어라.

-내가 놈의 목을 처치해 주지.

악마 공작들은 하나둘씩 나섰다.

키도가오넬이 이 주변의 마력을 조종하고 무한에 가까운 힘을 사용한다지만, 악마 공작들이 그런 것에 겁을 먹지 않았다.

하찮은 인간 마법사들이나 공기에 퍼져 있는 마력을 모아서 마법을 쓰는 법.

악마 공작 정도 되면 자신의 마력만으로도 충분히 권능들을 쓸 수 있었다.

-덤벼봐라. 마법사 놈. 어디 한번 덤벼봐라!

-네놈이 얼마나 막아낼 수 있나 보겠다!

악마 공작들은 포위망을 완성한 다음 키도가오넬에게 차근차근 접근했다.

키도가오넬이 아무리 마력을 많이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집중할 수 있는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이렇게 여러 악마 공작들에게 포위당한 이상 키도가오넬은 쓰러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키도가오넬은 분노에 찬 얼굴로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 방향에 서 있던 대검공, 에다오르는 피식 비웃으며 대검을 들어 올렸다.

어디 어떤 공격을 하나 보자!

그러나 에다오르가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지금 키도가오넬도 이 불리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퍽!

[키도가오넬이 모든 마력을 사용합니다!]

[<대마법사의 진혼창>이 시전됩니다!]

[대검공, 에다오르가 쓰러집니다!]

“?”

-?

-????

태현과 다른 악마 공작들은 충격에 빠져서 동작을 멈췄다.

방금 뭐였지?

‘뭐 이런 미친…?’

뒤에서 쉬면서 다시 들어갈 타이밍 기다리던 태현은 지금 상황이 믿기지가 않았다.

키도가오넬이 전력을 다해서 마법 창을 하나 날리자, 에다오르가 그걸 맞고 그냥 풀썩 쓰러진 것이다.

-큭… 큭큭. 같이 죽는 거다. 악마 놈들아!

키도가오넬은 에다오르가 마계로 다시 역소환되도록 두지 않았다.

그대로 에다오르를 붙잡고 열려 있는 공방 지하로 몸을 날렸다.

-굶주린 혼돈께서 내 복수를 대신 해주리라!! 아키서스에게 지옥의 고통을!!

“저놈 막아!”

태현은 가장 먼저 움직였다.

충격에 빠져 있는 악마 공작들은 반응이 한발 늦었다.

게다가 포위하기 위해 다른 방향에 있었던 탓에 더욱 느릴 수밖에 없었다.

-아키서스 님!! 저희가 막겠습니다!

“!”

갑자기 요새에서 튀어나온 아키서스 사제들이 목숨을 걸고 키도가오넬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키도가오넬도 작정을 했는지 에다오르를 공방으로 집어 던지고 자신은 남아서 길을 지켰다.

-기다려라. 곧 내 복수가 완성될 테니까!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이 스스로의 생명력을 불태우기 시작합니다!]

-아키서스의 돌격, 아키서스의 첫 번째 공격!!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키도가오넬의 HP가 크게 떨어집니다!]

길을 막는 키도가오넬을 향해 태현은 맹공을 퍼부었다.

이미 마력을 전부 써버린 키도가오넬은 반격 하나 하지 못하고 두들겨 맞았다.

-아키서스의 찬양! 위대한 행운의 주문, 찬란하게 빛나는 칼날! 치명타 향상의 찬가! 급소 공략의 축복!

[아키서스 사제들이 <아키서스의 찬양>을 시전합니다!]

[전체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위대한 행운의 주문>으로 인해 모든 공격에 추가 보너스가…]

[<찬란하게 빛나는 칼날>이 검에 추가 효과를 부여합니다!]

[……]

[아키서스 교단의 잊혀진 신성 마법들을 발견했습니다!]

[아키서스 사제들이 더욱더 많은 신성 마법들을 쓸 수 있습니다!]

‘어?! 왜 이렇게 좋지?’

태현은 집중해서 패다가도 황당함을 느꼈다.

아키서스 교단 마법이 이렇게 좋았었나??

이제까지 내가 받았던 아키서스 마법들은 뭐였…?

[카르바노그가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이 영원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고대 제국 출신의 배신자 키도가오넬은 여러 마탑에서 총애받은 천재였지만, 그릇된 힘을 추구해 굶주린 혼돈에게 빠져들었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을 쓰러뜨렸습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약해집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아이템…]

[……]

[……]

[……]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을 거의 거저먹듯이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태현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기뻐할 시간이 없었다.

키도가오넬이 죽음을 각오하고 이렇게 시간을 끌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에다오르!!!”

태현은 에다오르, 아니, 정확히는 에다오르였던 것을 구하기 위해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에다오르는 지하 공방의 가장 깊숙한 심연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첨벙!

[<키도가오넬의 걸작 타락자>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키도가오넬의 비전에 대한 이해가 오릅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

<키도가오넬의 걸작 타락자-굶주린 혼돈의 군단장 퀘스트>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사악한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은 타락자 군대를 만들어서 굶주린 혼돈의 눈에 들려고 한다.

대륙의 수많은 영웅들을 붙잡았지만 키도가오넬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했다.

지금 키도가오넬은 가장 강력한 걸작 타락자를 만들어 대륙을 뒤집으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키도가오넬의 의식에 걸맞은 희생자를 찾아야 한다.

키도가오넬의 의식을 돕고 희생자를 찾아 걸작 타락자를 완성하라!

보상: ?, ????, ????

[굶주린 혼돈의 의식이 시작됩니다!]

“…….”

부글부글 끓는 지하 공방의 소리가 미친 듯이 불길하게 들렸다.

* * *

-어떻게 된 거냐?

뒤늦게 달려온 악마 공작들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됐는지 다급하게 물었다.

사실, 에다오르가 역소환된 일은 황당하긴 해도 충격적인 일은 아니었다.

악마 공작이 둘이나 굶주린 혼돈에게 당한 게 어이가 없긴 했지만 에다오르가 완전히 죽은 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에다오르는 역소환된 게 아니었다.

무려 굶주린 혼돈의 타락자를 만드는 가마솥으로 들어간 것이다.

-…뭐, 뭐라고!???

-에다오르 미친놈이 곱게 죽을 것이지 뭔…?!

-저걸 파괴해야 한다. 냉기의 힘이여, 몰아쳐라!!

카카카카카캉!

[굶주린 혼돈의 힘이 의식을 지켜냅니다!]

-…힘을 덜 써서 그렇다.

-지금 네놈 잘난 척할 때가 아니다! 저 의식을 막아야 해! 막을 방법을 찾아라!

악마 공작들도 지금 눈앞에서 진행되는 의식이 보통 의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깨달은 모양이었다.

의식이 완성되기 전에 막아야 한다!

에슬라는 태현에게만 들리도록 작게 말했다.

-방법이 있다.

“방법이 있다고!? 그게 뭐지?”

-다른 악마 공작 놈도 방심한 사이에 밀어버리는 거다. 아키서스.

“…그게 어떻게 방법이지?”

-…? 일부러 에다오르를 죽인 게 아니었단 말인가?

“미친놈아 뭐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