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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69화 (1,568/1,826)

§ 나는 될놈이다 1569화

<이데르고 교단의 위기-굶주린 혼돈 토벌 퀘스트>

대륙의 다른 교단들이 타락해서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이데르고 교단은 대륙을 위해 노력해 왔다.

대륙에 내려온 악마 공작, 빙결공 푸르네우스와 맞서 싸워서 대륙을 지킨 것은 바로 이데르고 교단!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둘 다 당황했다.

‘둘이 싸우고 있었나?’

어쩐지 둘 다 소식이 안 들린다 싶었는데 둘이 싸우고 있었다니.

저번에 왕국 앞바다에 나타났을 때 둘이 충돌하고 나서 끝난 줄 알았는데 계속 싸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 이데르고 교단도 굶주린 혼돈의 위기 앞에서는 혼자서 싸울 수 없게 되었다.

가끔은 적 또한 동맹의 상대가 될 수 있는 법.

이데르고 교단의 손을 잡고 굶주린 혼돈과 맞서 싸워라!

물론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거절하더라도 상관없다.

보상: ?, ???, ???

‘흠.’

태현은 간단하게 계산을 해보았다.

이데르고 교단의 손을 잡느냐, 잡지 않느냐?

‘잡는 게 낫겠군.’

이건 별로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나중에 문제가 되면 이데르고 교단의 뒤통수를 치고 버리면 되니까.

[카르바노그도 동의합니다. 원래 악신 교단들이라 뒤통수 몇 대 맞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카르바노그 같은 선신 교단들은 뒤통수가 연약해서 맞으면 안 됐지만, 악신 교단들은 원래 서로 배신하는 놈들 아닌가.

뒤통수가 단단해서 몇 대 좀 때려줘도 됐다.

“…….”

이다비가 태현의 말에 뭐라고 말하려는 표정을 지었다가 멈췄다.

“뭐 그래도 되겠죠!”

“그렇지?”

불운하게도 여기서 이데르고 교단의 편을 들어줄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데르고 교단이 빙결공하고 싸우고 있었나? 어디에서 싸우고 있었지?”

-이제 말씀드려도 되겠군요. 자이언 산맥에서 빙결공과 서로 세력을 다투고 있었습니다. 교황님께서 와서 도와주신다면, 우리 교단이 승리할 수 있을 겁니다.

“오….”

오크들의 지역, 우르크 지역에서도 더 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황량한 거인들의 산맥, 자이언 산맥.

태현은 무심코 자이언 산맥으로 토벌대 보내서 둘 다 잡을 계획을 세우다가 멈칫했다.

‘아. 동맹이지.’

그리고 동맹을 떠나서 지금 그럴 여력도 없었다.

골짜기 앞도 간신히 개척했는데 저기까지 플레이어들을 끌고 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 알겠다. 빠르게 가도록 하지.”

“너무 이데르고 교단 좋은 일만 해주는 거 아닌가요?”

이다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동맹을 구하는 일인 만큼 도와주는 건 그렇다 쳐도, 이데르고 교단은 다른 교단처럼 착하거나(혹은 착한 척이라도 하거나) 호구 같은 교단이 아니었다.

괜히 그쪽의 승자로 만들어줬다가 나중에 배신이라도 하면 이쪽의 뒤통수가 얼얼해질 수 있었다.

“응. 가서 그냥 이데르고 교단의 전력만 데리고 나오려고. 산맥에서 싸움은 내 알 바 아니고.”

“…!”

이다비는 감탄했다.

수락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저 계산을 하고 있었다니….

“진짜 배신의 달인이 있다면 태현 님에게 어울리는 칭호일 거예요.”

“쑥스럽게 왜 그래?”

[카르바노그가 대화에 질색합니다.]

* * *

“그런데… 너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산맥으로 움직이려던 태현은 멈칫했다.

지금 난다 긴다 하는 랭커들도 지나가다가 굶주린 혼돈한테 붙잡혀서 로그아웃 당하는 일들이 일어나는데, 용케 교단의 전령이 여기까지 찾아왔던 것이다.

-저희 교단의 탈것 덕분입니다.

“오…?”

“그런…!”

태현과 이다비의 눈빛이 탐욕으로 번쩍였다.

원래 희귀한 탈것은 돈 주고도 못 사는 게 이 업계 아닌가.

그런데 교단의 탈것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니.

-효과가 보통이 아닌가 보다.

-기회가 되면 가질 수 있을까요?

-무슨 소리야. 이다비.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가져야지.

태현과 이다비는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 흉흉한 대화가 오간 걸 모르는 이데르고 교단의 전령은 주문서를 꺼냈다.

-역병의 슬라임 소환!

[역병의 슬라임이 소환됩니다!]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매우 징그러운 색의 슬라임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태현과 이다비는 둘 다 인상을 찌푸렸다.

외견이 좀 너무….

[카르바노그가 원래는 외모 신경 안 쓰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탈것은 겉모습도 중요하거든.’

아무리 성능이 좋다지만 겉모습이 너무 추하거나 징그러우면 외면 받는 경우가 생겼다.

지금 눈앞의 역병 슬라임도 그런 경우에 속했다.

솔직히 태현도 굳이 저걸 타야 하나 싶을 정도였으니….

-자.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전령은 사람 숫자만큼 슬라임을 소환한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태현과 이다비는 정말 매우 들어가기 싫은 표정으로 슬라임 안으로 들어갔다.

-가라, 이데르고 님의 충실한 종복아!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주렴!

[역병의 슬라임이 강력한 악취를 흩뿌리기 시작합니다.]

[추적자들이 슬라임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

[……]

철퍽철퍽!

슬라임들은 일행을 감싸고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에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얻어도 인기가 별로 없을 것 같군….’

-그런데 교황님. 저 뒤에 있는 상자는 무슨 상자입니까?

전령은 태현이 끌고 온 커다란 상자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꼭 사람 한 명 정도 들어갈 것 같은 크기였던 것이다.

“별로 중요한 거 아니니까 신경 끄도록.”

-앗. 예.

* * *

[<산맥 역병 전초 기지>에 도착합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

[……]

슬라임들은 놀라운 속도로 굶주린 혼돈의 영역을 주파했다.

산맥 외진 곳에 자리 잡은 교단의 기지.

이미 소식을 들었던 이데르고의 성기사들이 태현 일행을 환영했다.

-아키서스의 교황님. 어서 오십시오!

-우리의 보금자리를 불태우고 신전을 파괴한 교황님. 환영합니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은 어쩔 수 없으니 말입니다! 하하하!

하지만 이데르고 교단의 성기사들이 하는 대사에서까지 뒤끝을 지울 수는 없었다.

사람인 이상 뒤끝이 안 남아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태현은 그들의 예상을 한 단계 뛰어넘는 존재였다.

“그래. 내가 너희들의 보금자리를 불태우고 신전을 파괴했지만 이해해 준다니 고맙군.”

-…….

-…….

“뭐?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제까지 만든 적이 몇 명이고 쓰러뜨린 적이 몇 명인데 저런 말에 휘둘리진 않았다.

태현은 무시하고 뒤에 갖고 온 상자를 열었다.

-읍읍읍!

-…??

-??

이데르고 교단의 역병 주교 후계자, 페르스메스!

이제까지 아키서스 교단 대신전에 감금되어 있었던 NPC였다.

태현은 친절하게 말했다.

“서로 손을 잡게 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돌려주려고 갖고 왔지.”

-…교황님!!

이데르고의 성기사들은 감동한 표정으로 환호했다.

[이데르고 교단이 당신의 성의에 감동합니다!]

[이데르고 교단 내에서 평판이 크게 증가합니다!]

[이데르고 교단과의 친밀도가…]

[……]

[……]

이데르고 교단의 분위기는 마치 축제라도 열린 것처럼 흥겨웠다.

잃어버렸던 후계자를 되찾았는데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태현도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다비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보기 좋네요.”

“그렇지?”

모두가 행복했다.

페르스메스 한 명 빼고는!

페르스메스는 매우 배신감 가득한 표정으로 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배신감을 느낀 페르스메스가 경악합니다!]

[페르스메스의 친밀도가 크게 하락…]

[……]

[……]

이제까지 태현은 페르스메스한테 본인을 ‘같이 아키서스 교단에 잡혀 온 이데르고 교단 동지’라고 속여 왔었다.

진실을 알게 된 페르스메스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이다.

* * *

-악취 나는 역병쟁이 놈들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람!

-그러게 말이야.

악마들은 투덜거리며 무거운 바윗돌을 옮겼다.

산맥 위에 악마 공작을 위한 진지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원래 이런 건 둔하고 멍청한 종족, 예를 들면 거인족들을 부려서 시켜야 했지만….

지금은 거인 부족들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이데르고 교단이나 굶주린 혼돈 놈들이 싹 끌고 간 것이다.

원래 상대인 이데르고 교단도 만만치 않았는데 갑자기 산맥에 굶주린 혼돈의 군단까지 나타나자 싸움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굶주린 혼돈 놈이 정말 강하던데 괜찮을까?

-지금 너, 우리의 주인님인 빙결공 푸르네우스 님을 무시하는 거냐?

-하… 하지만 여기는 마계가 아니라 대륙이잖아.

악마 공작들은 대륙으로 나올 때마다 힘이 급격히 약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굶주린 혼돈을 상대할 수 있을까?

-…굶주린 혼돈이 악마도 받아줄까?

-그런데 그랬다가는 영원히 마계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떠들던 악마들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저 반대쪽 능선에 있던 이데르고 교단의 기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뭐, 뭐야? 누가 불을 지른 거지?

-굶주린 혼돈 놈들이 공격을 시작했나 보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굶주린 혼돈이 공격했으면 더 시끄럽고 적들도 보여야 했는데….

그냥 스스로 불을 지른 것처럼 매우 조용했다.

뭐지??

* * *

-아, 아니. 교황님. 이게 과연 옳은 방법일까요?

방금까지 좋아하던 이데르고 교단의 성기사들이 당황해서 태현을 말리려고 했다.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이 오자마자 내놓은 방법이 워낙 기상천외했던 것이다.

기지에 불을 질러라!

“하. 이 방법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단 말인가?”

“이래서 이데르고 교단은 참… 안타깝네요. 그렇죠?”

태현과 이다비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우겼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약해지면 진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 방법은 아키서스 교단에서는 기본적인 방법인데 말이지.”

“아키서스 교단에서는 아침점심저녁으로 숨 쉬듯이 하는 전술이라고 할까요.”

-그… 그렇습니까?

[화술 스킬이 매우 높…]

[명성이 매우 높…]

[악명…]

[전술 스킬이…]

[……]

솔직히 이데르고 교단의 성기사들은 태현한테 따지기가 힘들었다.

지위부터 시작해서 업적까지 너무 차이가 심했으니까.

사실 태현이 해낸 것만 보면 태현이 ‘교단의 성기사들을 모두 해고시키고 교단 신전들을 전부 푸른색으로 칠해라!’라고 해도 ‘예!’라고 받아들여야 했다.

-알, 알겠습니다.

-무언가 깊은 뜻이 있나 보다. 아마 그런 거겠지.

-옛 병법에, 전장에 나가서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히면 도망칠 곳이 없어서 용감하게 싸운다는 말이 있는데 그런 걸 노리는 걸까?

-아니… 우리는 충분히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산맥 역병 전초 기지>가 파괴됩니다!]

[……]

[……]

“다음 기지로 이동하자.”

-예? 안 싸웁니까?

“지금 이 인원으로 뭘 싸운단 말인가? 하. 이걸 또 설명해 줘야 하는군. 이다비?”

“이게 원래 병법에, 적은 숫자로 많은 숫자를 상대하지 말고 많은 숫자로 적은 숫자를 상대하란 말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제가 잘 할 수 있을까요?’ 하던 이다비였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척하면 척 호흡을 맞춰서 사기를 치는 아키서스 교단 듀오!

“알겠나? 여기에 모인 쟁쟁한 적들과 싸우기 위해서는 일단 교단의 전력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거지.”

-그… 그렇습니까.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고….

[기지를 파괴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경험치가…]

‘흐뭇하군.’

태현은 알뜰살뜰하게 경험치도 챙겼다.

교단의 기지를 직접 부수는 만큼 이런 보너스는 덤!

이제 적당히 때가 되면 싸우는 시늉을 하다가 안 되겠다고 하고 산맥에서 빠진 다음 골짜기로 데리고 오면….

‘손쉽게 꿀꺽할 수 있겠군.’

“태현 님. 그런데 저 NPC가 자꾸 노려보고 있는데 괜찮은 거 맞나요?”

“무시해. 무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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