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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52화 (1,551/1,826)

§ 나는 될놈이다 1552화

-내가 길을 뚫지.

“본할라드….”

태현은 살짝 감동 받은 표정으로 둠 나이트를 쳐다보았다.

원래 사람의 진정한 모습은 위기 상황에 드러나곤 했다.

본할라드가 여러 개짓거리로 태현의 뒷목을 뻣뻣하게 만들었지만, 본할라드가 제국의 충신이라는 건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뻔질뻔질한 NPC들을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한….

-제가 말한 게 아닙니다만?

본할라드가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태현이 갑자기 쳐다보자 당황한 것이다.

“그럼 잘츠였나?”

태현은 잘츠를 쳐다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 그 하찮은 모습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잘츠는 정말 놀라웠다.

오죽하면 ‘케인도 위기 상황에 던져 놓으면 저렇게 진화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의 잘츠는 영웅이란 말에 어울리는….

-저도 아닙니다만?

“???”

태현은 의아해했다.

본할라드가 한 말도 아니고, 잘츠도 한 말이 아니라면…?

“….”

-….

[….]

태현과 카르바노그, 그리고 본할라드와 잘츠는 황당하다는 듯이 시선을 던졌다.

말을 꺼낸 건 화염공 카이퓰라스였다.

“…아, 아니. 왜?”

태현은 사실 카이퓰라스가 바로 배신을 때려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공격 넣을 생각도 하고 있었고.

하지만 카이퓰라스는 정반대였다.

-아키서스 당신은 내 상대 아니오! 저런 쓰레기 같은 놈들한테 양보할 수는 없지.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카이퓰라스! 돌아버린 것이냐!

악마 공작 중 하나가 카이퓰라스의 말을 듣고 사납게 외쳤다.

태현은 상대방을 알아보았다.

‘에다오르잖아?’

예전에 도시 총독으로 변장하고 있다가 하필이면 태현한테 걸려서 마계로 쫓겨난 악마 공작!

이다비도 오랜만에 보는 얼굴에 반가웠는지 속삭였다.

“에다오르네요?”

“그러게 말이다. 이상하게 친근하네.”

사실 지금의 에다오르와 저번의 에다오르는 차원이 다른 존재였다.

저번의 에다오르는 대륙으로 소환된 상태에, 변장까지 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에 비해 지금의 에다오르는 악마 공작으로서의 힘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절대 만만히 보면 안 되는, 태현과 일대일로 붙어도 태현을 압도할 강적이었지만….

‘이상하게 만만하게 느껴지는군.’

태현의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에다오르도 매우 불쾌해했다.

-아키서스 놈이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실로 사악하군.

-아마 사악한 속임수를 고민하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다른 악마 공작들도 동의했다.

-카이퓰라스. 같은 마계의 공작으로서 경고한다. 아키서스를 내놔라!

-거절한다, 머저리들아! 아키서스는 내 상대다. 네놈들이야말로 꺼져라!

-네놈이 여기 있는 우리를 전부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으냐?

-못할 것도 없겠지!

-얼간이 같은 놈…. 네놈의 자존심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마계를 지키기 위해서 저 아키서스 놈을 죽여야 한단 말이다!

[카르바노그가 말이 좀 심하다고 화를 냅니다.]

‘뭐 완전히 틀린 말 같지는 않긴 해.’

지금 저 앞에 있는 악마 공작들 중에 태현 때문에 인생 꼬이는 악마들이 절반 넘는다는 걸 봤을 때 확실히 악마 공작들은 아키서스를 싫어할 만했다.

[화염공, 카이퓰라스가 스스로를 불태우기 시작합니다.]

[용암이 솟구칩니다!!]

카이퓰라스는 선공을 날렸다.

불리할수록 먼저 때려라!

-아키서스. 가시오! 돌아가시오. 그리고 잊지 마시오. 당신의 상대는 나란 것을!

“잘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고맙다, 화염공!”

태현은 화염공의 생각이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모두 빠져나간다! 출구로 향해 길을 뚫자!”

-예!

본할라드도, 잘츠도 적들이 워낙 강대했기에 토를 달지 않고 태현의 뒤를 쫓았다.

“어느 정도는 지원을 해줘야 해요. 지원 들어갑니다!”

유지수는 잘츠 친위대와 함께 전차를 차고 빠르게 앞으로 달렸다.

저 앞에서 수많은 악마 군세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화살>, <무리의 인도>, <종말의 사격>… 쏴!”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은 화살>을….]

[….]

[….]

이다비도 골드 주머니를 차례대로 던지며 지원을 준비했다.

잘츠와 유지수가 좌측을, 본할라드와 언데드 군세가 우측을.

우측은 도와줘 봤자 팀킬이 될 테니 좌측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막대한 골드를 소모합니다!]

[아키서스가 황금의 힘을 받고 일행에 축복을 날립니다!]

[화살의 치명타가….]

퍼퍼퍼퍼퍽!

안 그래도 축복을 받은 신성한 화살들이, 강력한 버프와 함께 날아들었다.

이 정도 되면 그냥 화살이 아닌 대포 수준이라고 봐야 했다.

한 번 닿을 때마다 펑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악마 서넛을 그냥 날려버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마 군세는 흔들림이 없었다.

워낙 숫자가 많기에 수십, 수백 잡는 걸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 보이지 않는 뒤쪽까지 꽉꽉 채운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

-데스 나이트들. 부탁할 게 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장군님!

-…돌격해서 자폭해 다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본할라드도 우측을 뚫기 위해 데스 나이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감정을 잃어버린 언데드였지만, 본할라드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둠 나이트, 본할라드가 파멸의 계약을 시전합니다!]

[데스 나이트들의 수명이 정해집니다.]

[데스 나이트들이 극도로 강해집니다!]

[….]

-제국을 위하여!

데스 나이트들은 부하들을 이끌고 군말 없이 돌진했다. 그 모습에 태현은 양심이 찔렸다.

‘…나는 그냥 자폭을 시키는데….’

본할라드와 부하들이 나누는 끈끈한 대화를 보니 아주 살짝 양심이 찔렸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정신이 팔릴 때가 아니었다. 태현은 중앙으로 시선을 돌렸다.

‘카이퓰라스를 지원해서 길을 뚫어야 한다!’

악마 공작들은 중앙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감히 아키서스의 편을 든 카이퓰라스를 찢어발기기 위해서였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쓸 만한 건….’

-화염 용오름 소환!

[MP가 전부 소모됩니다!]

[한동안 회복되지 않습니다!]

태현은 과감하게 결정을 내렸다.

[행운의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사디크의 화염이 그 힘을 받아 점점 커지기 시작합니다!]

권능 스킬, <화염 용오름 소환>!

아키서스 행운의 바람과 함께 사디크의 화염을 주변에 날리는 광역 대마법 스킬.

페널티가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강력한 스킬이었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신성력을 내뿜는 화염 회오리가 주변을 휩쓸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아키서스. 저건 사디크의 화염 아니오?

“아, 남의 권능 좀 빌릴 수 있지!”

태현은 되레 화를 냈다.

원래 논리적으로 불리할 때는 먼저 화를 내야 하는 것이다.

화술 스킬까지 합쳐지자 카이퓰라스는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 말로 밀려야 했다.

-아, 아니. 꼭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라….

“빨리 같이 화염을 쓰라고!”

-알겠소.

카이퓰라스는 점점 더 커지는 화염 회오리 주변으로 자신의 용암을 붙여 그 위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사디크라고 하면 화롯불이나 태우는 잡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위력이 강했던 것이다.

같은 권능이라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다르게 마련.

-그런 것인가! 같은 불이라도 아키서스가 쓰느냐, 사디크가 쓰느냐에 따라 다른 것인가!

‘뭔 개소린진 모르겠지만 사디크가 들으면 분노하겠군.’

[카이퓰라스가 땅을 녹이기 시작합니다!]

[대지가 용암으로 바뀝니다!]

-카이퓰라스. 네가 이러고도 뒷감당을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달려오던 악마 공작들도 멈춰 설 정도로 그 기세는 살벌했다.

사디크의 화염 회오리가 워낙 악마 카운터이기도 했고, 거기에 카이퓰라스가 힘을 더하자 아무리 악마 공작이라도 쉽게 덤벼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키서스를 상대해야 하는데 시작부터 크게 다치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가시오. 아키서스!

“고맙다, 화염공. 네 이름은 잊지 않으마!”

태현 일행은 그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중앙에 생긴 좁은 통로를 향해 질주!

[악마들이 쓰러집니다!]

[악마들이….]

[악마들….]

그 와중에도 무수한 악마들이 쓰러져 나갔다.

[대륙의 역사가 바뀝니다!]

[….]

그런 만큼 퀘스트가 달성되고 있다는 것도 떴지만, 태현은 지금 그걸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앞으로 뛰어들어!”

차원문을 향한 필사적인 질주!

[마계에서 대륙으로 가는 통로로 진입합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역사를 바꾸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로 돌아갑니다!]

“…어!?”

태현은 퀘스트가 아예 완료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애초에 이 과거로 왜 왔던가?

일차적으로는 잘츠의 무덤을 찾아 그 안에 있는 유산의 힘을 빌려 기계공학 전설 퀘스트를 깨려고 아니었던가!

‘아직 듣지도 못했는데!’

태현은 다급하게 잘츠를 불렀다.

“잘츠!!”

-예! 교황 성하!

“자네 무덤 위치 좀 알려주겠나!?”

-예!?

“아! 빨리! 날 못 믿나!? 무덤 만들면 어디에 만들 건가!”

-아, 아니. 아직 생각해 본 적 없….

-뭐 하나! 잘츠!! 교황 성하께서 물어보시잖나!

본할라드도 벌컥 화를 냈다.

그깟 무덤 위치 하나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시간을 끌고 있다니!

-교황 성하! 제 무덤은 여기에 있습니다!

[본할라드가 자신의 무덤 위치를 알려줍니다!]

[지도가 추가됩니다!]

현재 오스턴 왕국에 있는 본할라드의 무덤. 딱히 궁금하진 않았지만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본할라드. 잘츠! 빨리 정해라! 어디에 만들지도 지금 정하면 그게 위치지!”

-아… 알겠습니다. 여기에 만들겠습니다.

[잘츠가 자신의 무덤 위치를 알려줍니다!]

[지도가 추가됩니다!]

“그래. 잘 부탁하네, 잘츠! 왕국을 잘 부탁해! 본할라드! 잘츠와 싸우지 말게! 둘이 힘을 합해서! 알지?”

-알겠습니다. 교황 성하!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 외침을 마지막으로, 태현은 과거에서 사라졌다.

[명성이 크게 오릅니다!]

[퀘스트를 완벽하게 해낸 것으로 추가 보상을 받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한 번에 3업.

깜짝 놀랄 만한 수치였지만, 이번 퀘스트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멸망한 제국에 몰려든 온갖 적들을 상대하고 마계에 가서 쌩쌩한 악마 공작들까지도 대면해야 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깰 수 없는 퀘스트였다.

‘원래라면 그냥 잘츠 죽는 거 보고 잘츠 무덤 위치 확인하는 게 정석이었던 거 같은데….’

퀘스트를 끝내고 나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기 전에는 ‘정 안 되면 잘츠 죽는 거 보고 무덤 위치만 확인해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정석 같았다.

설마 퀘스트도 악마들을 다 막아내고 잘츠 왕국을 지킬 거라고 예상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태현 일행은 현재로 돌아왔다.

잘츠 왕국이 있는 곳으로!

“…?”

“?”

“잘못 온 건가요?”

유지수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태현을 보며 물었다.

잘츠 왕국으로 왔는데 아무리 봐도 잘츠 왕국이 아니었던 것이다.

잘츠 왕국이….

이렇게 번영한 곳이었나?

원래라면 나무 성벽에, 헐벗은 사냥꾼들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지나가는 곳.

그런데 지금은 고색창연한 고대 제국풍 성이 산 위에 탄탄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너무 아름답게 잘 만들어진 성이라서 순간 에랑스 왕국에 온 줄 알았다.

-앗. 타이럼의 레인저 출신이로군.

사냥꾼 하나가 유지수를 알아보고 반갑게 말을 던졌다. 유지수가 정색했다.

“아닌데? 이제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냥꾼이 그렇게 가난하게 다니면 너무 없어 보이지 않나. 자. 이걸 받게.

[아이템이 추가되었습니다!]

“….”

유지수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태현과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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