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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90화 (1,589/1,826)

§ 나는 될놈이다 1590화

“진짜 할 수 있겠냐?”

태현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케인을 상대하면서 늘어난 기술이 있었다.

그건 자신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는 사람을 알아보는 법이었다.

‘얘네 별로 자신 없어 보이는데.’

생각해 보니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그렇게 충성스러울 리 없었다.

물론 몇몇 길드원들이야 충성스러울지 몰라도 기본적으로 모래알 같은 길드인 것이다.

평소에 길드에서 받은 건 별로 없고 시키는 것만 더럽게 많을 테니….

“물… 물… 물론이지.”

“너 지금 말 두 번 더듬었어.”

“김태현이 아니라 케인이라도 니 거짓말에는 안 속겠다.”

길드 동맹 랭커들의 솔직한 반응에 태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됐다.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방법이 있으니까.”

“?”

“내가 적어준 대로 길드 동맹 길드원들한테 알려라.”

태현은 길드 동맹 랭커들에게 종이를 하나씩 건넸다. 랭커들은 궁금해하며 펼쳤다.

대체 뭔 내용이 적혀 있길래?

-지금 중앙 탑 근처에 길드 동맹의 숨겨진 보물 창고 있다! 쉿!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고 너만 가서 몰래 챙겨라!

-뭐?! 중앙 탑 근처에 보물 창고가 있다고?! 아차. 귓속말을 잘못 보냈네.

-야, 너도 부자 될 수 있어! 길드 동맹 보물 창고!

-♚길드 동맹 보물 창☆고♚ 중앙 탑 근처 $$비밀 엄수☜☜

“…….”

“…….”

길드 동맹 랭커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지금 이게 시X 대체 뭐지?

“뭐하냐? 진행 안 하고.”

“아… 아니. 길드원들이 이걸 보고 뭔 반응을 보이라고?”

“길드원들이 이걸 보면 중앙 탑으로 가겠지.”

“야.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무슨 멍청이로 보이냐!? 안 가! 얘네들도 눈치가 있는데!”

* * *

없었다.

“와아아아아아!”

“길드 동맹 만세!!”

[건물에 불이 붙습니다!]

[소란이 일어납니다!]

[……]

“…….”

“…….”

길드 동맹 랭커들은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쪽팔린다!

‘이러니까 맨날 김태현한테 당하지 이런 단순한 새끼들….’

‘평소에는 오라고 해도 도망치는 놈들이 보물 창고 있다니까 오냐?’

거짓말의 효과는 훌륭했다.

길드 동맹 랭커들이 얼마 돌리지도 않았는데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어? 넌 여기 왜 왔냐?

-그러는 넌?

-…우리 같이 싸우자!

그 결과 중앙 탑 근처로 모인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서로 손을 잡고 싸우기 시작했다.

“화이트 나이트 물러가라!”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가라!”

“…야. 나 미국인인데.”

“미, 미안. 길드원들한테 지역 이용 권한을 보장해라!”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중앙 탑 근처로 삼삼오오 모이자, 고메즈는 즉각 반응했다.

“공격해!”

“일반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지 않아?”

“아까 일어난 소동이 우연 같아? 이건 지금 뒤에서 꾸미고 있는 놈이 있는 거라고!”

고메즈의 말에 다른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살짝 미심쩍어했다.

길드 동맹이 그럴 거 같지는 않았는데….

‘길드 동맹에 그런 능력이 있나?’

‘쑤닝부터 시작해서 간부진들이 거의 붕괴된 상황일 텐데.’

당장 쑤닝의 먼 친척도 항복해서 갈아타고 있는 와중에 길드 동맹에 충성을 지키는 놈들이 있을까?

“알겠다. 명령 내려서 공격하자고.”

“아. 이미지 관리 좀 하나 했더니.”

“근데 길드 동맹 놈들은 공격해도 이미지에 별 타격 없지 않나?”

뉴욕 라이온즈 선수들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중앙 탑 쪽으로 나갔다.

광장 바깥쪽에서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함성을 지르고 불을 지피며 소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공격 개시!”

[<화염 드레이크 소환>을 사용합니다!]

[화염 드레이크가…]

[……]

[……]

콰아아앙!

스킬 수십 개가 발동되면서 광장 밖에 있던 길드원들을 후려갈겼다.

[치명타가…]

[화염 드레이크로 인해 장비 내구도가…]

[……]

[……]

다짜고짜 들어오는 공격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분노했다.

“이 사악한 놈들이!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를!”

“너희들도 평소에 불만 가진 사람들 이렇게 공격하지 않았냐?”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공격!”

“야, 잠깐, 여기 니네 도시잖….”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기가 꺾여서 물러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공격하려는 모습에 선수들은 살짝 당황했다.

이 정도로 의지가 굳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뭐야? 이런 놈들이 아니었잖아?’

‘중앙 탑 근처에 무슨 비밀 보물 창고라도 있나?’

“와아아아아아아! 돌격! 돌격!”

-중앙 탑 광장으로 지원 부탁! 생각보다 숫자가 많다!

아레네 시에 있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전부 몰려온 것 같았다.

새카맣게 달려드는 길드원들의 모습에 뉴욕 라이온즈 선수도 얼굴을 굳혔다.

이거 만만하게 보면 안 되겠다!

* * *

길드 동맹 랭커, 마이크와 하시다는 파도처럼 몰려드는 길드원들 사이에서 외쳤다.

“저 사악하고 치사한 스미스 놈한테 지지 말자!”

“맞다! 맞다!”

[적이 <황금 방패의 장벽>을 시전합니다.]

[통과할 수 없습니다!]

깡!

중앙 광장 입구를 지키고 있는 대형 게임단 선수들이 진형을 갖추더니 스킬을 시전했다.

그러자 황금빛 장벽이 생겨나더니 모든 침입을 틀어막았다.

정면으로, 측면으로, 공중으로 돌면서 침입하려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모조리 튕겨나갔다.

-야, 이거 통과할 수 있는 거 맞냐?

-얘네 진짜 장난 아닌데.

길드 동맹 랭커들은 기가 질렸다.

상대가 생각 외로 단단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여기 아레네 시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몇 명인데?’ 하면서 자신만만했었지만 지금 그 자신감이 팍팍 사라지고 있었다.

보통 낯선 곳에 처음 들어와서 방어전을 펼치면 실수가 있어야 했는데….

‘괜히 프로가 아니구나.’

‘밥 먹고 같이 게임만 했으니 저렇게 호흡이 잘 맞지.’

뉴욕 라이온즈나 다른 대형 게임단에서 온 선수들은 정말 교과서 그 자체의 플레이를 했다.

틀어막고, 방어 스킬 올리고, 빈틈을 주지 않는다.

이 간단한 것만으로도 중앙 광장이 그대로 틀어막혔다.

“폭탄 던져!”

“이봐, 잠깐! 그건 반칙이지!”

꽝! 꽈르릉!

오스턴 왕국에서 워낙 내전이 잦았던 탓에, 길드 동맹에도 골짜기 산 폭탄이 상당히 풀려 있었다.

위험하긴 했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바로 폭탄을 꺼내서 던졌다.

[<황금 방패의 장벽>에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아레네 시 따끈따끈 빵집>에 불이 붙습니다!]

[<아레네 시 연금술 상점에 불이 붙습니다.]

[추가로 폭발합니다!]

“작작해라! 정신 나간 놈들!”

선수들은 기가 막혔다.

지들이 무슨 골짜기 대장장이도 아니고, 빈대 하나 잡자고 초가삼간을 활활 태우고 있었다.

지금도 중앙 광장은 못 뚫으면서 주변 건물만 박살 내고 있지 않은가!

-지원 도착했다.

“!”

마이크와 하시다는 섬찟한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길 저 뒤편에서 번쩍이는 불빛과 함께 돌진하는 플레이어들이 보였다.

“뒤!! 뒤로 돌아온다! 포위 조심해!”

“파티들 돌아서서 뒤를 막아!”

지금 중앙 광장을 뚫으려고 하는 길드 동맹 길드원들의 뒤를 잡고 후려갈기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고메즈는 사납게 외쳤다.

“쓸어버려!”

[<사나운 번개의 파도>가 시전…]

[……]

[……]

콰지지지직!

묵직한 스킬들이 날아가고 길드원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길드 동맹의 길드원들은 제법 레벨 높은 길드원들이었지만, 여기 모인 선수들은 상위권에서 최상위권 랭커들.

게다가 게임단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서로 호흡이 잘 맞는 이들이었다.

급하게 모인 길드원들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수준!

“저기 마이크 놈이 있다!”

“길드 동맹 랭커들 확인했습니다!”

“!!”

귀신같이 길드 동맹 랭커들을 확인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랭커들은 소름이 돋았다.

이렇게 빨리?!

“역시 저놈들이 있었군! 아까 소란부터 시작해서 뭔가 이상하다 했지!”

“젠… 젠장!”

“옆으로 빠져나가자! 잡히면 끝장난다!”

랭커들은 혀를 내두르며 옆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 모습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외쳤다.

“가면 안 됩니다! 우리를 위해 대신 맞아주십시오!”

“그래! 고맙다! …어?”

길드 동맹 랭커들은 멈칫했다.

분명 분위기적으로는 ‘가십시오! 우리가 대신 맞겠습니다!’가 나올 때 아니었나?

“가시면 안 된다고요! 가시면 여기 더 약해지잖아요!”

“그… 그게 그렇긴 한데 우리가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야! 막아! 길 막아!”

“미친놈들아! 비켜!”

내분을 일으키는 길드 동맹의 모습에, 선수들은 코웃음을 쳤다.

“저런 한심한 놈들 같으니.”

“저러니까 진 거지. 추해도 보통 추한 게 아니네.”

그 말에 랭커들은 또 발끈했다.

“굶주린 혼돈 힘 써서 이긴 새끼가 뭐라는 거야?”

“결승전에서 김태현한테 아무것도 못하고 쳐발린 놈들이!”

“…….”

“…….”

사람은 반박하기 힘들면 화를 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죽여버려!”

‘아차!’

길드 동맹 랭커들은 후회했다.

그냥 약한 척할 걸 왜 굳이 도발해서!

“그러는 니들은 예선 탈락 주제에!”

“우린 선수 아닌데 니들은 선수잖아!”

두 세력은 서로 치열하게 욕하면서 맞붙었다.

그러나 이미 결과가 정해진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파티도 제대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혼란 상태.

그에 비해 화이트 나이트 쪽 선수들은 조직적으로 곳곳을 점령하면서 포위하며 몰아붙였다.

랭커들 숫자도 이쪽이 훨씬 부족한 만큼 밀릴 수밖에 없었다.

“길 막았습니다!”

“이쪽도 차단했습니다!”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한 고메즈는 길드 동맹 랭커들을 보며 냉소했다.

“간부들도 사라지거나 항복했는데 용케 남아서 싸운 건 칭찬해 주지. 그런데 이제 어떡할 거지? 그냥 항복했으면 뭐라도 받았을 텐데.”

“닥쳐! 야, 우리가 항복할 거면 김태현한테 항복했지 스미스한테 하겠냐? 패배자 새끼!”

“니들은 아무리 잘나가봤자 준우승이야! 정신승리나 실컷 해라!”

“…….”

미국 선수들은 하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길드 동맹 랭커들은 사람을 빡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어떻게 빡치는 포인트만 저렇게 골라서…!

“그냥 밟아버리죠.”

“잠깐.”

고메즈가 다른 선수들을 말렸다.

들어야 할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희만으로 이 소란을 만들지는 않았을 텐데. 다른 랭커들은 어디 있지?”

“…….”

“만약에 밝힌다면 로그아웃시키는 건 넘어가 주겠어. 하지만 끝까지 버티면… 다시는 랭커 노릇 못하게 척살령을 내릴 거야. 너희들도 잘 알겠지? 가장 척살령을 많이 써왔으니까.”

“…….”

길드 동맹 랭커들만큼 척살령의 무서움을 잘 아는 사람들도 없었다.

죽이고, 부활하면 또 찾아가서 죽이고, 무한반복해서 판온을 접게 만드는 일!

한 번 당하면 다시는 랭커로 올라올 수 없을지도 몰랐다.

-야. 어떡할 거냐?

-몰라. 넌?

-김태현은 뭐하고 있는 거지?

-잘 모르겠는데. 우리 미끼로 쓴 거 아니냐?

-…더럽게 그럴듯해서 부정할 수가 없는데?

길드 동맹 랭커들은 솔직히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들과 김태현이 무슨 십년지기 친구도 아니었고 계속 싸우다가 이번만 손을 잡았는데, 김태현 성격에 미끼로 썼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케인도 폭탄이 되는데 그들이라고 안 될 리가….

-다들 그냥 서로 눈치 보지 말고 각자 판단하자.

-…좋아. 그렇게 하자고.

길드 동맹 랭커들은 결정을 내리고 입을 열었다.

“거절한다!”

“죽어! 준우승 새끼들아!”

이유는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게임을 접을지언정, 차라리 김태현의 미끼가 될지언정 저 자식들한테는 항복하기 싫다!

“…이 예선 탈락한 새끼들이 진짜 화를 돋우네! 밟아버려!!”

꽝!!!!

그 순간 귀를 찢는 굉음이 들렸다.

“…??”

“???”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돌렸다.

중앙 탑이 무너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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