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611화 (1,610/1,826)

§ 나는 될놈이다 1611화

-아… 아다드. 못 보는 사이 짐승같이 변했구나?

에다오르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말을 더듬었다.

분명히 아다드여야 할 놈이, 좀 이상하게 짐승처럼 생기긴 했지만….

그건 아마 기분 탓일 것이다.

-꿀. 난 아다드가 아니다. 골라돈이다.

-무슨… 아다드는 어디 갔느냐?? 네 주인 말이다!

-꿀꿀. 아다드는 더 이상 내 주인이 아니다! 이 골라돈이 아다드의 영지를 통치한다!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악마 공작의 자리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

[골라돈이 <골라돈의 회전 돌진>을 사용합니다!]

휘리리릭!

골라돈이 빠르게 회전하더니 에다오르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마치 멧돼지가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그 파괴력은 차원이 다를 정도로 살벌했다.

‘저거 불불이가 배운 그 스킬이잖아?’

에다오르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기겁해서 대비하려고 했다.

[에다오르가 <붉은 분노의…]

쾅!!!!

그러나 골라돈이 한 발 더 빨랐다.

에다오르가 스킬을 쓰기도 전에 그냥 받아버린 것이다.

에다오르는 ‘헉’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렸다.

“…에다오르!? 괜찮냐!?”

보고 있던 태현도 깜짝 놀랐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마계 대회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인 에다오르가 죽어버리면 태현 입장에서도 피해가 막심했다.

솔직히 골라돈이 돌진해도 ‘에다오르도 악마 공작인데 막을 수 있겠지?’ 하면서 안심했었는데, 저렇게 튕겨나갈 줄은 태현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에다오르. 죽은 건 아니겠지?? 대답해라!”

-안… 안 죽었다.

에다오르는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제법 멀쩡한 듯이 말을 하고 있었지만, 팔 하나가 반대 각도로 뒤틀려 있는 데다가 입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모습이 매우 위태로워 보였다.

-놈의 강함을 한 번 시험해 보기 위해… 공격을 받아줬을 뿐이다. 착각하지 마라. 아키서스.

“너 팔이 지금 반대로 부러졌…?”

-관절이 유연할 뿐이다.

“입에서 피가 나오는데?”

-주기적으로 묵은 피를 내뱉어서 스스로를 강하게 만드는 거다.

에다오르는 태현이 악마가 아니라고 되는대로 지껄였다.

물론 아키서스 포병대를 데리고 다니면서 악마 전문가가 된 태현에게 저 소리는 개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카르바노그가 애처로우니까 지적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꿀꿀. 건방진 악마 공작 제압했다. 대검도 잃어버린 악마 공작 따위는 별거 아니다.

-이… 이놈이??

안 그래도 대검을 잃어버린 게 분통이 터지는데, 웬 하찮은 악마 놈이 자기가 공작이라고 지껄이는 모습을 보자 에다오르의 혈압이 올랐다.

악마 공작의 자리가 저런 하찮은 놈이 앉아도 될 정도로 만만한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골라돈. 어떻게 된 일인지 듣고 싶은데. 정말 아다드가 죽은 건가?”

태현은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애썼다.

날뛰는 골라돈을 붙잡고, ‘아다드한테 맹독을 먹인다면 이 전설로 내려오는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가짜)를 주겠다’고 설득한 건 태현이 맞긴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다드한테 한 방 먹이기 위해서였지 진지하게 아다드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다드가 그런 수법에 쓰러질 놈이 아니지 않은가.

-꿀꿀. 아다드는 쓰러졌다. 원래 독을 먹이려고 했는데, 그냥 먹였다가는 아다드가 나한테 보복을 할 게 뻔했기에 독을 먹인 다음 기습했다. 다른 악마들도 같이 아다드를 공격했다.

“…….”

[카르바노그가 앞으로 악마들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겠다고 놀라워합니다!]

정말 골라돈이 반역에 성공했을 줄이야.

물론 모든 악마들이 반역에 성공해 자기 주인을 쓰러뜨리고 그 자리에 앉는 걸 꿈꿨지만, 악마 공작들이 왜 악마 공작이겠는가. 보통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꿀꿀. 아키서스 후계자가 나보고 악마 공작 할 수 있다고 했다. 정말 나도 할 수 있었다. 고맙다.

“그… 그래.”

어쩌다 보니 악마한테 ‘야 너도 악마 공작 할 수 있어!’ 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된 상황.

그러나 골라돈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꿀꿀꿀. 난 약속을 지켰다.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를 다오.

“…!!!”

태현은 화들짝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옆에 있던 에다오르는 자기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잠깐. 방금 뭐라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방금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라고 하지 않았나? 분명히 그랬는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잊혀진 악마공작의 대검>이라고 했어. 세게 맞아서 고막이 나간 거냐?”

-그건 뭔… 아니, 지금 날 모욕한 거냐?

“무슨. 대검 쓰는 악마 공작이 너 하나밖에 없겠어?”

-내가 알기로는 나 하나밖에 없….

태현은 순식간에 화제를 틀어버린 다음 골라돈에게 속삭였다.

“그걸 밖에서 말하면 어떡하냐!”

-꿀… 꿀꿀. 미안하다. 나는 그냥 기뻐서….

“다른 악마 공작들이 탐을 낼 정도의 보물이라고!”

[카르바노그가 그거 가짜 아니냐고…]

태현이 하도 진심을 담아서 외치자 카르바노그도 헷갈려 할 정도였다.

분명히 가짜가 맞는데 왜 저렇게…?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지.’

-꿀꿀. 미안하다.

“그래. 조용히 시치미 떼고 있어. 나중에 내가 기회를 봐서 줄 테니까.”

-나중인가? 얼마나 나중?

“골라돈, 잘 생각해 봐. 여기에 악마 공작 놈들이 여럿이라고. 특히 저 빙결공이나 대검공 같은 자들은 탐욕스럽고 포악하지.”

-꿀꿀. 그렇다.

“그런 놈들이 네가 지팡이를 가졌다는 걸 알게 되면 분명 문제가 생길 거야.”

-꿀. 그럴 거 같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내가 갖고 있을게. 아무도 눈치 못 채도록 말이야.”

-꿀꿀. 고맙다.

골라돈은 태현의 검은 속셈도 모르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세뱃돈을 부모님에게 맡겼다가 돌려받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듯이, 원래 이런 약속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

‘휴. 일단 수습했군.’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골라돈이 아다드 대신 나타날 거라고는 태현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아니, 그걸 누가 예상 가능하단 말인가!

하지만 어떻게든 수습했으니 오히려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골라돈이 아다드보다는 훨씬 더 말을 잘 들어줄 테니….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마계 악마왕 퀘스트>

당신이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마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마계의 악마 공작들은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신을 의심하고 추궁할 것이다.

조심하라.

잊혀진 악마왕의 지팡이를 얻기 위해서라면, 악마 공작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테니!

보상: ?

“…….”

에다오르 이 입 싼 새끼…!

* * *

“…진짜 어이가 없긴 하네요.”

“그치??”

태현은 이다비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다드 견제하려고 했던 짓이 이렇게 부메랑처럼 돌아올 줄이야.

“악마 공작들 사이에 소문이 퍼지고 있어. 재수 없으면 대회의 시작 전에 공격 받을 수도 있겠더라고.”

“그 정도예요?”

“지팡이가 대충 악마 공작들 사이에서 왕관 같은 거니까….”

에다오르가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 덕분에, 악마 공작들의 눈빛이 매우 심상치 않았다.

특히 푸르네우스는 기회만 되면 반드시 태현을 잡고 지팡이를 뺏겠다는 의지가 눈빛에서 엿보였다.

이다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가짜라도 데리고 다니실래요? 저희 길드에 태현 님으로 변장 잘 하는 애들 있는데.”

“…그, 그런 애들이 있어?”

태현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런 놈들이 있었다고?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닌데, 일단 지금 생각한 건 인원을 나눠서 움직이는 거야.”

이번에 싸우는 걸 보니, 생각보다 원정대의 전력이 강력했다.

특히 여러 교단들의 대주교들이 합류한 덕분에 파티들은 굶주린 혼돈의 군대와 정면으로 맞붙어도 밀리지 않았다.

“아키서스 포병대도 절반으로 나누려고. 나눈 인원은 다시 대륙으로 보내서 관문 파괴하고.”

“괜찮으시겠어요?”

이다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전력을 나누는 건 지금 태현이 위험해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살벌한 악마 공작들이 여럿 몰려오는데 전력이 줄어들면 태현이 더 위험할 수 있었다.

“어차피 있든 없든 벌어질 상황은 벌어질 거고, 차라리 그럴 바에는 소수정예로 있는 게 빠르게 빠져나가기 좋지.”

-제가 목숨을 다해서 지켜드리겠습니다!

“그… 그래. 고맙다. 구시온.”

전투천사로 변신한 구시온이 뜨겁게 외치자, 태현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직도 구시온의 변신은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다비 네가 맡아줬으면 좋겠어. 다른 선수들도 그렇고, 골짜기 출신 파티장들도 그렇고, 네가 아니면 말 안 들을 놈들이 많으니까.”

골짜기 출신 랭커들에게 이다비의 권위는 압도적이었다.

단순히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만 숭배를 받는 게 아닌, 골짜기 출신이라면 누구든지 고개 90도로 숙이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팀 KL의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고….

이다비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깊게 고민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제가 맡아서 대륙 갈게요.”

“고마워.”

“솔직히 지금 되게 걱정되거든요.”

“원정대가? 전력을 더 늘려볼….”

“…아니요. 태현 님이 걱정된다고요.”

이다비는 한 대 때릴까 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제야 태현은 눈치를 챘다.

“아. 나? 나야 뭐 괜찮지.”

-그렇습니다! 제가 있으니….

“구, 구시온. 고맙긴 한데 잠깐 저리 좀 가 있을래? 대화하는데 방해된다.”

[카르바노그가 저 악마, 아니, 저 천사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합니다.]

* * *

이다비는 몇 번이고 태현의 걱정을 늘어놓고 준비해서 떠났다.

태현은 처음으로 케인의 마음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상대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하니까 이거 은근히 압박되는데….’

실수해서 죽기라도 하면 생전 화 한 번 안 내던 이다비가 화를 낼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마계 대회의 퀘스트는 생각보다 좀 더 걸릴 것 같았고, 언제 어떻게 상황이 달라질지 몰랐으니까.

-악마 공작들이 모이고 있다.

“그렇군.”

-…그런데 말이야. 정말 지팡이….

“…….”

구시렉도 은근슬쩍 지팡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걸 보니, 소문이 정말 제대로 퍼지긴 퍼진 모양이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속일 수가 없군. 그래. 지팡이는 사실이다.”

-…그, 그, 그게 정말이었냐!

“그래. 아키서스께서 그 지팡이를 숨기고 계셨는데, 후계자인 내가 그 지팡이의 위치를 물려받았지.”

-역시…! 그럴 줄 알았다!!

[카르바노그가 방금 거짓말에서 위화감을 왜 눈치 못 채냐며 황당해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키서스가 악마왕의 지팡이를 숨겼다는 건 개구라나 마찬가지였다.

악마 공작들이 그걸 왜 눈치 못 챈단 말인가!

아키서스하고 악마왕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나 구시렉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악마 공작, 구시렉을 속여 넘깁니다.]

[화술 스킬이 크게 오릅니다!]

-그 지팡이를… 그 지팡이를 어떻게 할 생각이냐?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 지팡이의 정당한 소유자가 필요하지 않을까?

“글쎄… 그럴지도 모르겠군.”

태현이 구시렉의 애간장을 태우는 사이, 마력으로 불타는 차원문이 다시 한번 진동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악마 공작의 도착을 알리는 신호였다.

-악마 공작께서 도착하십니다!!

-알겠다. 환영 준비해라.

구시렉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작의 방문도 처음에나 신선했지, 하도 여럿 오니 이제 별로 감흥도 없었다.

다 예전에 한 번 본 적 있는 지겨운 얼굴들만 오겠지.

[차원문 사이에서, 광기공 에슬라가 등장합니다!]

-…어??? 어??????

구시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에다오르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악마 공작이라는 자가 부끄럽지도 않나?

-이 멍청한 놈아!! 에슬라가 온다!!

-뭐???? 뭐????!!

에다오르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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