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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20화 (1,619/1,826)

§ 나는 될놈이다 1620화

[<명성의 갑옷>이 끝납니다!]

‘!!!’

폭발에 휘말려가던 태현은 깜짝 놀랐다.

지금 이 만신전의 표식을 터뜨린 폭발은 태현의 행운 스탯만 믿고 피하기에는 지나치게 강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오염된 신성력의 파편이 당신을 공격합니다!]

[신성 권능으로 저항합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폭주하는 신성력의 파편이 당신을 공격합니다!]

[HP가 감소합니다!]

[……]

[……]

태현은 진지하게 아껴뒀던 다른 스킬을 하나 더 써야 하나 고민했다.

정작 굶주린 혼돈 상대로도 버텼는데, 그 뒤의 폭발 때문에 목숨 하나를 잃는다고?

‘그건 정말 너무 말도 안 되는….’

-주인님!!

“???”

태현은 저 앞에서 눈부신 빛이 폭발을 몰아내고 달려오는 것을 깨달았다.

장엄하기까지 한 빛의 도착이었다.

-주인님!! 제가 왔습니다!!

“용용이냐!?”

태현은 물어보다가 멈칫했다.

어라?

용용이 목소리가 아닌데?

-아닙니다!!

“…….”

그건 구시온이었다.

전투천사로 변한 구시온이 폭발을 뚫고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

“…….”

카르바노그와 태현 모두 할 말을 잃고 당황스러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구시온은 온몸으로 폭발을 부딪혀서 이겨내며 날아왔다.

-주인님, 제 손을 잡으십시오!

“으… 으응!”

-구시온! 구했나!

뒤에서 다른 악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광기공 에슬라의 목소리였다.

-구했습니다!

-알겠다. 빠져나가겠다!

[광기공, 에슬라가 광기의 폭풍을 시전합니다!]

[폭발이 주변을 침범하지 못하고 밀려납니다!!]

에슬라는 어마어마한 힘으로 덮쳐오는 폭발을 잠시 막아내고 태현과 구시온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이대로 빠져나가야겠군. 최선을 다해 달려라!

에슬라는 마계의 마수들이 앞에서 끄는 전차를 타고 있었다. 거기 위에 재빨리 태현을 태운 에슬라는 구시온도 태우려다가 멈칫했다.

-너는 앞에서 같이 끄는 게 낫겠군.

“아니 너무 심한…?”

-아닙니다! 그게 맞습니다!

구시온은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에슬라가 끌고 온 마수들 사이에 자리 잡고 전차의 줄을 몸에 맸다.

그리고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옆 좌석에 앉아 있던 에슬라가 감동받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키서스는 정말 좋은 천사를 두었군 그래.

“…….”

[…….]

뭔가….

뭔가 기분이 기기묘묘하다…!

* * *

[스스로를 희생해서 만신전의 표식을 파괴하고 굶주린 혼돈을 몰아냈습니다!]

[이는 마계에서 어떤 악마 공작도 세운 적이 없는, 위대한 업적입니다!]

[마계의 악마들이 당신에게 빚을 졌습니다!]

[마계에서 평판이 크게 높아집니다!]

[마계에서 평판이 더 이상 높아질 수가 없습니다!]

[악마왕 퀘스트 관련해서 공적치 포인트가 크게 오릅니다!]

[……]

[……]

“다른 악마 공작들은?”

-아쉽게도 다 살아 있지.

[?]

에슬라는 진지하게 아쉽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폭발이 조금만 더 가까이 왔어도 악마 공작들을 같이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참. 계략공은 죽었네. 레비아탄이 결국 놈을 삼켜버렸지.

“저런. 정말 안타까운 일이군.”

-그다지? 약해서 죽은 걸 누굴 탓하겠나.

폭발이 끝나고 자욱한 안개와 연기가 사라지자 각자 진영에 있던 악마 공작들은 하나둘씩 가운데로 모이기 시작했다.

악마 공작들의 표정은 다들 반쯤 정신이 빠져 있는 표정이었다.

워낙 대전투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폭발 때문이 더 컸다.

악마 공작들 입장에서 아키서스가 저런 폭발을 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좀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설마 저걸 또 일으킬 수 있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아키서스 놈이라고 하더라도 저런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지는 않을 터.’

“다들 괜찮나?”

-으음. 괜찮다.

-굶주린 혼돈 놈이 비열하고 치사한 수작을 쓰긴 했지만 우리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지.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악마 공작들을 쳐다보았다.

이 새끼들 만신전의 표식 때문에 모기향 앞의 모기들처럼 빌빌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센 척이야?

“그래… 뭐… 무사하니 다행이다. 내가 굶주린 혼돈의 요새에 침투해서, 내가 굶주린 혼돈을 공격하고, 내가 굶주린 혼돈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

-…….

악마 공작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장 짜증 날 때가 아키서스 놈에게 반박할 수 없을 때!

“참. 정말로 계략공 모스락이 쓰러진 거냐?”

-아. 놈은 죽었다.

-악마도 때가 되면 죽는 법이지. 마계의 섭리랄까.

-꿀꿀. 맞다. 맞아.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이 새끼들 지들 경쟁자라고 진짜 너무하는 거 아니야?’

물론 모스락을 미끼로 삼은 태현이 할 말은 아니긴 했지만, 대놓고 ‘야 모스락 갔냐? 갔지? 아 그 새끼 재수 없었다니까’ 하고 떠드는 악마 공작들이 어이없는 건 사실이었다.

-모스락의 영역은 내가 통치하도록 하지.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냐? 가장 가까운 내가….

-생전 계략공과 친했던 건 나다.

-꿀꿀. 가장 젊은 악마 공작이 통치해야 한다.

굶주린 혼돈이 사라지자마자 자기들 욕심부터 챙기려는 악마 공작들의 모습에, 에슬라가 나섰다.

-모두들 지금 중요한 걸 잊은 것 같군.

-깜짝 놀랐잖나! 조용히 다가오지 마라, 광기공!

-내 뒤에 서지 마라. 광기공! 네놈이 내 뒤에 서면 소름 끼친다!

[카르바노그가 조금 불쌍하다고 말합니다.]

‘아니. 별로 안 불쌍한 듯.’

에슬라 말하는 거 보면 딱히 저런 취급을 받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악마 공작들 입장에서 에슬라는 언제라도 자기들을 찌를지 모르는 사이코패스처럼 보이리라!

-지금 굶주린 혼돈이 물러났지만, 이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 대륙이 여전히 굶주린 혼돈의 손아귀에 있기 때문이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기 마련. 대륙을 내버려 두면 계속해서 굶주린 혼돈은 관문을 만들어 공격해 올 것이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광기공? 설마… 설마 대륙으로 가서 굶주린 혼돈을 공격하자는 건가??

-나는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보네.

에슬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악마 공작들은 매우 거부감을 드러냈다.

자기 땅을 지키는 것도 자기가 하기 싫어하는 악마 공작들인데, 대륙으로 나가서 굶주린 혼돈을 공격하라니.

그게 말이나 된단 말인가.

-벌써부터 대회의의 약속을 깨려는 악마 공작들이 나오는 게 슬프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겠네. 참가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나 혼자서라도 아키서스의 후계자를 도와 내려갈 수밖에.

-꿀꿀. 나도 가겠다.

-???

악마 공작들은 에슬라와 골라돈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다 같이 가기 싫어해도 모자랄 판에 먼저 나서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어째서?

-아…!

구시렉은 뒤늦게 깨달았다.

악마왕의 지팡이!

안 그래도 악마왕의 지팡이를 손에 넣기 위해 공적치를 쌓아야 하는데, 이번에 굶주린 혼돈과 싸우면서 추태만 보인 것이다.

에슬라와 골라돈은 그걸 깨닫고 대륙으로 가려는 게 분명했다.

-광기공만 대륙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 저놈이 혹시 ‘그 지팡이’를 손에 넣기라도 한다면….

-!!!

다른 악마 공작들도 상황을 깨닫고 대경실색했다.

다른 악마 공작한테 지팡이를 주는 것도 참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광기공은 정말 정말 위험한 일이었다.

-…대회의의 약속을 그리 쉽게 깰 수는 없지. 또한 굶주린 혼돈 놈이 마계를 노리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 있겠는가.

-맞아! 굶주린 혼돈이 다시는 마계를 넘보지 못하도록 영원히 저 어둠 속에 가둬버려야 한다!

악마 공작들은 일치단결해서 외쳤다.

태현은 에슬라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고맙군. 에슬라. 덕분에 지휘가 편해졌어.”

-뭘. 아키서스. 어떻게든 대륙에 끌고 내려가야 또 한 명을 제거할 수 있지 않겠나?

“…….”

[카르바노그가 이제 진짜 안 불쌍하다고 말합니다.]

* * *

악마 공작들은 기본적으로 마계에서 다른 곳으로 갈 때 힘이 약해지기 마련.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악마 공작들은 어마어마한 존재들이었다.

하물며 그 악마 공작들이 여럿 모여 있는 만큼, 대륙으로 가는 길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음악공 구시렉이 만들어 놓은 차원문을 사용하도록 하지.

악마 공작들은 대륙에 소환될 때를 대비해서 몇 개의 차원문들을 갖고 있기 마련.

구시렉은 그중 하나를 내놓았다.

-감사하게 여겨라. 아무런 대가 없이 내 차원문을 제공해 주는 것이니.

-성질 한 번 더럽게 치졸하군. 오히려 이 차원문을 우리가 이용해 주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맞는 말이다! 이 차원문이 오염되어 있거나 조잡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우리의 힘을 더 빼앗아 가면 네놈이 책임이라도 질 거냐?

-…이런 개자식들이 진짜!

구시렉은 분노해서 악기를 집어 들려고 했다.

그러자 에슬라가 사이에 끼어들어서 말렸다.

-다들 진정하도록! 지금 싸울 거면 순서를 정해서 1:1로 싸우도록 하세. 내가 결투를 주관할 테니.

-…….

-…….

-출발하도록 하지.

-그러자고.

악마 공작들은 진짜 광기 앞에서 정신을 차렸다.

에슬라가 입맛을 다시며 싸움 붙이려고 하는 모습이 정말 소름 돋았던 것이다.

저 새끼 저거…!

아키서스보다 더 소름 끼친다!

[구시렉의 차원문이 가동됩니다!]

[대륙으로 이동하시겠습니까?]

파아앗!

하나둘씩 일행이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태현도 마지막으로 일행과 함께 차원문 안으로 들어갔다.

[구시렉의 차원문으로 진입했습니다.]

[현재, 대륙은 굶주린 혼돈의 침입으로 인해 불안정합니다!]

[굶주린 혼돈이 펼치고 있는 사악한 의식으로 인해 차원문이 왜곡됩니다!]

[시공이 뒤틀립니다!!]

“!!!”

구시렉을 믿는 게 아니었나!?

* * *

[카르바노그가 대륙은 맞는 거 같다고 말합니다.]

-으… 으윽. 이, 음악공 멍청한 놈…!

-차원문 하나 제대로 열지 못해서 미아로 만들어!?

정신을 차린 악마 공작들이 곳곳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태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륙 같기는 한데 묘하게 낯설었다.

하늘은 검붉게 타오르고 있고 주변은 완전히 폐허인 게…?

<과거로부터의 습격-굶주린 혼돈 토벌 퀘스트>

마계의 차원문을 이용해 대륙으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굶주린 혼돈의 힘은 대륙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대륙의 모험가들이 저항하고 맞서 싸우자 굶주린 혼돈은 다양한 방법으로 모험가들을 쓰러뜨리려고 합니다.

과거로 돌아온 이상, 굶주린 혼돈의 군세를 막아내고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을 지키십시오!

보상: ?, ???

“!!!”

[굶주린 혼돈의 야수 군단이 몰려옵니다!]

-굶주린 혼돈의 하수인들이다!

-아주 잘 만났군! 안 그래도 네놈들을 찢어 죽이고 싶었는데!

악마 공작들은 앞에서 달려오는 짐승무리를 보고 잘 되었다는 듯이 소리를 쳤다.

안 그래도 만신전의 표식 때문에 굴욕을 당한 일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분풀이를 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산산조각을 내주마!

-잠깐. 그래서 여기는 어디인 거지? 어디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 아닌가?

-묘하게 낯이 익군. 저 부서진 문양… 건물… 어엇, 설마 신전…?

“악마 공작들!! 굶주린 혼돈의 야수 군단이 몰려온다! 다들 전력을 다해서 싸우지 않으면 전멸할지도 모른다!!!”

-아, 아니. 아키서스의 후계자. 그 정도까진 아닌 것 같은데?

구시렉은 당황해서 말했다.

굶주린 혼돈의 부하들도 급이 있었다.

저 야수 군단은 그냥 흔한 마수들을 길들여서 보낸 수준.

악마 공작들이라면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는 거냐! 그러니까 차원문이 오염된 것도 모르고 미아를 만들지!”

-…….

구시렉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태현은 구시렉이 입을 다문 틈을 타 악마 공작들을 재촉했다.

여기가 아키서스 교단의 신전이라는 걸 들키면 귀찮아진다!

“다들 앞으로 전진해라! 야수 군단에게 포위당하면 위험하다!”

-아키서스 놈이 왜 저러는 거지?

-설마… 우리를 못 믿어서 저러는 건가?

-이 자식. 표식 때문에 힘을 조금 못 썼을 뿐인데 너무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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