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622화 (1,621/1,826)

§ 나는 될놈이다 1622화

“뭔가 이상한데.”

“왜 갑자기…?”

“아냐. 고대 제국 요새면 좋은 걸지도 몰라.”

유성 게임단 선수들이 자기들끼리 떠드는 사이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고대 제국 타락자가 깨어납니다!]

[지하에서 오랫동안 굶주린 혼돈의 힘을 받아들여 깨어난 고대 제국 타락자는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 중에서도 가장 사악하고 역겨운 존재입니다!]

“…!”

이세연은 깜짝 놀랐다.

언데드 중에서도 그냥 바로 소환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꾸준히 기다려야 소환할 수 있는 언데드들이 있었다.

마치 알이 부화하는 것처럼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나올 수 있는 소환수들!

지금 눈앞의 고대 제국 타락자도 그런 존재였다.

먼 옛날부터 지하에서 굶주린 혼돈의 힘을 축적하다가 이제야 깨어난 존재들.

“전투 준비. 만만한 적들이 아니야!”

“알겠습니다!”

이세연의 외침이 떨어지자마자 유성 게임단 선수들은 각자 위치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굶주린 혼돈이 무섭다지만 그들도 작정하고 준비하고 온 랭커들.

새로 본 적에 겁먹고 얼어붙을 정도로 약하진 않았다.

게다가 그들의 뒤에는 이세연이 있지 않은가!

[고대 제국 타락자가 깨어납니다!]

[지하에서 오랫동안 아키서스의 힘을 받아들여 깨어난 고대 제국 타락자는 아키서스의 하수인 중에서도 가장 사납고 난폭한 존재입니다!]

“또!?”

“함정이다! 일단 후퇴하는 게 낫지 않나!?”

뒤에서 포로로 묶여 있던 제카스가 외쳤다.

아무리 봐도 상황이 이상했던 것이다.

아무런 징조도 없이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다니.

-필멸자들이여… 죽어라!

-네가 먼저 죽어라!

쾅!!!

“…??”

“뭐야?”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고대 제국 타락자들이 갑자기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크르르… 미쳐 버린 것이냐!

[고대 제국 타락자가 굶주린 혼돈의 촉수를 시전합니다!]

-신은. 오직. 아키서스. 하나뿐이고. 나는. 그 외의. 존재를. 파괴한다!

[고대 제국 타락자가 아키서스 검법을 시전합니다!]

콰콰콰콰쾅!

주변을 박살내며 싸우는 고대 제국 타락자들.

이세연은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명령을 내렸다.

“왼쪽! 왼쪽부터 공격해.”

“예!”

일단 한쪽이 아키서스 관련 능력을 쓰는 걸 보면, 어떻게 된 건지는 몰라도 지금은 모험가 편 같았다.

그렇다면 반대쪽을 공격할 뿐.

‘…그런데 진짜 어떻게 된 거지?’

왠지 아키서스 관련된 거 보니까 김태현이 엮인 거 같은데…?

* * *

“일단 이 신전을 다시 짓자.”

-….

-개수작 부리지 마라.

악마 공작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니, 굶주린 혼돈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이 신전을 다시 지어야 한다니까? 날 못 믿나?”

-굶주린 혼돈 따위는 우리 공작들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신전 벽 같은 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 놈들이 만신전의 표식 하나 못 부수고 헥헥댔냐?”

-….

-….

[악마 공작들이 화술 대결에서 패배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야. 도와줘라.

악마 공작들은 매우 씁쓸한 표정으로 부하들을 내줬다.

저 아키서스 놈이 앞으로 만신전의 표식을 몇 번이고 써먹을지 알 수가 없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이 다시 건설됩니다!]

[미래에서 아키서스 교단의 영향력이 늘어납니다.]

[….]

[….]

“어, 너무 빨리 짓는 거 아닌가?”

아무리 악마들이 돕는다지만 너무 빠르게 지어지는 신전의 모습에 태현은 살짝 당황했다.

어차피 악마들도 부려먹을 수 있는데 좀 더 호화롭게 짓는 게 낫지 않나?

-어차피 신전 건물은 또 무너질 겁니다. 그렇다면 공을 들이기보다는 빠르게 지어올린 뒤 함정을 여러 개 설치하는 게 낫겠죠.

-맞습니다. 중요한 건 신전 건물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후계자님. 적을 하나라도 더 같이 죽이겠다는 그 마음!

“….”

보통 ‘아키서스 교단에 대한 신앙심!’이라고 하지 않나?

[카르바노그가 저것도 어떻게 보면 신앙심이라고….]

‘그렇게 말한다고 달라지지는 않는 것 같은데.’

신전 건물들이 지어지는 그 짧은 사이에, 태현은 이번에 굶주린 혼돈을 잡고 얻은 보상들을 확인했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 8을 찍고 얻은 보상들!

<제국 소환 광선 장난감>

다른 곳에 있는 사람을 소환할 수 있는 장난감입니다.

새로 추가된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 제작법.

기계공학 스킬 8을 찍은 덕분에 열린 제작법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좀 심심하다?’

저번에 나온 토끼 광선 장난감은 살벌할 수준의 파괴력을 가진 폭탄이었는데, 이번 장난감은 그냥 소환이라니.

물론 소환 능력은 나쁜 능력이 아니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훨씬 쓰기 좋은 능력이었다.

‘내가 자극에 너무 미친 거 같기도….’

하도 이상한 아이템만 나오다 보니 이제 멀쩡한 아이템이 나오면 ‘심심한데?’하고 생각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태현은 살짝 반성했다.

[카르바노그가 이거 적도 소환 가능하냐고 묻습니다.]

‘적? 그게 될 리가….’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딱 봐도 멀리 있는 아군을 불러오라고 만든 장난감이지, 적을 불러오라고 만든 장난감이 아닌 것이다.

[카르바노그가 그래도 한 번 시험해보자고 말합니다.]

‘알겠어. 그렇지만 어차피 실패 뜰 텐데….’

카르바노그가 저렇게까지 말하자 태현은 한 번 실험은 해주기로 약속했다.

사실 아군도 어디까지 소환이 되는지 알 수 없는 와중에 적군부터 실험하는 게 좀 어이없긴 했지만….

‘다음은 <악마의 기계공학 비전> 제작법이군.’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 말고도 악마의 기계공학 비전이 있었다.

악마 마력 추출기, 악마 빙의 대포, 악마 빙의 톱날검 등등의 걸출한 아이템들을 만들어낸 비전!

태현은 살짝 기대하며 확인했다.

[<악마를 충성하게 만드는 기계개조갑옷> 제작법을 확인했습니다!]

[<악마를 충성하게 만드는 기계개조갑옷>은 악마들의 충성심 부족을 안타까워한 한 악마 대장장이의 고민으로 탄생한 걸작입니다.]

[부상으로 쓰러진 악마를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 이 갑옷을 입힌다면, 그 악마는 기계공학의 힘으로 다시 부활할 것입니다. 또한 그 은혜를 잊지 않고 당신에게 충성할 것입니다!]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이거….

이거 아무리 봐도 충성이 아니라….

세뇌 장치 아니야…?

‘하긴 뭐 구시온도 우리에 오래 가둬 놓으니까 천사 되던데. 나쁘진 않군.’

태현은 1초 만에 받아들였다.

혼란스러운 시대에는 가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하는 법!

* * *

-후계자님! 적들의 움직임을 알아왔습니다.

현재 아키서스 신전 주변에는 아키서스 교단 NPC들 말고도 고대 제국 주민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태현이 나타났다는 소문에 이곳이 안전한다고 생각해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이 찾아온 NPC들은 악마 공작들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으악! 악마들이다!

-걱정하지 말게. 후계자님이 부리는 악마들이야.

-아. 아키서스 교단에서 부리는 악마였군요? 그럼 그렇지.

-이야. 사납게 잘 키웠습니다? 뭘 먹이고 키우신 거죠?

…놀라기만 하고 적응은 빠르게 했다.

“적들의 움직임이라니?”

-새로 나타난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이 이상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요!

<미래를 향한 씨앗-굶주린 혼돈 토벌 퀘스트>

한때 굶주린 혼돈은 악마들과 함께 고대 제국을 파괴했었으나, 악마 공작들이 비열하게 아키서스와 손을 잡자 그 생각을 바꿨다.

굶주린 혼돈은 악마들을 포함한 고대 제국의 강자들을 손에 넣어 미래로 보낼 생각이다!

이 타락한 자들이 미래에서 깨어난다면 굶주린 혼돈에게는 커다란 힘이 되리라.

보상:?, ???

[지도에 위치가 추가됩니다!]

“…막으러 가야겠다! 악마 공작들. 움직여라!”

-아키서스 네놈의 신전을 지키기 위해서 움직이는 거냐? 정확한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면 네놈의 수작에 넘어갈 생각이 없….

“굶주린 혼돈이 악마들 붙잡아서 타락시킨 다음 미래로 보내버린댄다!”

-…!!

-…!!!

-어떻게 그렇게 파렴치한 짓을…! 악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로운 의지인데!

구시온은 분하다는 듯이 외쳤다.

그 모습에 구시렉은 상상할 수 없는 얼간이를 보는 눈빛으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미친놈 아니야 저거?’

“굶주린 혼돈이 악마들을 붙잡는 걸 막아야 한다!”

-굶주린 혼돈, 이 자식이 정말 보자보자 하니 선을 넘는구나!

-감히 고대 제국을 멸망시키는 악마들을 방해해!!

[악마 공작들이 분노합니다!!]

[….]

[….]

“가자!”

-가겠다. 아키서스! 이번만은 네 지휘를 따라주겠다!

악마 공작들은 하나둘씩 나섰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태현은 다시 돌아섰다.

“신전 안에 대장간 있나?”

-예? 예. 그런데 같이 지휘를 하셔야 하지 않…?

“악마 공작쯤 됐으니까 알아서 잘 싸우겠지. 난 제작 좀 하고 가야겠다. 있는 재료 모두 갖고 와라!”

-죄송합니다. 후계자님. 지금 신전에 재료가 별로 없어서….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태현은 멈칫했다.

“잠깐. 주변에 건물들이 많던데, 여기 도시 아닌가? 다른 신전들도 있지 않나?”

-예.

“그 신전들 창고에서 잠깐 빌려오면 되지 않나? 지금 안 쓰고 있을 텐데.”

-그… 그런! 그런 참신한 방법이!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후계자님!

-후계자님은 진실로 총명하십니다!!

NPC들의 호들갑에 태현은 겸손하게 대답했다.

“난 그저 아키서스의 뜻을 따를 뿐이지.”

[악명이 오릅니다!]

* * *

-굶주린 혼돈 놈, 배신을…!

이미 과거의 악마들은 공격을 받고 있었다.

설마 이런 상황에서 굶주린 혼돈이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악마들은 고대 제국 요새를 공격하다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네놈들이! 네놈들이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감사할 줄 알아라. 너희 같은 하찮은 악마 놈들이 굶주린 혼돈 님의 하수인이 될 기회를 얻는다는 것에!

[굶주린 혼돈의 군단장, 사악한 대마법사 키도가오넬이 술법을 시전합니다.]

[악마가 타락자로 변합니다!]

-안 돼! 이 자식! 놓아라!

-후후, 제법 주인에게 충성하는 놈이로군!

-안 돼!! 이번에 영혼들을 포식해서 힘을 늘리면 주인님을 배신하고 새 악마 공작이 되려고 했었는데!!

-…이 자식은 쓰레기 같은 놈이니 그대로 치워버려라! 다른 놈을 타락자로 만들어야겠다!

키도가오넬은 악마를 터뜨려버린 다음, 다른 악마를 타락자로 만들기 위해 다가갔다.

굶주린 혼돈의 힘이 넘실거리며 악마에게 접근했다.

-대마법사님. 적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또! 어떤 놈들이냐. 아키서스 놈들이냐?

키도가오넬은 불쾌하다는 듯이 망토를 휘두르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방해할 놈은 하나밖에 없었다.

아키서스 교단이겠지!

-아키서스 교단 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 들어오느냐! 같잖은 네놈들을 붙잡아서 모조리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으로 만들어주겠다!

키도가오넬의 외침에, 안 그래도 빡친 악마 공작들은 극도로 분노했다.

저 건방진 자식이 지금 누구를 아키서스 교단 취급해?

-굶주린 혼돈의 찌꺼기 놈…! 오늘 무사히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 네놈을 갈아버릴 테니까!

[대검공, 에다오르가 분노로 폭주합니다!]

-아니?! 악마 공작들…! 오해가 있는 것 같군! 들어봐라! 악마 공작…. 큭!!

뒤늦게 악마들이란 걸 깨달은 키도가오넬은 다급히 설득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분노한 악마 공작들은 귀를 닫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죽어라!

-이런 멍청한 놈들! 제국이란 적을 앞에 두고 분열을 하겠다는 거냐!!

자존심 강한 두 세력의 양보 없는 싸움에, 요새 안에 있던 고대 제국 사람들은 황당해했다.

쟤네들 왜 싸우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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