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63화 (1,562/1,826)

§ 나는 될놈이다 1563화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한참을 설득하고 나서야 오해를 풀 수 있었다.

“그러니까 국경 막힌 것도 못 뚫어서 다시 돌아왔다고?”

“구라 같은데…? 길드 동맹 길드원이면서 그것도 못 뚫어?”

수군거리는 플레이어들의 말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얼굴을 붉혔다.

수치스럽다!

“이, 이번 퀘스트는 좀 달랐다고… 너희들도 직접 겪어보면….”

“아. 예.”

“길드 동맹 내에서도 좀 떨어지는 놈들인가 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수군거리는 말을 뒤로한 채,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김태현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뭐야. 너희들 왜 다시 왔냐? 혹시 스파이 아니냐?”

“…아니라고!”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다시 설득해야 했다.

* * *

‘진짜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 괜찮은 거 맞나?’

‘길드 동맹이 망하는 건 아니겠지….’

‘저번에 에랑스 왕국에 건물 사뒀는데 그거 파괴되면 어떡한다.’

‘다른 길드원들은 알아서 잘할는지 걱정이군.’

자리에 모인 랭커들은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이 상황을 걱정하고 있는 건 비슷했다.

그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대륙 단위로 퀘스트가 터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가 좀 세다!

‘김태현은 무슨 대책이 있을지도.’

‘하긴… 김태현 놈이 전설 퀘스트 전문가긴 해.’

‘설마 굶주린 혼돈을 레이드 하려는 건 아니겠지. 성공하면 김태현 놈 진짜 판온에서 적수가 없어지는데….’

태현이 입을 열었다.

“일단 골짜기 근처에 있는 굶주린 혼돈의 군단부터 쓰러뜨린다.”

“!”

생각보다 평범한 계획에, 다른 사람들은 당황스러워했다.

어라?

그게 다야?

‘아. 저걸 시작으로 뭔가 다른 걸 하려는 모양이군.’

‘뭘 하려는 걸까?’

“그다음은?”

“그다음이라니.”

“어… 지금 이 대륙에 닥친 위기를 해결할 방법?”

“그야 나도 모르지 인마.”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랭커를 쳐다보며 말했다.

방법 맡겨놨냐??

그러자 랭커가 오히려 더 당황스러워했다.

“진짜 없다고??”

“…역으로 물어보자. 넌 왜 내가 있다고 생각한 거냐?”

“그,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한데….”

그걸 본 다른 길드원들이 수군거렸다.

‘김태현이 아마 숨기고 있나 보다.’

‘하긴 그런 걸 공개하진 않겠지.’

“다 들린다. 미친놈들아. 정신 차려. 애초에 이렇게 갑자기 닥친 전설 퀘스트 해결 방법을 내가 갖고 있다는 게 말이 되냐?”

태현의 말에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슬슬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 태현의 말이 맞았다.

이렇게 갑자기, 큰 규모로 닥친 퀘스트의 해결 방법을 바로 내놓는다는 건 말도 안 됐다.

“생각해 보니 확실히….”

“왜 김태현이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

“얘가 말해서 그런 것 같아.”

“해결 방법 같은 건 없으니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일단 골짜기 근처에 있는 굶주린 혼돈의 군단을 처리할 테니, 다들 힘을 합쳐서 공략 준비하자고.”

“걱정 마라!”

여러 길드들의 랭커들은 자신만만했다.

혼자면 모를까 여기 골짜기에는 든든한 전력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김태현부터 시작해서 쟁쟁한 랭커들이 즐비했고, 골짜기의 강력한 NPC들과 아이템도 빌릴 수 있지 않은가.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살벌하다지만 이 정도면 할 자신이 있었다.

“김태현 선수. 괜찮다면 내가 먼저 나가보도록 하지.”

<파워 엠퍼러>의 케리드가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굶주린 혼돈의 군단과 한번 붙어보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렸던 것이다.

‘그리고 도와준 은혜를 갚아야지.’

여기 반쯤 억지로 있는 다른 길드원들과 달리, 케리드는 태현 일행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도와준 것도 도와준 거지만 <파워 엠퍼러>를 높게 평가한 그 친절이 마음에 사무쳤다.

인성이 되어 있다!

-음. 내가 만나봤는데 김태현 선수는 인성이 참 좋더군. 역시 소문은 믿을 게 안 되는 것 같네.

-그랬습니까? 하긴 소문이란 게 원래 다 좀 그런 법이지요.

<파워 엠퍼러> 길드원들도 케리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케리드 씨가 저렇게 말하는 거 보니 역시 소문이 헛소문이었나 보다!

다들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인 만큼 오해를 정정해 줄 사람이 없었다.

“케리드가 나간다면 우리도 같이 가겠다.”

니샤오양도 손을 들었다.

다른 길드에 비해 <파워 엠퍼러>와 케리드는 좀 믿을 만했던 것이다.

다른 길드들은 협력은커녕 서로 싸울 가능성이 높았다.

“뭐? 너희들도 나가게?”

“….”

“그래… 나간다면 말리진 않으마.”

태현의 태도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속으로 욕했다.

이 자식 반응이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 * *

골짜기의 삼중성벽.

원래도 삼엄한 방비를 자랑하고 있는 골짜기였지만, 지금 그 분위기는 한층 더 심각했다.

“싸울 수 있으신 분들은 성벽으로 와주세요! 보초를 서주시는 분들에게 소정의 보상을 드립니다!”

“사제 분들은 이쪽으로! 축복 걸어주세요!”

“굶주린 혼돈이랑 계약한 놈들은 양심껏 나와라! 안 나오다 나중에 발각되면 현실 아키서스 형에 처한다 진짜!”

“….”

태현은 그 모습에 살짝 감동했다.

골짜기 플레이어들이 전부 일치단결해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태현이 딱히 어떤 명령도 내리지 않았는데 자기들 스스로 애정을 갖고 지키기 위해서 나선 모습.

기대하지도 않았던 모습이라 괜히 감동적이었다.

“저 새끼 저거 굶주린 혼돈이랑 계약한 놈이다!! 붙잡아!!!”

“성기사 님들! 저 새끼 붙잡아주세요! 저 새끼 첩자예요!”

“폭탄이랑 묶어서 성벽 밖으로 던져버려!”

“크아악! 이거 놔! 이 자식들! 굶주린 혼돈 님이 오시면 너희들은 다 끝장이라고! 굶주린 혼돈 님이 오면 나같이 먼저 갈아탄 사람이 승자가 될 거다!”

“…음. 뭐 이것도 협동의 모습이지….”

태현은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일종의 훈훈한 모습이긴 했다.

“굶주린 혼돈이랑 계약한 플레이어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걱정이에요.”

이다비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의 욕심이란 건 생각보다 강력한 힘이었다.

당장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중에서도 굶주린 혼돈과 계약한 놈들이 여럿 나오고 있었다.

적군보다 더 무서운 게 뒤에서 등을 찌를지도 모르는 아군.

“하긴 스미스가 그런 퍼포먼스를 결승전에서 보여줬으니….”

당장 판온에서도 악(惡) 세력은 제법 많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숫자만 따져보면 선 세력 플레이어들이 훨씬 많았다.

왜일까?

사람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악 세력 플레이를 하면 페널티가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당장 악신 교단에 가입하려고 하면 어딘가에 숨어 있는 악신 교단을 찾아야 하고, 그걸 찾으면 또 그냥 들여보내 주는 게 아니라 귀찮은 입단 퀘스트를 해야 하고, 그걸 다 깨고 나면 또 처음부터 다시 공적치를 쌓아야 하고….

다른 교단 퀘스트와 크게 다르지도 않은 주제에 가입하면 이제 여러 마을에서 페널티 받고 왕국에서도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어지간히 악명 높은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는 길이었다.

그에 비해 굶주린 혼돈은 좀 더 강렬했다.

쉽게 계약하고 쉽게 힘을 내려 받고!

물론 페널티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 중에는 ‘지금 강해지면 그만이지!’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게다가 스미스가 결승전에서 그런 강력함을 보여줬으니 더더욱 인상에 깊게 남았으리라.

<굶주린 혼돈의 시대가 온다. 너희들도 솔직히 갈아타라.>

<굶주린 혼돈 안 섬기는 놈들은 대체 뭐야? 무슨 생각하면서 사는 건데?>

<굶주린 혼돈이 힘을 복사해 주고 있다고! 나는 무적이다. 굶주린 혼돈은 신이고.>

<굶주린 혼돈 믿는 놈이 이렇게 많았냐?>

게시판도 혼란 그 자체였다.

이제까지 조용히 숨기고 있었던 굶주린 혼돈 계약자들 총출동!

이제까지 악신 교단 이벤트가 터져도 지역 하나 정도였는데, 대륙 전체에서 이렇게 뒤집어지자 ‘진지하게 굶주린 혼돈의 시대가 오는 거 아닌가?’ 하고 예상하는 사람이 올 정도였다.

-이제 판온은 굶주린 혼돈의 감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하는 게임이 되는 거 아니야?

-난 지금 현실에서도 정부와 당에 감시받고 있는데 게임에서도 감시 받으라고!?

-길드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냥 끝나겠냐. 아직 두고 봐야 알지.

“일단 버티자고. 하나둘씩 해치우고 나면 분위기가 좀 바뀌긴 하겠지.”

태현은 성벽 아래를 지켜보았다.

케리드와 파워 엠퍼러, 그리고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 파티를 짜서 움직이고 있었다.

랭커들인 만큼 움직임이 재빠르고 절도가 있었다.

-주인이여. 제대로 관찰할 수가 없다.

날아올랐던 용용이가 금세 돌아왔다.

대낮인데도 골짜기에서 조금만 멀어지면 시커먼 어둠이 일렁이고 있었다.

굶주린 혼돈의 군단이 뿜어내고 있는 힘의 장막!

덕분에 지금 어느 정도 적이 있는지도 파악하기 힘들었다.

“괜찮아. 용용아. 지금 다른 플레이어들이 내려갔으니.”

용용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성벽 위에 착륙했다.

태현이 말할 정도의 모험가들이라면 분명 뛰어난 실력을 가진….

“튀어! 튀어!! 튀어!!!!”

“김태현! 헬프!! 헬프!!!!”

“….”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보았다.

장막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나 됐다고 바로 튀어나와?

‘이 새끼들이 사기 떨어지게….’

이다비가 곧바로 외쳤다.

“저기 길드원들은 길드 동맹 길드원들이다! 하도 쓸모가 없어서 저런 데에 쓴 거니 다들 놀랄 거 없어!”

“아하! 과연….”

“그냥 폭탄이라도 매달고 보낼 거 그랬네요!”

성벽 위에서 당황하던 플레이어들은 그 말에 바로 납득을 했다.

과연 그런 거구나!

콰콰콰콰콰쾅!

성벽 위에서 대포들이 불을 뿜었다.

기계공학은 물론이고 각종 마법, 대장장이 기술 스킬들의 정수로 설치된 공성 병기들.

한 번 발사되면 주변 땅을 녹여버릴 정도의 위력이었다.

“헉, 헉헉….”

“죽는 줄 알았다…!”

“…야. 솔직히 말해봐라. 너희 랭커 아니지?”

태현은 진지하게 물었다.

날아서 도망치려다가 돌아온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길드 동맹에서 떨거지들만 온 게 분명했다.

“아니야…! 김태현! 들어봐라. 진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 * *

장막 안으로 들어간 길드 파티들은 생각보다 빠르게 돌파했다.

[굶주린 혼돈의 영역에 진입합니다!]

[전체 스탯이….]

[….]

[….]

각종 메시지 창과 달리, 적의 숫자가 생각보다 적었던 것이다.

주변이 칙칙해지고 어두워지긴 했지만 원래 골짜기 주변이었던 만큼 지형은 익숙했다.

이대로라면 쉽게 뚫고 나갈 수 있….

-잡아라!

팟!

[매복해 있던 굶주린 혼돈의 노예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포위되었습니다!]

[전술 스킬에 페널티….]

[….]

“!?!”

-한 놈도 놓치지 마라!

“치… 치사하게…!”

-우리가 언제까지 멍청하게 그냥 당해줄 줄 알았느냐!

놀랍게도 굶주린 혼돈의 부하들은 매복한 채 계속 숨어 있었던 것이다.

지능을 만만하게 보고 들어간 길드원들은 제대로 쓴맛을 보고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놈들이 대놓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냥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흩어져서 숨어 있더라.”

“그냥 나오면 무조건 잡을 각오로 숨어 있던데 당해낼 방법이 있어야지.”

“그렇군.”

태현은 징징대는 소리는 대충 넘기고 중요한 것만 들었다.

“그러면 유인을 해보자. 매복해 있다면 역으로 유인해서 잡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과연… 잠깐. 그거 우리가 해야 하는 거냐?”

“그래. 자. 갔다 와.”

“나쁜 새끼….”

‘알겠다고….’

“지금 속마음이 뒤바뀌어서 나오지 않았냐?”

말은 저렇게 해도 골짜기에서 태현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조심스럽게 유인에 나섰다.

장막 안으로 들어가서, 굶주린 혼돈의 부하들이 나타날 때까지 들어간 다음, 나타나면 전속력으로 도주!

“…?”

“안 쫓아오는데요??”

-어이. 도발해 봐.

태현은 길드 동맹 길드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길드원들은 시키는 대로 했다.

[<시끄러운 조롱>을….]

[<탐스러운 약점>을 시전합니다!]

-하! 우리가 순순히 당해줄 것 같으냐?

-멍청한 놈 같으니….

[화술 스킬이 너무 낮습니다!]

[….]

[….]

[유인에 실패합니다!]

-우리는 절대 들어가지 않을 거다, 아키서스 놈아! 거기서 네놈의 부하들과 같이 말라 죽어라!

“….”

[카르바노그가 확실히 옛날의 경험에서 많이 배웠다고 감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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