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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23화 (1,622/1,826)

§ 나는 될놈이다 1623화

-체면을 생각해줘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더 이상 봐줄 수가 없군!

키도가오넬도 설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지 본색을 드러냈다.

고대 제국 마법사 출신으로 굶주린 혼돈의 힘을 받아들인 키도가오넬은 거만하기 그지없는 성격이었다.

굶주린 혼돈의 힘을 받은 이상 악마 공작들도 두려워할 게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러나 그건 키도가오넬의 착각이었다.

아무리 마계에서 나오느라 힘을 많이 썼어도, 악마 공작들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대검공 에다오르가 <대지 가르기>를 시전합니다!]

[대검공 에다오르가 도망치는 적들을 강력한 힘으로 끌어당깁니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이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콰콰콰콰콰콰쾅!

사방을 찢어버리는 충격에 키도가오넬의 마법 방패들이 사정없이 날아갔다.

-무식한 악마 공작 놈!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이 공간이동을 시전합니다.]

[키도가오넬이 자연의 마력을 끌어오기 시작합니다.]

[굶주린 혼돈의 벼락이 사방을 휘갈깁니다!]

-크아아악!!

대검공 에다오르는 분노로 이성을 잃은 와중에도 고통스러워하며 밀려났다.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키도가오넬이 마법으로 에다오르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을 맡고 있는 만큼 키도가오넬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그러나 악마 공작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음악공, 구시렉이 <번개 저항의 선율>을 연주합니다!]

[구시렉이 <마법 저항의 선율>을 연주합니다!]

[구시렉이 <악마 공작의 위엄>을 연주합니다!]

-!

-크악!

에다오르는 대검을 휘둘러 번개를 찢어버리고 다시 한 번 키도가오넬에게 접근했다.

묵직하게 공기를 가르며 들어가는 일격.

키도가오넬은 강렬한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갔다. 대마법사는 이를 갈며 외쳤다.

-이 무식한 놈이…!

[빙결공, 푸르네우스가 진설의 창을 불러옵니다.]

[지독한 냉기가 주변을 얼어붙게 만듭니다.]

-죽어라. 하찮은 찌꺼기 놈.

푸르네우스는 아이스 드래곤을 타고 위에 날아올라서 그대로 창을 집어 던졌다.

키도가오넬은 마법으로 막으려고 했지만 푸르네우스가 던진 얼음 창은 평범한 창이 아니었다.

진설의 조각을 개방한 덕분에 더욱 더 살벌해진 냉기의 힘!

[굶주린 혼돈의 마력 방패가 깨집니다!]

[….]

[….]

[….]

-크악!!

처음으로 타격을 받은 키도가오넬은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날아갔다.

-굶주린 혼돈의 찌꺼기 놈아. 힘을 빌렸다고 네놈이 강해진 줄 아느냐?

-네놈은 아무것도 아니다!

악마 공작들은 오만하게 외쳤다.

그 모습에 키도가오넬은 이를 갈며 대답했다.

-타락자들아, 나를 지켜라! 저 악마 공작 놈들을 쓸어버릴 준비를 해야겠다!

-그럴 시간을 줄 것 같으냐!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이 공간이동을 시전합니다!]

악마 공작들의 공격보다 키도가오넬이 한발 더 빨랐다.

사라진 대마법사의 모습에 악마 공작들은 이를 갈며 외쳤다.

-놈을 찾아라! 근처로 숨어들어 갔을 거다!!

* * *

“<악마를 충성하게 만드는 기계개조갑옷>. 이걸 누구한테 입혀봤으면 좋겠는데 은근히 조건이 까다롭군.”

태현은 토끼 부족과 아키서스 교단 NPC들을 데리고 전투 지역으로 뒤늦게 향하는 중이었다.

물론 오기 전에 있는 재료는 박박 다 긁어서 <제국 소환 광선 장난감>과 <악마를 충성하게 만드는 기계개조갑옷>을 하나씩 만든 뒤였다.

다른 교단의 신전 창고들이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창고들이 없었다면 이걸 만들지 못했을 정도로!

[카르바노그가 악마 공작들한테 입혀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이게 영 만만치 않군.’

일단 악마를 죽기 직전까지 크게 다치게 만든 다음 갑옷을 입혀야 하는데, 잘 생각해보니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악마가 제정신인 이상 태현이 내미는 갑옷을 쉽게 입지는 않을 것 아닌가.

“에슬라 시키면…. 아니다. 에슬라 시키면 더 안 믿겠군. 다른 악마로 변장해서 입혀봐야 하나….”

-저, 후계자 님.

“…?”

-지금 가는 요새 말입니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을 물리치고 나면 악마들이 다시 날뛰지 않을까요?

아키서스 교단의 NPC들은 기껏 호랑이 몰아냈더니 늑대가 다시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을 걱정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악마 공작 놈들이야 내가 명령해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지만, 여기 악마가 악마 공작만 있는 게 아니긴 하지.’

지금 상황은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과 악마들이 돌멩이처럼 발에 채이는 상황.

악마 공작들을 치운다고 하더라도 언제 다른 악마들이 다시 올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악마 공작들은 내심 그걸 반가워하리라.

지금 안 그래도 자신들이 멸망시킨 고대 제국 지키느라 속이 쓰릴 텐데….

“요새로 먼저 들어가자.”

-예?

“요새로 먼저 들어가서 악마들을 막을 준비를 해놔야겠다.”

-굶주린 혼돈… 을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악마 공작 놈들이 그렇게 갔는데 그 정도는 하겠지. 그것도 못 하면 진짜 악마 공작도 아니다.”

태현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만신전의 표식도 혼자서 깬 게 억울해 죽겠는데 만약에 이번에도 해결 못 하고 빌빌대면 그냥 살아 움직이는 폭탄으로 써야 했다.

“다들 변장부터 하자고. 악마들이 아키서스 교단인 거 보면 괜히 좋을 거 없으니까.”

-과연…!

아군인 악마 공작들도 속이려는 태현의 각오에, 아키서스 교단 NPC들은 감탄했다.

후계자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변장에 성공합니다!]

[추가 보너스를….]

[….]

[….]

“자. 우회해서 요새로 들어가자! 내가 먼저 들어가서 길을 찾아놓겠다!”

* * *

키도가오넬은 다른 방향으로 공간이동을 몇 번 반복해서 쫓아오는 악마 공작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런 다음 다시 공간이동을 시전해 원래 목표로 향했다.

-멍청한 악마 놈들. 놈들은 절대 내 공방을 찾아내지 못할 것이다!

키도가오넬은 음흉하게 웃으며 자신의 목적지로 향했다.

그도 그럴 것이, 키도가오넬의 비밀 공방은 놀랍게도 제국 요새 지하에 있었던 것이다.

원래 제국 출신 마법사인 키도가오넬이었기에 가능한 위치!

설마 악마들은 지금 공략하려고 하는 요새 지하에 그런 비밀 공방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하리라.

-그래도… 악마 공작 놈들을 상대하려면 쓸만한 종들이 필요하겠군.

키도가오넬은 은신 마법으로 기척을 숨기고 움직였다.

지금 밖이 악마와 굶주린 혼돈으로 떠들썩한 만큼, 요새 안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전사, 사제, 마법사 등등 이곳저곳을 동분서주하며 정신없이 바빴던 것이다.

이런 상황인 만큼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이 몇몇 납치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정신 제압! 날 따라와라.

-정신 제압! 공방으로 가라!

키도가오넬은 악마 공작을 상대할 준비를 하기 위해 몇몇 쓸만해 보이는 놈들을 공방으로 납치했다.

-정신 제압!

[회피에 성공합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

[????]

그리고 그 중에는 태현도 있었다.

‘뭐야 이 새끼?’

태현은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일행들이 들어오기에 앞서, 먼저 들어가서 길을 확보하고 요새 안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었는데….

웬 미친 마법사 놈이 갑자기 뿅하고 나타나더니 <정신 제압>!하고 마법을 날린 것이다.

회피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

‘뭐하는 놈이지 이 새끼?’

-움직여라! 굶주린 혼돈 님께서 날 기다리고 계신다!

“…!”

태현은 일단 움직였다. 주변을 보니 홀린 듯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NPC들이 있어서 따라하는 건 쉬웠다.

‘케인이 평소에 짓는 표정을 떠올려보자.’

태현은 매우 멍청한 표정을 짓고 NPC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빠르게 생각이 돌아갔다.

‘저거 굶주린 혼돈 하수인이 요새에 침입한 건가? 악마 공작 놈들 일처리 못하네. 하긴 뭐 하수인 도망치는 걸 다 잡을 수는 없겠지만….’

태현은 아직 상대가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인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대마법사의 공방에 입장합니다!]

[요새 지하에 비밀리에 건설된 이 공방은, 주인 말고는 아무도 존재를 모르는 비밀스러운 곳입니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

“…?”

뭔가 이상한데?

태현은 슬슬 상대가 일개 하수인이 아닌 것 같기 시작했다.

그런 것치고는 좀 많이 거창했던 것이다.

-들어라, 하찮은 미물들아. 지금부터 내가 내리는 명령을 잘 들어라! 여기에 있는 타락자들은 과거부터 미래까지 굶주린 혼돈을 영원히 섬길 충실한 종들이다. 이 타락자들을 모으기까지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렸단 말이다! 알겠느냐!

[고대 제국 관련 지식이 많습니다!]

[NPC의 정체를 알아차립니다!]

[고대 제국의 은익기사단장….]

[파이토스 교단의 성기사단장….]

[….]

‘아니. 이런 미친놈이?’

태현은 깜짝 놀랐다.

벽 한쪽에 언데드처럼 마법진 위에 서있던 NPC들이 생각보다 훨씬 굉장한 이들이었던 것이다.

지금 이걸 굶주린 혼돈의 종으로 부리겠다고?

‘폭탄이 어딨더라….’

태현은 폭탄 위치를 확인한 다음 언제 어떻게 터뜨려야 잘 터질지 고민했다.

상대도 평범한 하수인 같지는 않은데….

-내게 충성해라!

-예!

“예!”

-정해진 대로, 이 타락자들에게 영약을 넣어줘라! 각종 마물의 피와 희귀한 광물로 만든 영약이다!

‘저건 훔쳐야겠군.’

키도가오넬은 설마 자신이 데리고 온 노예들 중에 제정신인 놈이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심지어 그게 아키서스의 화신이라니.

어느 누가 예상을 할 수 있겠는가?

-자, 내가 뭐라고 명령을 했지? 다시 말해봐라.

-타락자들의 피를 뽑아서 영약을 만들어서 마물들한테 먹입니다. 광물도 먹입니다.

-아니야! 이 멍청한 놈들. 하여간 지능이 부족한 놈들은 알려줘도 못 알아먹는다니까.

키도가오넬은 짜증스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정신 제압으로 노예를 부리는 건 좋았지만, 워낙 어려운 일인 만큼 지능이 부족한 인간들은 실수가 잦았다.

-다음! 내가 뭐라고 명령을 했지?

“각종 마물의 피와 희귀한 광물로 만든 영약을 정해진 시간마다 타락자에게 넣습니다!”

-훌륭하다! 다행히 똘똘한 놈이 하나 있었던 모양이로군!

태현의 빠릿빠릿한 대답에 키도가오넬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 사악한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을 화술 스킬로 속여 넘깁니다!]

[<화술의 극한> 퀘스트 내용이 변경됩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화술의 극한-최고급 화술 스킬 퀘스트>

전설적인 경지에 이르는 것은 어떤 스킬이든 쉽지 않지만, 화술 스킬이라면 특히 그렇다.

당신은 수많은 존재들을 속이고, 분노에 빠뜨리고, 설득하면서 혀의 달인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설적인 경지가 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위대한 업적들이 필요하다.

다음과 같은 적들 상대로 어려운 난이도의 화술 스킬을 성공시켜라!

(악마 공작:1/1)

(드래곤:1/1)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1/1)

(상급천사:1/1)

(국왕:0/1)

갱신되는 전설 화술 스킬 퀘스트.

태현은 퀘스트 갱신도 갱신이었지만 다른 것에 깜짝 놀랐다.

‘이 자식,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이었나?!?!’

아니….

그러면 악마 공작 이 새끼들은 대체 밖에서 누구하고 싸운 거지??

* * *

황당한 건 황당한 거고, 태현은 일단 열심히 일(하는 척)을 했다.

같이 정신 제압당한 NPC들과 함께 주변 장비를 열심히 닦고, 쓰레기를 치우고, 창고에서 재료를 갖고 오고….

그러는 동안 키도가오넬은 타락자 중 뭘 깨워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악마 공작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뭘 꺼내야 할까?

-역시 성기사단장이 좋겠군. 영약을 좀 더 투여한 다음… 시간을 들여서 숙성시키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겠지.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

태현은 그러는 사이 키도가오넬의 창고를 닥치는 대로 털고 있었다.

대마법사는 자신의 등 뒤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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