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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24화 (1,623/1,826)

§ 나는 될놈이다 1624화

[카르바노그가 조금 위험한 거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런가? 아. 하긴 그렇군.’

[카르바노그가 지금 상황에서 도둑질을 하는 건 좀…]

‘그래. 효율적으로 해야지. 좋은 지적이야. 카르바노그.’

[……]

조언을 들은 태현은 양보다 질로 바꿔서 움직였다.

언제 들킬지 모르니 쓸 만해 보이는 걸 훔치자!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노예들아! 이리로 와라!

타락자들을 둘러보던 키도가오넬은 결정을 내렸는지 외쳤다.

물론 노예들은 쉽게 말을 듣지 않았다.

쿵!

와장창!

콰당탕탕!

-…이 멍청한 노예들아!! 똑바로 오지 못하겠느냐! 빌어먹을!

키도가오넬은 짜증스럽게 외쳤다.

정신 제압의 문제는 상대의 지능을 확 낮춰버린다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멍청한 인간들이 더 멍청해지니 간단한 명령도 실수가 잦아졌다.

“저 왔습니다!”

-오…!

키도가오넬은 태현을 보고 반색했다.

아까도 타락자 키우는 방법을 혼자 제대로 알아듣더니 이번에는 가장 먼저 오다니!

보아하니 머리가 매우 똑똑한 게 분명했다.

-이런 행운이 있다니! 하하. 역시 운명이 나를 도와주고 있군. 이런 노예가 걸리다니.

“영광입니다!”

-그래. 따라와라!

쾅! 와장창! 우당탕탕!

-그만 부수란 말이다! 빌어먹을! 다들 동작을 멈추고 내가 지시한 것만 하도록!

키도가오넬은 다른 노예들은 단순작업만 하도록 명령하고, 태현을 이끌고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 *

[대마법사의 공방 지하에 입장합니다!]

[공방에서도 특별히 보호되고 있는 이 비밀스러운 곳은, 어떤 침입자들도 들어올 수 없는 위험천만한 곳입니다.]

[키도가오넬의 음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음모의 전말을 목격하고 파악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마법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

[……]

“!”

태현은 화려하게 들어오는 메시지창에 깜짝 놀랐다.

보상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던 것이다.

그냥 던전 입장했다고 주는 보상치고는 과한 수준!

‘아니… 음모를 파악해서군.’

원래라면 정상적인 퀘스트를 수십 개는 깨야 접근할 수 있는 장소가 분명했다.

그런 걸 그냥 들어와 버리니 보상이 이렇게 들어올 수밖에 없지!

<키도가오넬의 걸작 타락자-굶주린 혼돈의 군단장 퀘스트>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사악한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은 타락자 군대를 만들어서 굶주린 혼돈의 눈에 들려고 한다.

대륙의 수많은 영웅들을 붙잡았지만 키도가오넬은 아직도 만족하지 못했다.

지금 키도가오넬은 가장 강력한 걸작 타락자를 만들어 대륙을 뒤집으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키도가오넬의 의식에 걸맞은 희생자를 찾아야 한다.

키도가오넬의 의식을 돕고 희생자를 찾아 걸작 타락자를 완성하라!

보상: ?, ????, ????

부글부글-

공방 지하는 탁한 액체가 끓는 소리로 가득했다.

액체는 연신 색을 바꿔가면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현재 마법 스킬이 낮습니다!]

[의식의 비법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온갖 재료와 비법이 들어간 키도가오넬의 타락자 제작 의식.

그러나 정작 그 액체 위에 들어갈 희생자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음. 무섭긴 한데 동시에 탐나기도 하는군.’

태현은 공방 지하에서 진행되는 타락자 제작 의식을 보고 솔직히 탐이 났다.

뭔진 몰라도 저게 되게 귀하고 강력한 재료라는 건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태현 쪽 NPC가 저걸 하면 안 되나?

케인이나….

-저번 노예는 멍청해서 저 비법 위로 떨어져 버렸지. 그놈을 빼내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네놈은 그러지 않겠지?

“물론입니다!”

-그래. 저기에는 들어가지 마라. 여기 난간 위에 서지 마라. 이거 병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그리고 몸 앞으로 기울이지 마라. 또… 또 뭐가 있었지.

“…….”

태현은 키도가오넬이 처음으로 불쌍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테지만.

-자. 말해봐라. 내가 뭐라고 했지?

“저기에는 들어가지 않고, 난간 위에 서지 않고, 병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몸 앞으로 기울이지 않겠습니다.”

-너… 너!

“!”

키도가오넬이 눈을 크게 뜨고 소리를 지르자 태현은 움찔했다.

설마 들켰나?

-너는 정말… 천재 노예다! 내가 아주 귀중한 노예를 구했군!

“…….”

-아주 좋다. 이 비전서를 받아라.

[키도가오넬의 비전서를 얻었습니다!]

[현재 마법 스킬이 낮습니다!]

[의식의 비법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합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대체 얼마나 마법 스킬이 높은 거지 이 자식?’

태현은 솔직히 당황했다.

비전서를 얻었는데도 비법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라니.

-여기 나오는 재료들을 정해진 시간마다 순서대로 집어넣어라. 알겠느냐?

“예!”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 바로 나한테 말해라. 노예가 저기에 빠지면 바로 말해야 한다!

“예!”

-그래. 나는 타락자들을 깨워야 해서 먼저 움직여야겠….

콰아아아아아앙!

-…빌어먹을 악마 놈들! 악마 놈들 주제에 제국의 땅을 건방지게!

‘넌 굶주린 혼돈하고 붙어먹은 놈이잖아….’

태현은 살짝 황당해졌다.

굶주린 혼돈에 붙은 놈이 꼴에 인간 출신이라고 악마들을 욕하고 있다니.

하지만 어쨌든, 덕분에 키도가오넬의 시선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키도가오넬이 나갈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나가야겠군. 요새를 도와줘야겠어.

적의 적은 친구.

키도가오넬은 잠시 요새 수비대를 돕기로 결정했다.

악마 공작들이 이 요새까지 들어와서 들쑤시기 시작하면, 타락자들을 깨우기 전에 방해를 받을 수 있었다.

-잘 지키고, 내가 명령한 것을 기억해라. 알겠느냐?

“예! 저기에는 들어가지 않고, 난간 위에 서지 않고, 병 함부로 건드리지 않고, 몸 앞으로 기울이지 않겠습니다!”

-…이런 똘똘하고 기특한 녀석!! 넌 내가 반드시 데리고 가야겠다!

[키도가오넬의 친밀도가 크게 오릅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 * *

[제한 시간 안에 스핑카오스를 넣으십시오!]

[30, 29, 28…]

‘아니 이런 미친.’

[제한 시간 안에 갈란화를 넣으십시오!]

[10, 9, 8…]

‘장난하나!?’

키도가오넬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태현은 바로 행동에 나서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의식이 만만치 않았다.

짧은 제한시간 안에 재료 찾아서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실패 뜨는 의식!

이러니까 노예들이 연달아 실수를 하고 죽어 나갔지!

-신의 예지!

태현은 권능까지 켜가면서 온갖 복잡한 잡동사니들이 섞여 있는 지하 공방에서 재료를 찾아냈다.

의식이 실패하면 키도가오넬이 바로 돌아올 수도 있는 데다가 신뢰를 잃을 수도 있었다.

일단은 시간을 벌어야 했다.

[1차 의식이 성공합니다!]

[침잠을 기다리십시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후.’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한 단계를 벗어난 것이다.

‘이제 키도가오넬이 오기 전에 뭔가 해야 한다.’

도둑질도 도둑질이지만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의식을 파괴하거나 혹은….

‘타락자들을 훔칠 수는 없나?’

[카르바노그가 진심으로 감탄합니다.]

다른 영웅들이었다면 파괴부터 했을 텐데 훔칠 생각부터 먼저 하는 태현.

하지만 오히려 좋았다. 카르바노그는 바로 의견을 제안했다.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세뇌하자고 카르바노그가 외칩니다!]

-재료. 넣는다.

-재료. 넣는다.

“잠깐! 키도가오넬의 수석 노예인 내가 확인을 해봐야겠다. 다들 비켜서라!”

제압을 당한 노예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켜섰다.

키도가오넬이 태현에게 꽤 권한을 주고 간 탓에, 공방에 있던 일개 노예들은 막아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단장을 발견합니다!]

[이름을 잃어버린 이 성기사단장은 최후까지 용맹하게 싸웠지만 결국 굶주린 혼돈에게 납치당해 그 이름마저 잃어버렸습니다.]

[이 성기사단장의 명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파이토스 교단이 매우 감사할 것입니다!]

“…….”

[…못 본 척 하자고 카르바노그가 말합니다.]

지금부터 도둑질 할 입장에서 솔직히 살짝 미안했던 것이다.

‘문제는 내가 마법 스킬이 낮다는 건데.’

솔직히 낮진 않았다.

최고급 마법을 찍었다는 것 자체가 판온에서 손꼽히는 마법사 플레이어라는 증거였으니까.

하지만 이 키도가오넬의 의식 난이도가 너무 높다는 게 문제였다.

태현이 마법 스킬로 파고들 수 없을 정도로!

“어떻게든 권능 스킬로 오염을 풀고 꺼내볼까? 파이토스 권능은… 쓸 만한 게 없군.”

-파이토스를… 섬깁니까?

“?!”

[?!!]

태현과 카르바노그 모두 깜짝 놀랐다.

중얼거리던 태현의 목소리를 듣고 파이토스 교단 성기사단장이 입을 연 것이다.

“지금 나한테 말을 건 거냐?”

-그렇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너… 너는 누구지?”

-저는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종입니다.

“…….”

고민하던 태현은 슬쩍 질문을 던졌다.

“아니다! 넌 굶주린 혼돈을 섬기는 종이 아니다.”

-아닙니까?

“그래!”

-그러면 저는 누구를 섬기는 종입니까?

“…ㅍ… 아키서스.”

-알겠습니다. 저는 아키서스를 섬기는 종입니다.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단장을 재세뇌합니다!]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현재 마법 스킬이 낮습니다!]

[의식의 비법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합니다.]

[최고급 마법 스킬 3으로 변합니다!]

[……]

“…….”

…설마 됐나?

누구보다 말을 꺼낸 태현 본인이 더 놀랐다.

그냥 이걸로 덮어씌우는 게 가능하다고??

‘키도가오넬 이 자식 뭐 아무런 암호도 안 걸어놨어??’

태현은 황당할 정도였다.

아무리 스스로한테 자신감이 있어도 그렇지 그냥 말 걸어서 다시 설정 가능하게 해놓다니.

삼엄한 보안 시스템 속에 있는 금고 비밀번호를 0000으로 해놓은 것도 아니고…??

‘미친놈인가?’

[카르바노그가 대마법사들은 원래 다 머리통에 나사 하나 빠져 있는 놈들이라고 말합니다.]

“일단 앞으로 나와라.”

-앞으로 나옵니다.

“어. 잠깐. 근데 나와도 상태는 괜찮나?”

-현재 저의 상태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밖으로 나올 경우 완전해지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일단 나와!”

태현은 일단 꺼내고 봤다.

만약에 키도가오넬이 지금이라도 온다면 최악의 경우 타락자들을 전부 파괴해야 할지도 몰랐으니까.

태현은 타락자들을 벽에서 하나씩 불러내서 꺼냈다.

그러자 빈 공간들이 너무 티 나게 생겨났다.

‘뭐 대신할 거 없나?’

다행히 키도가오넬의 공방에는 언데드 용도의 시체들이 여럿이었다.

태현은 시체를 들어서 복장을 갈아입힌 다음 다시 벽에다가 그대로 세워놓았다.

[위장에 성공합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

[……]

‘이 정도면 감쪽같지? 카르바노그?’

[카르바노그가 안 걸릴 것 같다고 말합니다!]

* * *

-숨어 있을 곳은 하나밖에 없다. 요새에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

-멍청한 인간 놈들아!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이 여기 있단 말이다. 요새 문을 열어라!

악마 공작들은 요새 안을 지키고 있는 고대 제국 수비대들에게 으르렁거리며 외쳤다.

그 진심 어린 외침에 고대 제국 수비대들은 진심으로 답했다.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전통적인 모욕 방식에 악마 공작들은 극도로 분노했다.

-감히 욕심을 버리고 살려주려고 했는데 나를 모욕해!?

-네놈들을 위해서 이러는 거다, 이 저능한 필멸자들아!!!

물론 수비대들은 그 말을 무시했다.

-악마 놈들이 드디어 정신이 나갔구나. 저딴 말을 하다니!

-아키서스 사제님! 저 악마 놈들이 왜 저러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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