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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604화 (1,603/1,826)

§ 나는 될놈이다 1604화

아키서스 검법은 온갖 이상한 스킬들이 가득한 아키서스 권능들 중에서 제법 정신이 똑바로 박혀 있는 모범생 같은 스킬이었다.

연속 공격, 광역기, 일격 등등을 지원하는 교과서 같은 검법!

원래 검법은 이래야 정상이었다.

그에 비해 광기의 폭발 검법은 스킬 구성부터가 딱 봐도 이상한 검법이었다.

타이밍 맞춰서 검 휘두를 때마다 폭발 일어나는 건 물론이고, 있는 스킬 <폭발 도약>은 그걸로 움직이는 스킬이었으니….

그런 점에서 <폭발 누적>도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 게 사실이었다.

‘하긴 어차피 광기의 폭발 검법은 기본 패시브 효과 때문에 쓰는 거였으니….’

이미 주력 검법은 아키서스 검법이 있었으니, 광기의 폭발 검법에서 꼭 사기적인 스킬이 나올 필요는 없긴 했다.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아쉬울 수밖에 없는 법.

-개자식이!

“!”

살벌한 외침과 함께 갈랄타가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태현이 제대로 한 방 먹였지만 그걸로 갈랄타가 쓰러질 정도로 만만치는 않았다.

안 그래도 단단한 맷집이 굶주린 혼돈으로 인해 강화된 것이다.

태현은 바로 몸을 돌리고 갈랄타를 받아칠 준비를 했다.

‘대형무기, 최소 스킬 3개 이상으로 강화되어 있고, 아까 보니 왼쪽 하단에서 우측으로 치고 올리는 패턴 자주 쓰고….’

콰지직!

갈랄타의 살벌한 공격에 뒤로 날아갔다.

…푸르네우스가!

푸르네우스는 방금 공격에 부서진 얼음 방패를 들고서 황망한 표정으로 갈랄타를 노려보았다.

물론 지금 이걸 따질 때가 아니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아키서스 놈을 공격했어야 하는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을 공격한단 말인가!

-죽어라! 개자식!

-이놈… 눈이 뒤집혀서 적도 제대로 못 알아보는 거냐?!

“잘하고 있다, 푸르네우스. 어그로를 끌어라!”

물론 바짝 긴장하고 있던 태현 입장에서는 푸르네우스가 탱커 역할을 맡아준다는데 나쁘지 않았다.

푸르네우스가 탱커.

구시렉이 힐러.

태현이 딜러.

즉석에서 구성한 거였지만 제법 그럴듯하게 잘 굴러갔다.

푸르네우스 본인은 탱커 역할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빙결공 푸르네우스가 냉기를 더욱 더 불러옵니다!]

[극한의 추위가 갈랄타를 후려갈깁니다!]

[갈랄타가 <불타오르는 혈액>을 시전합니다!]

[갈랄타가 <태양의 피부>를…]

살벌한 난타전.

갈랄타는 태현과 정반대의 전투법을 갖고 있었다.

상대가 몇 대를 때리든 무시하며 맞받아치는 전사!

그 터프한 스타일에 굶주린 혼돈의 힘까지 들어가자 아주 지옥 같은 적이 되었다.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단단한 암반과 맞서 싸우는 기분이 들 것이다.

“푸르네우스, 잘 하고 있다!”

-그래, 푸르네우스. 이번만은 네 활약을 인정해 주마!

태현과 구시렉은 입을 모아 푸르네우스를 칭찬했다.

푸르네우스가 정말로 잘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푸르네우스가 저런 식의 난타전을 즐길 리는 없었지만, 지금 푸르네우스 정도의 악마 공작이 아니라면 갈랄타를 상대로 묶어 놓을 사람이 없었다.

-이, 빌어먹을, 크윽, 짜증 나는, 놈들이!

-놈들이라니. 적은 한 명이다, 푸르네우스!

콰직, 콰직, 콰직!

푸르네우스는 얼음 방패를 몇 겹이나 만들어내고 정령들을 불러내서 덧씌우는 식으로 갈랄타의 도끼 쪼개듯 덤벼드는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면서 사이사이에 냉기를 찔러가며 반격까지 넣었지만 갈랄타는 꿋꿋하게 버텼다.

-대체 뭐하고 있는 거냐, 아키서스 놈아!

“아, 때리고 있다니까!”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

실제로 태현의 공격은 계속 들어가고 있었다. 갈랄타가 각종 스킬로 막아내면서 버티고 있을 뿐.

‘무슨 성기사도 아니고….’

싸우는 걸 보면 갈랄타는 공격적인 성기사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HP를 깎아내도 굶주린 혼돈 관련 스킬으로 쭉쭉 회복을 해대고 있었다.

[<아키서스를 위한 옛 찬양의 노래>가 당신의 앞길을 인도합니다.]

[마계에 떠도는 기운이 당신의 팔에 깃듭니다!]

“!”

갑자기 다시 발동되는 <아키서스를 위한 옛 찬양의 노래> 버프.

‘끝난 게 아니었나?’

태현은 이 버프가 한 번 공격하고 끝나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다시 돌아오는 버프라는 걸 깨달았다.

어찌 되었든 간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저 감사할 뿐.

‘한 번 더 노린다!’

-!

처음으로 갈랄타가 몸을 돌려서 태현을 마주했다.

아까 한 번 크게 공격을 맞은 것 때문에 명백히 경계하는 표정이었다.

태현에게서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

갈랄타는 깜짝 놀라서 외쳤다.

-아키서스! 아키서스의 하수인이었나!

-…내가 몇 번이고 말했잖나!!

푸르네우스는 분노해서 갈랄타한테 창을 내질렀지만 갈랄타는 바닥을 박차고 피했다.

그 순간 태현의 준비도 끝났다.

-아키서스의 돌격, <아키서스의 행운 파편 폭탄>, 제국섬광검, 아키서스의 네 번째 공격!

빠르게 돌진해서 갈랄타의 앞을 잡은 뒤 <아키서스의 행운 파편 폭탄>을 터뜨려 갈랄타의 주의를 뺏고, 제국섬광검으로 빠르게 검술 스킬을 발동!

태현은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연계 스킬들을 닥치는 대로 꽂아 넣었다.

뒤에서 싸우고 있던 랭커들은 그 모습에 감탄했다.

‘진짜 대단하다!’

얼핏 보면 태현이 너무 쉽게 치고 빠지는 탓에 뭐가 대단한지 알아차리기 힘들 수 있었다.

실제로 지금 중계되고 있는 방송을 보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갈랄타가 얼마나 강한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굶주린 혼돈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되게 단순한 적 아니야?

-아까 저것보다 훨씬 약한 전사들도 못 막던데.

-그건 그 파티가 허접해서 그런듯.

-하긴 한 방에 죽는 거 보니까….

원래 보스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지는 자신이 직접 무기를 들고 그 앞에 서봐야 알 수 있었다.

밖에서 남이 완벽하게 공략하는 모습을 보면 만만해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그런 점에서 랭커들은 지금 태현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치고 있는 건지 느끼고 있었다.

갈랄타처럼 레벨 차이 크게 나는 보스 몬스터 상대로 단독으로 가까이 붙는 것 자체가 목숨 거는 짓인 것이다.

원래라면 최소 열 명이 넘는 탱커가 시선을 끄는 사이 안전하게 치고 빠져도 모자란데, 태현은 무슨 오늘만 사는 놈처럼 바짝 붙어서 딜을 꽂아 넣고 있었다.

갈랄타의 공격을 맞아도 피하거나 버틸 자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적극적인 수준이 아닌, 공격에 목숨을 건 수준!

“…잠깐. 뭔가 이상한데. 김태현이 원래 저렇게 싸웠나?”

랭커 중 한 명이 이상함을 깨닫고 중얼거렸다.

아무리 봐도 뭔가 조금 이상했던 것이다.

평소라면 경쾌하게 움직이면서 연타를 퍼부었을 태현이, 마치 검을 통제하기 힘든 것처럼 느릿하게 한 방씩 넣고 있었다.

뭐지?

마치 검이 그 짧은 사이에 수십 배로 무거워지기라도 한 것 같았다.

“왜 그래?”

“공격 속도가 느려지지 않았어? 검을… 통제하기 힘들어하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김태현이 검 하나 못 다룰 거 같냐?”

“그건 그렇긴 한데.”

랭커는 불안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뭐지?

* * *

[<폭발 누적>으로 폭발이 칼날에 누적됩니다.]

[공격력이 향상됩니다.]

[……]

[……]

처음에 <폭발 누적> 스킬로 칼날에 폭발이 누적된다고 했을 때 태현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일단 태현은 검을 일회용으로 쓰는 타입이라 내구도가 크게 하락해도 상관이 없었고, 공격력이 향상된다면 일단 나쁠 게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게….

[<아키서스의 행운 파편 폭탄>이 폭발합니다!]

[폭발이 칼날에 더욱더 누적됩니다!]

[칼날이 의지를 갖고 움직입니다!]

“?”

갑자기 태현의 손아귀에 잡혀 있던 검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일정 스택 이상 쌓이자 검이 마치 의지라도 가지게 된 것처럼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태현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아니 이런 미친…?’

[아키서스의 네 번째 공격을 사용합니다!]

[상대방의 약점에 일격을 찔러 넣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

[굶주린 혼돈의 가호가 파괴됩니다!]

그래도 간신히 통제를 하고 공격을 찔러 넣을 수 있었다.

갈랄타는 급히 몸을 웅크리고 방어에 들어갔지만 공격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는지 충격을 받고 비틀거렸다.

게다가 가호까지 파괴된 상황.

태현은 반드시 지금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요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물론 검은 말을 잘 듣지 않았다. 한 대 때릴 때마다 요동치면서 자기 멋대로 움직이려고 했다.

“…….”

태현은 참신한 방법으로 해결했다.

탁-

그냥 검을 놔버린 것이다.

‘새 검을 쓰는 게 낫겠다!’

지금 최대한 많이 때려야 하는데 뭔 검이 대형무기라도 된 것처럼 묵직하게 느릿느릿 움직이니….

그 순간 놓은 검이 날아가더니 갈랄타를 난타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오… 오오오오! 김태현!!”

“어검술?!”

“에고 소드! 에고 소드를 쓰다니!”

검술 스킬 좀 파는 랭커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깜짝 놀라서 외쳤다.

검에 자아를 깃들게 하는 에고 소드 스킬은, 최고급 검술 스킬을 찍고 비전 검술 스킬을 갈고 닦고 있는 랭커들도 쉽게 얻지 못한 스킬이었다.

검술 고수 NPC 때문에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아직 획득하지는 못한 스킬!

그런데 지금 태현이 그걸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에고 소드 스킬을 갖고 있었다고!?

-그걸 왜 숨겼던 거지?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랬겠지!!

-에고 소드 쓸 정도면 최고급 검술 7은 찍은 거 아닌가??

-8 찍었을듯.

-신성 직업이면서 검술 스킬을 뭐 이렇게 높게 올렸어!?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태현은 그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갈랄타가 살벌하게 덤벼들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더 띄운다!’

태현은 빠르게 폭발 누적을 시킨 다음 검을 하나 띄웠다.

그러자 그 검도 따로 날아가더니 스스로 갈랄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성가시게…!

갈랄타는 이를 갈며 검들을 잡고 부숴버렸다.

그 순간 검들이 폭발하며 갈랄타를 타격했다.

[<아키서스를 위한 옛 찬양의 노래>가 당신의 앞길을 인도합니다.]

[마계에 떠도는 기운이 당신의 팔에 깃듭니다!]

‘지금!’

태현은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여기서 못 해치우면 정말 일이 귀찮아질 수 있다!

-치명타 폭발!!

* * *

-갈랄타가 쓰러졌다!!

-갈랄타가 쓰러졌다! 갈랄타를 구해라!!

“!”

태현의 싸움을 구경할 수 있던 랭커들은 그나마 뒤에서 여유가 좀 있던 이들이었고, 앞에서 탱킹을 하고 있던 랭커들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그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버티다가 적들이 물러서기 시작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던 것이다.

“미친, HP 깎이는 속도 때문에 심장 떨어질 뻔했다!”

“교단 버프가 좋긴 좋더라. 아니었으면 몇 번을 죽었을지….”

“안 쫓아가도 되나?”

“저거 쫓아가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랭커들은 후퇴하는 곰 부족 전사들의 뒷모습을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괜히 쫓아간다고 자극했다가 놈들이 돌아서서 반격하면 어떻게 될지 두려웠던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되면 상대할 수 있을까?

“…뭐, 뭐야. 누가 쫓고 있어!?”

“어떤 미친놈들이야?! 길드 동맹 놈들이지?!”

후퇴하는 곰 부족 전사들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나자, 파티장들은 웅성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명령도 없이 멋대로 쫓아가는 놈이 나온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저기서 싸움이 일어날 이유가 없었다.

“아니야! 우린 다 여기에 있어!”

“다른 파티를 숨겨놓은 거로군!”

“아니라고!!”

다행히 오해는 곧 풀렸다. 앞에 있던 랭커들이 확인을 끝내고 외친 것이다.

“내분이다! 놈들이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어!”

“뭐?! 그게 정말이야?”

“야. 사과 안 하냐?!”

“빨리 진형 회복하고 김태현 불러!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봐!”

“야! 사과 안 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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