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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1551화 (1,550/1,826)

§ 나는 될놈이다 1551화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에, 두 악마 공작은 당황스러워했다.

어라?

왜 우리가 저놈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지?

-…아키서스! 잘 생각해 봐라.

“잠깐.”

-??

“우리가 서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무례하게 부르는 건 조금 아닌 것 같군.”

-…….

-…….

[화술 스킬이 매우 높습니다!]

[악마 공작들이 반박에 실패합니다!]

[……]

-아키서스. 잘 생각해 보시오.

화염공, 카이퓰라스는 살짝 공손해진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비열하게 부하들을 이끌고서 온 빙결공을 상대하고 싶소? 아니면 정정당당하게 한 번 겨루기 위해 찾아온 이 화염공 카이퓰라스를 상대하고 싶소?

“흐으음….”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해보라는 듯이 재촉했다.

-게다가 빙결공은 온갖 사악한 속임수를 사용하는 자 아니겠소. 그런 자와 손을 섞는다면….

-지금 아키서스 앞에서 내가 사악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인가!?

푸르네우스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끼어들었다.

태현은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그게 지금 무슨 뜻이지?”

-빙결공. 네놈이 사악한 속임수를 쓰는 건 사실이잖나.

-…….

둘의 합공에 푸르네우스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이 새끼들…!

“아무래도 빙결공 푸르네우스는 태도가 조금 불량한 것 같군. 감점해야겠어.”

[점수가 진짜 있냐고 카르바노그가 묻습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오. 아키서스!

-정신 차려라, 카이퓰라스! 아키서스 놈의 속임수에 넘어갈 생각이냐? 그냥 같이 힘을 합쳐서 놈을 찢어발기자!

푸르네우스는 태현의 속셈을 눈치 챘는지 화염공을 설득하려고 했다.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지금 화염공이 내 속임수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멍청하다는 건가! 어디서 그런 망언을! 빙결공. 예의도 모르나!”

-맞아! 예의도 모르나!

-…….

짧은 시간이었지만 태현은 두 악마 공작을 빠르게 파악했다.

이미 푸르네우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긴 하지만,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최고급 화술 스킬을 찍었다는 건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것!

‘빙결공은 냉정하지만 화염공은 단순하다. 후자를 공략해야 해.’

태현이 지금 면접관 노릇을 하는 건 정말 면접을 보고 한 명을 뽑으려는 게 아니었다.

악마 공작이 둘 나타난 이상 둘을 싸움 붙일 생각이었다.

악마 공작이 하나만 해도 무시무시한데, 둘 이상 나타나면 도망가는 게 보통이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면 더 유리할 수도 있었다.

‘악마 공작은 서로 사이가 안 좋으니 충분히 가능해.’

“아무래도 화염공을 먼저 상대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

-저… 교황 성하. 지금 뭐하시는 건지 제가 잘 모르겠….

둠 나이트 본할라드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공격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셋이 이상한 분위기라서 좀 끼어들기가 그랬던 것이다.

“잠시 기다리라고. 그러면 화염공. 빙결공은 잠시 내버려 두고 우리 둘이 한 번 겨뤄볼까?”

-역시 아키서스. 뭘 좀 알고 계시는….

-둘이 같이 뒤져라!

[빙결공이 냉기의 핵에 담긴 힘을 불러옵니다!]

[추위가 휘몰아칩니다!]

제대로 열이 받은 푸르네우스는 작정하고 힘을 쓰기 시작했다.

냉기의 핵에서 힘을 끌어다 쓰는 게 아깝더라도 저 두 놈에게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역시 시꺼먼 속을 그대로 드러내는구나! 하하하!

카이퓰라스는 발을 들더니 그대로 내려찍었다. 땅이 쩍 갈라지더니 안에서 용암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카이퓰라스가 <타오르는 용암>을 시전합니다!]

용암으로 된 소환수 군단이 빠르게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카이퓰라스는 온몸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장판을 깔아댔다.

[<카이퓰라스의 화염>이 주변을 휩씁니다!]

[용암 소환수들이 더욱더 강해집니다!]

그냥 용암도 아닌 마계의 용암을 사용해서 만든 소환수.

거기에 악마 공작이 직접 버프까지 걸어줬으니 그 위력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추위가 더욱더 강해집니다.]

[소환수들이 얼어붙습니다.]

-…….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태현은 화염공의 얼굴이 민망함으로 벌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건방 떨지 말라고 경고했을 텐데?

-…닥쳐라! 이 자식!

그러는 사이 태현도 메시지창이 나타났다.

[냉기의 핵을 사용한 대마법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마법 스킬이 오릅니다!]

[<아키서스의 고대 냉기 마법>에 새 마법이 추가됩니다!]

<아키서스의 얼음 동상>

주변에 퍼진 냉기의 힘을 흡수합니다. 일시적으로 무적의 얼음 동상으로 변합니다!

‘오?’

태현은 놀랐다.

생각해 보니 태현도 지금 냉기의 핵을 자기 영지에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푸르네우스가 갖고 있는 걸 미래에 훔치는 사람!

[냉기의 핵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푸르네우스가 불러낸 냉기에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

태현은 조심스럽게 은신 스킬을 사용했다.

광기의 폭발 검법은 너무 시끄러워서 기습에 적합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다오. 화염공.’

-얼어붙어라! 얼어붙어서 내 앞에 무릎을 꿇어라!

-어디서 또 이상한 속임수를…!

-네놈보다 강하면 속임수더냐! 한심한 놈 같으니!

-크윽…!

화염공은 생각보다 강한 푸르네우스의 힘에 당황스러워했다.

온몸을 뒤덮고 있던 화염이 약해지고 점점 고드름이 끼기 시작하는 상황.

화염공은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얕보지 말았어야 했는….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크아악!

빙결공은 등짝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데미지에 신음했다.

[은신 스킬이 오릅니다!]

[검술 스킬이…]

-어떻게!?

빙결공은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절대로 빙결공이 방심한 게 아니었다. 이 주변은 지금 빙결공이 불러온 냉기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같은 악마 공작인 저 카이퓰라스도 비틀거리고 있는데 대체 어떻게…?!

-하하하! 빙결공! 멍청한 놈 같으니! 아키서스의 힘을 얕봤구나!

화염공은 그새 또 좋다고 푸르네우스를 비웃었다. 원래 냉정한 빙결공이었지만 저 도발에는 혈압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같은 악마 공작이란 놈이 지금 아키서스를 찌를 생각은 못 하고…!

-아키서스! 대답해라, 대체 어떻게 이 냉기 속을!

“네놈 부하가 가르쳐줬다!”

-역시…! 역시 그랬던 거였나! 이 정령 놈들! 모두 다 부숴버리겠다!

[빙결공이 속아 넘어갑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빙결공은 제대로 불이 붙었는지 더욱더 힘을 불러오려고 했다.

하지만 화염공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화르르륵!

-!!

-아까는 좋다고 날 깔봤겠다. 어디 한 번 다시 거만하게 지껄여봐라.

-카이퓰라스, 이 멍청한 놈아! 지금 우리 둘이 싸워봤자 아키서스 좋은 일만 시키라는 걸 왜 모르는 것이냐!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네가 지금 불리하니까!

‘와. 악마 공작하면 속이 터지겠군.’

태현은 처음으로 빙결공이 살짝 불쌍해졌다.

지금 상황을 유도한 게 태현이긴 했지만, 같은 악마 공작이란 놈들이 이렇게 서로 등판을 찔러대니 아키서스를 이길 수가 없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일단 서로 화해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본할라드, 잘츠! 공격해라!”

-예!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들도 냉기가 약해지자 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넷이 맹공을 퍼붓자 푸르네우스는 이를 갈며 물러섰다. 이건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두고 보자, 쓰레기 같은 놈들.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카이퓰라스! 네놈의 멍청함은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도망치는 주제에 나불나불 혓바닥이 길구나! 죽어라!

푸르네우스는 욕설을 퍼부으며 도망쳤다.

태현은 굳이 쫓지 않았다. 아직 HP가 많이 남아 있는 데다가 쫓아갔다가 무슨 함정에 빠질지 몰랐으니까.

-아키서스. 그러면 우리 둘이 남게 되었소.

“…….”

태현은 아차 싶었다.

빙결공이 사라지면 이제 남은 건 카이퓰라스밖에 없는 것이다.

‘차라리 아는 상대가 더 나았나?’

빙결공은 태현이 상대해 본 적 있어서 공략하기나 쉬웠지, 화염공은 알고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제대로 된 정보도 없는 공작인데….

-하지만 도움을 받은 이상 싸우자고 할 수는 없지. 공작으로서 명예가 있으니.

“…?”

[?]

태현과 카르바노그는 상대의 말에 당황했다.

악마 공작치고는 너무 정정당당한 말이었던 것이다.

‘호구인가?’

[카르바노그가 역시 ‘카’ 자로 시작하는 자들이 예의가 바르다고…]

-다음 기회를 노리도록 하겠소. 오늘은 도와줘서 고맙소.

“어… 그, 그래.”

화염공이 미련 없이 훌쩍 돌아서서 가려고 하자, 잘츠가 물었다.

-지금 쏘시려고 돌아서게 만드신 겁니까?

“아니니까 닥치고 있도록. 잠깐! 화염공!”

-?

“마계에서 대륙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고 있나?”

-어… 벌써 돌아가려는 것이오? 악마 공작 한둘 정도는 더 쓰러뜨릴 줄 알았는데?

카이퓰라스의 말에 잘츠와 본할라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황 성하. 악마 놈도 저렇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좀 닥치라니까.”

화염공은 별로 어렵지 않다는 듯이 불타는 팔로 자신을 따라오라고 신호했다.

-그 정도는 알려드릴 수 있소. 따라오시오.

그렇게 일행은 악마 공작의 뒤를 따라 마계를 이동했다.

실로 기묘한 동행이었다.

* * *

걸어가면서 화염공은 심심했는지 화염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세상에는 여러 뛰어난 화염이 존재하오. 레드 드래곤의 화염. 그 화염은 강력한 종족의 핏줄과 마법의 정수가 녹아 있는 화염이지.

-캬오오.

불불이가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태초의 불이 있소. 그건 전사를 위한 불은 아니지만, 뛰어난 대장장이라면 목숨을 걸고 찾는 불이오.

“으음.”

태현은 뿌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교롭게도 저 두 개의 불을 다 갖고 있었던 것이다.

“사디크의 화염은?”

-그런 허접쓰레기 같은 건 악마들 사이에서 쳐주지도 않소.

“…….”

[카르바노그가 악마들은 당연히 신성 권능을 싫어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태현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디크가 너무 불쌍해졌던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불꽃은 마계의 용암 깊숙한 곳에서 찾아낸 힘의 정수라고 할 수 있소. 마음 같아서는 <심연의 불꽃>을 찾고 싶지만….

“!”

태현은 익숙한 이름에 깜짝 놀랐다.

<심연의 불꽃>.

<아키서스의 룰렛>을 썼을 때 나온 천벌 중 하나였다.

이걸 찾으라고 퀘스트도 나왔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대단한 물건이었나 보군.’

-이게 워낙 찾기 힘든 물건이다 보니 찾지 못하고 있소. 그러고 보니 아키서스도 화염의 힘이 느껴지던데 무슨 힘을 쓰시오?

“나… 는 레드 드래곤의 화염을 배웠지.”

-역시… 뭘 좀 아시는군.

[……]

태현은 사디크라고 말하면 왠지 모르게 안 될 것 같아서 레드 드래곤이라고 말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가호 받기도 했으니까.

‘이상하게 양심이 찔리는데.’

-여기로 가면 이제 차원문이 하나 있….

말하던 화염공은 우뚝 멈춰섰다. 뒤따르던 다른 NPC들도 멈칫했다.

앞에 어마어마한 숫자의 악마들이 모여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냥 중하급 악마들만 모여 있는 게 아니었다.

계략공 모스락.

음악공 구시렉.

대검공 에다오르 등등.

여러 악마 공작들이 소문을 듣고 모여 든 것이다.

‘…음… 이건 확실히 망했군.’

절망적인 상황에서 태현은 냉정하게 계산을 했다.

이건 망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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