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1553화 (1,552/1,826)

§ 나는 될놈이다 1553화

“제… 제가 없어 보여요???”

“아, 아니지! 절대 아니야!”

“네가 없어 보일 리가 없잖아!”

이다비와 태현은 유지수를 급히 달랬다.

태현은 사냥꾼을 가리키며 말했다.

“애초에 저건 잘츠 NPC잖아. 잘츠 NPC의 말을 너무 귀담아듣지 마.”

“하긴 그러네요. 그쵸?”

잘츠 왕국 NPC 따위의 말을 듣기에 유지수는 너무 많이 속아왔던 것이다.

하마터면 또 당할 뻔했네!

‘…그런데 진짜 왜 저렇게 삐까번쩍하냐?’

태현은 당황했다.

저건 그냥 돈 많아서가 아니었다. 일단 갑옷부터가….

[현재 재봉 스킬이 낮아서….]

[현재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낮아서….]

[불완전한 정보를 얻습니다!]

[<고대 제국으로부터 내려온 귀족 사냥꾼 갑옷>을 파악합니다!]

[명성이 조금 오릅니다.]

‘!?’

돈 많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닌, 옛날로부터 내려오는 품위 넘치는 갑옷!

“태현 님. 게시판에서도 화제예요. 잘츠 왕국 바뀌었다고.”

“정보 좀 공유해 줘. 나도 봐야겠다.”

태현은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잘츠 왕국을 바꾼 게 과연 어떤 결과로 돌아올 것인가?

* * *

“못 보던 건물이!?”

“못 보던 NPC가?!?”

“못 보던 아키서스 동상이?!”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은 갑자기 생겨나는 건물과 변화에 깜짝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플레이어들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우리가 이제까지 고생한 걸 알고 세상이 선물을 주려는 게 분명해!”

“으흑흑…! 저 건물을 봐! 저 건물을 보라고!”

“세, 세상에! 마탑이야!!! 잘츠 왕국에 마탑이!?”

“저, 저건 화가 길드!? 화가 길드가!?”

“음… 음유시인!! 음유시인 NPC가 있어!!!”

-저런 천박한 모험가들 같으니.

-쉿. 이해해 주게. 모험가들이 잘츠 공화국의 품위 넘치는 모습을 보면 저럴 수밖에 없겠지. 후후.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지만, 잘츠 왕국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이제까지 없었던 각종 건물들.

에랑스 왕국 같은 곳에만 있었던 마탑, 제작 직업 길드, 예술 직업 길드, 각종 편의 시설들이 한 번에 입주!

거기에 사냥꾼 NPC, 사냥꾼 옆집 아저씨 NPC, 사냥꾼 앞집 친구 NPC, 사냥꾼 화살 제작 장인 NPC밖에 없던 잘츠 왕국에 온갖 다양한 NPC들이 새로 생겨났다.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말아다오!

“이, 이럴 때가 아니야! 홍보해야 해!”

“!”

“맞아! 이게 언제 바뀔지 모르잖아. 지금 플레이어들을 불러놔야 해!!”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은 서로 껴안고 열심히 게시판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잘츠 왕국, 놀라운 변화… ‘충격’>

<잘츠 왕국! ‘알고 보니’…>

그러나 놀랍게도 반응이 없었다.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어째서!? 분명 이렇게 쓰면 잘 먹힌다고 배웠는데?”

“왜 안 봐주는 거지?”

“잠, 잠깐. 내 친구가 파워 워리어 길드 간부야. 도와달라고 해야겠다.”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친구에게 도움 요청을 보냈다.

그러자 파워 워리어 간부인 친구가 친절하게 대답했다.

-그런 꿈을 꿨어?

-…아니야!!

-그래. 네 마음 이해한다. 그리고 저런 제목은 오히려 역효과야. 워낙 저런 게 많아서 안 통한다고 이제.

실제로 게시판을 보니 전 세계에서 올라오는 글들이 수만 개가 넘었다.

<에랑스 왕국, 알고 보니… ‘충격’!>

<에랑스 왕국에 숨겨진 비밀!>

<김태현, ‘알고 보니’… ‘충격’!>

….

“…안, 안 통할 만도 하군…. 그,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자연스럽게 접근해야지. 일단 네 말이 사실이면 사진하고 동영상을 찍은 다음 올려. 잘츠 왕국의 일상이라고 평범하게 제목 단 다음. 그러면 본 사람들이 알아서 소문을 퍼뜨려 줄 거야. 나도 도와줄게.

-고마워!!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은 다시 심기일전해서 준비했다.

주변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고 해서 게시판에 글 업로드!

<잘츠 왕국의 변화한 모습을 남깁니다….>

-합성이네.

-와 정말 멋져요!

-누가 봐도 합성이잖아.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 힘든 건 알지만 이러지 맙시다.

-근데 진짜 잘 만들었다.

-잘츠 왕국 너무 불쌍하지 않냐? 이렇게까지 해서 사람 모아야 하나? 내가 다 마음이 아프네.

“….”

“….”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은 좌절했다.

진짠데!

진짜로 변했는데!!

* * *

“진짜인지 아닌지로 싸우는데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부탁해서 여기로 이동하라고 해주겠어? 미리 선점할 수 있는 건 선점해 놔야겠다.”

대부분이 NPC 소유긴 하겠지만, 플레이어가 살 수 있는 것도 분명 있기는 할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내버려 두면 다른 대형 길드들이 싹 선점할 테니, 파워 워리어가 먼저 잡아 놓게 해야 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 여러분들,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지금부터 호명되는 분들은 잘츠 왕국으로 이동하시길 바랍니다.

-아니 그 헛소문을 믿어요!?

-길마님 명령이야. 조용히 해라. 김태현 선수도 잘츠 왕국에 있단다.

-…가기 싫어하는 다른 놈들을 대신해서 제가 나서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이다비는 피식 웃으며 길드 채팅을 닫았다. 태현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니요. 별일 없어요.”

“음. 잘츠 왕국이 이렇게 변한 건 대충… 이런 건가?”

게시판은 ‘합성이다 아니다’로 싸우느라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태현은 대략적인 정보를 추려내서 파악에 나섰다.

당사자인 만큼 가장 빠른 판단이 가능했던 것이다.

슥슥-

본할라드와 잘츠가 싸우지 않고 왕국을 잘 지켜냈다→왕국이 공격을 덜 받고 무사했다→그 당시 제국이 멸망했을 테니, 도망치던 귀족들이 왕국으로 몰려왔다→왕국이 부유해지고 뛰어난 인재들로 늘어났다→그 결과 지금 같이 ‘잘츠 왕국이 제국의 적통을 잇고 있지 후후’하는 재수 없는 NPC들이 늘어났다?

“대충 이렇게 되나?”

“맞는 거 같은데요?”

“그럴듯한데요.”

유지수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잘츠 왕국의 성을 쳐다보았다.

“원래 왕국이 좋았어?”

“네? 그건 절대 아니고요.”

유지수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건 아니고, 앞으로 잘츠 왕국에서 시작할 사람들은 고생을 안 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되게 억울하네요.”

“…너도 훌륭한 판온 플레이어가 다 되었구나.”

“감사합니다??”

유지수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태현은 시선을 돌렸다.

“흠… 잘츠 왕국이 이렇게 변한 건 좀 당황스럽긴 하지만, 생각해 보니 우리는 우리 할 일만 하면 되겠군. 무덤 찾으러 가자. 위치도 들었으니.”

“네!”

* * *

[<제국의 적통을 잇는 궁전>을 발견합니다!]

‘잘츠 이 새끼….’

태현은 잘츠를 욕했다.

미친놈이 왜 무덤을 왕궁 지하에 설치해 놓은 거야!!

[카르바노그가 그건 딱히 잘못이 아닌….]

‘조용히 해라.’

[카르바노그가 훌쩍이며 입을 다뭅니다.]

잘츠가 알려준 지도 위치로 찾아간 태현은 설마 설마 싶었다.

왠지 익숙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놀랍게도 맞았다.

잘츠 왕국 수도, 리베라 시!

저번에 화살 빌리려고 왔던 곳이었던 곳!

‘엄청나게 변했는데 여기도….’

리베라 시는 잘츠 왕국에서도 수도인 만큼 원래 나름 번영했던 곳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예전 모습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게 바뀌어 있었다.

충격적인 정도의 변화!

“태현 님.”

“왜?”

“…저거 아키서스 동상 아니에요?”

지금 일행은 도시 성문이 아니라, 은신 상태 걸고 성벽을 기어올라서 잠입하고 있었다.

나중에 들켰을 때를 대비한 치밀한 입장.

한두 번 해본 게 아닌 전문가의 솜씨 그 자체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눈에 들어오는 도시의 모습.

그중 하나는 성벽 위에 자리 잡은 아키서스의 동상이었다.

그리고 태현을 묘하게 닮은 것 같다…?

“…나도 좀 신경 쓰이긴 하는데 나중에 확인하자.”

태현은 무시했다.

지금은 왕궁으로 가서 지하 무덤에 들어가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유지수는 매우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촬영했다.

“와. 이런 게 있네.”

“지수야. 저딴 거 찍지 마….”

“언데드들도 돌아다니네요?”

“?”

태현은 그 말에 시선을 돌렸다.

놀랍게도 성벽 위에 데스 나이트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보통 도시에 언데드들이 직접 저렇게 나서서 돌아다니는 일은 드물었는데?

‘본할라드의 부하들 때문에 언데드 전통이라도 생겼나?’

“조용히 날아가자고.”

[<제국 은신 광선 장난감>을 사용합니다!]

[<장인이 만든 행글라이더>를 사용합니다!]

[조용히 날아갑니다!]

기계공학의 정수!

은신 광선+행글라이더를 사용하면 어지간한 마법 방어막을 뚫어버리는 최강의 은신 잠입이 완성됐다.

태현 일행은 조용히 성벽 위에서 비행을 시작했다.

목표는 <제국의 적통을 잇는 궁전>!

이다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그러면 잘츠 왕국 왕은 지금 누구죠?”

태현과 유지수는 서로 쳐다본 다음 입을 열었다.

“잘츠 후손 아닌가?”

“아니면 다른 귀족 중에서 새로 뽑혔을지도 몰라요.”

“설마 비어 있지는 않겠지.”

“비어 있지는 않겠죠. 뭐하러.”

탁-

일행은 궁전 지붕 위에 착지했다.

지금부터는 움직임 하나하나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

‘침착하게….’

태현은 눈빛을 교환하고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다.

믿을 수 있는 건 <신의 예지>!

‘…?’

그런데 <신의 예지>가 이상했다.

가르쳐 주는 길이 너무 넓었다.

아니, 그냥 이 주변이 온통 OK!

‘뭐야. 고장 났나?’

<신의 예지>도 만능은 아니었다.

너무 막연하거나, 너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럼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아예 다 안 된다고 뜨지 않나?

‘왜 다 된다고 뜨지?’

태현은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왕궁 안뜰에서 움직이고 있는데도 놀랍게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카르바노그가 뭔가 이상하다고 말합니다.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지 않냐고 지적합니다.]

“!”

태현은 그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왕궁에 사람이 없을 리가 없는데!?’

시종부터 시작해서 각종 NPC들로 꽉 차 있는 게 왕궁 아닌가.

그런 왕궁에 사람이 없다니.

-태현 님. 태현 님.

“?”

-어… 잘츠 왕국이, 공화국으로 바뀌었다는 말이 있는데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니 그게??

* * *

“그래서 지금 왕이 누군가요?”

-무슨 촌스럽게 왕 같은 소리를 하고 있나? 우리 잘츠 공화국은 위대한 잘츠 님의 의지를 이어받은 귀족들의 통치로 굴러가고 있다네.

“…???”

플레이어들은 귀를 의심했다.

뭐가 뭐라고?

“어, 왕국….”

-경비병! 이 사악한 모험가들이 감히 무도하게 왕을 참칭하려고 하고 있네! 어디 감히!

“아, 아니. 물어본 건데! 물어본 건데!!”

플레이어들은 억울해하며 도망쳤다.

‘왕’ 소리만 조금 해줘도 벌컥 화를 내는 잘츠 왕국, 아니, 잘츠 공화국 NPC들!

플레이어들은 도저히 변화에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그렇습니다! 왕정은 민주주의를 모독하는 구체제의 산물! 공화정 만세! 공화국 만세!”

-아주 훌륭한 모험가로구만!

“….”

“저놈 뭐냐??”

“처음 보는 얼굴인데??”

플레이어들은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물론 이들의 정체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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