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91화 (1,590/1,826)

§ 나는 될놈이다 1591화

날개 악마들은 필사적으로 퍼드덕거리며 NPC들을 챙겼다.

-꽉 붙잡아라!

-알… 알겠다. 그런데 너희들은 어디 숨어 있었던 거냐?

용용이와 흑흑이도 더 이상 숨지 않고 모습을 드러냈다.

NPC들을 탈출시켜야 하는 만큼 가능한 전력은 모두 다 필요했다.

그 삼엄한 경계를 뚫고 아레네 시의 하늘을 유유히 돌파하는 모습에, 선수들은 경악했다.

“중앙 탑으로 모여!!! 중앙 탑에 비상 상황 발생!!”

“대체 어떻게 뚫은 거야?!”

“비밀 통로가 있나?? 있어도 불가능한데??”

선수들은 황당해했다.

이건 단순히 뚫렸다는 걸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길드 동맹의 수도였던 만큼 비밀 통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예 중앙 탑 근처를 쥐새끼 한 마리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꽁꽁 묶어버렸는데….

‘…설마 첩자가 있나??’

선수들은 멈칫했다.

길드 동맹 간부가 도시를 바치고 항복한 것처럼, 여기 있는 선수들 중에서 배신자가 있을 수도 있었다.

다 망해가는 길드 동맹 쪽에 붙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마는, 세상일은 원래 모르는 법 아닌가.

“고메즈. 혹시 배신자가….”

“나도 알아! 지금은 그거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중앙 탑을 봉쇄하고 저것들을 쫓아!”

고메즈는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헝클어뜨리며 외쳤다. 다들 충격 받은 건 마찬가지였지만, 아레네 시의 책임자 격인 고메즈의 충격은 몇 배나 컸다.

만만하게 보던 길드 동맹 랭커들에게 한 방 얻어맞은 것이다.

굴욕 중의 굴욕이었다.

“저놈들 격추시켜라!”

“저거 악마인가?”

“도시에 어떻게 악마가 들어와 있던 거야??”

원거리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모여 어떻게든 공격을 퍼부으려고 했다.

날개 악마와 용용이, 흑흑이가 빠르게 빠져나가려고 해도 아직은 도시 안.

지상에서의 공격이 시작되면 금세 위험해질 수 있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크아아악!”

당연히 태현은 그걸 내버려 두지 않았다.

콰아아앙!

[폭발이…]

[……]

[……]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이 시전됩니다!]

[……]

태현은 정체를 숨기지 않고 닥치는 대로 스킬을 퍼부었다.

지금은 정체를 숨기는 것보다 탈출을 우선시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모두 도시를 탈출해라!! 모두 도시를 빠져나가!”

[최고급 화술 스킬을…]

[최고급 전술 스킬을…]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

밤의 아레네 시에 울려 퍼지는 쩌렁쩌렁한 목소리.

대다수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을 듣자마자 그 목소리가 누군지 알아챘다.

“김… 김태현?!?!”

“김태현이 여기 왜?!”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탈출하라고!”

간신히 태현 덕분에 목숨을 건진 길드 동맹 랭커들이 길드원들을 재촉했다.

이대로 있으면 화이트 나이트 길드원들이나 선수들이 그들을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무조건 탈출해야 한다!

“있는 거 다 챙기고 남쪽으로 튀어!”

“남쪽에 뭐가 있는데요?!”

“김태현이 이끌고 온 원정대가 있습니다!”

“그렇… 아니 미치셨습니까!?”

갑자기 나타난 길드 랭커가 김태현 쪽으로 튀라는 말을 하자 길드원들은 황당해했다.

혹시 ‘여우를 피하려다가 호랑이를 만난다’라는 속담을 모르시나?

“나도 미친 소리 같긴 한데 지금 안전한 곳이 거기밖에 없어 멍청한 놈들아!”

“알… 알겠습니다!”

꽝!!!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영원불멸의 검>이 시전됩니다!]

[<영원불멸의 검>이 지속적인 데미지를…]

“크악!”

길드 동맹 랭커는 뒤로 나뒹굴었다.

분노한 선수들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딴 짓을 벌이다니…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도 마라!”

“김태현하고 손을 잡다니. 너희들은 자존심도 없는 놈들이냐?”

선수들의 말에 길드 동맹 랭커들은 얼굴을 붉혔다.

맞는 말은 또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야 하는 법.

“니들은 무슨 스미스 밑에서 일하면서 자존심 타령이냐?!”

“준우승 밑에서 일하면 자존심이 채워지냐??”

“…너희들은 무조건 척살령이다 이 새끼들아!!”

사납게 외치며 선수들이 달려들었다.

-치명타 폭발,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

[치명타 폭발 스킬을 사용합니다!]

[아키서스의 두 번째 공격이…]

[……]

주변을 휩쓰는 광역 공격과 함께 태현이 나타났다.

태현은 길드 동맹 랭커들을 보며 말했다.

“뛰어라! 빠져나간다!”

“김… 김태현!”

길드 동맹 랭커들은 울컥해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

이렇게 구하러 올 줄이야.

아까 적들이 ‘척살령 내려지기 싫으면 동료를 불어라’라고 했을 때, 랭커들은 왜 거절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좀 알 것 같았다.

“그런데 너희 정말 항복 안 했냐? 다른 랭커들은 너희들이 항복했을 거라고 내기하던데.”

“…….”

“…….”

길드 동맹 랭커들은 분노했다.

이 새끼들이 뒤에서 그런 내기를 하고 있었어!?

* * *

-아레네 시에 김태현 나왔다! 아레네 시에 김태현!! 근처에 올 수 있는 랭커들 모두 달려 나와!

-복수할 수 있는 기회다! 무조건 잡아야 해!

-뭐에 대한 복수?

-준우승… 헉.

-닥쳐!

마치 자기 주머니에서 동전 꺼내듯, 중앙 탑에 갇혀 있던 인질들을 손쉽게 꺼낸 태현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 빠져나가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제대로 한 방 얻어맞은 적들이 몰려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서두르지 않았다.

‘해야 할 일부터 한다.’

-구… 구해줘서 고맙소.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 아니, 고대 제국의 후계자!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

[……]

[지지를 얻습니다. <고대 제국의 후계자>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오스턴 왕국에 저항군 세력이 생겨납니다!]

[이들은 굶주린 혼돈에 끝까지 맞서 싸울 것입니다.]

[……]

-사실은 오래전부터 교황 같은 신앙을 기다려왔소.

“개수작부리지 마라.”

오스턴 왕가의 핏줄을 이은 NPC, 스타인하우어가 말을 걸자 태현은 단칼에 잘랐다.

이미 이 NPC가 어떤 NPC인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내… 내가 오스턴 왕가의 적법한 핏줄인데… 나한테 이럴 수는….

“그래. 대우를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역시!

태현은 스타인하우어의 입을 막고 꽁꽁 묶었다.

어디로 튈지 배신할지 모르는 놈인 만큼 그냥 묶어서 데려가는 게 나았다.

-읍읍읍!

이제 아레네 시에서 할 일은 얼추 끝났다.

고위 NPC들도 풀어줬고, 지지도 받았고, 왕국 내에서 명성도 올렸고….

마지막 남은 건 하나밖에 없었다.

무사히 탈출하는 것.

“김태현 선수. 지금 방송 보는데….”

“…이거 위험한 것 같습니다만.”

같이 온 원정대 랭커들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생각보다 너무 반응이 격렬했던 것이다.

내로라하는 게임단 선수들은 지금 다 이쪽으로 모이는 것 같다!

“솔직히, 김태현이라고 하면 무조건 올 수밖에 없겠지. 사람들이 볼 수밖에 없으니.”

단순히 태현이 여기서 난장판을 피워서가 아니었다.

리그가 중지된 지금, 게임단들은 이번 퀘스트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김태현 레이드를 찍는다?

이건 절대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실제로 자고 있던 선수들도 벌떡 일어나서 캡슐로 달려오고 있었다.

“치사하고 비겁한 놈들. 정정당당하게 싸울 생각은 안 하고 숫자로 밀어붙일 줄이야!”

“…?”

길드 동맹 랭커가 분개하며 외치자, 다른 랭커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야 너희가 그러면….

듣고만 있던 태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음. 도시에 폭탄을 터뜨렸던 건 실수였나?”

“예?”

“아레네 시에 역병 폭탄 터뜨리고 왔거든.”

“…….”

“…….”

아니 그 짧은 사이에 폭탄까지 터뜨리고 왔다고??

랭커들은 미친놈처럼 알뜰한 태현의 모습에 경악했다.

“좀 발이 묶일 줄 알았는데, 괜히 더 자극한 건지도 모르겠군. 어쩔 수 없지.”

“김태현 선수.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흩어집시다. 저희가 김태현 선수로 위장하겠습니다.”

골짜기 쪽 랭커들은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만약에 추격이 시작되면 그들이 미끼 역할을 하겠다고.

“…부탁한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라면 ‘내 일인데 왜 니들이 나서냐 필요 없다’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태현도 지금 상황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건 더 이상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었다.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참가한 퀘스트.

욕심 때문에 그걸 놓칠 수는 없었다.

“나눠서 출발하자!”

* * *

“김태현 발견! 아레네 시 남쪽 칼카라 숲 위에서 발견!!”

“동쪽 바위 평원에서도 발견했다는데?!”

“위장한 거야! 속지 말고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주문서가 있으니 어떤 변장이나 마법으로도 못 뚫고 나갈 거다!”

변장이나 위장은 이미 예상한 상태였다.

선수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뒤를 쫓았다.

전부 다 잡아버리면 그만이었다.

“주문서 사용해! 위장 풀어버려!”

“이쪽은 가짜다! 이쪽은 가짜!”

‘이 자식들 보통이 아닌데.’

태현은 용용이를 타고 거세게 내달리면서 혀를 내둘렀다.

지금 흩어져서 빠지고 있던 랭커들이 순식간에 하나둘씩 들키고 있었다.

그러자 그쪽을 쫓던 선수들은 급히 방향을 틀어서 태현 쪽으로 합류했다.

-주인님! 놈들이 쫓아오고 있습니다!

‘싸우면 무조건 내가 손해다.’

태현은 빠르게 계산했다.

지금 쫓아오는 선수들은 이기든 지든 무조건 태현과 붙어서 한바탕 싸움을 벌이고 싶어했다.

시간만 끌면 주변에서 아군들이 달려올 테니 당연했다.

태현 입장에서는 무조건 싸움을 피하고 따돌려야 하는 상황.

‘폭탄으로는 힘든가? 지팡이와 로브로 전환해서 원거리 마법으로? 아니면….’

“김태현.”

“?”

같이 뒤에서 날아오던 길드 동맹 랭커가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내가 시간을 끌겠다. 나를 케인해줘라.”

“??”

“그 폭탄 있잖아!”

“아. 그거?”

태현은 길드 동맹 랭커의 말에 놀랐다.

길드 동맹 소속이 이런 희생을 자처하다니.

“한 번 죽더라도 저 재수 없는 자식들에게 한 방 먹이고 말겠다!”

“알겠다. <살아 움직이는 폭탄>!”

태현은 말리지 않고 바로 스킬을 써줬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들어오는 스킬에 길드 동맹 랭커는 살짝 당황했다.

‘이 자식 예의상 한 번 말려주기나 하지….’

[<살아 움직이는 폭탄>을…]

“내가 간다!!”

길드 동맹 랭커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대신 돌아서서 달려나갔다.

뒤에서 쫓아오던 선수들은 길드 동맹 랭커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혼자서 무슨….

“잡아!”

다섯 명의 선수가 길드 동맹 랭커를 둘러싸고 공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서로 탈것이 어지럽게 기동하고 공격이 교차하더니 길드 동맹 랭커가 슬슬 몰리기 시작했다.

“예선 탈락한 놈들 주제에 자기가 무슨 김태현인 줄 아냐!”

“예선 탈락은 선수들이지 우리가 아니야! 이 준우승 한 새끼들아!”

‘뭔 놈의 말싸움을 저렇게 추하게 하지?’

앞에서 달려 나가던 태현은 어이없어했다.

퍽!

“죽어라, 예선 탈락자들아!”

조금이라도 밀리면 순식간에 불리해지는 게 싸움의 법칙.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김태현! 지금이다!”

궁지에 몰린 랭커는 신호를 보냈다.

태현은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뭔….”

꽈르르르르르르릉!

“…….”

“…….”

다섯 명의 선수가 그냥 날아간 모습에, 다른 쪽에서 날아오고 있던 선수들은 경악했다.

김태현…!

저 미친놈이 지금…?!?

“으핫핫핫핫! 맛이 어떠냐!”

“이게 김태현이다!”

태현의 뒤에서 날아가고 있던 길드 동맹 랭커들은 속 시원하게 웃었다.

원래 자기가 당한 걸 남들이 당할 때만큼 행복한 것도 없었다.

“길드 동맹 놈들 돌았냐!? 하다하다 이제 김태현을 위해서 자폭을 해?!!”

“안 들려 준우승 새끼들아!”

“…죽여 버려!!”

‘어그로 잘 끄는데?’

태현은 길드 동맹 랭커들에게 감탄했다.

확실히 다른 건 몰라도 사람을 열 받게 하는 재주는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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