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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57화 (1,556/1,826)

§ 나는 될놈이다 1557화

-죽어라! 침입자 놈!

“왜 우리만 공격하는 거야!”

플레이어들은 울컥한 나머지 고렙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유치한 대사를 내뱉었다.

유지수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몬스터한테 그렇게 물어보면 기분이 좀 나아져??”

“아… 아니. 무심코 나온 말이야! 무심코! 억!”

쾅!

외치던 길드원 한 명이 두들겨 맞고 뒤로 날아갔다.

‘와. 잘 싸우는데?’

태현은 <지하 미궁의 굶주린 악마>가 평타를 넣는 걸 보고 감탄했다.

레벨이나 스탯이 같은 몬스터라 하더라도 유난히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가 있었다.

갖고 있는 스킬이 까다롭고 지능이 높은 몬스터!

태현을 상대한 선수들이 ‘김태현의 가장 무서운 강점은 스킬셋이나 직업이 아닌 평타 교환할 때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몬스터 중에서도 공격 패턴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놈들이 있었다.

악마는 위쪽으로 연타를 퍼부어서 플레이어가 방패를 들어 올리게 만든 다음 재빨리 몸을 틀어서 날카로운 꼬리로 빈 몸통을 후려갈겼다.

나름 고렙 플레이어였지만 몬스터의 공격에 그대로 유도당해서 치명타!

-하하하! 침입자 놈! 꼴 좋다!

[<지하 미궁의 굶주린 악마>가 <혈액 흡수>를 시전합니다!]

[<지하 미궁의 굶주린 악마>가 힘을 흡수하고 포만감을 느낍니다.]

[더욱더 강해집니다!]

악마의 움직임은 더욱더 빨라지고 현란해졌다.

통로가 꽤 넓은 탓에 입체적으로 움직이는 악마를 쫓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태현! 같이 싸우자! 네가 공격해서 움직임을 멈추면 우리가 스킬을 넣겠다!”

랭커들이 태현을 보며 외쳤다.

저런 식으로 까다롭게 움직이는 놈을 잘 상대할 수 있는 건 태현이 딱이었다.

태현이 공격을 꽂아 넣으면 놈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서, 혹은 방어하기 위해서 움직임을 멈출 테니….

그렇게 생각하고 랭커들은 태현을 쳐다보았다.

“어? 내가 왜?”

“…….”

“…아까 같이 싸우자면서!!”

“그건 나도 공격할 줄 알았을 때 이야기고. 난 공격 안 하잖아. 내가 왜 싸우냐? 니들하고 친구도 아닌데.”

-역시 아키서스 교단은 현명하군!

악마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랭커들은 둘 다 한 대씩 때리고 싶어졌다.

“과연… 역시 김태현 선수는 합리적이십니다.”

“칭찬 고맙군.”

자쉬안과 태현이 나누는 대화를 보며 다른 길드원들이 황당하다는 듯이 시선을 던졌다.

“저거 혹시 길드 동맹 소속이 아닌가?”

“부끄럽지만 저희 길드 소속이 맞습니다….”

“…….”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태현은 일행에게 말했다.

“자. 우리는 가자!”

“김태현! 김태현! 야 이 자식아!”

“지금 누구보고 반말이야? 악마한테 뒤지기 전에 뒤지고 싶어?”

유지수가 바로 활부터 겨누자 급하게 외치던 길드원들은 현실 감각이 빠르게 돌아왔다.

“타협합시다! 김태현 씨! 우리는 <길드 동맹>도 아니에요! 우리는 <패러다임> 길드원들이라고요! 우리도 얘네 사실 별로 안 좋아해요!”

“…….”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상처 받은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들도 기회만 되면 언제든지 배신하려고 하고 있었지만, 먼저 배신당하는 건 언제나 슬픈 기분인 것이다.

“이번에 잘츠 공화국에서 퀘스트 깰 때 도와드릴 테니까 한 번만 좀 도와주십쇼!”

“오. 진짜?”

“예!”

“뭐든지?”

“뭐… 뭐든지는 좀….”

-지금 그렇게 따질 처지냐!

듣고 있던 악마가 갑자기 벌컥 화를 내더니 길드원을 그대로 붙잡고 천장으로 날아올랐다.

우드득!

[<지하 미궁의 굶주린 악마>가 <혈액 흡수>를 시전합니다!]

[<지하 미궁의 굶주린 악마>가 힘을 흡수하고 포만감을 느낍니다.]

[더욱더 강해집니다!]

“아악! 야! 파티장 이 새끼야!”

“미… 미안! 할, 할 수 있는 거면 해줄 테니까 좀!”

-그래. 거래는 그렇게 해야지!

[카르바노그가 저 악마 마음에 든다고 호감을 표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충 이야기가 끝나자 태현은 앞으로 달려들었다. 악마를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탁-

그러나 악마는 붙잡고 있던 길드원을 던져 버린 뒤 미련 하나 없이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패러다임> 길드원들은 황당한 와중에도 한 가지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태현 이 자식 설마 악마랑 짜고 친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뭘 그런 눈으로 보냐?”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구해줬지? 나중에 약속 지키는 거 잊지 마라.”

“아. 예….”

“혹시라도 말하는 건데, 약속 안 지키면 너희 길드가 길드 동맹 되는 거야. 알지?”

“…….”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들었다.

협박을 해도 뭐 저런 식으로 하냐!

너무한 거 아니야?

* * *

덕분에 목숨을 구한 <패러다임> 길드원들은 지하 던전을 빠져나갔다.

솔직히 더 있으라고 해도 있고 싶지 않았다.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지긋지긋했던 것이다.

남은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그걸 지켜보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잠, 잠깐. 우리만 남았나?’

패러다임 길드원들이 미우니 고우니 해도 확실히 강한 전력이었다.

같이 있었기에 그나마 서로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패러다임 길드도 빠져나가자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건 김태현 일행인데 얘네들이 같이 다녀줄 리는 없을 것이고….

“잠깐. 김태현. 패러다임 길드는 어떻게 탈출구를 찾은 거지?”

“그걸 내가 왜 말해줘야 하냐?”

“…….”

“역시….”

“자쉬안 님. 감탄 작작 하십쇼.”

“!?”

자쉬안은 감탄하려다가 길드원들의 살의 섞인 반응에 움찔했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알아서 잘 해보고. 그럼 우린 이만 간다?”

“잠… 잠깐! 잠깐! 진짜 간 거 아니지? 김태현! 기다려봐라! 협상을 하자!”

“…진짜 간 거 같은데요?”

“…….”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경악했다.

뭐 저렇게 쿨한 새끼가 있냐!?

* * *

“길드 동맹 이야기 안 들어봐도 되나요?”

“다른 길드들은 약속을 어지간해서는 지킬 텐데, 길드 동맹 놈들은 요즘 좀 잘나가서 약속 안 지킬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지금 너무 시간을 잡아먹었잖아. 빨리 찾아야 하는데.”

태현이 길드 동맹의 제안을 받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바빠서였다.

물론 좀 믿기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필요한 게 있다면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협상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길드 동맹 놈들 도움 받아서 뭐하냐. 어차피 속이 시꺼먼 놈들인데.’

길드 동맹의 오스턴 왕국이 근처인데, 여기서 길드 동맹 협조 받아봤자 별로 도움 안 될 가능성이 높았다.

[<11번 고대 제국의 무기 보관소>에 입장합니다!]

[명성이…]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기계공학 스킬이…]

방 안은 밖의 통로보다도 살풍경했다.

메마르고 삭막한 군수물자창고 같은 방!

고대 제국의 무기를 보관한 곳이니만큼 그럴 법도 했다.

철컥-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낮아서 상자를 열 수 없습니다.]

[상자를 억지로 열 경우 파손됩니다.]

‘그래. 뭐 기대도 안 했다.’

상자들은 많았지만 1번부터 10번 도는 동안 열리는 건 기껏해야 한두 개여서 태현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열린다고 하더라도 안에 든 건 그렇게 대단하지 않았다.

[<녹슬고 낡은 고대 제국의 롱소드> 열 개를 얻었습니다!]

[……]

[……]

‘신의 예지 스킬로 쓸 만한 거 없으면 바로 넘어가야지.’

물론 초보자가 쓰기에는 저런 아이템도 대단히 좋은 물건이긴 했다.

하지만 이제 태현도 어느 정도 레벨이 있고 제작 스킬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

어느 정도 좋은 아이템이 아니고서야는 그렇게 바득바득 챙길 필요가 없었다.

상자 여는 방법도 마땅치 않았는데….

[현재 <투박한 유탄 머스킷>의 제작법을 알고 있습니다!]

[상자가 열립니다!]

[<녹슬고 낡은 고대 제국 유탄 머스킷>을 발견합니다!]

‘!!!’

갑자기 튀어나오는 퀘스트 목표.

태현은 깜짝 놀랐다.

<전설을 향하여-기계공학 스킬 퀘스트>

전설의 경지에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당신.

당신은 고대 제국에서 사용하던 유탄 머스킷을 발견했다.

이 머스킷을 완전히 복원하고 제작법을 추출해낸다면 새로운 길이 당신에게 보일 것이다.

보상: ?, ???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당신의 영지에 <기계공학의 알>이 생겨납니다.]

[전설을 향하여 걸어가십시오!]

“…?”

뭐지?

태현은 생각지도 못한 알에 당황했다.

‘그보다 불길한데.’

이제까지 알에서 좋은 게 나온 적이 별로 없었던 것….

-캬오오?

“아니. 널 말한 건 아니고.”

태현은 급히 생각을 바꿨다.

드래곤들은 의외로 능력이 대단해서 이런 부분에서도 눈치가 빨랐다.

‘일단 지금 확인을 해야겠군.’

태현은 <녹슬고 낡은 고대 제국 유탄 머스킷>을 꺼내 들었다.

새로 뭘 만들려면 대장간을 끼고 각종 버프를 받는 게 좋겠지만, 분해하고 제작법을 알아내는 것 정도면 이 자리에서도 바로 할 수 있었다.

[분해를 시작합니다!]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현재 기계공학 스킬이…]

[……]

[……]

[일정 확률로 제작법을 얻어낼 수 있습니다!]

[아주 낮은 확률로 폭발할 수…]

[카르바노그가 여기서 터지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묻습니다.]

-불길한 질문 던지지 마라….

태현은 재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카르바노그를 노려보았다.

말이 씨가 된다는데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터지면 퀘스트 엄청 꼬인다.’

어디 있을지도 모르는 이 무기 다시 찾아서, 분해해서 제작법 얻어내야 하는 그런 일을 다시 해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집중한다.’

판온에서는 스킬도 스킬이지만 그걸 쓰는 플레이어의 컨트롤도 중요했다.

실제로 대장장이 랭커를 보면 망치를 휘두르거나 할 때 움직임에 흔들림이 하나도 없었다.

쌓아 올린 막대한 경험 덕분!

태현은 세심하게 부품을 하나씩 빼어나갔다.

[제작법을 일부 얻었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조금 오릅니다!]

[……]

철컥, 철컥-

‘이제 거의 다 됐…’

콰르르르릉!

그 순간 갑자기 무덤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카르바노그의 안색이 창백해집니다!]

* * *

[시험에 계속 실패했습니다.]

[자격 없는 침입자를 내보내기 위해 미궁이 변화합니다.]

“진짜 양심이 없는 던전이냐!?”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탈출구를 향해 기어나가던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나오는 메시지창에 기겁을 했다.

여기서 더 난이도를 늘린다고!?

“뛰어!! 뛰어! 저기가 출구다!”

“살았다!!”

“크흑…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 같이 힘 낸 덕분이다. 네가 <상급 발자국 탐지> 스킬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아닙니다! 파티장님도 추적 스킬로 저를 도와주셨잖습니까!”

먼저 나간 패러다임 길드원들이 없었다면 길드 동맹 길드원들은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간신히 뒤를 쫓고 흔적을 찾아서 탈출하는 데 성공!

이런 던전은 다시 들어오고 싶지도 않았다.

“어? 나왔네?”

김태현이 혹시 나오면 이야기나 나누려고 기다리고 있던 패러다임 길드원들은 놀라워했다.

“우리가 나오면 안 되냐?”

“아니… 나올 수 있지. 그런데 좀 신기하네. 어떻게 나온 거냐?”

“흥. 우리 길드를 얕보지 마라. 너희처럼 김태현 도움을 구걸하지 않아도 이깟 던전 하나는 나올 수 있으니까.”

“설마 저것들 우리 흔적 쫓아서 나온 거 아닙니까?”

“에이. 자존심이 있지 설마 그랬을까.”

“…….”

패러다임 길드원들의 대화에 길드 동맹 길드원들 안색이 굳어졌다.

“아까 지하 흔들리던데 너희들이 뭐 건드린 거냐?”

“던전 난이도가 올라간 것뿐이다.”

니샤오양은 살짝 자부심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 더 난이도가 올랐는데도 무사히 탈출했다는 건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이었다.

“잠깐. 안에 김태현 아직 있지 않나? 근데 난이도를 올렸다고?”

“…일부러 올린 건 아니고….”

“어쨌든 너희들 때문에 올라간 거잖아?”

“그게 우리가 일부러 한 건 아닌….”

“나중에 김태현이 물어보면 꼭 말해주자고.”

“그래. 김태현도 궁금해할 듯.”

이런 부분에서는 모두의 뜻이 일치했다. 심지어 자쉬안도 동의했다.

“이건 우리 잘못 같은데?”

“…제발 좀 닥치고 계셔주십시오. 그리고 패러다임 이 멍청한 놈들아! 김태현은 던전 클리어 방법을 찾아서 별문제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난이도 좀 올라갔다고 문제가 됐겠냐!”

쾅!

지하 무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태현 일행이 뛰쳐나왔다.

태현은 분노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떤 새끼가 눈치 없이 던전 난이도 올렸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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