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619화 (1,618/1,826)

§ 나는 될놈이다 1619화

-뭐야? 뭐야?!?

-표식이 이상하다! 표식이 오염됐다!!

-저놈 아키서스의 후계자 아니냐!?

-아키서스의 후계자가 어떻게 이 요새 안에 들어온단 말이냐! 저것도 가짜 환영이다!

-일단 붙잡아라!

-아니야! 표식부터 확인해라!

[야만족들이 혼란에 빠집니다!]

고맙게도 요새 안에 있던 야만족들은 혼란스러워하며 바로 대응하지 못했다.

태현은 기회다 싶어 바로 화술 스킬을 사용했다.

“나는 토끼 부족의 대전사다!”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현재 적들이 혼란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추가 보너스를….]

[….]

-토끼 부족의 대전사다!! 토끼 부족이 왔다!!

-아니, 토끼 귀가 없어! 저놈은 토끼 부족이 아니야!

-귀를 접어서 수납한 거다!

-귀를 잘라내서 위장한 걸지도 몰라!

‘섬뜩한 소리를 하고 있네.’

태현은 황당해하면서도 바로 다음 작업에 들어갔다.

“악마 공작이 굶주린 혼돈 님을 암살하기 위해 요새 안에 침입했다! 굶주린 혼돈 님을 지켜라!”

-악마 공작이 들어왔다!!

-어디? 어디에 들어온 거냐!

-잠깐, 침입자 놈이 지껄인 소리 같은….

“표식을 지켜라! 표식이 오염됐다!”

[….]

[….]

마치 낚싯대를 던질 때마다 물고기가 족족 낚여주는 것 같은 손맛이 여기에 있었다.

기본적으로 화술 스킬에 약한 수인족 부족들!

고대 곰 부족들은 태현을 상대로 귀를 막는 기지를 발휘했다지만, 아무래도 그 후예들은 그 정도의 번뜩임을 보여주진 못했다.

모두 동작을 멈추고 저놈을 붙잡아라!

굶주린 혼돈이 거칠게 호령했다.

야만족들이야 좀 속여 넘겨도 굶주린 혼돈까지 속이지는 못한 것이다.

드디어 상황 파악을 끝낸 굶주린 혼돈은 태현을 가리키며 분노했다.

그러나 굶주린 혼돈도 태현이 표식에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 알아차리지는 못한 것 같았다.

표식이 힘을 잃어버리지 못하도록 막아라! 주술사들아, 오염을 해독해라!

-알겠습니다!

부족 주술사들은 허겁지겁 달려가서 표식에 걸린 오염을 풀려고 애썼다.

그러나 표식은 오염이 된 게 아니었다.

-…??

-???

부족 주술사들이 슬슬 이상함을 깨닫고 있을 때, 태현은 전력으로 요새 벽을 뛰어넘었다.

“<황제 살해자의 분노>!”

[황제 살해자의 분노를 시전합니다!]

[옷에 잠재된 기운을 사용해 황제 살해자의 능력을 극대화시킵니다.]

[어마어마한 속도 보너스를 받습니다!]

“<아키서스의 상급 비전 방어>, <아키서스의 상급 마법 해제>, <아키서스의 상급 마법 흡수>, <아키서스의 상급 광역 결계>!!”

태현은 닥치는 대로 아이템에 장전되어 있는 방어 스킬들을 갈겼다.

판온에서 손꼽히는 아다만티움 갑옷에 담겨 있는 스킬이었지만 전혀 안심되지 않았다.

-막아라! 놈을 막아라!

-목숨으로라도 막아!

야만족 전사들이 뒤늦게 태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태현을 죽이려는 게 아닌, 태현의 발목을 붙잡고 늘어져서 어떻게든 포위하려는 속셈!

원래라면 이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 상황은 최악이었다.

“비켜라! 같이 죽기 싫으면!”

-허세를 부리는구나!

“…허세 아니야 미친놈들아! 비키라니까!”

놈의 말을 듣지 마라!

-또 아키서스가 우리를 속이려고 한다!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아라!

태현은 이를 갈며 곰 수인족 전사한테 공격을 집어넣어서 틈을 만든 다음 사이로 뛰었다.

채 1초도 걸리지 않는 동작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속도가 살짝 느려졌다.

‘괜찮나?! 괜찮….’

그 순간, 뒤에서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어마어마한 힘의 폭풍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만신전의 표식>이 폭발합….]

“<명성의 갑옷>!!!”

태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스킬을 사용했다.

태현이 가진 예비 목숨 스킬 중 하나.

명성의 갑옷!

[이제까지 쌓은 명성이 모든 공격을 막는 절대적인 갑옷으로 변합니다!]

쿨타임은 지독하게 길었지만, 스킬은 그럴 만한 값어치를 했다.

태현처럼 난이도 높은 퀘스트만 깨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압도적인 명성 스탯에 대한 보상과도 같은 스킬!

일시 무적이라는 사기적인 효과가 태현을 감싸고, 그 뒤로 폭풍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만신전의 표식>이 폭발합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최고급 기계공학 스킬이 8로 변합니다!]

[<악마의 기계공학 비전>이 열립니다. 새로운 제작법이 추가됩니다!]

[<고대 제국 장난감 비전>이 열립니다. 새로운 제작법이 추가됩니다!]

* * *

[기계공학 스킬이 더욱 올랐습니다.]

[거대한 기계성이 더욱더 완전해집니다!]

[기계성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아직 완전하게 변하기에는 기계공학 스킬이 부족합니다!]

[기계공학 스킬을 더욱더 올리십시오.]

[기계성으로 변한 덕분에 성벽의 방어력이 더욱 올라갑니다!]

[영지의 대장장이 기술 스킬에 추가 보너스가….]

[영지의 기계공학 스킬이….]

[….]

[….]

[….]

“?????”

“뭐, 뭐야?!”

골짜기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영지가 미친 듯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굶주린 혼돈의 습격인가!?”

“아니. 이건 그냥 평범한 골짜기 이벤트다! 굶주린 혼돈의 습격이라면 좀 더 예고가 있었을 거야!”

“이, 이 상황에서 태연하게 저러는 사람들은 뭐지? 미친 사람들인가?”

선량한 일반 플레이어들은 황당해했다.

이 와중에도 골짜기에서 고일 대로 고인 플레이어들은 겁 하나 먹지 않고 자기 할 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 빨리 돌려!”

“아, 기다려 보라니까! 이게 급하게 한다고….”

“너 한 번만 더 방망이 깎는 노인 인용하면 방망이로 맞을 줄 알아.”

“…저, 저기요. 대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진이면 어쩌려고….”

“이건 지진이 아닙니다, 여러분!”

광장 곳곳에 대기하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빠르게 상황 수습에 나섰다.

“이건 골짜기의 기계성이 진화하고 있는 겁니다!”

“!”

그 말에 플레이어들은 저번에 있었던 이벤트를 떠올렸다.

[영지에 있는 <기계공학의 알>이 깨어납니다!]

[<기계공학의 알>이 깨어나서 영지의 암반과 융합합니다!]

[거대한 기계성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삼중 성벽 끼고 있던 대도시가 기계 다리 생겨서 벌떡 일어서더니 온몸에 로켓 배출구와 무기들을 주렁주렁 달고 움직이려고 했던 그 이벤트!

동력이 부족해서 그대로 주저앉기는 했지만, 도시가 갑자기 변신하려고 한 경험은 흔한 경험이 아니었다.

지금 그 이벤트가 다시 진행되고 있다고?

“헉… 그러면 이벤트 기념으로 행사 같은 거 하나요?”

“신성력 좀 뿌리나?”

“공적치 포인트도….”

“….”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한심하다는 듯이 플레이어들을 쳐다보았다.

플레이어들은 양심이 찔렸는지 시선을 피했다.

선량한 일반 플레이어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따졌다.

“지금 골짜기 밖에 굶주린 혼돈이 날뛰고 있는데, 공적치 포인트 이벤트 해달라는 게 말이에요?”

“아! 너도 골짜기에서 오래 지내봐! 남는 건 공적치 포인트밖에 없어! 굶주린 혼돈을 막는 건 막는 거고, 공적치 포인트는 공적치 포인트대로 챙겨놔야 한다고!”

“안 쓸 거면 너희 받을 거 나한테 양보….”

쿠르르르릉-

[기계성이 적을 찾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골짜기의 움직이는 성-아탈리 왕국 퀘스트>

거장 중의 거장 기계공학 대장장이가 쌓아 올린 이 성은, 쳐들어오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 기다린다는 기존의 개념을 파괴하는 걸작이다.

놀랍게도 이 성은 적을 먼저 찾아서 움직인다!

당신은 이 성에서 활동하는 모험가로서, 성과 함께 적들과 싸워야 할 의무가 있다.

성 위에서 적들을 섬멸하라!

보상:?, ???, ?????

“!”

“오오오…!”

광장에 모여 있던 플레이어들은 반색했다.

지금 골짜기에서 레벨 높은 전투 직업들은 거의 다 원정대에 참가한 상황.

남은 플레이어들은 손가락 빨면서 골짜기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제작 직업이면 차라리 나았지, 전투 직업은 할 거 없어서 새로 제작 스킬을 배워야 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퀘스트를 참가시켜 주다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잠깐…. 이거 그러면 무조건 굶주린 혼돈하고 싸우는 거잖아.”

“난 안 싸우려고 여기 온 건데.”

물론 모든 플레이어들이 그걸 반기지는 않았다.

최근에 전투를 피해서 골짜기로 대피한 플레이어들은 굶주린 혼돈과 싸우고 싶지 않았다.

굶주린 혼돈 세력이든, 반(反) 굶주린 혼돈 세력이든 최대한 간을 보다가 나중에 편을 결정하고 싶어서 대피한 건데….

“잠시 성 밖에 나가 있자.”

“그래야겠다. 다른 곳에 대피해야겠네.”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떠들면서 성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철커덕, 철커덕, 철커덕!

“???”

그 순간 성문 근처에서 쇠사슬이 날아오더니 플레이어들을 칭칭 감았다.

[기계성이 당신의 이탈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다음 정지 때까지 무단으로 내릴 수 없습니다!]

“…뭐, 뭐야!?!?”

“뭔 미친 개소리야! 내보내 줘! 우린 골짜기 소속도 아니야!”

[참가하지 않는다면 감옥으로 이동됩니다.]

“….”

“하지만 이렇게 급할 때는 맞서 싸워야 할 필요가 있는 법이지!”

[퀘스트에 참가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강도가 있나??’

‘뭐 이런 성이 있어?’

* * *

영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동안, 태현은 뒤에서 일어난 폭발에 날아가며 메시지창을 빠르게 확인하고 있었다.

기계공학 스킬 레벨 업은 시작일 뿐이었다.

[<야만의 요새>가 완전히 파괴됩니다!]

[곰 부족의 대전사, 갈랄타가 영원한 죽음을 맞이합니다!]

[사악하고 난폭한 고대의 수인족 부족, 북쪽의 곰 부족이 쓰러집니다!]

[대륙 북쪽의 수인족 부족들이 당신의 활약에 감사합니다!]

[덩글랜드 왕국의 엘프들이 당신의 활약에 감사합니다!]

[….]

[….]

[굶주린 혼돈의 분신이 커다란 타격을 입고 사라집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이름 : 김태현

레벨 : 287

직업 : 아키서스의 화신

HP : 324,595

MP : 283,155

힘 : 1,630

민첩 : 1,635

….

….

한 번에 레벨이 6 올랐지만 태현은 기뻐할 여유도 없었다.

지금 태현은 완전히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이 당신을 뒤흔듭니다!]

[….]

[….]

[거대한 충격으로 마계의 지형이 바뀝니다!]

[굶주린 혼돈에게서 풀려난 신들의 조각이 당신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신성력이 크게 오릅니다!]

[앞으로 다른 신의 권능 스킬을 얻을 확률이 오릅니다!]

‘오오…!’

[굶주린 혼돈에게서 풀려난 신들의 조각이 당신에게 분노를 표합니다!]

[난폭한 폭발로 인해 악명이 크게 오릅니다!]

‘…아니. 너무하네.’

구해줬는데!

[카르바노그가 저 정도는 합당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꽝, 꽝, 꽝, 꽝!

태현은 폭발의 폭풍 속에서 나뭇잎처럼 휘말렸다.

아무리 태현의 컨트롤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러한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버티면서 끝나기만을 기다릴 뿐!

섬광과 열과 신성력이 솟구치고, 원래 <야만의 요새>가 있었던 자리는 이미 흔적도 없어졌다.

태현은 이 와중에 다른 악마 공작들이 걱정이 됐다.

‘이 자식들 아직 죽으면 안 되는데….’

생각해 보니 죽었으면 메시지창에 경험치로 떴을 테니, 악마 공작들은 범위에서 벗어난 게 분명했다.

[당신은 새로운 재해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업적은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아키서스의 천재지변> 스킬에 새로운 업적이 추가됩니다!]

(아키서스의 약탈 신성 대폭발)←

“….”

이름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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