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54화 (1,553/1,826)

§ 나는 될놈이다 1554화

“그런데 공화국이 뭐지?”

외치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 중 한 명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왕이 없는 거잖아.”

“왕이 없으면 누가 다스려?”

“너 민주주의 사회 시민 맞냐?”

“아…!”

판온에 너무 과몰입을 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은 정신을 차렸다.

“그러면 여기도 투표로 돌아간다고??”

“에이. 그 정도는 아니겠지. 귀족들끼리 돌리지 않을까?”

“일단 계속 외치자고.”

“공화국 만세! 공화국 만세!”

“민주주의를 위해!”

-아주 훌륭한 모험가들이야. 허허.

[잘츠 공화국 내 평판이 조금 오릅니다!]

[……]

[……]

어느 정도 평판이 쌓이자, 파워 워리어 간부 중 하나인 최민수는 길드원들을 데리고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이렇게 새로운 맵이 열렸을 때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사람이 성공하는 법.

‘여기 잘츠 공화국을 우리 파워 워리어 길드가 선점하는 곳으로 만들어야지!’

“저. 어르신. 잘츠 공화국의 역사를 알고 싶은데, 이 멍청한 모험가 놈을 조금만 도와주시겠습니까?”

-하하… 싫네.

“감사합… 네? 싫다고요?”

-내가 지금 밖에서 온 촌스럽고 무식한 모험가를 교육시켜 줄 정도로 한가한 사람처럼 보이는가? 에잉. 그렇게 안 보였는데 참으로 멍청하군 그래.

“…….”

“…….”

‘죽일까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 우리가 NPC랑 싸우면 우리가 질걸.’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굴욕에 부들부들 떨면서 도시 밖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애초에 이런 걸로 굴욕을 느낄 리가 없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이라면 이 정도는 부드러운 인사말 수준!

-저기 도서관 있으니까 가서 찾아보게. 흥.

“도서관이 있다고요!??!”

-…왜? 방금 무슨 의미지?

늙은 상점 주인은 최민수를 째려보았다.

최민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러니까 그게, 저 같은 사람한테도 열어주는 도서관이 있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라….”

-하하. 그건 그렇겠군. 우리 잘츠 공화국이 그 정도로 평등한 곳이라네.

“그렇군요…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똑같이 대해주시다니. 헤헤.”

최민수는 손바닥을 비비면서 아부를 했다.

그러자 상점 주인이 다시 한번 정색했다.

-명예로운 잘츠 공화국 사람하고 자네 같은 외부 모험가가 어떻게 똑같은 사람이란 건가? 기어오르지 말게.

“…아, 예.”

벌써부터 어떤 느낌인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잘츠 공화국 도서관에 입장합니다!]

[명성이…]

[……]

“!”

“와…!”

길드원들은 감탄했다.

이런 식으로 책을 많이 쌓아 놓은 도서관 건물은 워낙 비싸고 귀한 건물이라 잘나가는 왕국에서도 중요 도시에서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도서관은 그런 왕국 도서관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크고 아름다운 것 같다!

-외부에서 온 모험가들은 1층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 예.”

1층만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는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뭘 이제 와서 새삼!

길드원들은 열심히 책을 찾았다.

“여기 <효과적인 구걸> 책이 있어! 이거 경매장에서 못 샀던 건데!”

“<사악한 화염 마법의 비밀>도 있는데!?”

“쓸데없는 시간 끄지 말고 빨리 역사책 찾아!”

[<쉽게 쓴 잘츠 공화국 역사서>를 찾았습니다!]

“됐다. 빨리 읽고 정리해서 길마님한테 보내드리자.”

“이거 그냥 정리하면 너무 심심한데 양념 좀 쳐야 하지 않을까요?”

“길마님한테 보고하는 건데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빨리 정리나 해.”

최민수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중독된 길드원들을 꾸짖었다.

* * *

“…그러니까 잘츠 왕국, 아니, 잘츠 공화국이… 잘츠 사후에 왕의 자리를 비워 놓고 굴러갔구만. 음.”

태현은 역사서를 들으며 받아들이려고 애썼다.

악마들이 줄어들고, 본할라드와도 대충 화해를 한 잘츠는 나라를 제법 열심히 다스린 모양이었다.

덕분에 고대 제국의 여러 귀족들과 장인들도 공화국으로 왔고 잘츠 공화국은 상당히 부유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잘츠가 잘 다스리고 이번에는 어떤 미련 없이 편안하게 돌아가자, 본할라드도 세상을 떴고….

남은 귀족들은 그들을 기리는 뜻으로 왕의 자리를 비워 놓고 귀족들끼리 나라를 다스리기로 결심했다.

‘그냥 다른 놈 왕 자리 주기 싫어서 아닌가?’

[카르바노그도 그런 것 같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귀족 중 한 명 새로 왕 뽑으면 다른 귀족들이 납득 안 할 것 같아서 저런 것 같은데….

어찌 되었든 그런 식으로 잘츠 공화국의 전통적인 귀족들이 위원회를 꾸려서 나라를 굴려온 모양이었다.

‘이름을 보니 만났던 귀족도 있고 못 만났던 귀족도 있고….’

새로 생긴 귀족들도 있고 원래 있던 귀족들도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잘츠 공화국은 예전과 아예 다른 나라라는 것을!

솔직히 이 정도면 에랑스 왕국과 비교해도 안 밀리는 것 같았다.

‘인기 좋아지겠는데 진짜?’

새로 시작하는 플레이어들이나, 길드 하우스를 두고 싶어하는 길드들.

그뿐만이 아니라 여기서 영지를 얻으려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유지수가 매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잘츠 왕국은… 열악하고 괴로운 게 특징인데 그걸 없애버리면…! 그건 잘츠 왕국이 아니잖아요!”

“억울해서 그렇지?”

“네!”

“…이해해. 네가 참아. 어쩌겠어.”

유지수는 그래도 억울했는지 씩씩댔다.

조금 좋게 바뀌는 거면 이해나 가지 바뀌어도 너무 좋게 바뀌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나!?

“잠깐. 그러면 궁전은 뭐지?”

“위대한 영웅들을 기리는 의미로 비워 놓고 있다는데요.”

“아아….”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여기에 왜 사람이 없는지 알 수 있었다.

‘잘츠, 기특한 녀석 같으니.’

태현은 잘츠에게 감사했다.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린 것이다.

경비가 없다면 빠르게 들어갈 수 있다!

“가자! 지하로!”

“네!”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움직였다. 궁전의 지하로 들어가는 거대한 계단이 일행을 맞이했다.

[지하의 문이 열립니다!]

[<궁전 지하의 무덤>에 입장합니다!]

[처음으로 입장…]

[추가 보너스…]

[명성이…]

‘잠깐만?’

태현은 멈칫했다.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아무리 사람이 쓰지 않는 곳이라도 그렇지 나름 건국왕의 무덤인데 이렇게 쉽게 들어가도 되나?

“왜 그러세요?”

“너무 쉽게 들어올 수 있어서 좀…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고대의 망치부터 시작해서 폭탄까지, 길을 막는 걸 치울 수 있는 수단은 잔뜩 준비해서 왔는데 이렇게 쉽게 열리니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을 수도 없는 일.

태현은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어서 오십시오!

“!”

“!!”

일행은 통로에서 우렁우렁 울리는 거대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침입자 여러분들. 환영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을 위해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쏠까요?”

“아직 쏘지 말고 있어봐.”

태현은 유지수를 말리며 경계의 시선을 던졌다.

보통 이런 무덤을 지키고 있는 수호자의 인성이 좋은 경우는 드물었다.

침입자를 죽이거나 찢거나 파괴하거나 등등….

‘그보다 침입자를 환영한다니 그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아.’

“너는 누구지?”

-저는 이름 없는 무덤지기입니다. 먼 옛날, 건국왕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이 무덤을 지키기 위해 여러 마법사 분들이 저를 소환해내셨습니다. 원하시는 게 있다면 저한테 물어보시면 됩니다.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나?”

-물론이지요.

무덤지기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겉으로 보면 상당히 선량하게 생긴 정령, 혹은 유령처럼 보였다. 태현은 슬쩍 다가갔다.

‘데미지를 입힐 수 있나?’

툭-

그러나 태현의 손이 닿자 무덤지기는 그대로 통과했다. 유령 같은 게 아니었다. 유령도 뭔가 닿는 느낌은 있었다.

이건 거의 그림자나 허공에 뜬 그림 같은 수준이었다.

‘아예 데미지를 입힐 수가 없나….’

-저는 이 무덤에 깃든 목소리 같은 것입니다. 건드리실 수 없습니다.

태현은 잘츠가 탑에서 목소리만 남아서 떠들던 걸 기억했다.

이 자식이 자기가 편하게 죽으니까 자기한테 안 쓰고 그 스킬을 여기다가…!

‘일을 귀찮게 만들었군.’

태현은 질문을 던졌다.

“혹시 네 도움을 받지 않고 멋대로 돌아다녀도 되나?”

-그러셔도 됩니다. 하지만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이 무덤은 미궁과 같아서, 제 도움을 받지 않은 침입자 분들은 길을 잃고 빠져나오지 못하셨습니다.

“…!”

태현은 오싹함을 느꼈다.

지금 무덤지기의 말에서 이 지하 무덤의 정체를 깨달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이거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데?’

한마디로 무덤지기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절대로 길을 찾을 수 없는 무덤이란 소리 아닌가.

예전에 태현이 경험했던 여러 미궁 던전들과 비교해도 절대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쉬웠다면 저렇게 밖을 비워두진 않았겠지.’

“혹시 여기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허기와 갈증이 심해지나?”

-예? 왜 그런 짓을… 그렇지 않습니다!

“다행이군.”

-아니, 그런 곳도 있습니까?

무덤지기는 태현의 말에 황당해했다.

그런 비인간적인 무덤도 있다니.

“무덤지기. 일단 이 거대한 무덤에 어떤 곳들이 있는지 듣고 싶다. 알려줄 수 있나?”

-예! 하지만 질문을 하실 때마다 시험을 통과하셔야 합니다.

“그렇겠지.”

태현은 놀라지 않았다. 무덤지기가 그냥 쉽게 알려주면 그게 더 말이 안 됐으니까.

일행은 긴장한 표정으로 시험을 기다렸다.

과연 무슨 시험이 나올까?

펑!

무덤지기는 거대한 황금 상자를 불러왔다. 그리고는 내밀었다.

-뽑으시지요.

“…?”

-이게 시험입니다! 뽑으세요!

“??”

태현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뽑았다.

[<무덤지기의 상자>에서 증표를 뽑습니다!]

[행운 스탯이 매우 높습니다!]

[아키서스의…]

[……]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통과의 증표>를 뽑습니다!]

“뽑은 건가?”

-대단하십니다! 예! 바로 그걸 뽑으시는 겁니다!

“…혹시 다른 걸 뽑으면 어떻게 되지?”

-그러면 한동안 제 도움을 받으실 수 없게 됩니다. 약간의 불운도 닥쳐 올 거고요.

‘잘츠…!’

태현은 잘츠와 본할라드가 어떤 생각으로 이 던전, 아니, 이 무덤을 꾸민 건지 알게 되었다.

어떤 방법으로 대비를 하더라도 결국 시도가 계속되면 뚫리기 마련.

그래서 둘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오직 아키서스의 뜻을 이은 사람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수많은 행운과 행운을 연속으로 골라낼 수 있는 사람만이 이 무덤을 성공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었다.

태현은 솔직히 감동했다.

‘잘츠… 이렇게 마음을 써줄 줄은 몰랐는데.’

“혹시 <통과의 증표>가 몇 장당 하나씩 있지?”

-99장당 하나씩 있습니다. 지금은 처음 시험이라 쉬운 편입니다.

“…….”

‘잘츠 이 새끼 꼭 이렇게 복잡하게 해놔야 했나??’

* * *

“달려! 1분 늦을 때마다 막대한 손해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너무 과장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게 과장으로 보이냐? 지금 잘츠 왕국으로 몇 명이 달려가고 있는데!”

“전 아무리 생각해도 구라 같은데….”

“멍청하긴. 그 정도면 거짓말이 아니야! 그리고 거짓말이더라도 기껏해야 시간 낭비 정도잖아.”

“저, 저기 도미닉입니다!”

“<진군> 길드도 보이는데….”

“말했잖아. 지금 잘츠 왕국으로 다들 가고 있다고.”

처음에는 ‘무슨 개소리야’ 하던 길드들도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증거가 많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잘츠 왕국으로 달려가! 깰 수 있는 퀘스트 먼저 깨고 살 수 있는 건물 다 구입해!!

-먼저 평판 작업 해야 한다! 다른 길드 놈들한테 밀리면 진짜 큰일 나는 거야!!

대형 길드들은 눈을 부릅뜨고 달려갔다.

에랑스 왕국에 맞먹는 새로운 왕국이 중앙 대륙에 떡하니 생겨난 셈이었다.

이걸 그냥 두고 보면 대형 길드 자격이 없다!

“어디부터 가죠? 어디부터?”

“우린… 우린 왕궁으로 가보자!”

“왕, 왕궁에요? 들어갈 수 있을까요?”

“몰라! 하지만 제일 비싼 곳부터 가봐야 하는 거야. 안 되면 다른 곳으로 돌아도 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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